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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박은지, <페미니스트까진 아니지만>

 

 

10월 말쯤에 내가 가는 도서관에 들어온 책인데, 인기가 많아서 예약을 하고도 한참 지나서야 받아 볼 수 있었다.

책 제목은 "(나는) 페미니스트까진 아니지만... (이런 점이 불편해)"이라고 말하게 되는 상황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머리도 짧고, 남자들을 싫어하고(그리고 남자들에게도 미움받고), 목소리 크고, 늘 불만에 차 있는 여자들이라는 세간의 인식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인식도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밝히기에 부담이 되기도 하거니와, 일단 나 자신을 '무슨무슨 주의자'라고 부르려면 내가 그것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내가 그것을 대표할 수 있다는 어떤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도 느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양성 평등의 필요성을 체감하면서도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닌데"라며 조심스레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페미니스트라고 하기 전에 일단 자신은 메갈이나 워마드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야 하고,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페미니즘적인 주장을 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여기에 한몫한다.

그렇지만 많은 여성들이 '김치녀'나 '메갈' 등이 되지 않기 애쓰는데, 남성들은 '한남'이 되기 위해 눈치 보며 말조심을 하지는 않는 듯하니 이보다 더 불공평할 수가 있는가.

책의 맨 첫 번째 꼭지에서 저자는 이렇게 썼다.

"페미니스트는 아닌데"라는 말이 나를 조금 더 안전하게 지켜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페미니즘이 무엇을 망치려는 과격한 사상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우리는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며 헤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전반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무척 많은데, 페미니즘이 필요한 우리 사회에서 저자가 여성으로 느끼는 불편함(저자가 결혼한 여성이므로 남편, 시댁과 관련한 내용도 많다)을 너무나 잘 표현했기 때문에 보기만 해도 공감성 분노가 차 올라서 자세히 하나하나 다 옮겨 적다가는 내 혈압이 올라 사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간단하게 내가 제일 공감하고 공분했던 꼭지 몇 가지만 소개해 보겠다.

 

첫 번째. "페미니즘은 왜 여자들 얘기만 해?"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여성적인'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것인데 왜 여자들 얘기만 하느냐고 물으신다면... (한숨)

물론 가부장제가 여성만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과도한 짐과 부담을 지워서 남성들도 힘들어하는 점은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이 사회가 (흔히 쓰이는 표현대로) 남성들 위주로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그것의 균형을 맞추려면 여성들의 권익을 쟁취하고 보호하려는 노력이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저자는 내가 위에서 인용한(왜 페미니즘은 여자들 얘기만 하느냐는) 질문을 한 남편에게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넌 회사에서 사장님에게 불만 사항 말할 때, 사장님의 어려움을 먼저 헤아려드리고 말해?"

책 중간중간에 남편과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은 어떻게 설명했고 어떻게 이런저런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달라고 요구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게 독자도 보고서 따라 하기 딱 좋은 예시 같다.

저자가 한 말만 외워서 주위에 써 먹어도 아주 효과 있을 듯.

 

남편에게 설명을 해 주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 책에서 제일 공감한 이야기 두 번째로 넘어가겠다.

저자가 결혼을 하자 시댁에서는 '남편 밥 좀 잘 챙겨라'라든가 '남편 치과에 가라고 해라' 등등의 말을 저자(=며느리)에게 하기 시작했다. 이에 저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남편이 알아서 해야죠, 제가 시킨다고 하나요."라고 대꾸했단다.

왜 이러는 걸까? 엄마들은 자꾸 '남자는 나이 먹어도 어린애' 따위의 말을 한다. 이 말은 그러니까 집안에서 여자들(엄마, 누나/여동생, 아내 등)이 남자를 잘 챙겨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최종적으로는 혹시 문제가 생기더라도 '여자인 네가 참고 이해해'라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남자는 어린애니까 자꾸 칭찬해 주고 기도 살려 줘야 한다는 말도 많이 한다. 그게 현명한 여자가 되는 요령이라고.

하지만 칭찬할 점을 찾아서 칭찬해 주는 것도 상당한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게다가 여자는 기가 죽어도 되고, 남자의 기를 살려 주기 위해 자신은 낮춰도 된다는 뜻인가?

여자가 남자 기를 살려 주면, 그런 여자 기는 누가 살려 준다는 말인가?

안 그래도 내가 이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을 때, 다른 책도 빌릴 겸 이 책 저 책 살펴보다가 이런 비슷한 말을 어떤 책에서 발견했다.

"우스갯소리로 '내비게이션이 하는 말과 아내 말만 잘 들어도 남자는 문제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확히 저런 표현은 아니었지만 저런 워딩이었다. 아니, '아내'라는 게 남자들만 가질 수 있는 건데 그럼 아내가 없는 여자들은 누구 말을 들어야 속편히 살 수 있는 건가?

저딴 말을 쓴 사람은 젠더적 감수성이 있긴 한 걸까? 편집자는 그걸 보고도 어떻게 손을 대서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걸까? 그런 생각이 휘몰아쳐 그 말을 보자마자 책을 탁 덮어서 제자리에 꽂아 버렸다.

여자들은 남자의 보모도 아니고, 남자들이 인생을 편히 살 수 있도록 조언을 해 주고 돌봐주는 존재도 아니다. 그러니까 내비게이션 따위와 아내를 동급으로 취급하지 말라고!

앞으로 누가 나한테 이딴 말을 한다면 나도 저자가 보였던 반응과 똑같은 보여 주겠다.

한번은 남편과 사소한 일로 다투고 화해한 뒤에 무언가 앙금이 남아 "왜 그렇게 유치하게 굴어?"라며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랬더니 시무룩한 그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남자는 원래 어린애랬어…."

기가 막혔다. 그래? 근데 그걸 네 멋대로 행동하는 무기로 쓰라고 나온 말은 아닐 텐데…? 사라지려는 어이를 재빨리 잡아챈 내가 맞대응했다.

"나도 어린애야! 아 몰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내가 어린애 할 테니까 네가 어른 해, 달래 주고 해결해 줘!"

어린아이 시절이 지난 지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했지만 떼쓰는 것과 함께 다리를 동동 구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남편은 황당하게 웃으며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세 번째, "나는 그 농담이 웃기지 않다"라는 제목의 꼭지도 나는 무척 공감됐다. TV를 보면 유부남들에게 "결혼생활 어때? 좋아?"라고 묻고 그 남자가 기계적으로 "하하하 아주 좋습니다. 행복합니다"라고 대답하는 상황이 종종 연출된다.

이른바 유부남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와이프가 보고 있다' 카테고리의 농담 말이다.

저자도 이것이 나만큼이나 '재미없다'고 생각했단다. 

이 웃기지 않은 농담은 특정 소수의 집단이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통용되고 있다. 마치 10대 청소년들이 그들만의 세계에서 쓰는 언어를 만들고 생각하는 방식을 공유하듯이 '대한민국 유부남'이라는 타이틀을 갖춘 이들은 갑자기 '창살 없는 감옥'에라도 들어간 것 같은 스스로의 처지를 희화화하기 시작한다.

TV에서 유부남들이 흔히 공유하는 그 웃음 코드가 나는 언제나 불편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에게 "지금이라도 자-알 생각해 봐"라고 조언하거나 유부남에게 "에이, 행복하다고요? 수척해지신 것 같은데?" 하고 자기들끼리 깔깔거리거나. 그 농담이 웃기다는 사회적인 합의 자체가 잘못된 거라고 홀로 곱씹으며, 나는 채널을 돌렸다.

아니, 누가 자기들 목에 칼을 들이밀고 결혼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한 것도 아니고, 자기 의지로 아내(될 여성분)에게 청혼해 결혼을 해 놓고서, 왜 이딴 수준 낮고 재미없는 농담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자기가 좋아서 한 결혼이라고 해서 절대로 불평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내가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티를 내면 아내가 나를 괴롭힐 것이다', 또는 '결혼 생활은 불행한 것이다'라는 전제를 단 것 같은 말을 하지 말라는 거다.

그들은 스스로의 결혼생활을 '잔소리하는 아내와 불쌍하게 돈만 버는 남편'으로 정형화함으로써 어쩌면 그들이 밟고 싶지 않았던 외로운 가장의 전철을 밟게 되지는 않을까. 그런 두려움이 그들에게는 없는 것일까, 아니면 그런 삶을 이미 받아들인 것일까.

외국 남자들은 와이프에 대하여 '내가 사랑하는 여자'라는 논지의 발언을 잘도 하던데, 한국 사회에서 어느 유부남이 그런 말을 하고 다니면 아마 '저 인간은 뭐야?' 하는 시선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결혼생활이 얼마나 별로인지를 웃음거리로 삼는 데 일조하는 것보다는 '그래, 너희 잘났다. 잘 먹고 잘살아라'를 당하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유부남들의 고충을 몰라서 하는 소리일까?

그러고 보니 기억난다. 몇 년 전에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가상 결혼 프로그램에서 가수 알렉스 씨가 상대 여성에게 다정하고 배려심 많은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더니 같은 남성들이 '그런 놈들 때문에 우리가 못나 보인다'며 알렉스 씨에게 불만을 터뜨렸더랬다.

