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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A Simple Favor(어 심플 페이버, 2018) - 패셔너블한 미스터리, 그녀는 누구인가?

by Jaime Chung 2018.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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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A Simple Favor(어 심플 페이버, 2018) - 패셔너블한 미스터리, 그녀는 누구인가?

 

 

감독: 폴 페이그(Paul Feig)

 

스테파니(Stephanie Smothers, 안나 켄드릭 분)는 아들 마일스(Miles, 조슈아 사틴 분)를 키우고 있는 싱글 맘으로, 레시피를 알려 주는 영상으로 인기 있는 블로거이기도 하다.

어느 비 오는 날, 그녀는 아들 마일스의 절친인 니키(Nicky, 이안 호 분)의 엄마인, 세련되지만 차갑고 감히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포스의 에밀리(Emily, 블레이크 라이블리 분)를 만난다.

니키는 마일스와 플레이데이트(playdate, 부모들끼리 잡는 자녀들의 놀이 약속)를 하고 싶어 하는데, 에밀리는 니키에게도 쌀쌀맞을 뿐 아니라 니키와 마일스의 뒤치다꺼리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스테파니는 에밀리의 멋진 패션과 카리스마에 반해 어떻게든 마일스와 니키가 같이 놀게 해 주려고 한다. 결국 에밀리는 반쯤은 졌다는 듯, 그리고 반쯤은 귀찮다는 듯 자기 집으로 스테파니(와 마일스)를 초대한다.

아이들끼리 노는 동안 스테파니는 에밀리와 술 한잔을 하게 되는데, 에밀리는 보드카를 물처럼 목구멍에 들이붓는다.

또한 에밀리는  계속 사과하는 버릇이 있는 소심한 스테파니에게 '절대 미안하다고 사과하지 말라'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처음 만남을 가진 후, 에밀리는 스테파니를 자주 자기 집으로 초대해 술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들 학교의 다른 엄마(그리고 아빠)들은 에밀리가 스테파니를 애 보모로 고용한 줄 알았다며 비꼬기도 하지만, 스테파니는 그저 에밀리라는 멋진 사람이 자기 친구가 된 것 같아 기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스테파니는 마일스와 니키가 재밌게 놀도록 돌봐 주다가, 일 때문에 뒤늦게 니키를 데리러 온 에밀리를 만나 그녀의 사진을 찍는다.

에밀리는 정색을 하며 당장 사진을 지우라고 말하고 육두문자(평소에도 욕을 잘하긴 했다)를 쏟아낸다. 스테파니는 당황하며 사진을 지운다.

그러고 나서 며칠 지나지 않아 에밀리는 '간단한 부탁 하나(a simple favour)' 하나만 들어 달라며, 니키를 학교에서 데려와 달라고 전화한다. 

스테파니는 당연히 그러겠다며 에밀리가 바쁜 일이 있겠거니, 하고 니키를 마일스와 같이 자기 집으로 데려와 같이 놀게 한다.

그런데 에밀리는 그날 저녁이 되어도 애를 데리러 오기는커녕,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 에밀리의 남편 션(Sean Townsend, 헨리 골딩 분)에게 연락을 해 보니, 자기는 어머니가 엉덩이를 다치셔서 지금 런던에 있다고, 가능한 한 빨리 니키를 데리러 가겠다고 한다.

그다음 날 션이 니키를 데리러 왔는데도 에밀리는 여전히 연락두절. 경찰에게 실종 신고를 하긴 했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스테파니는 에밀리를 찾기 위해 자신이 직접 나서야겠다고 생각하고, 자기 블로그 영상을 보고 들어온 이메일 제보를 따라 에밀리의 흔적을 밟아 나가는데...

 

레시피를 가르쳐 주는 영상을 촬영 중인 스테파니(이건 정확히 말하자면 죽은 영혼을 보내 주는 방법에 대한 영상이었던 듯).

