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Paper Planes(종이 비행기, 2014)
왼쪽이 케빈, 오른쪽이 딜런이다
종이비행기 대회 예선 장면
긴장되는 결선의 순간
감독: 로버트 코놀리(Robert Connolly)
딜런(Dylan, 에드 옥슨볼드 분)은 아내, 즉 딜런의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후 무기력해진 아버지 잭(Jack, 샘 워싱턴 분)과 살고 있다.
어느 날, 교생 선생님이 딜런네 반 아이들에게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법을 가르쳐 주며, 25m 이상 날리면 '청소년 종이비행기 세계 챔피언 대회'의 지역 예선에 참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딜런의 종이비행기는 마침 문을 열고 들어온 선생님을 지나 교실을 빠져나가 운동장을 향해 아주 오래 날아가다 착지한다. 이에 고무된 딜런은 일단 지역 예선에 참가하겠다고 마음먹는다.
딜런은 자신을 괴롭히는 같은 반 케빈(Kevin, 줄리안 데니슨)과도 친해져 둘은 같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연습을 하게 될 정도이다.
마침내 지역 예선 당일이 되었지만 자신을 예선이 열리는 곳으로 데려다줄 아버지는 일어날 기미가 안 보인다. 어쩔 수 없이 아버지 지갑에서 돈을 슬쩍하고 혼자 당당히 출발하는 딜런.
과연 딜런은 청소년 종이비행기 세계 챔피언이 되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오스트레일리아/호주를 배경으로 하는, 아주 가볍고 산뜻한 가족 영화이다. 타깃은 애들이지만 어른이가 보아도 무난하게 재미있다.
<Alexander and the Terrible, Horrible, No Good, Very Bad Day(난 지구 반대편 나라로 가버릴 테야, 2014)>의 알렉산더 역을 맡았던 에드 옥슨볼드를 기억하시는지?
그 소년이 <Alexander (....)>로 얼굴을 알리기 전에 다소 덜 대중적인 이 호주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
여러분이 <Deadpool 2(데드풀 2, 2018)>에서 '파이어피스트' 역으로 기억하실 줄리안 데니슨도 등장한다.
이 귀여운 애긩이들만 봐도 일단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기분이 들지 않는가(이게 내가 애들 영화를 보는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게다가 영화 소재도 애다운 종이비행기라니! 완전 귀여워ㅜㅜ!
나름대로 스포츠 영화(!)라서 주인공과 날을 세우며 대립하는 라이벌도 등장하는데, 무려 잘나가는 골프 선수 아버지를 둔 제이슨(Jason, 니콜라스 바코풀로스-쿡 분)이다.
다만 기껏해야 종이비행기일 뿐인데 "이게 제 챔피언십 데뷔니까 잘 지켜보시라고요." 따위의 대사를 치는 게 조금 가소롭고 웃기긴 한다ㅋㅋㅋㅋ
사실 나도 "'청소년 종이비행기 세계 챔피언'이라니 정말 영화를 만들려고 오버가 심하시네요 ㅎㅎㅎ 그렇지만 귀여우니 봐드림ㅋ"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았는데, 후에 검색해 보니, 놀라지 마시라, '종이비행기 세계 챔피언 대회'는 실제로 존재한다고!
PAA, 즉 종이비행기 협회(Paper Airplane Association)가 정한 규칙에 따라 무려 레드불(우리가 아는 그 에너지 드링크를 만드는 회사 말하는 게 맞는다)이 주최한다고 한다. 덕분에 대회의 정식 명칭도 'Red Bull Paper Wings'이다.
3년에 한 번 열리고, 지난번에 열린 건 2015년이므로 올해 2018년에 또 열린다.
세상에, 난 그냥 영화 만들려고 지어낸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이 영화는 ABC 방송의 <Australian Story>라는 프로그램의 "Fly With Me"라는 에피소드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사실 그냥 영감을 받았다는 정도로 표현하는 게 더 가까울 거다.
이 에피소드는 딜런 파커(Dylan Parker)라는 호주 종이비행기 국가 대표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는 2009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세계 종이비행기 챔피언 대회에 출전하기 얼마 전에 자신의 뇌에 골프공 크기만 한 뇌종양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비행기를 향한 사랑과 열정으로 그는 위기를 이겨낸다, 뭐 그런 감동적인 이야기 되시겠다.
이 영화 <Paper Planes>의 감독, 로버트 코놀리는 예전부터 아이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딜런 파커에 대한 에피소드를 보고는 '이거다!' 생각했단다.
결과적으로 딜런 파커의 삶에 대한 영화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영화 개봉 때 감독이 딜런 파커를 초대해 같이 영화를 감상했다고.
딜런이 시드니에서 열린 청소년 종이비행기 세계 챔피언 대회의 본선에 진출하고, 거기에서 만난 일본 여자애 키미(Kimi, 에나 이마이 분)와 서로 꽁냥꽁냥 나름대로 연애하는 모습이 참 귀엽다.
키미는 등장할 때마다 컬러풀한 팔찌며 치렁치렁한 목걸이 등을 하고 열 손가락 다 곱게 매니큐어를 한 모습인데 일본 아이라는 설정에 참 충실한 듯ㅋㅋㅋㅋ 뽀시래기가 그런 액세서리를 하니 그렇게 귀여울 수가!
아, 대망의 결선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다는 설정인데, 정작 본선 진출 선수들을 보면 한국인은 없는데 관객석에 태극기를 들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보인다ㅋㅋㅋㅋ
뻘하게 '종이비행기'는 맞춤법 규정상 붙여 쓰는 게 맞는 건데 왜 영화 제목에는 띄어서 썼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Alexander and the Terrible, Horrible, No Good, Very Bad Day>도 '난 지구 반대편 나라로 가버릴테야'라고 '가버릴'과 '테야'를 붙여서 영화 제목이랍시고 등록해 놨으니 환장할 판이다.
나는 위에서 일부러 띄어 쓰기를 해 놨는데, 진짜 이거 내가 고칠 수 있는 방법만 있으면 고치고 싶다. 아주 손이 드릉드릉...
어쨌거나,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첫째, '아, 애들 귀여워라.'
둘째, '세상에 종이비행기 세계 챔피언 대회라는 게 있다니 세상은 넓고 '이상한' 사람들은 많구나.'
여기서 '이상하다'는 건 나쁜 뜻이 아니다. '나 같은' 사람, 영어로 하면 'kindred spirit(마음이 맞는 사람, 관심사나 목표가 비슷한 사람)'이라고 할까.
우리는 때때로 '으아아아 아무도 날 이해 못 해!' 하고 자괴감을 느끼곤 하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지구에 사람이 산 지도 몇천 년이 넘었고,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정말 지금 내가 가진 이 문제로 고민해 본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을까? 그럴 리가!
지금 이 시대에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최소 몇백 명은 되겠지. 그러니까 '그까짓 것' 싶은 종이비행기 대회가 열리는 것 아니겠나.
네 단어로 줄이면, 위대한 마이클 잭슨의 노래대로, '유 아 낫 얼론(You are not alone).'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지금 고민하는 문제도 정말 별것 아니구나 싶어서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나름대로 우정과 꿈, 열정, 그리고 가족의 사랑 등등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아동용 스포츠 영화였다.
머릿속이 혼탁해서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을 보며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고 싶을 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