자기가 못하는 걸, 남이 잘하는 걸 보니 자기도 그런 것을 요구받을까 두려운 거고, 또 그렇게 되면 여성들의 눈이 높아져서 자기는 봐주지도 않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런 식으로 표현됐던 거라고 생각한다(웃긴 건, '아, 그럼 나도 저렇게 해야겠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지, 자신이 변하기보다는 그걸 잘하는 알렉스 씨 같은 사람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식으로 게으르게 대응했다는 점이다).

왜 그 유부남들은 실제로 있지도 않은 '아내의 구속'을 우스갯소리 삼아 자기뿐 아니라 아내를 희화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 그런 농담을 던지는 남자들은 아내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손톱만큼이라도 염두에 두고 있긴 한 걸까? 내 남편이 연예인이 아닌 게 다행이었다. 나는 연예인들이 TV에 나와서 그런 농담을 할 때면 '저걸 TV로 지켜보는 아내는 무슨 생각을 할 것인지'가 항상 궁금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정말 핵공감 포인트다. 책에 붐업 또는 공감 버튼이라도 있다면 오조오억 번쯤 눌러 주고 싶을 정도다. 그러니까 그런 시답잖은 농담은 좀 그만하라고!!

 

놀라운 건 딱 이만큼 썼는데 저게 책으로 치면 세 꼭지에 해당하는 내용에 불과하단 것이다. 이 외에도 공감(공분)할 만한 이야기들이 이 책에 아주 많이 준비돼 있으니 걱정 마시라. 

여성들보단 남성들에게 더욱더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왜냐하면 남성들이 이런 걸 더 배워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책 감상/책 추천] 다카기 나오코, <뷰티풀 라이프 1, 2>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했는데, 처음에는 '수짱' 시리즈인 줄 알았다. 일본 여자가 자기 인생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 나간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

이 만화의 배경은 1998년 도쿄. 주인공(이자 저자)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도쿄로 상경한 다카기 나오코이다.

고향 미에 현에서 회사를 다녀 모은 70만 엔이라는 거금을 모아 왔지만, 도쿄에 내 한 몸 누일 곳(4평짜리 방)을 구하고 나니 저금은 바닥을 보인다.

급하게 아르바이트를 구하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어찌저찌 아르바이트를 구하니 그 사이사이에 짬을 내서 그림 그리기는 체력적으로 더 어려운 상황.

매달 적자의 줄다리기를 타는 나오코는 과연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라는 것이 줄거리인데, 뭐, 이 책이 나온 것만 봐도 다행히 일이 잘 풀렸다고 추론할 수 있을 테니, 해피 엔딩이라고 말해도 스포일러는 아니겠지? 

사실 이 만화를 읽다 보면 내내 아르바이트와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불안에 시달리는 나오코가 불쌍해져서, 제발 어떻게든 잘되기를 바라게 된다.

 

그래도 짠내 나는 나오코의 생활 속에도 간간이 마음이 따뜻해지는 에피소드가 일어나거나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나오코가 행운권 당첨 아르바이트(일본 만화에 종종 나오는, 팔각형 모양의 기계의 손잡이를 돌려 구슬이 나오는 행운권 응모를 진행하는 아르바이트)를 할 때 사람들은 아차상 티슈가 나오면 아쉬워하지만, 어떤 아주머니는 딱 한 번만 돌려서 아니나 다를까, 티슈에 당첨됐다.

그랬는데도 이 아주머니는 실망하기는커녕, "아하하, 좋아라. 티슈는 자주 쓰잖아요. 고마워요♡"라며 웃는다.

바로 앞 사람이 스물여덟 번이나(영수증 액수에 따라서 돌릴 수 있는 기회가 정해져 있다) 돌렸는데도 간장보다 높은 상품이 당첨되지 않자 잔뜩 화를 내며 가 버린 부인이라 더욱더 대조가 되어서, 나오코는 그 긍정적인 아주머니를 "귀여워!"라고 생각하게 된다.

"언젠가 아줌마가 된다면 그런 귀여운 아줌마가 되고 싶다."라고.

 

나오코는 부모님과 자주 통화를 하는데, 5화에서 아버지는 "어떠냐. 잘 지내니?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니?" "알바는 하니? 별일은 없고?"라고 묻고, 어머니는 "생활할 수 있어도 너무 아슬아슬하게 살면 안 돼. 너무 아슬아슬하게 살다 보면 마음도 스산해져. 힘든 일 있으면 바로 말해."라고 말하신다.

와... 정말, 이것이 어른의 지혜인가, 라는 느낌! 어떻게든 생활할 수는 있다 해도, 그런 생활이 계속되면 몸과 마음이 지치고, 감성이랄까 하는 게 메마르게 된다는 것은 정말 사실이다.

게다가 나오코를 이 전화를 끊고 나서 이렇게 상상한다. 

"하지만 상상해 보곤 해요. 만약 나한테도 딸이 있다면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게 키웠는데 어느 날 갑자기 '도쿄 갈래' 그러더니 딸이 도쿄에서 혼자 배를 곯거나 나쁜 사람한테 속지는 않을지 생각만 해도 어이구야, 엄청나게 걱정되지요."

나도 '지나치게 상상해서 눈물이' 난 나오코처럼, 이걸 옮겨 적으면서도 눈물이 핑 돌았다. 나도 곧 출국할 예정이라 나오코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겠구나 싶었던 것이다.

 

나오코는 끊임없이 바쁜 생활(아르바이트)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고통받는데, 6화에서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란 사람은 겁쟁이에 소심한 데다가 약해 빠져서 바로 기 죽는 주제에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에는 무계획에 무대뽀인 거야? 소심한데 무대뽀라니, 이래 가지고 이 힘든 세상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그것이 바로 나의 걱정이다, 나오코... ㅜㅜㅜ 그래도 나오코는 나중에 잘 풀렸으니까, 나도 꾸준히 열심히 하다 보면 어떻게든 잘 풀리지 않을까 하고 마음을 달래는 중이다.

 

전반적으로 내가 너무 짠한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 그래도 나오코는 일상에서 소소하게 즐거움도 즐기고(호텔 조식 아르바이트에서 요리사가 만들어 주는 음식을 맛보는 거라든지) 예상치 못한 좋은 일도 확실히 일어나니 너무 우울한 내용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읽어 보면 좋겠다.

혼자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든가, 유학생이라면 나오코의 이야기에 200% 이입하며 울고 웃으며 볼 수 있을 것이다. 얇은 책으로 두 권밖에 안 되니 부담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을 읽든 읽지 않든 간에,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께 나오코처럼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다 보면 행운도 오게 마련이라고, 그런 희망을 가지시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화이팅!!

[책 감상/책 추천] 이구치 아키라, <나는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 책의 내용은, 에필로그에서 인용되는 델(Dell)의 창설자 마이클 델(Michael Dell)의 말로 요약될 수 있다.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것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컨대 의지력이라는 것은 아주 한정된 자원이므로, 정말 중요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에 써야 하고, 나머지에는 일절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야 당연히 쓸데없는 일을 관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신문을 보는 것(부정적인 뉴스만 한가득이므로 기분을 다운시킬 뿐이므로 읽을 필요가 없다), 사람이 많은 러시 아워 시간대에 출근하는 것(낑겨 타서 버티느라 정신줄을 놓게 되므로 조금 일찍 출근하거나 아니면 아예 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한다), 이메일이나 자주 SNS를 확인하는 것(메일에 일일이 답장해 주고 있으면 하던 일의 흐름이 끊긴다) 등등.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의지력은 페트병에 들어있는 물과 같다. 페트병의 물은 아침에 막 일어났을 때는 가득 차 있지만 뭔가를 생각하고 결심할 때마다 조금씩 줄어든다. 이른 아침에 메일을 확인한다거나 옷을 갈아입는다거나 혹은 서둘러 신문을 읽거나 갑갑한 콩나물 시루 같은 전철 안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사이 의지력은 주르륵 새어나간다. 당신이 회사에 도착할 때쯤에는 이미 절반이나 줄어 있다. 이래서야 생산성 높은 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페트병의 물은 자동차로 치면 휘발유와 같은 것이라 조금씩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대부분 사람이 소중한 휘발유를 무의식중에 별거 아닌 일에 써 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것을 '구멍 난 페트병 이론'이라고 부른다. (...)

이 페트병의 구멍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이 하지 않을 결심이다. 일상에 잠재된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기로 결심해 구멍은 사라지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물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생각하지 않고도 행동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을 할 수 있도록 요가 매트를 전날 저녁에 깔아 두고 자고, 일어나자마자 그걸 보고 '스트레칭을 할까 말까?' 고민하지 않고 그냥 바로 스트레칭을 시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옷을 고르는 것도 시간과 의지력이 낭비되는 일이니, 스티브 잡스처럼 똑같은 옷을 입든가 아니면 어떻게 조합해도 적당히 어울리는 색채로만 구입해서 돌려 입는 것이다.

식사도 정해진 곳에서, 정해진 메뉴로 한다. 손님을 접대해야 할 때에는 근처 카페에서, 평소 혼자 먹을 때는 회사 근처 모 음식점에서 무슨무슨 메뉴를 시켜서 먹는다는 식으로 미리 다 정해 두는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것도 정말 어렵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 그러므로 미리 정해 두면 의지력이 술술 새는 걸 막을 수 있다.