 

매니시한 정장을 입어도 찰떡인 에밀리

 

잠시 니키를 돌봐 달라는 에밀리의 부탁 전화를 받은 스테파니

 

서로서로 비밀을 털어놓는 스테파니와 에밀리

 

다시 벨(Darcey Bell)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우리나라에는 <부탁 하나만 들어줘>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왔다(아직 안 읽었는데 읽어 볼 생각이다).

우리에게는 <Spy(스파이, 2015)>로 잘 알려진 폴 페이그 감독의 신작이다.

다만 이번 영화는 코미디는 아니다. 웃음기 싹 뺀, 진지한 범죄/스릴러극인데 폴 페이그 감독의 전작을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약간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페이그 감독은 대놓고 코미디가 아닌 영화는 (여태껏) 딱 두 편밖에 안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게 그 두 번째 영화고 첫 번째는 <I Am David(아이 엠 데이빗, 2015)>이다.

중간중간 유머스러운 연출이나 대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대놓고 마구 '웃으세요!' 하는 영화는 아니다.

 

에밀리 역의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십 걸(Gossip Girl, 2007-2012)>의 '세레나(Serena van der Woodsen)'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데다가, 스테파니 역의 안나 켄드릭 역시 국내에서 <피치 퍼펙트(Pitch Perfect, 2012)> 3부작으로도 잘 알려졌으니, 이 영화도 국내에서 여성 팬들 위주로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은 폴 페이그라는 감독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일단 흥미를 유발하고 시놉시스 자체도 재미있어 보이지만, 무엇보다 극 중 에밀리의 패션이 관객들의 눈길을 끌지 않을까 싶다.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스토리상 도망자 신세라) 꾸미지 못한 모습도 나오긴 하는데, 일단 꾸미고 나왔다 하면 정말 어쩜 저렇게 멋지지 싶을 정도로 기가 막히다.

아래 예고편 영상에도 나오지만, 첫 등장부터 매니쉬(mannish)한 정장을 입고 검은 우산을 들고 차에서 나오는데, 와, 진짜 멋졌다.

더 놀라운 건, 그렇게 에밀리를 만나 자기 집으로 데리고 와서 술 한잔을 기울이는 동안 재킷을 벗는데, 그 안에 입은 셔츠 같은 게 앞섶만 있는, 클립 같은 걸로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옷이었던 거다.

재킷 밖으로 빼꼼 모습을 드러낸 셔츠 소맷부리도 역시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거의 팔찌에 가까운 액세서리였다.

솔직히 나는 이걸 보고서 상영관에서 '뭐야, 스트리퍼 옷이야?' 생각했는데,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옷도 살려 낸다.

'누가 현실에서 저런 옷을 입고 다녀?' 싶은 옷, 패션 쇼 아니면 최소 화보 촬영용 같은 옷도 그녀는 이 영화 속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단정하고 청순하며 깔끔한 안나 켄드릭의 극 중 스타일도 예쁜데, 그건 그냥 현실적으로 입고 다닐 만한, 참한 스타일이고, 반면에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극 중 스타일은 정말 '워너비'스러우면서도 비현실적으로 멋지다.

나는 단연코 이 영화의 매력은 극 중 패션이 50%를 차지한다고 말하겠다.

솔직히 이야기 진행되는 거야 그냥 대사 안 듣고/자막 안 봐도 대충 이러이러한 이야기구나 하고 알 수 있는 데다가, 원한다면 원작 소설을 읽어도 되지만, 패션은 시각적인 것이다 보니 영화만큼 이걸 잘 살릴 수 있는 전달 매체가 없다.

만약 여러분이 패션에 관심이 있다, 또는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쩔어 주는 옷발을 보고 싶다 한다면 나는 이 영화를 추천한다.

 

나는 영화 후반에 이야기가 약간 급하게 휙휙 흘러간다고 느끼긴 했는데, 이야기가 느려 터져서 진행이 안 되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한다.

