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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763

[책 감상/책 추천] Parini Shroff, <The Bandit Queens> [책 감상/책 추천] Parini Shroff, 인도계 미국인 작가 파리니 슈로프(Parini Shroff)의 데뷔작. 여성주의, 인도의 현실, 남성의 (제도적, 물리적) 폭력, 여성의 연대 등등 정말 다양한 소재를 꽉 차게 담고 있어서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기가 막히게 좋은 소설이다. 배경은 인도의 구자라트 주. 이 동네에는 기타(’guitar’가 아니고 ‘Geeta’, 인도식 이름이다)가 자기 남편 라메쉬를 죽였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하지만 그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 술을 좋아하던 남편은 5년 전, 어느 날 그냥 사라져 버렸다. 기타는 굳이 틀린 사실을 정정하려 하지도 않고, 동네의 다른 여자들과 마이크로크레딧 그룹(아래에서 설명할 예정)에 가입해 결혼식용 목걸이를 만들어 파는 사업을 해 나가.. 2026. 8. 24.
[책 감상/책 추천] 정세랑, <목소리를 드릴게요> [책 감상/책 추천] 정세랑, 내가 좋아하는 정세랑 작가의 단편 소설집. 총 여덟 편이 담겼다. 각각의 작품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 이 책에서 아마 가장 짧은 듯. 오른손 검지가 사라지는 아이와 그를 짝사랑하는 ‘점핑 걸’, 그러니까 높이뛰기 선수의 이야기라고 해야 하나. 이게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정말 그렇다. 한 명은 오른손 검지가 사라지고 다른 한 명은 높이뛰기를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랜덤해 보이는 소재를 섞는 걸 안 좋아하는데 그래도 정세랑 작가라서 무난하게 읽었다. 은 길다. 주인공은 대학 때 동아리에서 유일하게 여학생이었던 한 여성. 그는 동아리에 있던 11명의 오빠 중 한 명을 짝사랑했는데, 세월이 지나 많은 오빠들은 결혼을 했지만 그 짝사랑 오빠 ‘오기준.. 2026. 8. 21.
[책 감상/책 추천] 샤넬 밀러, <뉴욕 양말 탐정단> [책 감상/책 추천] 샤넬 밀러, 내가 진짜 너무너무 감탄하며 읽은 에세이 의 저자가 쓴 아동 소설. 은 저자가 성폭행을 당한 후 쓴 피해자 진술서에서 시작되었고(이 피해자 진술서가 바이럴을 타고 큰 공감을 얻어 유명해졌고, 그다음에 이 책을 쓰게 된 것이다), 당연하지만 이 아동용 소설과는 장르부터가 다르다. 에세이이자 회고록이라 할 수 있는 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 때문일까, 그건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가 명문이었다. 이 짧은(종이책 기준 152쪽) 아동용 소설은 초등학생들이 타깃인 것 같다. 어른이 읽어도 나쁘지는 않겠으나, 아이들 감성과 어른 감성은 다르니까… 그래서인지 에서 칼을 갈고 쓴 것 같은 그 처연한 느낌의 문장들이 여기에서는 안 보여서 아쉬웠다. 다시 말하지만 장르가 다르니까… 이 소.. 2026. 8. 19.
[책 감상/책 추천] 정세랑, <지구에서 한아뿐> [책 감상/책 추천] 정세랑, 내가 좋아하는 정세랑 작가의 친환경적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우주적 규모의 사랑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주인공인 한아는 저탄소 생활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 옷 수선집 주인이다. 그가 하는 옷 수선이란 일종의 재활용으로, 대개 아끼는 사람(고인이나 가족, 친구 등)의 옷을 리폼해 입으려는 이들의 옷을 새롭게 탈바꿈시켜 주는 일을 한다(참고로 아래 인용문에 나오는 ‘환생’은 한아의 수선집 이름이다).환생은 큰길에서 먼 한가한 지역에, 약간 움츠린 듯 보이는 작은 벽돌 건물 일층에 있는 옷 수선집이었다. 수선을 한참 넘어가는 영역으로 들어선 지 오래지만, 딱히 또 수선이 아니라고 하기도 어려웠고 업사이클링이라는 말도 맞긴 맞지만 어쩐지 그러면 큰 단위로 뭔가를 해야 할 .. 2026. 8. 17.
[책 감상/책 추천] 제넷 맥커디, <Half His Age> [책 감상/책 추천] 제넷 맥커디, 우리나라에는 아마 니켈로디언 채널이 만든 십 대를 위한 시트콤 (2007-2012)에서 칼리(미란다 코스그로브 분)의 절친 샘 역을 맡은 배우로 가장 잘 알려져 있을 작가, 제넷 맥커디의 첫 장편소설이다(여담이지만 왜 저자 이름을 ‘제넷’이라고 음차했는지 모르겠다. 보통 이런 스펠링은 ‘지넷’으로 읽는데 말이다). 그의 작가 데뷔작은 아마도 국내에도 꽤 큰 충격을 불러온, 솔직하고 슬픈 에세이 다. 이 소설은 자극적이라고 할까, 충격적인 설정으로 시작한다. 왈도라는 이름의 열일곱 살 소녀는 미국 알래스카 주 앵커리지에서 엄마랑 같이 산다. 친아빠는 오래전에 엄마를 떠났다. 애 하나 딸린 여자라고 해도 노력하면 그렇게까지 불행하게는 살지 않을 수 있는데 엄마가 심각한.. 2026. 8. 14.
[책 감상/책 추천] 캐시 박 홍, <마이너 필링스> [책 감상/책 추천] 캐시 박 홍, 이민 2세대, 한국계 미국인 작가 캐시 박 홍의 에세이. 미국에서 아시아인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담았다. 제목의 ‘마이너 필링스’는, 인종 차별적 행위를 당했을 때 느끼는 감정을 가리킨다(참고로 아래 인용문에 등장하는 프라이어는 잠시 후에 조금 더 자세히 언급할 예정이다).프라이어는 내가 소수적 감정(minor feelings)으로 칭하는 것을 채널링하는 사람이었다. 소수적 감정은 일상에서 격는 인종적 체험의 앙금이 쌓이고 내가 인식하는 현실이 끊임없이 의심받거나 무시당하는 것에 자극받아 생긴 부정적이고, 불쾌하고, 따라서 보기에도 안 좋은 일련의 인종화된 감정을 가리킨다. 이를테면 어떤 모욕을 듣고 그게 인종차별이라는 것을 뻔히 알겠는데도 그건 전부.. 2026. 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