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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나이토 요시히토, <만회의 심리학>

by Jaime Chung 2020.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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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나이토 요시히토, <만회의 심리학>

 

 

'뜻밖의 기회를 얻는 일상의 심리 기술'이라고 책 표지에 쓰여 있는데, 내 생각엔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고 관계를 좋게 유지하기 위한, 직장인(그중에서도 세일즈 쪽?)을 위한 심리학 책이라 보는 게 가까울 것 같다.

솔직히 일본인 작가가 쓴 이런 심리학 책을 정말 많이 읽어 봐서 이 책이 딱히 다른 책들에 비해 뛰어나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쓰레기는 또 아님. 그냥 충실한 책이라고 할까. '그렇지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

예컨대 이런 것들.

우리는 단순히 몇 번 마주한 얼굴에서 친근감을 느낀다. 이것이 단순 접촉 효과다. 처음에는 그다지 인상이 좋지 않았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두 번, 세 번, 얼굴을 마주하는 빈도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저절로 당신의 두 번째 인상은 좋아질 것이다. 이것이 보통의 과정이다. 따라서 딱 한 번만 도전하고 그냥 포기하면 너무 아깝다.
물론 우리의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반성하겠다', '죄송하다'고 말해도 말은 눈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선물은 마음을 형상화한 것이기에 확실하게 눈에 보인다.

말로만 사과하고 끝내려는 사람은 인간의 심리를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아무리 싸구려거나 또 하찮은 물건일지라도 그래도 역시 뭔가 선물을 하거나 가격을 깎아 주고, 또 현실적으로 이익을 주려는 모습을 보이면 그 마음이 고스란히 상대에게 전달될 것이다.

 

 

이 책에서 내가 크게 공감한 두 가지만 꼽자면 이거.

첫째, 외모보다 성격이 중요하다.

오래 계속해서 만날 사람은 외모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같이 있을 때 '기분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기분 좋은 사람'은 당신의 성격으로 결정된다. 내가 세미나에서 '내면을 갈고닦자'고 조언하면 이렇게 대꾸하는 사람이 꼭 있다.

"선생님, 그런 태평한 소리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저는 당장 매력적으로 보이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만나자마자 단박에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다. 무표정으로 뚱하게 있지 말고 얼굴에 미소를 띠거나 밝은 표정을 짓자. 또 헤어스타일을 산뜻하게 바꿔 생기발랄한 모습을 하고 밝은 색깔의 넥타이나 스카프를 고르자.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단기적으로 호감을 사는 방법이다. 장기적으로 오래 관계를 맺고 싶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 주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만남을 오래 지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려면 첫째도 성격, 둘째도 성격이다. 외모는 크게 상관없다. 성격이 좋으면 상대방은 당신과 오래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진짜 지독한 얼빠가 아니고서야 웬만해서 사람들은 얼굴만 가지고 배우자, 애인, 또는 친구를 고르지 않는다. 

자기 외모 때문에 애인 또는 친구가 없다는 건, 글쎄, 그건 그냥 자기 성격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게 아닐까.

외모에 심각한 콤플렉스가 있어서 대인 관계에 자신이 없을 수는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못생겨서 남들이 나를 싫어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건 사실이 아니다. 

첫째, 사람들은 당신 외모가 아니라 성격을 가지고 이 사람과 친구/애인이 될 건지 말 건지 결정을 내린다.

둘째, 정말로 당신 걱정대로 외모만 가지고 친구/애인 등을 고르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도 그렇게 피상적인 사람과는 깊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냥 무시하고 안 그런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된다.

그러니까 외모에 대한 걱정은 말고 그냥 적당한 선에서 자기 관리(개인 청결 유지, 깔끔하고 깨끗한 옷 입기 같은)를 하고 나머지 시간에 자기 성격에 모난 곳이 있으면 교정하는 게 낫겠다.

나는 가끔 외모 컴플렉스가 생기려고 할 때마다 이 사실을 상기하면서 마음을 다스린다. "뭐 어때, 이래도 친구도 있고 애인도 잘만 사귀었어!"라면서. 

 

둘째, 갈등을 두려워하지 마라.

미국 워싱턴 대학의 심리학자 존 가트맨(John Gottman)은 52쌍의 부부를 3년에 걸쳐 연구했다. 그 결과 서로 말다툼하거나 싸움을 하면 일시적으로 결혼생활이 동요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부부 만족감을 높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정말 부부싸움을 하면서 숱한 난관을 극복해 온 부부는 더욱 강하고 끈끈하게 결속된다고 한다. (...)

존 가트맨에 따르면 부부관계에서 가장 해로운 것은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어차피, 이 사람은 뭘 얘기해도 듣지 않아.'
'입이 닳도록 말해 봤자 이해 못할 거야.'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어.'

이런 식으로 곡해하여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입을 다물고 사는 부부는 머지않아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을 것이다. 싸움을 하는 동안은 아직 관계를 회복할 여지가 있지만 완전히 마음이 떠나 버린 부부는 말다툼 자체를 아예 하지 않는다.

싸움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계속해서 상대방과 부딪쳐야 한다. 싸움이 나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서로가 무엇을 소중히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고 또 상대방을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다.

굳이 부부 사이뿐 아니라 가족, 친구, 애인 등등 모든 관계에 적용되는 말이다.

나도 지금 돌아보면 그때 머리 풀고 미친듯이 싸웠어야 했는데 싶은 순간들이 있다. 그때 참아서 결국 결과도 안 좋았고 내 속만 썩었구나, 싶은 때. 

만약에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는 꼭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리더라도 하고 싶은 말을 할 거다. 그러면 싸울 때 싸우더라도 지금보다는 나은 결과가 나왔을 것 같다.

가만히 있으니 가마니가 되는 건 한 순간이더라...

 

위에도 썼지만 이 책이 다른 책들보다 엄청 뛰어나다거나, 최고라고 할 만한 건 아니다. 물론 저자가 노력해서 충실히 썼다는 느낌은 들지만.

나는 이런 책들을 꼭 반드시 뭘 배우려고 읽는 게 아니라 이미 내가 아는 것들이라 해도 잊지 않고 나에게 상기하려고 읽는다.

"얼굴이 얼마나 못생겼든 미소를 지으면 타인에게 호감을 준다", "첫인상이 전부가 아니다", "내성적인 성격도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 이런 것들을 우리가 모르진 않는다. 아는데 너무 자주 까먹고 누가 말해 주면 '뭐야, 다 아는 거잖아.' 할 뿐이지.

하지만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정말 머리 위에 느낌표가 몇 개 뜰 정도로 내 생각과 삶을 바꿔 놓는 그런 깨달음을 주는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평범'하고 이미 다 아는 얘기를 다시 나에게 주입해 주는 책들을 고맙게 여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도 참 고맙다. 때로는 새로운 걸 배우는 것보다 이미 알고 있는 중요한 걸 기억하는 게 도움이 될 때가 있는 법이니까.

기초를 다지는 마음으로 인간관계에 대한, 누구나 다 알지만 자주 잊어버리는 사실들을 상기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으로 다시 기억을 새롭게 하심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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