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호주 문화] 스타벅스는 왜 호주에서 망했을까? - 호주인들의 커피 사랑
물을 제외한 모든 것이 넘쳐나듯 풍요롭고,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모인 듯 이민자도 많은 이곳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서 의외로 찾아보기 힘든 것이 있다.
그것은 미국의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Starbucks)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호주에도 스타벅스가 있긴 있다. 대도시의 시내에 나가면 세네 곳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멜버른(Melbourne) 시내의 엘리자베스 가(Elizabeth Street)나 스완스턴 가(Swanston Street)에서.
하지만 이곳을 조금만 벗어나도 스타벅스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왜일까? 그건 호주인들이 커피를 지극히 사랑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카페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폴 바셋(Paul Bassett)'은 사실 한 호주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사실 그는 2003년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World Barista Championship)' 우승자로, 매일유업이 커피 전문점 론칭을 위해 그와 제휴를 맺고 그의 이름을 사용하는 중이다.
한국에서 커피 좋아한다는 사람 치고 그의 이름 한 번 안 들어 본 사람은 없겠지만(그가 호주인이라는 건 모른다고 해도), 호주에서 그는 전혀 유명인이 아니다.
왜냐하면 호주에는 실력 있는 바리스타가 많기 때문이다.
호주에선 커피가 너무나 인기가 있어서 특정 교외 지역(suburb) 안에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의 갯수를 세어 보면 그곳 땅값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호주인들은 커피를 좋아하고 커피의 맛과 질에 무척 관심이 많다(호주인은 하루에 커피를 평균 3, 4잔 마신다고 한다).
그들의 커피 사랑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1950년대 중반에 이탈리아인들이 호주로 이민 오면서 에스프레소 머신을 가지고 왔을 때부터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그 전까지는 호주인들도 평범한 필터 커피를 마셨다).
이곳저곳의 커피 원두를 섞지 않고 한곳에서 유래한(single origin) 커피 콩을 가지고 로스팅한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 산업도 호주인들의 입맛을 고급화시켜 기준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또한 호주 카페의 95%가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라고 하는데, 좋은 품질의 원두를 사용하고 실력 있는 바리스타를 고용하기 때문에 이 커피가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이는 다시 말하자면 프랜차이즈의 대중적이고 낮은 기준에 따른 커피 맛이 아니라 독특하고 전문성과 개성 있는 커피 맛으로 승부하는 카페들이 수없이 많다는 의미이다.
커피 전문점이 아닌, 일반 음식점이라도 커피가 수준 이하라면 그곳은 오래 살아남지 못하리라는 게 호주인들의 인식이다.
'플랫 화이트(flat white, 2/3은 에스프레소, 1/3은 스팀 우유이며 거품이 적은 커피)'를 처음으로 만든 곳도 호주이다(후에 인기를 얻어 뉴욕이나 런던으로도 이 커피 제조법이 퍼졌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벅스가 성공했다면 그게 더 신기했을 것이다.
스타벅스는 2000년에 호주에 진출한 이후 첫 7년간 1억 5천만 미국달러(호주달러로는 1억 4천 2백만)의 적자를 냈다.
2007년에는 호주 스타벅스는 총 5천 4백만 미국달러(호주 달러로는 7천 3백만)를 미국에서 빌려오면서 간신히 버텼다.
결국 2008년에는 총 87개 매장 중 61개 매장을 철수했다.
이제 스타벅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대도시 시내에서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아쉬울 건 없다. 스타벅스 아니어도 맛있는 커피를 파는 곳은 호주에 아주 많으니까!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호주에 오셔서 커피를 맛보시길 바란다.
참고한 책 및 웹사이트들:
Bunny Banayi, <100 Aussie Things We Know and Love>
Lonely Planet, <Australian Language & Culture>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6/02/0200000000AKR20170602162451030.HTML
https://www.sbs.com.au/news/thefeed/story/why-starbucks-just-cant-crack-australian-market
http://www.tcptraining.com/training-news/australian-coffee-culture-a-brief-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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