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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아론 고뎃, 기타 펄라필리, <Queenpins(쿠폰의 여왕)>(2021)

by Jaime Chung 2024.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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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아론 고뎃, 기타 펄라필리, <Queenpins(쿠폰의 여왕)>(2021)

 

 

실화를 바탕으로 한 코미디/범죄 영화. 내가 좋아하는 배우 크리스틴 벨이 나와서 흥미를 가졌는데 줄거리도 꽤 흥미롭다. 올림픽 경보 선수 출신인 코니(크리스틴 벨)는 아이를 갖기 위해 체외 수정을 네 번이나 시도했다. 거의 성공했으나 안타깝게도 아기를 잃은 후 코니는 남편 릭(조엘 맥헤일 분)과의 사이도 소원해지고, 쿠폰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아이의 방으로 쓰려던 방에는 쿠폰으로 사들인 물건이 잔뜩이고, 코니가 자주 가는 마트의 직원은 그녀를 ‘미친 쿠폰 아줌마(crazy coupon lady)’라고 부를 정도다. 어느 날, 코니는 자기가 산 시리얼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불평하는 이메일을 시리얼 제조사에 보내고, 사과의 의미로 쿠폰을 받는다. 마침 그 쿠폰의 할인 폭이 어마어마해서, 이런 쿠폰을 팔면 장사가 되겠다고 생각한 코니. 자기처럼 쿠폰에 열성적인 동네 친구 조조(커비 분)를 끌어들여 ‘쿠폰 사기(詐欺, scam)’를 시작하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썼지만 실제 사건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실제 사건은 로빈 라미레즈, 메릴린 존슨, 그리고 아미코 ‘에이미’ 파운틴이라는 세 명의 여인이 주범이었지만(참고), 영화에서는 코니와 조조, 딱 두 명이 주범으로 나오고 비비 렉사의 캐릭터 ‘템페 티나’는 IT 전문 조력자 수준으로 등장한다. 영화 속 코니와 조조는 시급 2달러를 받는, 멕시코에 있는 쿠폰 공장의 인부를 꼬드겨서 원래 파쇄해야 하는 여분의 쿠폰을 빼돌리고, 그걸 ‘savvysupersaver.com’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판매한다. 실제 사건의 범인들은 쿠폰을 이베이와 ‘savvyshoppersite.com’에서 팔았는데, 영화와 달리 추천제로 운영됐다. 기존 고객이 소개를 해 줘야만 이 사이트에 가입할 수 있었고, 가입하는 이들은 모두 이 사이트의 정보를 비밀로 하겠다고 서약해야 했다고.

크리스틴 벨과 커비는 좋은 호흡을 보이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또한 두 여성 주연의 위험하고 (때로는 바보 같은) 사기 행각만큼이나 또 웃음을 주는 것은, 두 남성 콤비다. 한쪽은 켄 밀러(폴 월터 하우저 분)라는 쿠폰 전문가이고, 다른 한쪽은 연방 정부 소속 우정국 감시관(postal inspector)인 사이먼 킬머리(빈스 본 분)이다. 두 인물은 실존 인물에 기반하지 않은, 순전히 허구적 인물인데 ‘경찰 콤비’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웃음을 준다. 켄은 ‘프록터 앤 갬블’ 측에서 쿠폰 때문에 손해가 너무 많이 난다며 이 쿠폰들을 조사해 달라고 부탁받은, 어디까지나 민간인이고, 사이먼은 실질적인 (필요하다면 경찰도 동원할 수 있는) 공권력까지 갖춘 진짜 조사관이다. ‘형사놀이’에 심취한 켄이 자기도 이 조사에 참여하게 해 달라고 사이먼에게 매달리고 또 이를 보다 못한 사이먼이 허락해 주니까 ‘과몰입’을 하는 게 웃음의 포인트이다. 그래도 이 둘도 나름대로 우정을 나누게 되는데, 사이먼이 제1차 세계 대전 시기에 쓰인 편지를 꺼내 보여 주며 편지가 사람들에게 가지는 의미를 보여 주는 장면(들)이 일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편지들은 아론 고뎃 감독(여담 또 하나, 이 영화의 공동 감독인 아론 고뎃 감독과 기타 펄라필리 감독은 부부 사이다)의 친구인 레오 설리번의 할아버지가 아내(즉, 레오의 할머니) 메리에게 썼던 실제 편지에 기반해서 만들어진 소품이다. 하지만 이름이라든지 주소 등은 전부 진짜에 기반했다고(참고).

블록버스터는 아니어도 재미있는 영화다. 현재 넷플릭스에서는 내려간 걸로 아는데, 만약에 이 영화를 접할 기회가 있다면 한번 보시라. 대박 명작까지는 아니어도 일단 시간이 아깝지는 않을 정도의 영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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