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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Crazy Rich Asians(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2018) - 제인 오스틴풍의 화려한 동양식 로맨틱 코미디

by Jaime Chung 2018.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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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Crazy Rich Asians(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2018) - 제인 오스틴풍의 화려한 동양식 로맨틱 코미디

 

 

감독: 존 M. 추(Jon M. Chu)

 

레이첼 추(Rachel Chu, 콘스탄스 우 분)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강의하는, 평범하다면 평범한 중국계 이민자 가정 출신 미국 여성이다.

그녀의 싱가포르 출신 남자 친구 닉 영(Nick Young, 헨리 골딩 분)은 자기 절친 콜린 쿠(Colin Khoo, 크리스 팡 분)가 결혼식을 올리는데 자기가 신랑의 들러리(best man)를 서게 되었다며, 자기와 같이 싱가포르에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 셈이니 부모님께 인사도 드릴 겸 해서 말이다.

그녀는 그러면 정말 좋겠다며 승낙하고, 출발하기로 한 날 정성스럽게 도시락을 싸 들고 공항에서 그를 만난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승무원들이 그와 그녀를 엄청 고급스러운 일등석으로 모시는 게 아닌가.

얼떨결에 따라가서 최고급 좌석을 보고 감탄하다가 어찌 된 일이냐 남친에게 물으니, 그는 부모님 형편이 좀 '넉넉하다'라고만 한다.

레이첼은 이제 자기가 남친 가족을 만나게 되었으니 적어도 자신이 어디에 발을 담그는지는 알아야 한다며, 솔직하게 가족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한다.

사실 알고 보니 그의 가족은 엄청난 부자였다. 싱가포르 창이 국제 공항에 내려서 만난 그의 절친 콜린과 예비 신부 아라민타(Araminta, 소노야 미즈노 분)도 부내가 철철 넘친다.

이 두 커플은 일단 그날 밤은 싱가포르 야시장에서 저녁을 먹으며 회포를 푼다.

다음 날, 레이첼은 이따 저녁에 닉의 할머니 댁에서 그의 가족을 만나 인사 드리기로 하고, 일단 대학 시절 친구 펙 린 고(Peik Lin Goh, 아콰피나 분)의 집을 찾아가 그녀의 가족을 만나러 간다. 그런데 웬걸, 그들도 으리으리한 집에 사는 부자였다.

더 놀라운 것은, 린 고의 가족들도 레이첼의 남자 친구네 '영'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 집안인지 알고 있다는 점이다.

펙 린 고의 말에 의하면, 그 가문은 아주 오래전부터 유서 깊은 부자였단다. 최근에 흥해서 가문을 일으킨 '졸부'가 아니고, 진짜 몇 대 전부터 부자인 '올드 머니(old money)'라고.

그러면서 그녀는 지금 네 그 '애 잘 낳게 생긴 옷'으로는 어림도 없다며 레이첼을 자신의 명품 옷으로 꾸며 준 후, 차에 태워 닉의 할머니 댁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레이첼이 준 집 주소를 GPS에 입력하고 안내를 따라가다 보니 웬 정글 같은 곳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게다가 무슨 정글 레인저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나 차를 확인하더니 대문을 열어 준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일단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야말로 으리으리한 대저택에서 성대한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도 모두 귀티 나게 생겼고, 비싼 옷을 휘감고 있었다.

그제서야 자신이 어떤 가문과 연을 맺게 된 것인지 알게 된 레이첼, 그녀는 과연 이 숨막히게 치열한 부자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닉의 돈을 보고 접근한 거라고 오해받는 건 아닐까?

 

'네 그 애 잘 낳게 생긴 옷으론 어림도 없다'며 레이첼을 메이크오버 시켜 주는 펙 린 고(왼쪽).

 

영 가문 사람 중 레이첼(왼쪽)에게 힘이 되어 주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인, 닉의 사촌 애스트리드(오른쪽). 

 

레이첼의 코를 보고 복스러운 코라고 하는 할머니.

 

케빈 콴(Kevin Kwan)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타이완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황(Huang)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인기 미드 <Fresh Off The Boat>의 제시카 캐릭터로 잘 알려진 콘스탄스 우(Constance Wu)가 이 어마어마한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을 맡았다.

남주인공 역의 헨리 골딩(Henry Golding, 포스터에서 왼쪽)은 국내에서는 다소 인지도가 낮은 배우이긴 하지만 상당한 미남으로(!) 과연 이 영화의 규모에 어울리는 비주얼이다.

여기에 <Ocean's Eight(오션스8, 2018)>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아콰피나(Awkwafina)와 미드 <Community(커뮤니티, 2009-2015)>나 영화 <The Hangover(2009)> 시리즈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켄 정(Ken Jeong)이 코믹한 연기로 극의 재미를 더한다.