 

인간관계 또한 잘라 내야 할 것은 잘라 내야 한다. 싫은 사람과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지 않고, 딱히 좋지도 싫지도 않은 감정이 드는 사람과도 가급적 교제하지 않는 게 좋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내는 팔방미인 타입은 여러 가지 일에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또한 SNS 등에서 명백하게 공격적인 사람들이 있어서 나에게 악플을 단다거나 한다면 그런 사람은 즉시 차단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가장 좋다.

정말 일적으로 끊어 낼 수 없는 상대가 아니라면, 최대한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만 친밀하게 지내는 것이 좋다. 인간관계의 범위가 좁을수록 인생은 순조로워진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아끼고 아낀 의지력을 정말 중요한 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쓰는 것이다. 간단명료하지 않은가?

저자는 또한 정말 귀한 정보를 알려 준다. 성장하고 싶거나 전문가의 어떤 노하우를 배우고 싶을 때 세미나, 강연회 등에 참가하는 게 좋은데, 이때는 저가보다는 비싼 것을 가는 게 좋다.

구체적으로는, "인맥을 넓히는 것이 주목적이라면 100만 원 이상의 세미나를 수강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왜일까? 바로 참가자의 의식 때문이다. 100만 원 이상의 고가라면 아무나 신청할 수는 없을 거고, 정말 100만 원이 넘는 수강료를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여기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 가겠다'라는 강한 의지를 활활 불태울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어울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의지력을 제대로 사용하게 된다.

게다가 100만 원 이상의 세미나라면 보통 며칠간에 걸쳐 개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점심이나 술자리, 친목회 등의 행사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강사 또는 참가자들끼리 어울려서 네트워크를 맺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므로, 이런 자리는 되도록이면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게 좋다.

 

이건 약간 다른 이야기 같지만, '환골탈태의 힘'을 이야기하는 꼭지도 나는 마음에 들었다.

새로운 만남에 두려움과 거북한 감정을 느끼고, 또한 그런 감정을 없애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겉모습을 바꿔 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낯을 가리는 사람은 대부분 외모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다. 자신처럼 변변찮은 외모를 가진 사람이 말을 걸면 상대가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얼핏 보면

저자는 존경하는 분에게, "잘나가는 강사가 되고 싶다면 최고급 수트, 당장 200만 원이 넘는 수트를 사 입으라"는 조언을 듣고 그대로 실천했다고 한다.

기껏해야 3~40만 원짜리 수트밖에 사 본 적이 없었기에 굉장히 고민했으나, 존경하는 분의 조언이기에 믿고 따랐단다.

200만 원짜리 수트를 걸치니 겉모습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세미나에서 전보다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됐으며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 때도 열등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이건 진짜 100% 확실한 방법임에 나도 동의한다. 자신에게 비싼 옷, 또는 자신이 정말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옷을 입게 해 주는 것만큼 자신감을 단순에 확 증폭시킬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은 이렇게 자신이 기죽지 않고,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런 것에 100만 원, 200만 원 정도는 사실 싼 대가라고 생각한다.

아, 다만 이것을 기억하시라. 

다만 비싸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점은 자신의 취향대로 고르지 않는 것이다. 현재 자신의 겉모습이 별 볼일 없다면 그것은 지금까지 자신의 취향대로 옷을 샀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 옷을 새로 사더라도 자신의 가치관에 맞춰 고르면 이렇다 할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진심으로 변하고 싶다면 자신의 취향은 봉인하고 프로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애초에 이런 면으로 센스가 있는 사람이라면 혼자 골라도 괜찮겠지만, 자신의 외모와 옷차림에 자신이 없어서 전반적으로 타인과의 접촉에도 자신감이 낮아져 있다면, 차라리 프로에게 옷을 골라 달라고 부탁하는 게 낫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돈과 관련해 의지력을 절약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데, 대출은 의지력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 중에서도 최악이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저자는 심지어 "백해무익"하다고 표현할 정도다.

의지력 관점에서는 크고 작음만이 아니라 몇 군데서 빌렸는지도 문제가 되므로, 그만큼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 일이 늘어난다.

따라서 복수의 금융기관이나 개인에게 대출을 받았다면 통합 대출로 합치라고 조언한다. 

옷을 구입하는 것도 일 년에 두 번 정도로 줄이고(무엇을 살지 고민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수수료도 애초에 내야 할 필요가 없도록 하자.

이런 조언들도 물론 좋지만, 개중에 제일 내 마음을 강타한 것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가급적 돈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는 자세"라는 말이었다. "물욕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민이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돈을 써야 한다고 말하면 옳지 않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지도 모르겠으나, 의지력은 소중한 것이다.

그러므로 최대한 아낄 수 있다면 아껴야 한다. 돈을 써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절대로 나쁜 것도, 이기적인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극심한 피로감을 느껴서 마사지나 피부관리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게 이기적인 행동인가?

마사지나 피부 관리의 전문가들이 내 피로라는 문제를 해결하고 돈을 벌 수 있게 해 주는, 오히려 이타적인 행위가 아닌가?(정확히 이런 단어를 저자가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돈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라는 개념에 불편함을 느낄 독자를 위해 이렇게 풀어서 설명하고 싶다)

운동을 꾸준히 하거나 살을 빼고 싶은 사람들이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는 게 비웃음을 사거나 욕을 먹을 일은 아니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청소가 힘들다면 청소 전문 업체에 청소를 의뢰하고 대가를 지불하면 된다.

우리는 고민이 있으면 무의식중에 그것을 계속 생각한다. 그러면서 막대한 의지력을 낭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민의 대부분은 어느 정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 완전한 해결은 아니더라도 돈이 고민의 무게를 덜어준다는 것은 틀림없다. 적어도 여기서 말한 피로라든가 운동 부족 혹은 영업 부진과 간병 등과 같은 고민거리는 돈을 사용해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문제 해결을 위해 돈을 쓰면 일시적으로는 가난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돈의 힘으로 의지력 낭비를 억제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투자다.

또한 자신이 서투른 일은 극복하려고 애쓰는 대신에 돈을 주고 사람을 쓰는 게 낫다.

사람들은 왠지 자신이 부족한 것을 극복해서 메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상식적인' 행동은 저자가 성공하기 위해 버린 것들 중 하나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이 약한 사무 업무, 경리 업무를 그냥 시급 1만 원 정도의 온라인 비서에게 맡겨 버렸다.

이렇게 막대한 양의 의지력을 아낄 수 있게 되고, 또 비서가 자신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매달 50만 원으로 이렇게 일이 편해지다니 지금까지 한 고생은 뭐였을까, 왜 좀 더 빨리 투자하지 않았을까" 후회가 폭풍처럼 밀려 왔단다.

서툰 업무가 있다면, 굳이 극복하려고 애쓰지 말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이외에 진짜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얻은 꿀팁을 하나 더 공유하자면, "자기 성장을 위해 돈을 지출하는 것"이다.

자기 투자의 예산은 자신이 원하는 연봉의 10퍼센트면 충분하다. 가령 연봉 1억 원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라면 연간 1,000만 원을 자기 투자에 사용하는 것이다.

와, 나는 여기에서 저자의 대담함에 혀를 내둘렀다. 연봉 1억 원이라는 목표를 위해 그 10%인 1,000만 원을 과감하게 자신에게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그 목표를 이룰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신에게도 자신이 번 것의 십분의 일을 내라고 하는데, 자기를 위해 10%를 못 쓸 게 뭔가.

 

나는 원래 어떤 책을 읽고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내가 책에서 얻은 지식과 지혜를 다 공유하진 않는데(출판사도 먹고 살아야 내가 읽을 책들이 또 만들어질 테니까) 이 책은 정말 너무 감동받아서 이렇게 자세하게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게 전부가 아니고, 내가 미처 여기에 설명하지 못한 좋은 내용이 많으니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란다. 나는 강력 추천이다!

[책 감상/책 추천] 이영미, <인생운동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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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추듯 움직이는 사람들이 그려진 책표지를 보면 대략 감이 오겠지만, 이건 생존을 위해 운동이 될 '춤'을 시작한 한 중년 여인의 에세이이다.

저자는 이영미라는 연극평론가로, '몸매를 위해서'가 아니라 '죽지 않기 위해서'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유인즉슨, 원체 타고난 몸이 약한 데다가, 체력 이상으로 과로하는 경향 때문에 30대 후반부터 보약을 달고 살 정도로 몸이 삐그덕거리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체력을 기르기 위해 이런저런 운동을 다 고려해 봤지만, '1분만 더!' 하며 죽을힘을 다해 버티는 운동은 맞지 않고, 옷 챙겨 입고 운동하고 다녀와 땀 씻고 조금 쉬면 두어 시간이 후딱 간다. 이래서야 글을 쓰는 일의 맥락이 끊겨 버린다.

게다가 그렇게 격한 운동은 하루에 1회 이상 하는 건 무리. 위무력증인 저자는 식사 후 몸을 좀 움직여 줘야 하는데, 그렇다면 집에서 수시로 짧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없을까 고민하다 떠오른 것이 춤이었다.

'주1회 학원에서 배우고, 집에서 틈틈이, 식후 시간마다, 한두 시간마다 일어나 스텝을 밟으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저자는 "쿨하게 업무를 처리하듯" 동네 댄스스포츠 학원의 문을 열고 들어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머리에 순수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일상적이며 실용적이고 객관적인 설명을 하고 싶다고 썼는데, 실제로 정말 그렇게 책을 썼다.

