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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726

[책 감상/책 추천] 희정, <죽은 다음> [책 감상/책 추천] 희정,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라고들 한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 가까운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나 대신 인생을 살아 줄 수 없고, 결국엔 내가 아닌 타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음은 어떨까? 우리가 죽으면, 그때도 혼자일까? 노련한 인터뷰어로 많은 이들을 인터뷰해 논픽션을 써 온 작가 희정이 이번에는 장례 노동자들을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것뿐 아니라, 본인도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노동하면서 직접 경험해 보았다. 그래서 더욱 생생할 뿐 아니라 통찰도 깊다. 아래 인용문들이 내가 방금 언급한, 죽음은 혼자일 수 없다는 통찰을 보여 준다.그러니 사람은 말기 암을 선고받고도 다음 날 출근을 하고, 메일을 열어 거래처와 일정 조율을 하고, 장을 보고 밥을 하고, .. 2026. 4. 27.
[책 감상/책 추천] 원도, <죽지 마, 소슬지> [책 감상/책 추천] 원도, 와 로 내 눈물을 쏙 빼놓고 로는 나를 배꼽 빠질 정도로 웃게 만든 원도 작가의 신작. 전작 에 이어 이번에도 주인공은 경찰이다. 경찰 변하주는 변사 현장에 감식을 나갔다가 돌아와 집에서 자고 있었다. 그러다 깨어 보니 제 눈앞에 어떤 반투명한 여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소슬지. 공교롭게도 하주가 고작 몇 시간 전에 현장 감식을 마친 그 변사자였다. 이런 줄거리를 기가 막히게 요약한 본문 표현을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퇴근 후 집에서 자다 깨보니 눈앞에 귀신이 나타났습니다? 어떻게 표현해 봐도 요즘 유행하는 웹소설 제목 같았다. 심지어 생면부지의 귀신도 아니고 죽음의 행정 처리를 밟아준… 구면이라 하기도 애매한 사이.그렇게 해서, 변하주는 소슬지가 ‘성불’(이든 뭐든 어.. 2026. 4. 24.
[책 감상/책 추천] 정지음, <글이 안 써지세요? 저도요> [책 감상/책 추천] 정지음, 내가 사랑하는 정지음 작가(, , , )의 신작.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글쓰기에 관한 에세이이다. 아주 솔직하게 평하자면, 글쓰기에 관해 나름대로 팁을 주고 ‘이렇게 한번 해 보세요’ 하고 제안하는 부분은 약간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자신의 경험을 풀어 놓는 부분은 공감할 만하고 재미있다. 그러니까, 1장 ‘우리 모두 글 쓰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와 2장 ‘마음에서 종이까지 이르는 방법’은 약간 옛날 (근데 이거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려나…)에서 실제 형사분들이 어색하게 대사를 치는 걸 보는 느낌이다. 저자가 최선을 다해 글쓰기에 관해 도움을 주려고 하는 마음은 깊이 느껴진다만, 어째 약간… 연기가 익숙하지 않은 연기자를 보는 것 같달까… 교과서적인 멘트라고 해서 진심이.. 2026. 4. 17.
[책 감상/책 추천] 에리카 산체스, <망가지기 쉬운 영혼들> [책 감상/책 추천] 에리카 산체스, 멕시코계 미국인 유색 인종 여성 작가의 전기적 에세이. 이런 작품을 읽을 때마다 나는 정말 글쓰기에는 ‘쓰지 말아야 할’ 한계나 남들이 ‘읽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금기 따위는 없다는 진실을 실감한다. 이 에세이는 전반적으로 저자의 전기라 할 수 있는데, 그만큼 솔직하고 대담하다.라는 원제의 책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이라는 제목과 ‘우리가 무너진 삶을 회복하는 방식에 관하여’라는 부제를 달게 되었다. 국내 제목만 보면 고통으로 망가지는 영혼들의 슬프고 어두운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 같지만, 이 에세이는 그렇지 않다. 저자는 멕시코 이주노동자의 딸, 젊은 유색인 여성, 양극성 장애 환자라는 세 가지 짐을 졌지만 그것으로 쓰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진실에서 힘을 찾는다.. 2026. 4. 15.
[책 감상/책 추천] 전성진, <몸을 두고 왔나 봐> [책 감상/책 추천] 전성진, 내가 재미있게 잘 읽은 의 작가 전성진의 에세이. 그는 2023년 5월, 베를린의 볼더링 스튜디오에서 추락해 왼쪽 팔꿈치 인대 두 개나 파열되고, 왼쪽 발목이 삼중 골절됐다. “태어나서 느낀 적 없는” 통증을 느끼는 와중에도 그는 농담을 떠올렸다. “나중에 말하면 웃길 이야기와 우스운 장면을.” 이것은 다친 이야기, 아픈 이야기를 하면서 그 안에서 웃음을 찾고 자신의 몸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에세이다. 웃긴 얘기는 웃긴 얘기인데 슬프고 웃기다. 일단 저자의 가족 이야기가 그러하다.내가 찾은 ‘웃긴 이야기’를 몇 개 말해주겠다.첫 번째 이야기. 엄마는 자꾸 같이 죽자고 하면서 식칼을 예쁜 쟁반에 담아 가져온다. 어차피 죽을 생각이면 다 필요 없는 일인데 엄마는.. 2026. 4. 10.
[책 감상/책 추천]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신을 죽인 여자들> [책 감상/책 추천]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종교와 여성의 재생산권이라는 주제를 다룬 를 쓴 클라우디아 피녜이로의 다른 소설. 아르헨티나의 어느 마을, 아나라는 소녀의 시체가 토막 나고 불에 탄 모습으로 발견된다. 아나의 아버지 알프레도는 누가, 왜 아나를 죽였는지 30년간 진실을 쫓는다. 아나의 언니 중 한 명인 리아는 이 가톨릭계 가족에서 유일한 무신론자고, 아나가 죽은 이후 사르다 가문의 독실한 믿음을 견디다 못해 집을 떠나 다른 도시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살고 있다. 어느 날, 아나의 다른 언니 중 한 명인 카르멘이 자신의 남편 훌리오와 함께 리아의 서점을 찾는데, 그들의 말인즉슨 사라진 아들 마테오가 리아의 서점에 가서 리아에게 말을 걸려 했다며 그를 설득해서 집으로 보내 달라고 부탁한다. 리아.. 2026.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