 

이 작품은 이미 개봉 전부터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상업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주·조연이 아시아인이라는 점으로 눈길을 끌었다.

아시아인들이 대거 등장해서 자신의 문화가 담긴 영화를 만들고 또 대중에게 좋은 평을 받는 건 그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걸 정말 애쓰지 않고 해낸다(부분적으로는 각본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아래에 다시 할 것이다).

마블(Marvel)의 <Black Panther(블랙 팬서, 2018)>가 전 세계 아프리카계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의 자랑이 되는 슈퍼 히어로를 제시함으로써 큰 인기를 끌었다면, 이건 아시아인들을 위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써 비슷한 영향력을 끼친다.

아시아인들이 자신들이 중요시하는 가치를 담은 이야기를 자신들의 얼굴을 내세워 우리들에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시아인들이 우스꽝스러운 오리엔탈리즘적인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는 이야기를 얼마나 바라 왔던가!

 

미디어 속 소수자(minority) 묘사(representation)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나는 우피 골드버그(Whoopi Goldberg), <스타 트렉(Star Trek)>, 그리고 한 인용구가 떠오른다.

우피 골드버그는 9살 때 TV를 보다가 <스타 트렉>이라는 SF 드라마에서 흑인 여인이 나오는 걸 보고 깜짝 놀라서 온 집 안을 돌아다니며 다들 들으라고 이렇게 말했단다.

"어서 와서 보세요, TV에 흑인 여자가 나오는데 메이드가 아니에요(There's a black lady on television and she ain't no maid)!"

당시는 성, 인종, 성적 지향 등 개성이 다양한 캐릭터가 그려지던 시대가 아니었다. 성은 남자가 다수, 인종은 태반이 백인이요, 성적 지향은 당연히 이성애뿐이었다.

그런 시대에 흑인 여성으로 우주선에 탑승해 통신 장교라는 역할을 맡고 있는 '우후라(Uhura)'라는 캐릭터의 등장은 거의 혁명적이었다.

우피 골드버그는 그녀를 보고 꿈을 키운 소녀들 중 한 명이었고, 나중에 그녀는 우리가 알듯이 뛰어난 배우가 되었다(이건 여담이지만, 보통 우리는 코믹한 분위기가 강한 우피 골드버그의 지금 이미지에 익숙하기 때문에 젊었을 적 그녀가 썩 준수한 외모로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를 맡았다는 말을 들으면 '설마!' 하고 놀란다. 하지만 사실이다. <Corrina, Corrina(코리나 코리나, 1994)>를 보시라!)

메이 C. 제미슨(Mae C. Jemison)도 그런 소녀들 중 하나로, 그녀는 미국 최초로 흑인 여성 우주 비행사가 되었다.

내가 미디어 속 공평하고 편견 없는 소수자 묘사에 대해 이야기할 때 "볼 수 없으면 될 수 없다(If she can't see it, she can't be it)"는 말을 떠올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흑인 여성에게 최고의 배우나 최초의 우주 비행사가 될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그들 안에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그런 대단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알려 주지 않았기 때문에 전에는 그런 능력을 보인 흑인 여성이 적었던 것뿐이다.

아시아인 같은 소수 인종에게도 같은 묘사가 필요하다. 기득권 세력이 '너희는 이래' 하고 말해 주는 것 말고, 우리가 스스로 '우리는 이래' 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우리가 보기에 이 극의 이야기 구조는 의외로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다.

레이첼은 중국계이긴 하지만 미국에서 자랐다는 이유로 영 가문의 사람들에게 '외국인' 취급을 받는다.

그녀는 개인적 야심이나 열정, 개인의 행복 추구 같은 서구적 가치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이에 맞서는 반대편의 수장 격인 엘레노어(Eleanor, 양자경 분), 즉 닉의 어머니는 가족과 가문, 전통 유지 같은 동양적 가치를 나타낸다.

레이첼은 미국으로 이민 온 중국인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극 중에서 딱히 미국에서 다른 동양인 친구와 같이 있는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반면에 닉이 레이첼과 디저트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던 카페엔 어떤 싱가포르계 여자가 몰래 그들의 사진을 찍고, 자신이 엿들은 이야기를 SNS에 올린다. 이 커트는 재치 있고 빠르게 편집되어 수십 분만에 싱가포르에 있는 닉의 어머니까지 이 사실을 알게 되는 다음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는 인맥, 인간 관계, 사회성이 중요한 동양 사회의 일면을 보여 준다.