앞에서 간략히 설명했듯 저자가 어쩌다가 춤을 추기로 한 건지, 동네 댄스스포츠 학원에서 어떤 춤부터 배우고 어떻게 진도를 나갔는지, 댄스스포츠를 배운 다음에는 무엇을 배웠는지 등을 시간적인 순서로 진행하며 풀어놓는데, 군데군데 아주 실용적이고 유용한 정보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서 댄스스포츠의 종류(서유럽 백인의 춤, 미국·중남미 춤을 바탕으로 영국에서 10종목으로 정리했다), 댄스화는 어디에서 사면 좋은가(서울역 옆 염천교 수제화 거리에 가면 4~5만 원에 맞출 수 있다), 초보자가 시작하기에 적절한 춤(자이브, 왜냐하면 라틴댄스가 모던댄스보다 쉽고 라틴댄스 중에서도 자이브가 얼추 따라가기는 제일 수월하기 때문이다) 등등.

저자가 이야기를 잘 풀어내서, 춤에 전혀 관심이 없는, 그러니까 남이 춤을 추는 건 멋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춤을 배우거나 출 생각이 전혀 없는 내가 보기에도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제일 흥미로운 건, 역시 저자가 춤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평론가 출신이어서 그런가, 춤을 배우면서도 자신이 가진 지식을 이용해 이런저런 분석을 시도하는데, 그것이 정말 나에게는 새로운 시선이었다.

예컨대, 발레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분석한다.

매사가 그렇지만 보는 것과 하는 것은 정말 다르다. 발레가 아주 부드럽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사실 그 춤은 서구 근대 공연예술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정면무대에 인간의 몸을 끼워 맞춘 춤이다. 관객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구경하는 게 아니라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고, 출연자는 한 방향만을 의식하면서 춤을 춘다. 그러니 그쪽 방향에서 볼 때에 가장 아름답게 보이도록 인간의 육체를 인위적으로 비틀어 놓은 동작이 많다. 한 동작에서도 가슴, 허벅지, 발등, 머리 등 각 부위가 각각 어느 방향을 향해야 하는지 정해져 있는데, 이 기준은 자연스러움이 아니라 정면에서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발레 연습실에 다리를 들어 걸쳐 놓는 바(bar)와 정면을 의식하도록 하는 거울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발레는 그저 우아하다, 그리고 발을 그렇게 혹사시켜서 추니 힘들겠다고만 생각했지, 이런 쪽으로는 분석해 본 적이 없어서 이 부분이 내게는 충격적이었다.

이야, 역시 배우신 분은 춤을 그냥 취미로만 배워도 이 정도 깊이의 분석을 할 수 있는 거군요! 너무 멋졌다.

 

저자가 춤을 배우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이건 삶도 그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구절들이 특히 그렇다.

물론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뛰지 않고 그저 걷는 것처럼 움직이는 경우도 없지 않다. 뛰는 게 쉽지 않은 70대 노인이 이렇게 걷기 동작으로 춘다면 그건 아마도 육체적인 이유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체력적으로는 이 정도 뛰는 게 가능한 50~60대인데도 이렇게 추는 사람이 적지 않다. 동작을 크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다. 아니, 이렇게 크게 움직여 본 경험이 없어서 자기도 모르게 동작이 작아지는 것이다. 자기 딴에는 크게 움직였다고 생각하지만 그저 평소보다 조금 더 크게 움직였을 뿐, 춤으로 보자면 턱도 없다. 그러니 민망함을 떨치고 더 과감하게, 더 크게 움직여야 한다.
선생님은 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자이브의 몇몇 동작을 조금 섬세하고 정확하게 하도록 다듬어 주고 있다. 내가 "왜 처음부터 이렇게 정확하게 가르쳐 주지 않았어요?"라고 투덜댔더니 선생님의 대답은 이랬다. "처음부터 그렇게 가르치면 어렵다고 다 도망가요. 일단 늪에 빠뜨려 놓고 어느 정도 움직일 만큼 되면 그때 다시 건져서 다듬어야지." 물론 댄스스포츠를 전문으로 할 연습생인 경우에는 다르단다. 아주 간단한 동작이라도 정확한 형태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아이고, 죽겠다' 소리가 나올 정도로 반복한다. 하지만 나 같은 일반인들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게 선생님 생각이었다. 파트너 붙잡고 음악에 맞춰 즐겁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저자는 춤을 추기 시작하니 전반적인 건강이 좋아졌다고 한다. 어깨가 부드러워져 고질병이었던 오십견 증세도 사라지고, 무릎도 아주 튼튼해졌단다.

무릎을 많이 써서 무릎이 안 좋아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춤을 추고 나면 무릎이 좀 욱신거려도 자고 일어나면 다 나을 정로, 큰 무리는 없었다고. 

 

그리고 왈츠가 자이브나 룸바처럼 남녀가 손을 맞잡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춤보다 더 야하다는 것 알고 계셨는지?

어려운 점은 또 있다. 몸의 밀착이다. 그냥 손을 맞잡는 정도가 아니라 횡격막 부근의 윗배 부분부터 허벅지 부위까지 파트너와 밀착시킨 상태를 유지한다. 와, 이렇게 스킨십이 심한 춤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단 말야? 그냥 눈으로 보기에는 골반과 엉덩이를 흔들어 대는 라틴댄스가 훨씬 야해 보인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왈츠의 선은 얼마나 우아한가. 그런데 실제 해 보면 내숭도 이런 내숭이 없다.

와, 세상에... 넘모 야하다! 난 왈츠라고 하면 그냥 파트너와 가까이 붙어서 손 잡고 천천히 빙글 도는 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윗배부터 허벅지까지 찰싹 붙이고 추는 춤이었단 말인가! 

(사실 이렇게 신체 접촉이 많기 때문인지, 커플댄스에서 남자의 손은 여자의 어깻죽지뼈 미틍로는 내려가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한다. 허리를 향해 더듬대는 손은 성추행으로 간주된다.)

 

앞~중반까지 계속 나오는 댄스스포츠 외에 탭댄스, 플라멩코, 벨리댄스, 훌라 춤도 책 중후반에 언급되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한번 훑어보시라.

초심자들이 이런저런 실용적인 정보(위에서 말했듯 댄스화는 어디서 살지, 춤을 출 때는 뭘 입으면 좋은지 같은)를 습득하는 데도 이 책이 도움이 될 거고, 아니면 아예 이 책을 읽고 '나는 이 춤을 배워 보고 싶어!'라고 마음을 정할 수도 있겠다.

책 마무리에 저자는 "운동으로서 내 나이의 몸이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것, 춤 자체로 재미있는 춤, 춤으로 생각할 거리가 있는 춤"이라는 조건을 만족시키는 춤을 골라서 배웠으며, 살사댄스나 에어로빅, 줌바댄스, 발레 스트레칭 등 운동 효과가 제1의 목표로 설정돼 있는 춤은 자신의 관심 밖이라고 말한다. 젊은이들이 많이 즐기는 방송댄스나 재즈댄스, 젊은 몸을 요구하는 발레도 마찬가지.

하지만 어떤 춤이든 무슨 상관이랴. 자신이 즐길 수만 있다면야.

60대인 저자가 '춤바람'이 날 수 있다면 나도 춤을 출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고, 어떤 춤이 되었든 춤을 추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당장 막춤이라도 춰 보자!

[책 감상/책 추천] 장대익, <사회성이 고민입니다>

 

 

책 표지에서 이미 요약해 주고 있듯,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과학자"가 쓴 책이다.

과학을 바탕으로 한 사회학 서적이라고 해야 할까? 진화학자가 현대 사회의 문화에 대해 이런저런 진단과 설명을 하는데,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왜 사람들은 '혼밥', '혼술'을 하는 걸까? 저자는 그 이유를 '던바의 수(Dunbar's numbers)'에서 찾는다.

'던바의 수'란, 옥스퍼드 대학교의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가 제시한, '한 사람이 맺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최대치'를 가리킨다.

'완전 절친'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의 수는 다섯 명, '절친'은 15명, '좋은 친구'는 35명, '친구'는 150명, '아는 사람'은 500명, 그리고 '알 수도 있는 사람'은 1,500명. 

던바 등이 제시하는 사회적 뇌(social brain) 가설에 따르면, 아무리 사회가 복잡해지고 발전하더라도 한 사람이 유지할 수 있는 친구의 수는 150명 안팎입니다. 이게 인간의 뇌용량이 허용하는 관계의 최대치라는 거죠. 그 이상을 넘어서면 뇌가 폭발한다는 뜻입니다. (...)

그런데 요즘의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보세요. 회사나 학교, 그곳의 소모임이나 동아리, 또 주말에는 동호회나 종교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네트워크가 존재합니다. 사회성을 발휘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도토리(=인간관계 총량)가 150개밖에 없는데, 사용처는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셈이지요. 인간관계의 총량은 그대로인 채, 사회적 채널만 늘어났을 뿐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SNS의 발달로 인해 네트워크는 더 늘어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관계의 총량은 그대로니 도토리가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저자는 '혼밥', '혼술'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뇌용량을 초과하는 네트워크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며 도토리를 충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시 혼밥을 하는 사람을 떠올려봅시다. 그 사람의 어깨를 툭 치며 "아, 딱한 친구일세. 회식이나 하러 가자고!" 이러면 안 되는 겁니다. 가만히 혼자 있게 놔두고 그 시간을 즐기게 하고 충전해서(다시 도토리 150개를 채우고) 다시 관계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관계에 지쳐 있는 사람에게는 '자발적 외로움(고독)'의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이런 맥락에서 저는 '홀로 버려져 마음이 쓸쓸한 상태'로서의 그냥 외로움과 자발적 외로움인 '고독'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혼자 무언가를 즐기는 데 사회적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은 해 봤지만 이렇게까지 과학적인 근거는 상상도 못 해 봐서 이게 참 인상 깊었다. 