후반에 밝혀지는 에밀리의 정체가 정말 (고작) 그거라고? 하고 약간 실망할 수는 있다.

그렇게 '위험한 여자', '비밀이 많은 여자' 하고 에밀리에 대해 마구 이런저런 억측을 하게 만들어 놓고선... 에걔? 싶을 수 있다.

애초에 에밀리 같은 여자가 패션계(이건 스포일러 아니다. 이게 진짜 정체가 아니니까!)에서 일한다는 설정은, 그냥 에밀리가 멋있는 대상으로 보일 수 있게, 늘 명품을 휘감고 다니는 여자로 만들어도 어색함이 없게 그냥 갖다 붙인 거 같다.

실제로 이런 성격, 이런 뒷배경을 가진 사람이 패션 홍보계에서 일을 잘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뭐, 그건 그냥 내 생각이고 실제로는 성격이 개차반이어도 일은 잘할 수 있지.

어쨌거나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어떻게 에밀리가 영화 내내 비싸 보이는 옷을 휘감고 나오는지, 그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말라는 거다.

내 생각에 그 쩔어 주는 패션은, 폴 페이그 감독이 이 영화에서 나름대로 세련된 영상미를 위해 일부러 신경 쓴 부분인 거 같다.

일단 포스터도 감각적이고 세련되면서 심플하게 예쁘게 잘 뽑지 않았나. 그런 느낌을 영화에서는 패션으로 보여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영화에 배경 음악으로 삽입된, 뭐라고 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일단 멋있고 시크하게 들리는 프랑스어 노래와 비슷한 느낌의 미학이라고 할까.

 

패션 이외의 이야기를 잠시 거들떠 보자면, 에밀리의 남편 숀 역은 <Crazy Rich Asians(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2018)>에서도 남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헨리 골딩이 분했다.

에밀리가 사라진 후(영화 중반쯤 시신이 발견된다) 숀은 스테파니와 서로 끌리는 걸 느끼고 둘은 죄책감,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서로를 밀어내지 못한다.

그 와중에 니키는 죽은 엄마를 봤다고 하고 숀은 니키가 엄마를 너무 그리워한 나머지 헛것을 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스테파니는 에밀리를 대신할 생각은 없었지만 어쩌다 보니 자기 아이 마일스뿐 아니라 니키의 어머니 역을 맡게 된다.

그리고 에밀리의 유령이 자기를 괴롭히는 것 같은 경험을 한 후 스테파니는 그녀의 '베프'의 진짜 정체를 찾아 나가게 되는데...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나는 원작을 먼저 읽지 않아서 영화를 봤을 때 반전의 충격이 크게 느껴졌다.

생각해 보니 내가 예고편조차 안 보고, 폴 페이그 감독 작품이라는 것과 시놉시스 한 세 줄 정도밖에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관에 가서 본 거라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 예고편을 봤더니 대략 어떤 분위기인지, 극이 어떻게 진행될지 떡밥을 마구 날려 줬네 하는 생각이 든다.

예고편을 보고 가신다면, 그리고 눈치가 조금 빠른 편이라면 영화 보시면서 '아, 그럴 거 같더라' 하실 것 같다.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이렇게만 말하겠다.

영화를 조금 더 재미있게 보고 싶으시다면 1. 예고편을 보지 않는다. 2. 원작도 읽지 않는다. (아니면 예고편/원작을 보고서 잊어버린다) 3. 영화 속 패션에 집중한다.

감독이 원작을 영화로 얼마나 잘 옮겼는지는 모르겠다만, 나중에 원작 소설을 읽고 그에 대해서도 감상을 써 볼까 한다(쓸 가치가 있다면).

 

위에서 말했듯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극 중 패션을 잠시 맛보기로 보시라고 예고편 영상을 올려 두고 글을 마친다.

그리고 그 아래는 알라딘에서 찾은, 소설 시놉시스를 짧고 흥미롭게 요약한 책 안내 그래픽이다. 이야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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