사실 이 영화의 최소 65%는 영어로 진행되고 35% 정도가 (자막이 달린) 중국어로 진행되지만, 등장인물들이 영어를 할 때도 레이첼은 혼자 튄다.

레이첼만 미국식 액센트로 영어를 하고, 다른 모든 아시아인들은(타이완, 싱가포르, 대만 할 것 없이) 영국식 액센트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19세기 아편 전쟁 때부터 중국이 영국과 깊은 관계를 맺어 왔기에 중국인들은 영국식 영어를 선호하는 듯하다(미국으로 이민 간 중국인들을 제외한다면).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중국인들은 영어 이름을 사용할 때도 어딘가 옛스럽고 약간 젠체하는 느낌을 주는 이름들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 영화 속 등장인물들만 봐도, '애스트리드(Astrid, 닉의 사촌)'나 '엘레노어(위에서 말했듯 닉의 어머니)', 그리고 '알리스터(Alistair, 닉의 재수 없는 사촌)' 같은 고색창연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외국인이 자신의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할까 영어식 이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래도 우리는 '제시카(Jessica)'라든가 '에디(Eddie)' 같은, 현대에 흔히 쓰이는 대중적 이름을 많이 쓰는 편 아닌가?

적어도 나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한국인이 영어 이름 짓는데 '헬레나'라고 하겠다든지, '베네딕트'라고 불러 달라든지 하는 건 못 봤다.

이건 아마 우리나라에선 영국식 영어보다 미국식 영어를 선호하는 경향과도 관련이 있지 않나 싶다.

 

어쨌든, 극 중에 정말 중국스러운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바로 레이첼이 엘레노어와 마지막으로 만나 마작을 하며 담판을 짓는 장면이다.

위에서 말했듯 엘레노어는 동양의 가치를 대변하고 레이첼은 서양적 사고를 한다.

그래서 엘레노어는 마작을 하면서 '너는 외국인이라 모르겠지만 가족, 전통은 중요한 거야' 하며 그 가치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때 둘의 마작 패를 카메라가 보여 주는데, 나처럼 마작 잘 모르시는 분들은 이 장면 끝나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서도 '그게 도대체 뭐였던 거야?'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서 간단히 설명 드리려고 한다.

나도 IMDB 트리비아를 읽고서야 알았다. 이 부분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미리 말씀드리겠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면 아래 원작 소설 겉표지 그림 아래의 문단은 재빨리 넘기셔서 그다음에 <China Rich Girlfriend>라는 책 겉표지가 나올 때까지 내리시라. 

마작 장면을 보고 나서 이해가 어려우신 분, 또는 영화를 볼 건데 미리 알고 가고 싶다는 분만 읽어 보시면 된다.

 

 

 

카메라에 잡힌 레이첼의 패, 그러니까 M자가 하나는 위에 뒤집혀 있고 하나는 아래에 똑바로 받치고 있는 모양으로 생긴 패는 8삭(索, 條)이라고 한다.

숫자 8과 '대나무'를 가리키는 '삭' 자가 합쳐진 것인데, 나중에 레이첼은 고민하다가 이 패를 테이블 가운데에 버린다(놔둔다).

마작에서는 필요 없는 패를 이 가운데에 버리고('산'이라고 한다), 플레이어는 여기에서 자신이 필요한 패를 가져와 자신의 패를 완성할 수 있다.

당연히 점수가 가장 높은 패를 완성하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고.

레이첼이 버린 이 8삭을 엘레노어가 가져가서 자신의 패를 완성하고 나중에 자신 있게 보여 준다.

레이첼이 자신의 패를 보여 주고 그곳을 어머니와 같이 떠나는데, 엘레노어는 놀란 눈치다.

8삭은 사실 레이첼의 패를 완성시킬 수 있는, 말하자면 '비장의 카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레이첼은 자신의 말대로, 닉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바라기 때문에 닉을 위해서 그의 청혼조차 거철했다. 자신이 청혼을 받아들이면 어머니를 비롯한 영 가문 사람과는 연을 끊어야 하니까, 그건 바라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자기가 그를 떠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거다.

그래서 닉을 포기했듯이 레이첼은 이 마작 게임도 일부러 져 준다. 엘레노어가 레이첼의 패를 보고 놀란 것은 바로 그 이유이다.

 

<China Rich Girlfriend>는 작가 케빈 콴이 <Crazy Rich Asians> 다음으로 출간한 소설이다.

 

아, 부제에도 썼지만, 나는 이 영화를 보고서 '와, 제인 오스틴(Jane Austen) 소설 같다!'고 생각했다.

기껏 위에 동양인의 묘사 어쩌고 해 놓고서 웬 서양 작가 이야기냐 싶겠지만, 들어 보시라.