 

과학자라고 하면 재미없게 말하거나 딱딱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 책의 저자는 이야기도 재미있게 잘 풀어 나간다.

책 초반에 유인원의 차이를 이야기하면서 침팬지와 보노보 사진 옆에 인류의 대표 격으로 본인 사진을 붙여 놓았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난 이것도 너무 웃겼다. AI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반려동물과 무엇이 다를까 이야기하는 부분인데,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반려견 품종은 몰티즈라고 합니다. 귀엽고 사랑스럽죠. 그런데 혹시 몰티즈가 냄새도 잘 맡고 소리도 잘 듣고 귀엽게 생겼다는 이유로 인간으로서 자존심이 상하거나 열등감에 빠졌다는 사람을 본 적 있나요? 소리와 냄새에 민감한 것은 개의 특성이지 인류와 경쟁해야 하는 속성이 아닙니다. 만일 비둘기가 날아다니는 게 너무 부러워 인간으로서 열등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병원에 모셔드려야겠죠.

그렇습니다. 개는 우리와 경쟁하지 않습니다. 개의 특성은 인간의 특성과 겹치지 않기 때문에 인류는 개와 오랫동안 친구지간이었습니다(물론 집에서 개와 순위 경쟁을 벌이는 아저씨들을 제가 몇 분 알긴 합니다). 그런데 만일 개가 어느 날, "저도 오늘부터 자율주행차의 승인 여부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라고 나온다면, 물론 그럴 리는 추호도 없겠지만, 개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달라지기 시작할 겁니다.

과학자가 이렇게 웃긴 줄은 몰랐다.

 

게다가 인간의 외로움에 대해 이렇게 말할 정도로 인간은 따뜻하게 이해하는 과학자라니!

우리 조상들은 어렸을 때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외로운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울음과 몸짓으로 엄마를 찾았죠.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다 멸절하여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반면에 집단생활을 하지 않는 악어는 외롭지 않아요. 조직 생활을 하는 쥐는 외로움을 느끼고요. 인간보다는 덜 느낍니다. 인간은 매우 연약한 존재이며 가장 큰 네트워크를 갖고 있기에 외로움의 진폭 또한 매우 큽니다.

 

저출생 현상의 과학적 설명:

동물은 자기 자신이 극심한 경쟁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감지하면 번식 전략이 아닌 성장 전략을 취합니다. 경쟁이 극심하면 자식을 낳아봤자 생존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대신 번식을 미루고 자신의 성장에 에너지를 쏟아붓습니다. 자신의 경쟁력을 먼저 높인 후에 자식을 낳아 그 자식의 생존 확률을 더 높이는 쪽으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어느 동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전반적으로 유쾌하면서 사회적 현상에 대한 과학적 시선을 접할 수 있어서 신선한 경험이었다.

이 저자의 책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저자의 다른 책도 기회가 된다면 찾아볼 생각이다. 일단 이 책도 추천!

[책 감상/책 추천] 박남주, <세상에 속지 않는 법>

 

 

우리 일상생활과 밀렵한 관련이 있는 법률적 지식을 소개해 주는 유튜브 채널 <법알못 가이드>의 크리에이터가 지은 책이다.

저자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많은 이에게 최대한 쉽고 신뢰성 높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정말 다행이다. 나처럼 영상을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책만큼 접근하기 좋은 방법이 또 무엇이 있겠는가.

 

책 내용은 대략 사회 탐구 '법과 사회' 과목(아직도 있으려나 모르겠다. 윤리는 두 가지로 나뉘었다고 들었는데, 적어도 내가 수능을 볼 때에는 '법과 사회'라고 해서 정말 유용한 생활 밀착형 법률 정보를 다루는 사회 탐구 과목이 있었다!)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대략 목차를 훑어보면, '인터넷(SNS 포함)' 관련, '유튜브 관련', '주거 관련(집 계약, 층간 소음 문제 등)', '금전(중고 거래, 보이스 피싱 등)', '학교 관련(압수당한 물건, 학교 폭력 등)', '인간관계 관련(채권채무, 폭행 등)', 그리고 '기타 일상생활(갑툭튀한 차, 식당에서 신발이 없어진 경우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저자가 유튜브 저작권 정책의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어서 그런지 유튜브에 관한 내용이 상당히 신뢰감이 든다.

 

일단 온라인 세상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악플'에 관련한 내용부터 간단히 보자. 악플을 다는 행위는 형법에 의해 처벌이 가능하다.

형법 제311조(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12조(고소와 피해자의 의사)
① 제308조와 제311조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각 내용과 관련한 법률이 인용되는데, 솔직히 이건 잘 모르겠으면 그냥 흐린 눈으로 보고 넘겨도 되고, 그다음에 나오는 설명만 잘 보면 된다.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먼저 '공연성'이 필요합니다.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 또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즉 많은 사람이 보거나 들을 수 있는 상황에서 모욕이 이루어졌을 때 모욕죄가 인정될 수 있는 거지요(대법원 1984. 4. 10. 선고 83도49). 그렇기 때문에 페이스북 메시지나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모욕을 받으면 공연성이 인정되기 힘듭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웹 사이트 게시판에 욕설 댓글을 달면 공연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요.

또한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구체적인 대상이 특정되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인터넷 게시판에서 아이디를 사용하더라도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특정인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주위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이라고 여겨지면 "모욕의 죄책을 면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므로 누군가 여러분을 지목해 모욕하는 글을 쓰거나 욕설 댓글을 달았을 때 아이디 프로필을 살펴보면 실제 인적 사항을 확인할 수 있거나, 게시판에 인적 사항을 밝힌 적이 있거나, 온라인 커뮤니티 사람들과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고 전화번호와 같은 연락처를 공유한 적이 있다면 그 악플러를 처벌할 수 있습니다.

 

원룸 계약과 관련된 내용도 알아 두면 유용하다. 대략 요약하자면 '1. 주변 환경 확인, 2. 내부 시설, 3. 등기부 등본과 건축물 대장 열람, 4. 보증금 반환에 대한 특약 확인, 5. 계약 후 중개 수수료 및 보증금 송금, 6. 전입 신고 및 확정 일자 받기' 정도 되겠다.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 영상 또는 책으로 확인하시라(옮겨 적자니 너무 길다...).

 

아니면 요즘 이런저런 리뷰 영상/후기가 많은데, 조금이라도 안 좋은 점, 불편했던 점, 아쉬웠던 점을 표현했다가는 업체 측에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고소 사유는 크게 두 개인데, 첫째는 업무 방해이다.

이 조항에 의한 처벌을 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말 그대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실만을 말한다면 업무방해죄에는 해당하지 않지요. "이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니 피부에 트러블이 생겼다. 아마 이런 성분 때문일 것 같은데 똑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구매하기 전에 잘 알아보아야 한다"와 같은 의견은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사실이잖아요. 이러한 내용을 말한다고 해서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지 않습니다. 쉽죠? 만약 본인이 사실만을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방해죄로 고소를 당했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두 번째는 명예훼손인데, 대부분의 영상, 댓글, 포스트와 게시물은 정보 통신망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정보통신망법 제70조를 참고해야 한다. 여기에서는 굳이 인용하지 않겠다. 대신 저자의 설명을 보시라.

(...) 위 조항을 살펴보면 업무방해와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지만, 아무리 사실이더라도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인정되면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아니, 내가 내 돈 주고 산 제품이 정말 별로여서 피해를 입었는데 사람들에게 이 사실도 알릴 수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업체는 이 조항을 믿고 고소나 경고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를 보면 현실은 업체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2. 11. 29. 선도 2012도10392 판결).

관련 판례 요약
1. 인터넷을 통한 물품 및 서비스에 대한 정보 교환의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사업자에게 불리한 글을 게시하는 행위가 비방의 목적인지는 더욱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2. 이용한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는 없으므로 영리 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불만이 있는 소비자들을 어느 정도 수인하여야 한다.
3. 인터넷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정보 및 의견 교환에 따른 이익은 공익을 위한 것이므로 큰 가치를 지닌다.

(...) 이 판례에 따르면 소비자 보호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붕확실한 허위 정보를 포함하지 않고 사실에 근거한 내용만 리뷰한다면 그 행동이 아무리 사업자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업체가 원하는 대로 리뷰어를 처벌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므로

 

분명히 삶에 도움이 되는 법률 지식이 많이 있는데, 아무래도 지면상 제약이 있다 보니 어떤 부분은 너무 가볍게 훑고 지나갔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예컨대 성추행이나 성폭력에 관한 내용. 이것은 기초적이고 원론적인 내용만 소개되어 있어서, 약간 부실하다는 느낌인데 사실 이건 이 주제만 가지고도 책 한 권은 거뜬히 나오는 내용이니 이런 경우엔 다른 전문적인 책을 참고해야 할 것 같다(물론 법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과 동시에 말이다).

