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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35

[책 감상/책 추천] 스기타 슌스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성으로 산다는 것> [책 감상/책 추천] 스기타 슌스케, 제목부터 오묘한 이 책은 ‘승자도 패자도 아닌 존엄한 인간으로 사는 21세기 남성학’이라는 알쏭달쏭한 문구를 부제로 달고 있다. 도대체 무슨 책인가 궁금해서 읽어 봤는데,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그리 잘 쓰이지 않은, 남성들을 위한 페미니즘 책’이라 하겠다.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일단 모두에게 초미의 관심사일 부분부터 말하자면, 여성혐오적이라거나 반(反)페미니즘적인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아쉽게도 괜히 쉬운 말을 빙 돌려서 한달까, 핵심은 전혀 가 닿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이제부터 그 점을 풀어서 설명하겠다. 저자가 말하는 바는, ‘약자 남성도 존엄하게 살 권리가 있고, 그래야 한다’라는 것인데 사실 저자가 말하는 ‘약자 남성’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의미와 다.. 2024. 1. 17.
[책 감상/책 추천] 이민지, <언니네 교회도 그래요?> [책 감상/책 추천] 이민지, 글을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확실하게 해 둘 것 하나: 나는 무교이고, 정확히는 무신론자에 가깝다. 하지만 우리로 하여금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유도하고 영감을 주는 것들은, 그게 종교이든 초자연적인 존재이든 다 긍정하는 편이다. 내가 실제로 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신의 존재를 믿으며 어떤 긍정적인 가치, 예를 들어 친절함이나 다른 고통받는 존재에 대한 연민, 정의(正義) 등을 실천하려고 실제로 애쓰게 된다면, 나는 그들을 지지한다. 사실 나는 어릴 적에 부모님의 강권으로 교회에 나가곤 했는데, 지금 기억나는 것은 점심시간 때쯤 여성 신도들이 지하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준비한다는 점이나 그 식당에 국수가 자주 나왔다는 점 정도이다. 사랑.. 2023. 12. 20.
[책 감상/책 추천] 박정훈,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 [책 감상/책 추천] 박정훈, 여기에서 ‘나쁘다’는 선악의 개념이 아니라 무언가를 잘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번역을 왜 이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완벽하지 않은 페미니스트’, ‘나아가는 중인 페미니스트’ 정도로 했으면 이해가 쉬웠을 텐데)’라고 칭하는 마당에, 왜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는가.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가져온 것 같은, 동명의 꼭지에서 이렇게 썼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남편’ ‘좋은 남자친구’의 역할을 하려는 남성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이 라이프 스타일에서 페미니즘적 요소를 받아들이는 것도 종종 목격한다. 그러나 나는 남성들이 추구하는 성평등이 ‘사적인 실천’에 그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사적인 실천에 그치는 성평등은 ‘이쯤이면 됐잖아’ 식의 현상 유지를 위한 .. 2023. 12. 15.
[책 감상/책 추천] 다지마 요코, <사랑이라는 이름의 지배> [책 감상/책 추천] 다지마 요코, 최근 영화 (2023)가 흥행함에 따라 많은 이들이 이 영화에 관한 평을 공유했다. 개중에 내가 보기에 가장 흥미로웠던 것 하나는 (지금 원글은 삭제되고 없는데) ‘바비 후기: 이 영화를 단순히 탈코르셋으로 해석하면 필패한다’라는 글이었다. 이 글은 어떤 의미에서는 나에게 오늘 후기의 주인공인 이 책을 읽도록 준비해 주었는데, 이 책의 제목으로 요약될 수 있는 중요한 콘셉트를 소개해 주었기 때문이다. 저자인 다지마 요코는 일본의 영문학자이자 저명한 페미니스트이다. 그녀는 여성의 처지를 갤리선의 노예에 비유한다. 태초에 남성은 남성끼리, 여성은 여성끼리 살고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남성은 임신에 얽매이지 않으므로 활동이 자유롭고 벌이도 많아서 재산을 축적할 수 있다. 재.. 2023. 10. 9.
[책 감상/책 추천] 레슬리 컨,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책 감상/책 추천] 레슬리 컨, 올해 초, 새해를 맞이해서 내가 평소에 잘 접하지 않거나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읽어 보고자 조성익 건축가의 을 읽고 후기를 쓴 적이 있다. 저자가 셰어하우스를 설계하고 후배 디자이너로 하여금 그 집에서 직접 살아보게 하며 불편한 점이나 개선해야 할 점을 짚은, 교양 인문학 수준의 책이었는데 그걸 읽으면서 이런 궁금증이 일었다. ‘여성을 위한, 또는 여성이 만든 건축물은 어떻게 다를까?’ 그래서 관련 서적을 찾아 읽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마침내 이 책을 발견했다.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 그리고 표지에 ‘처음 만나는 페미니스트 지리학’이라는 부제가 쓰여 있다. 아니, 이렇게 흥미로운 걸 어떻게 읽지 않을 수가 있어요! 읽고 나니 역시 내가 에서 접한 내용은 새.. 2023. 8. 14.
[책 감상/책 추천] 어맨다 몬텔, <워드슬럿> [책 감상/책 추천] 어맨다 몬텔, 알아 두면 쓸데없는 언어학 지식 하나. ‘slut’은 현대에 ‘성적으로 난잡한 여성’을 뜻하는 모욕이지만, 원래 이 단어는 “더럽거나, 지저분하거나, 단정하지 못한 습관 또는 외모를 가진 여자(a woman of dirty, slovenly, or untidy habits or appearance)”를 말했다. 즉, 먼지가 묻었다거나 해서 신체적으로 더러운 것을 뜻했다. 성적인 함의는 없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한 신데렐라 판본에서 신데렐라는 ‘신더슬럿(cinderslut)’, 즉 ‘재투성이인 더러운 여자애’라고 불렸다(참고). 그러다가 단어의 뜻이 바뀌어 ‘slut’은 이제는 성적으로 헤픈 여자를 가리키게 되었다(참고). 은 언어학자 어맨다 몬텔이 영어가 변화해 온 궤.. 2023.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