제인 오스틴은 남성들이 거의 장악하던 서양 문학계에서도 인정받는, 몇 안 되는 고전 여성 작가들 중 하나이다.

현대로 오면서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Chimamanda Ngozi Adichie) 같은 비백인, 여성 작가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지만, 18세기에 저 정도 알려진 여자 작가는 정말 한 줌 정도 아닌가.

난 그렇게 '일단 남자들도 한 수 접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제인 오스틴의 위치를 좋아하지만, 사실 제일 마음에 드는 건 그녀의 소설 속에서는 남자들이 여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아 보인다는 점이다.

여자들은 직업도 없고, 딱히 자기 재능을 펼칠 방도도 없어서 최대 관심사가 연애, 결혼, 자식 키우기인 것 같은 이 사회에서 오직 여주인공들을 순결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남주인공들이라니!

재산의 차이, 가문의 높고 낮음 따위 상관하지 않고 오직 여주인공의 뛰어난 지성, 아름다운, 빛나는 매력만을 보고 그녀를 사랑하는 그들이라니! 이거야말로 진정한 로맨스 아닌가.

가족을 위해 좀 더 '나은 조건의' 여자를 골라야 하지만 오직 여주인공을 사랑하고 오직 그녀들을 위해 존재하는 남자 캐릭터들.

간단히 요약하자면 '사랑과 가족/돈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 하는 게 제인 오스틴 소설이고 그 말은 바로 이 영화에도 통한다.

스포일러를 할 수는 없지만 여러분이 영화의 후반부를 보시면 이게 다 무슨 말인지 다 이해하실 것이다. 

이건 정말 솜씨 있게 잘 쓴 각본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세련되게 제인 오스틴풍의 로맨틱 코미디를 동양식으로 재해석해서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내가 이 영화에서 제일 감탄한 부분이기도 하다.

 

리뷰를 다소 길게 썼는데, 그만큼 할 이야기가 많은 영화여서 그렇다.

이 영화는 '진짜 부자들'의 돈지랄(...)도 참 화려해서 눈요기할 거리도 많지만, 역시 가장 큰 매력은 각각의 캐릭터가 확고한 개성을 갖춰서가 아닐까 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름은 몰라도(자막이 있든 없든 이름은 살짝 놓칠 수 있으니까) 얼굴이랑 그 사람이 어떤 인물이었다 하는 것이 모두 다 기억에 남는다.

그 정도로 등장인물의 색깔이 확실하고, 그것은 즉 영화의 재미와 웃음이 어느 정도 보장되었다는 의미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마음에 든 캐릭터는 아콰피나가 맡은, 레이첼 친구 역하고 그녀와 죽이 척척 맞는 올리버(Oliver, 니코 산토스 분).

이렇게 아시아인이 등장인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역시 중국 자본의 힘이 아닐까 싶다.

애초에 영화 제목도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고 포스터도 동양인 주인공의 모습을 담은 데다가 배경 그래픽도 동양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기지 않나(영화 끝나고 크레디트 올라갈 때 나오는 영상도 덤플링이나 호랑이 등 아주 동양적인 오브제로 가득 차 있다).

이 영화가 성공하리라고 영화사에서 예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Crazy Rich Asians>의 2편도 이미 제작이 예정되었다고 한다(위에서 잠시 2편 얘기를 했는데 원래 원작 소설도 총 3권이 시리즈이다). 크으, 난 이제 1편을 봤는데 2편이 벌써 기다려진다!

 

 

덧붙여서 이렇게 아시아인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영화를 더 찾는다면 귀여운 한국계 소녀가 나오는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영화 <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2018)>를 추천한다.

이 역시 한국계 작가인 제니 한(Jenny Han)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인데, 여주인공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저자가 이 책을 출판한 후 영화화자는 제의를 많이 받았는데, 그 조건이 '여주인공을 백인으로 바꾼다'라는 거였단다.

정말 큰돈을 주겠다는 스튜디오도 있었는데, 다 거절하고 지금의 동양인 여주 설정을 그대로 가져가자는 지금의 스튜디오를 만나 계약했고, 그래서 정말로 동양인 배우(라나 콘도르(Lana Condor)라는 베트남계 미국인 배우)가 '라라 진(Lara Jean)' 캐릭터를 맡게 되었다.

화이트 워싱(원래 뜻은 '백색 도료를 바르다, 눈가림하다'라는 뜻의 단어지만 영화계에서는 비백인계 캐릭터 역에 백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행위를 가리킴)을 막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어쨌거나 이 영화도 뽀작뽀작 무척 귀여우니 한번 보시라 ㅎㅅ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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