성폭력의 경우에는 박신영이 쓴 <제가 왜 참아야 하죠?>를 읽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대략 감이 잡힐 것이다.

저자가 성폭력을 당한 이후 가해자를 고소하는 과정에서 느낀 것을 바탕으로 대응 방법을 상세히 설명한다. 

이 외에 다른 주제에 대해 좀 더 깊은 지식이 필요하다면 해당 주제에 관한 다른 책들을 참고하는 게 좋겠다.

그래도 이 책은 뒤에 부록으로 모욕죄 고소장 작성 방법과 대여금 변제 최고 내용 증명을 작성하는 방법을 알려 주기까지 한다. 엄청 유용하네! (물론 애초에 이런 걸 쓸 일이 없는 게 제일 좋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법과 사회' 과목을 공부한다는 느낌으로 읽어 보면 좋을 책이다. 굿!

[책 감상/책 추천] 홍주현, <환장할 우리 가족>

 

 

책 제목이 너무 매력적이지 않은가? 이 책은 바로 다음의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의 가족은 '개인'이 존재하지 않는 '집단'에 가깝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이라는!

딱히 저자가 사회학이나 가정학을 전공한 학자인 것은 아니지만, 저자의 경험이 책의 주제와 잘 맞닿아 있어서 설득력 있게 글을 잘 썼다.

저자는 딱 2달 만난 당시 남자 친구와 결혼식을 올렸는데, 결혼한 지 2년만에 남편이 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후 5년간 남편의 투병을 도우며 가족의 의미와 그것이 한국 사회에서 갖는 위치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서양보다 한국에서 유독 많이 일어나는 범죄가 있는데, 부모(특히 가장인 남성)가 배우자와 자식을 살해하고 스스로 자살하는 '가족 살인'이다.

대개 경제적인 이유로 신변을 비관해 '내가 없으면 이 아이들은 누가 돌보아 주겠나' 하는 사고에서 그 아이들을 살해하는데, 참 웃기게도 자녀와 배우자는 죽여 놓고 자살에는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타인의 삶의 권리를 자기 멋대로 빼앗는 것도 웃긴데, 자기 목숨을 스스로 거두기에는 용기가 모자랐는지 자살조차 못하는 것들은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런 놈들은 자신이 저지른 게 얼마나 큰 폭력인지 알까?

자녀와 배우자를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꼭 '가족'이 아니라 '타인'이어도 믿고 의지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그런 끔찍한 짓은 저지르지 않았을 텐데.

한국의 가족 살인 비율은 매우 높은 편으로, 특히 서구권에서 이런 사건은 드물다고 한다. 이는 물론 복지 제도 같은 제도적 미비 탓이지만, 우리 가족이라는 한국인의 무의식적 가족관에서 기인한 태도의 영향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우리 가족이라는 표현에서 '우리'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의미가 아니라 내부인과 외부인을 가르는 경계의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이런 '우리'는 내부인에게는 폐쇄성과 배타성으로, 외부인에게는 무관심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남'이 '우리' 가족에게 무관심한 건 자연스러운 것이고, '우리' 가족 안에서 일어난 문제는 당연히 '우리'끼리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

가정 폭력이나 부부 간의 성폭력 문제에 경찰 같은 공권력이 개입하기를 꺼리는 경향에도 이에서 기인한 것일 테다. 

이런 것만 아니었다면 길을 가다가 보이는 데이트 폭력 같은 것에도 사람들이 더 잘 개입해 도움을 줄 수 있었을 텐데.

 

우리나라는 '가족'을 중시하면서도 참 신기하게 그 '가족'조차 '정상'과 '비정상'으로 무척 엄격하게 구분한다.

한국에서 가족이 정상 대우를 받으려면 일단 가족 구성원이 모두 순수 한민족이고, 비장애인이어야 하며, 부부는 반드시 남성과 여성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결혼한 뒤 아이를 낳아야 하며, 아이 역시 그런 공식 제도를 거친 사람에게서 태어나야 정상적인 존재를 인정받는다.

이 정도 조건은 정말 기본 중의 기본이고, 세분화하자면 정말 끝도 없다. 사람들은 나름의 기준에 따라 가족을 서열화한다.

저자는 자신의 친구를 예로 든다. 그 친구는 어릴 적에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그만큼 부모님이 경제력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본인도, 본인 남편도 한국 사회의 '주류'에 속했다. 남부러울 것 하나 없이 완벽한 주류 인생이었다.

그러다가 그 친구가 남편과 이혼을 하자, 곧바로 '비정상' 가족, 즉 비주류가 됐다. 

주류에서 비주류로 떨어지기는 정말 너무나 쉽다. 조금만 삐끗했다간 바로 '비정상'이 되어 버린다.

아니, 이렇게 관용 정신이 없어서야 어떻게 사람들이 '가족'을 만들려고 도전이라도 해 보겠느냐는 말이다.

애를 낳으라고 그렇게 외쳐 대면서 정작 미혼모/부, 편부모 가정, 또는 난임 가정들에게는 가차 없이 '비정상' 딱지를 붙이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롭고 또 새로 알게 되었던 것은, '경제'와 '가족'의 개념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한국전쟁으로 폐허였던 이 땅에 부랴부랴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 경제가 도입한 이후, 경제 발전이 최고의 목표가 되었다.

복지 같은 건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고, 그래서 일단 '선경제 후복지'가 기치가 되었다. 

(...) 국가가 제공해야 할 복지를 급한 대로 민간(개인, 가족)이 알아서 하도록 하는 전략을 택했다. 월급을 주는 사용자, 즉 기업은 국가 역할을 일부 부담하는 대신 특혜를 받았다. 국가과 기업이 주고받은 것이다.

한국에서는 오래 일할수록 급여가 올라간다. 일을 잘하건 못하건, 생산성과 급여는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 왜 그럴까. 나이를 먹을수록 부양 가족이 생기고, 자녀 양육비가 들며, 노부모의 의료비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이런 비용은 선진국이 될수록 사회가 부담하는 부분이 커진다.

이 부분에서 사회학자 송호근의 말도 인용되는데,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서구의 연봉 개념은 성과에 기초해 단순한 반면, 한국의 급여 명세서에는 주택이나 학자금, 가족수당 같은 항목이 많이 붙어 있어 복잡하다.

대기업 중에는 '계열사' 또는 '그룹사'라는 큰 틀 안에서 백화이나 콘도 이용 시 할인, 또는 자동차 구매 시 할인 등의 혜택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이것들 모두 일종의 복지 성격인데, "명절 상여금, 휴가비, 학자금, 전세나 월세 자금 대여 등 현금 보상을 위시해 병원, 사원 주택, 휴양 시설, 체육관, 소비조합 등 시설 복지까지" 아주 다양하다.

그리고 이런 복지 방식에는 물론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그런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조직의 직원과 그런 조직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이나 위화감에 견줄 만한 사회적 문제가 된다.

그런 조직에 몸담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방심할 수 없다. 그 안에서 살아남아야만 자기와 자기 가족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 때문에 몸이 힘들고 정신이 괴롭더라도 일을 그만둘 수 없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선경제 후복지' 정책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시 국가가 복지를 적극적으로 가져가는 형태로 수정되어야 하는데, 이 일을 미루다 보니 국가의 복지 서비스 제공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각자도생만 심화되는 것이다.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조성되면 개인이 가족을 부양하는 데 느끼는 부담도 줄어들 것이고, 그러면 '가족'이라는 굴레의 구속력도 조금은 약해지지 않을까?

'가족'이라는 다소 개인적인 개념과 경제라는 큰 개념을 연결해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이 책에서 이런 점을 지적하는 걸 읽고 나니 정말 눈이 뜨이는 기분이었다.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었구나!

 

많은 이들이 자주 고민해 보았을 법한 주제(있어도 환장, 없어도 환장하는 게 가족이니까)를 다룬 책인데다가, <라디오 스타>에 나온 '샤이니' 태민의 이야기라든지 영화 <쿵푸 팬더> 등 쉬운 소재로도 이야기를 잘 이끌어내서 전반적으로 읽기 쉽다.

고등학생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읽고 공감할 수 있으리라 본다. 가족끼리 다 같이 읽고 토론하기에도 좋을 듯하다.

나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제시하는 결론이 참 마음에 든다.

가족의 해체를 말할 때 걱정스러운 시선을 가득 담는다. 그러나 나는 가족의 해체가 반갑다. 그 가족은 전근대의 '집단'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가족이 해체돼야 지금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가족을 형성할 수 있다. 새로운 가족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구성원 개인이 희생해야 하는 애처로운 가족이 아니라. 각자가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함께하는 밝고 건설적인 가족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도덕도 만들어질 것이다.

이런 포용적이고 따뜻한 가족의 개념이 널리 퍼지기를 기원해 본다.

[책 감상/책 추천] 박막례, 김유라,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이미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실 '막례쓰' 박막례 할머니가 어떻게 우리나라 최고 인기 유튜버가 되었는지에 관한 책이다.

책을 펼쳐면 나오는 세 번째 페이지에 이렇게 쓰여 있다.

희망을 버리면 절대 안 돼요.
희망을 버렸으면 다시 주서 담으세요.
그러믄 돼요.
희망은 남의 게 아니고 내 거예요.
여러분이 버렸으면 도로 주서 담으세요.
버렸어도 다시 주으세요.

