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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김경일, 류한욱, <적절한 좌절> [책 감상/책 추천] 김경일, 류한욱, 저자 김경일은 인지심리학자, 류한욱은 소아정신과 의사다. 둘이 합심하여 ‘이 시대 심리적 미성숙’에 관해 책을 썼다. 거의 전 세계적으로 요즘 젊은 세대들은 ‘나약하다’고들 하는데 애비게일 슈라이어의 이 미국 버전의 이야기라면, 이것은 한국 버전이다. 좋은 대학교에 가서 돈을 많이 버는 ‘좋은 직업’을 갖는 것이 인생 최대의 목표이자 성취가 된 젊은 세대는 부모에게 많은 것을 의지하며 진정한 의미의 개인으로서, 성인으로서 ‘독립하지’ 못했다는 평들이 많다. 두 저자는 특히 이러한 한국의 젊은 세대를 키우는 부모와 젊은 세대, 그러니까 성인이 되었으나 아직 충분히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조언을 제공한다.저자들은, 아이가 태어나서 성인이 되어 .. 2025. 9. 8.
[책 감상/책 추천] 에밀리 부틀, <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 [책 감상/책 추천] 에밀리 부틀, ‘진정성’, 이처럼 상투적이고 깊은 생각 없이 쓰이는 말이 있을까. 사람들은 연예인이 ‘진실(authentic)’하지 않다고, 가식적이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나는 이 단어에 대한, 정확히는 이 단어가 가리키는 바에 대한 믿음을 잃은 지 오래다. 아마 10년쯤 전, 내가 조지프 히스와 앤드류 포터의 를 읽었을 때쯤이었던 것 같다. 어떤 연예인이 한 말이 (예컨대 “팬 여러분 사랑해요!”)가 진심인지, 미디어에서 비추어지는 모습이 실제 그 자신의 모습과 같은지 아닌지 우리가 어떻게 알까. 연예인은 다 이미지 장사인데. 그 연예인이 유난히 솔직한 사람이라고 해도, 애초에 우리가 다른 사람의 (연예인이든 아니든) 진심을 알 수가 있나? 너무 회의적이라고? 글쎄. 어쨌든 나.. 2025. 9. 5.
[책 감상/책 추천] 김관욱, <사람입니다, 고객님> [책 감상/책 추천] 김관욱, 콜센터 상담원들을 현장 연구한 저자의 민족지(ethnography). 저자는 의사 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덕에, 그토록 연구하고 싶던 콜센터 직원들을 금연 상담 의사 신분으로 만나 많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좋은 학력이 어디에서 뭘 하든 도움이 될 거라며, “네가 나가서 노래를 부른들 박사학위가 쓸모없을 것 같냐”라는 닥터 베르의 지도 교수님 말씀이 떠오른다). 그 덕분에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다. 1970, 1980년대에 소위 ‘공순이’로 불리던 여공의 삶이 2010, 2020년대에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콜순이’라 불리는 콜센터 상담원으로 반복된다. 이 여성들은 저임금 고강도 노동을 하지만 인정받지 못한다는 큰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그 공통점에 하나를 더 추가하.. 2025. 9. 3.
[책 감상/책 추천] 줄리언 반스,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 [책 감상/책 추천] 줄리언 반스, 나는 요리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요리를 아주 못 하는 건 아니고 그냥저냥 먹을 만큼은 하지만, 잘한다거나 즐겨 한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그래도 학생 때, 특히 코비드-19로 인한 락다운 때는 집에 있을 시간이 많아서 어느 정도 ‘내가 요리를 즐기나?’라고 생각할 수 있었는데, 이제 직장인이 되니 요리를 즐길 힘도, 시간도 없어졌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대충 아무거나 먹기 바쁜데 무슨. 그래도 내가 정말 신기하게 생각하고 진지하게 존경하는 이들이 요리를 직업으로 하지 않는데 다른 일도 많이 하면서 요리까지 즐기며 잘 챙겨 먹는 사람들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러지?이 에세이의 저자 줄리언 반스는 로 맨부커 상을 수상한 영국의 작가다. 개인적으로 내가 그의 작품을 .. 2025. 9. 1.
[월말 결산] 2025년 8월에 읽은 책들 [월말 결산] 2025년 8월에 읽은 책들 2025년 8월에 읽은 책들은 총 17권.⚠️ 아래 목록에서 저자 이름과 책 제목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서적에 대한 서평을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링크가 없는 책은 서평을 따로 쓰지 않은 책입니다. 그 경우, 별점 아래에 있는 간략한 서평을 참고해 주세요. 엘레나 페란테, ⭐️⭐️⭐️어느 날, 어릴 적부터 함께 해 온 친구가 아들을 놔두고 홀연히 사라진다. 화자는 그 친구를 사랑하고 또 질투하기도 했던 세월을 돌아보는데… 드라마로도 제작되고 큰 호평을 받은 이 소설이 왜 나에게는 이렇게 감흥이 없는지 모르겠다. 아니, 감흥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화자가 시녀병에 걸린 것처럼 느껴져서 오히려 짜증이 났다. 여기 어디에 우정이 있지? 겨우겨우 끝냈다. 이런 책이 연.. 2025. 8. 29.
[책 감상/책 추천] 민지형, 정재윤, 임소라, 미역의효능, 류시은, 들개이빨, <한국에 남자가 너무 많아서> [책 감상/책 추천] 민지형, 정재윤, 임소라, 미역의효능, 류시은, 들개이빨, 제목부터 기가 막힌 이 책은 민지형, 정재윤, 임소라, 미역의효능, 류시은, 들개이빨, 이 6인의 작가들이 참여한 앤솔러지이다. 홀수 순번에 나온 작가들(민지형, 임소라, 류시은)은 소설로, 짝수 순번에 나온 작가들(정재윤, 미역의효능, 들개이빨)은 만화로 참여했다. 개인적으로는 미역의효능 작가님을 좋아해서 이 책 발간 소식을 듣자마자 이북으로 나오길 기다렸는데, 마침 또 밀리의 서재에 들어왔길래 바로 읽었다. 미역의효능 작가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2017년 ‘오늘의 우리만화’ 수상작인 와 를 그리신 분이다. 둘 다 여성 서사가 미친 작품이니 혹시 카카오웹툰을 이용하신다면 한번 보시기를 권한다. 어쨌거나 이제 본격적으로.. 2025. 8.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