인생은 끝까지 모르는 거야.

과연, 70대에 인생이 뒤바뀐 할머니가 해 주실 법한 말이다. 나는 정말 딱 이 말만 보고 이 책을 읽고 싶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사실 막례쓰에 대해 잘 모른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짤과 입소문을 통해 박막례라는 할머니가 유튜브에서 일약 스타가 되었다는 정도만 알지, 실제로 막례쓰의 영상은 본 적이 없다. 영화가 아닌 영상을 보는 데 큰 흥미가 없어서...

하지만 덕분에 이 책에 있는 내용을 더 신선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그 이유는 아래에서 곧 밝히겠다).

이 책은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뉘어 있는데, 전반전에서는 막례쓰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간단하게 연대기처럼 나이별로 소개한다.

그리고 후반전은 막례쓰의 시선과 유라 씨의 시선이 번갈아서 서술되어 있는데, (할머니가 치매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말에 충격을 받아 할머니와 여행을 하기 위해 직장을 관둔 손녀딸) 유라 씨와 함께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구글 CEO까지 만난 이야기를 담았다.

그런데 솔직히 내가 막례쓰에 대해 잘 모르고 그분 영상을 한 개도 안 봤기에 이게 재밌게 느껴졌던 거지, 만약에 내가 막례쓰의 '편'들 중 하나라서 그분 영상을 웬만큼 봤다면 굳이 이걸 책으로 또 봐야 했을까 싶었을 거다. 

그리고 책으로 읽는 나는 글에 약간 PPL이 심하다고 느꼈다.

여행 부분이야 뭐, 여행으로 유튜브 콘텐츠 찍으시는 분이니까 이해할 수 있고 구글 자체야 워낙에 본사 건물이 관광의 대상처럼 여겨지니까 그러려니 하겠는데, 삼성이 초빙해서 간 가전 전시회를 다루는 부분에서 그런 걸 크게 느꼈다.

책에서까지 굳이 그런 얘기를 해야 할까 싶었다. 내가 자본주의의 현실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분명히 전반전에 있는 막례쓰의 일대기는 웃기고 슬프고 감동적이고 혼자 다 하는데, 뒤에 있는 후반전은 그냥 이미 유튜브 영상에서 공개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도 않을 법해서 그냥 그렇다.

책 뒤에 '제1회 박막례 모의고사'라고, 모의고사 형식을 빌려 온 '편'들의 애정도 테스트 비슷한 게 있는데, 대략 이런 거다.

6. "할머니 (                  ) 갈 때 화장 진한 거 알지?
① 화장실                        ② 한의원
③ 계모임                        ④ 백화점

참고로 답은 책 안에 없다. 책 뒤쪽에 제시된 QR 코드를 통해 답을 제출하면 추첨을 통해 다섯 명에게 박막례 럭키 박스를 준다고 되어 있는데, 기한이 6월 23일(일)까지라 이미 한참 전에 지나서 나는 응모할 생각도 안 했다(어차피 답도 모르고).

그래도 이런 퀴즈는 상당히 신선하고 '편'들이라면 참 좋아할 만한데, 오히려 이런 것을 본문에 더 많이 넣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아니면 책 뒷날개에 있는 '막례쓰 명언 대잔치' 코너 같은 것.

★ 왜 남한테 장단을 맞추려고 하나. 북 치고 장구 치고 니 하고 싶은 대로 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춤추는 거여.

★ 고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여. 내가 대비한다고 해서 안 오는 것도 아니여. 고난이 올까 봐 쩔쩔매는 것이 제일 바보 같은 거여. 어떤 길로 가든 고난은 오는 것이니께 그냥 가던 길 열심히 걸어가. (...)

★ 이쁜 것은 눈에 보일 때 사야 돼요. 내년에는 없어요. 뚱뚱하고 날씬해 뵈는 것에 집착하지 마세요. 내 맘에 들면 사는 것이니까. (...)

★ 여행은 눈으로 하지만 추억은 돈으로 만들어야 된다이? (...)

이런 명언들 분명히 더 많을 텐데 이거를 좀 모아서 정리해 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래도 이 책이 형편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이런저런 점을 좀 더 보완하면 좋았을 거라는 거고, 다음번에 책이 또 나온다면 그런 점을 좀 고려해 주십사 하는 것뿐.

막례쓰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정말 유라 씨 말대로 "꽤 멋진 70대를 고대"하게 된다. 앞으로 더욱 멋있을 인생의 후반전을 위해 치얼스...☆

[책 감상/책 추천] 호시 와타루, <신의 멘탈>

 

 

이 책의 첫 번째 챕터 제목은 <멘탈이 인생의 90퍼센트를 결정한다>인데, 정말 맞는 말이다.

시험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 그래서 모의고사에선 높은 점수를 기록해도, 정작 실전에선 너무 긴장해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하는 경우는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 않은가.

실제 능력과는 무관하게, 멘탈이 어떤 일의 수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저자는 마음먹은 대로 살기 위한 공식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목표 달성 = 목표 × 수단 × 멘탈

많은 사람들이 삶의 목표가 없다. 또는 아주 추상적으로만 생각하면서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 목적지가 없는 비행기를 타지는 않을 것이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일단 목표 달성, '행복한 미래'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사람들은 실수를 한다. "1년 후 오늘, 당신은 어떻게 되면 좋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대개 '수입이 늘었으면 좋겠다', '출세했으면 좋겠다', '지금보다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등으로 대답한다.

수입이 늘기를 바란다면 구체적으로 얼마나 늘기를 바라는 것인가? 10만 원? 50만 원? 100만 원? 1천만 원?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않는 건, '대략 남쪽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는 것과 마찬가지다. 남쪽 정확히 어디로 가고 싶은 건가? 그것이 우선 명확해야 한다.

 

사람들이 목표를 이루는 것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또 있다. "목표를 이룰 때 가장 중요한 항목은 수단이 아니다."

왜 수단이 가장 중요한 항목이 아닐까?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로, 애초에 목표가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으면 수단을 생각할 수 없다. 이를테면 앞에서 제시한 마음먹은 대로 살기 위한 공식에서 목표의 설정이 잘못되었거나, 잊어버린 경우는 수단을 생각하기 이전의 문제다. 도착하고자 하는 목적지를 모른다면 어떤 이동 수단을 사용해야 할지 어떻게 결정할 수 있겠는가?

둘째로, 목표가 명확해졌다 한들 현재의 여러분은 어차피 그곳에 도달할 수단을 알 수 없다. 매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을 모르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 즉 수단을 찾아낼 수 없다. 마치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을 모르는데 삼각형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이 삼각형의 넓이를 구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는 것과 같다. 어쩌면 언젠가는 자신의 힘으로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을 생각해 내 정답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러기까지는 막대한 시간이 필요하며 시간을 그렇게 쓰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여러분은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아직 도달해 본 적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 그곳에 도달할 수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가 아닌가.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유는 수단은 멘탈을 강하게 만들면 저절로 발견되기 때문이다. 저절로라니 이렇게 다행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그런데 어떤 이들은 수단을 스스로 찾아내려고 지나치게 애쓰고 이 때문에 목표를 실현하기까지 쓸데없이 많은 시간을 낭비한다. 결국 지금과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이런 함정에 자주 빠진다.

 

그렇다면 멘탈이 왜 제일 중요한 걸까?

우리의 뇌는 자신이 어떤 인물이며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평가한 다음 그에 맞게 행동한다. 멘탈이란 마음이자, 자기 평가이자, 뇌다. 그래서 공식의 요소 중에서 멘탈이 가장 중요하다고 단언하는 것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여러분이 비행기의 기장이다. 목적지는 하와이의 호놀룰루 공항으로 명확히 설정돼 있으며,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이륙하려 한다(아니면 한국 인천 공항이어도 상관없다). 비행기의 성능도 목적지까지 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기장인 여러분의 자기 평가가 이런 식이라면 어떨까? "아, 정말 이륙을 해야 하나? 솔직히 이 비행기를 잘 조종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문제가 발생하면 어떡하지? 내가 잘 대처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이래서는 도착은커녕 이륙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이 예시는 목표를 이룰 수단(비행기)이 이미 준비된, 다소 쉬운 상황인데도 말이다.

설령 적절한 수단을 찾았더라도 실행 주체는 자신이다.  않는다. 목적지가 명확하고 수단을 알아냈더라도 자기 평가가 낮으면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실행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실행하지 못하면 현실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실행하느냐 실행하지 못하느냐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자기 평가다. '나야 당연히 할 수 있지. 내가 안 하면 누가 하겠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못 해. 아직 무리야'라고 생각하는가? 전자와 후자 중 어느 쪽이 행동에 옮기고 어느 쪽이 주저할지는 금방 알 수 있다.

 

자, 이제 문제가 뭔지 파악했으니 이제 여러분들이 그런 '두부 멘탈'을 '비브라늄 멘탈'로 강화시키고 싶어 한다고 상정하자.

그런데 문제가 있다. 우리의 뇌는 본능적으로 변화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게 아무리 새해 첫날에는 의욕이 넘쳐도 새로운 변화, 습관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다. 전문 용어로는 '심리적 항상성(homeostasis)'라고 한다.

따라서 이 항상성을 어떻게 억제하고 극복해서 변화를 유지해 나갈 것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의욕만 앞세워 노력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이 항아리에 구멍을 막아 주어야 노력이 온전하게 사용되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이제 멘탈을 강화하기 위한 첫 단계를 알아보자. 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종이와 펜을 꺼내시거나 아니면 메모장을 켜시라.

그리고 다음 질문에 대해 답을 10개 이상 써 보시라.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10개를 쓸 수 있었는가? 쓰지 못했다면 마음속으로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마음속으로 3개라도 생각해 보시라.

여기에 정답은 없다. '나는 소심하다', '나는 호불호가 심하다', '나는 운동을 잘한다' 등등, 무엇이든 상관없다.

자신의 자기 평가가 어떤지를 아는 것이 일단 중요하다. 그리고 한번 살펴보시라.

나는 과연 내가 가고자 하는 장소에 가기에 부족함이 없는가? 지향하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자기 평가였는가?

이 말인즉슨, 예컨대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위의 자기 평가에서 그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자기 평가가 적어도 하나는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거래처 사람들에게 평가가 좋다'라든지, '나는 시간 관리를 스스로 알아서 잘 하는 편이다' 같은 것.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본인이 생각하지 않는데 어떻게 그걸 이룰 수 있겠는가?

 

목표를 성취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자기 평가를 생각해 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지금으로선 괜찮다.

그런 '멘탈'을 쌓기 위한 방법을 이 책에서 배워서 실천하면 되니까(너무 절묘하게 자르나?).

책을 읽다 보면, '와, 진짜 이 방법을 사용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데 완벽하게 적합한 멘탈을 기를 수 있겠구나!" 하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나도 당장 이 방법을 따라 볼 생각이다. 솔직히 이 좋은 내용을 여기에서 다 공개할 수 없는 게 아쉬울 정도다(출판사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다 스포일러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올 연말,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하는 의미로 이 책을 읽고 당장 실천하는 것이 정말 나의 꿈과 목표를 이루는 데 첫 걸음이 되어 줄 것이다.

[책 감상/책 추천] 로버트 치알디니, 노아 골드스타인, 스티브 마틴, <웃는 얼굴로 구워삶는 기술>

 

 

이야, 제목이 기가 막히다. 이런 제목의 책에 누가 관심을 주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집필진도 빵빵하다. 로버트 치알디니는 설득의 교과서급인 <설득의 심리학>을 쓴 그 사람이다. 노아 골드스타인은 이 책의 확장판이라는 <설득의 심리학 2(Yes!)>를 썼으며, 스티브 마틴은 영국의 세계적 컨설팅 업체의 디렉터라고 한다.

음, 사실 나는 로버트 치알디니밖에 모르지만, 그래도 그 한 명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저자가 참여했다는 건 확실히 알겠다.

 

175쪽짜리 얇고 짧은 책은 꽤 유용하다. 책 뒷표지에는 '작지만 강력한 호구 해방의 심리학!'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사실 읽고 나면 그다지 '호구들'의 '방어' 위주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설득 심리학이지.

어쨌거나 내가 특히 인상 깊었던 꼭지는 이거다. 마침 이제 연말이고, 크리스마스나 새해처럼 주위에 선물을 할 일도 많을 테니 이게 딱 적절해 보인다. 꼭지 제목은 <기분 좋은 선물의 법칙>.

완벽한 선물을 고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심리학자들의 실험에 따르면, 선물을 받을 본인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엥? 너무 쉬운 거 아니냐고? 게다가 선물은 상대가 뭘 좋아할지 생각하며 골라야 하는 게 원칙인데, 본인에게 물어보면 반칙 아니냐고?

선물에 대해 연구한 이들의 말에 따르면 그 대답은 '아니올시다'이다. 

(...) 선물을 주는 사람은 받는 사람이 그 선물을 바랐는지 바라지 않았는지 여부가 선물을 받았을 때의 기쁨과 고마움 정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사람들은 자신이 받고 싶다고 말했던 선물을 받았을 때 훨씬 더 행복해하고 고마워한다.

그렇지만 상대가 '뭐야, 나를 위해 선물을 고르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조차 귀찮다는 거야?'라고 생각하면 어떡하냐고?

이런 염려는 필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원하는 선물을 밝히고 그 선물을 받은 사람들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받았기 때문에 훨씬 더 고마워한다. 또한 내가 준 선물에 상대방이 얼마나 고마워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상대에게 미래 어느 시점에 그 선물에 대한 보답을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준다는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 선물이 상대를 기쁘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위한 선물을 고를 때는 그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확인해서,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기쁜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받은 사람은 원하던 선물을 받아 고맙고 행복하고, 준 사람은 상대가 좋아하니 안심이 되고 행복한 그런 선물 말이다.

만약에 이렇게 해서 상대방이 원하는 선물을 주었는데 고마워하기는커녕 정성이 없다느니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느니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손절하시라. 기껏 원하는 선물을 줬는데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은 애초에 선물을 받을 자격이 없다(이건 물론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아니고 내 개인적 의견이다).

 

그렇다면 선물에 얼마만큼의 돈을 들여야 할까? 이에 관해 아주 흥미로운 실험이 소개된다.

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이 실험 참가자들에게 두 가지 선물을 주었다. 하나는 코트 치고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울 코트였고(약 8만 원) 또 다른 하나는 스카프 치고는 다소 비싼(약 6만 5,000원) 제품이었는데, 선물을 받은 참가자들은 돈으로만 따지자면 울 코트 쪽이 더 비쌌지만 스카프를 준 사람이 더 인심이 후하다고 평가했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사려 깊고 배려 있는 선물을 주고 싶다면 (그러면서도 은밀히 돈도 아끼고 싶다면) 가격대가 낮은 제품군 중에서 고가의 선물(6만 5,000원짜리 스카프처럼)을 구매하는 것이 가격대가 높은 제품군에서 저렴한 제품을 사는 것보다 낫다. 이런 선물은 장점이 많다. 일단 선물을 받은 사람이 더 고마워한다. 상대는 나를 인심이 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저렴한' 선물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위험을 없앨 수 있다.

나도 이 점을 참고해야겠다. 정말 유용한 지식이지 않은가!

 

순서와 합격의 상관관계도 흥미로운데,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장 마지막에 면접을 본 후보자가 구직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늘, 불가피하게 이미 진행된 다른 것들의 맥락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와인 목록을 볼 때 한 잔에 5,000원짜리 와인부터 시작해 8,000원, 그리고 1만 3,000원짜리 와인이 기입되어 있는 메뉴와, 1만 3,000원짜리 와인부터 시작해 8,000원, 그리고 5,000원짜리 와인이 기입되어 있는 메뉴를 볼 때의 느낌은 상당히 다르다. 

와인 가격에는 전혀 변화가 없고 목록의 순서만 바뀌었을 뿐인데 말이다.

구직 면접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심사관들은 첫 번째 후보자에게는 더 엄격한 경우가 많고(처음에 본 후보자에게 높은 점수를 보면 뒤에 볼 후보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줄 여지가 별로 남지 않으므로), 따라서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맨 마지막으로 면접을 보는 게 유리하다.

 

깨알 팁 1: 감정은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슬픔은 의사결정 능력을 크게 떨어뜨리니 슬픈 기분일 때는 큰 결정을 내리지 마시라.

 

깨알 팁 2: 자신의 지식과 전문성을 자기 입으로 광고하기보다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드러내는 것이 자신의 말에 권위를 더욱 실을 수 있다. 예컨대, 의사나 간호사라면 자신의 자격증을 진료실에 전시해 놓을 수 있다.

이 방법은 콘퍼런스나 세미나 등에서 전문가들의 권위를 세워주는 데에도 이용된다. "뫄뫄 분야에서 이름이 자자하신 모모 교수님을 모셨습니다!"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므로 가능하다면 타인의 입을 빌려 자신을 소개해라.

 

짧은 책이나 많은 내용을 소개할 수는 없지만(그러면 여러분이 책을 읽으실 필요가 없어지니까!) 타인을 설득하려고 할 때 꼭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항에 이야기하는 문단은 한 군데 보여 드릴까 한다.

누군가의 부탁에 선뜻 긍정적인 대답을 할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특정 지점에 초점을 두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부탁을 하는 사람은 부탁받는 사람이 부탁을 '수락'했을 경우 들여야 할 시간 등의 경제적 비용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와 반대로 잠재적으로 부탁을 들어줄 이들은 부탁을 '거절'할 경우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더욱 염두에 두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단순한 진실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예상보다 누군가의 부탁을 수락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탁을 하지 않았을 경우에 생기는 결과는? 사업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잠재 고객과는 계약을 맺지 못할 것이다. 인맥을 쌓을 기회도 사라질 것이다. (...)

그러므로 부탁을 제한적인 것으로 보기보다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보는 편이 훨씬 더 생산적이다. 부탁은 편안하게 해야 한다. (...)

자, 그러니 조금 더 용기를 내서,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부탁을 해 보도록 하자.

이렇게 생각하면 쉽다. 부탁을 받아 주는 거야 상대방 마음이지만, 어쨌든 나는 물어볼 수는 있는 것 아닌가.

상대방이 안 된다고 했을 때 쿨하게 받아들인다면야, 물어보는 것 자체는 민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여러분도 한번 도전해 보시라. 잃을 게 뭔가?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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