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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Everybody's Talking About Jaime(에브리바디스 토킹 어바웃 제이미, 2021) - 16살 드랙 퀸 소년, 어둠에서 나와 스포트라이트 속으로!

 

 

감독: 조나단 버터렐(Jonathan Butterell)

 

올해 16살인 제이미(Jaime New, 맥스 하우드 분)는 조금 특이한 소년이다. 자신이 되고 싶은 게 뭔지 벌써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되고 싶은 것은 드랙 퀸! 다행히도, 어릴 적부터 어머니의 드레스를 입고, 어머니의 립스틱과 아이섀도우를 발라 보며 '여자 옷을 입기'를 바라며 자란 제이미 주위에는 좋은 사람이 많다.

제이미의 어머니 마가렛(Margaret, 사라 랭카셔 분)은 제이미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고, 마가렛의 절친이자 제이미에게는 두 번째 엄마나 다름 없는 레이(Ray, 쇼브나 굴라티 분)도 마찬가지. 그리고 학교에서는 프리티(Pritti, 로렌 파텔 분)라는 아주 좋은 친구가 제이미의 곁에 꼭 붙어서 제이미를 응원하고 아껴 준다.

심지어 마가렛은 제이미의 16살 생일 선물로 제이미가 너무너무 갖고 싶어서 돈을 모아 왔던, 생애 첫 하이힐을 선물로 주실 정도다.

물론, '괴짜(freak show)'라고 제이미를 놀리며 괴롭히는 남학생(딘 팩스턴Dean Paxton, 사무엘 버텀리 분)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드랙 퀸이 너무나 되고 싶은 제이미는, 드랙 퀸을 위한 의상실의 문을 연다.

그곳에서 만난, 한때 잘나갔던 드랙퀸 '로코 샤넬(Loco Chanel)'이라는 페르소나를 가진 게이 남성 휴고(Hugo, 리차드 E. 그랜트 분)를 만난다.

학교 프롬(prom)에 드레스를 입고 가고 싶다고 제이미가 말하자, 휴고는 그에게 드랙 퀸이 되는 방법을 알려 주겠다고 한다.

제이미는 정말 고작 16살의 나이에 드랙 퀸이 될 수 있을까?

 

생애 첫 하이힐을 선물받고 신나서 자랑하는 제이미. 오른쪽 끄트머리에 히잡이랑 얼굴 조금만 나온 게 절친 프리티.
<And You Don't Even Know It> 장면 중 하나. 상상 속에서 패션 쇼 모델이 된 제이미.
제이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껴 주는 엄마 마가렛과 함께.
'로코 샤넬' 시절을 재연해 보이는 휴고
제이미의 절친 프리티. 똑똑하고 지혜롭다.

 

16살에 드랙 퀸으로 데뷔한 제이미 캠벨(Jaime Campbell)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웨스트 엔드 뮤지컬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아마존 오리지널 무비라서 나는 아마존 프라임으로 봤다. 아마존 만세!

기존 뮤지컬의 영화 버전이라고는 해도, 이 영화에서는 원래 뮤지컬 넘버에서 7곡이 삭제되고 새로운 넘버가 1곡 삽입되었다고 한다. 

나는 기존 뮤지컬을 못 봤으니, 그런 면에서 비교해서 리뷰를 쓸 수는 없다. 그냥 내가 느꼈던 바를 조금 적어 보겠다.

 

제이미의 어머니 마가렛이 KTX 타고 가면서 봐도 게이인 아들을 정말 얼마나 끔찍하게 아끼고 사랑하는지, 정말 감동적이다.

마가렛과 절친이자 제이미에게는 거의 제2의 엄마나 다름없는 레이도 진짜 좋은 사람이다.

이 둘이 얼마나 좋은 사람들이냐면, 제이미가 학교에서 돌아와 반팔 티에 스팽글 잔뜩 달린 반바지를 입고 부엌으로 내려와 두 사람을 맞이하는데도 이들은 놀라지도 않는다.

나는 제이미가 할 말이 있다길래 그 차림이 할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두 사람은 놀라지도 않고 무슨 일이냐고 차분하게 대하더라. 이건 정말찐사랑...

마가렛이 아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넘버 <He's My Boy>도 참 애틋하다.

 

그리고 제이미의 학교 친구들도 진짜 좋은 친구들 같다. 제이미가 드레스를 입고 프롬에 갔을 때(이건 실화에 기반한 거니까 말해도 스포일러는 아니겠지?) 친구들이 다 환호해 주고 제이미 편을 들어 주는 게 진짜 멋졌다. 

영화니까 억지로 지어냈다고 말할 수도 있는데, 이 부분은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 기반이라서 더 좋았다. 인류애가 충전되는 기분?ㅎㅎㅎ\

아, 친구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프리티가 진짜 너무너무 좋은 친구라서 보는 내가 다 흐뭇했다.

영국이 배경이라 인도계 영국인들과 백인 영국인들이 상당히 융합된 모습이 보여서 그것도 보기 좋은데, 조그맣고 (로렌 파텔 배우 키가 진짜 작은데 키 큰 맥스 하우드 배우 옆에 서 있으니 정말 더 조그마해 보인다) 히잡을 쓴 무슬림 여자애와 키 큰 백금발 호리호리한 남자애의 조합이라니!

단짝은 자고로 다른 점이 많을수록(예컨대 키 차이라든가, 머리카락 색 차이라든가, 성격 차이라든가) 더 흥미로워지는 법인데 제이미와 프리티의 예가 바로 그러하다.

프리티가 제이미에게 불러 주는 노래가 이 영화에 두 곡 있는데, <Spotlight>랑 <It Means Beautiful>이다. 두 곡 모두 좋고, 전자는 끝날 때쯤 다시 리프라이즈(reprise) 버전으로 다시 불린다.

 

한때 잘나갔던 드랙 퀸 '로코 샤넬'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어떻게 그 시대 게이를 비롯한 성 소수자들이 권리를 위해 싸웠는지를 보여 주는 장면도 참 좋다. 

그때의 운동가들이 있어서 지금의 자유가 있는 것이니까.

 

아, 그리고 이야기의 실제 장본인인 제이미 캠벨이 고백하듯, 자신의 드랙 퀸 페르소나(실제 제이미의 경우는 '피피 라 트루(Fifi la True)'라는 이름이었고, 극 중 제이미는 '미미 미(Mimi Me)'라는 이름이었다)에 모든 걸 쏟아부어, 드랙 퀸이지 않을 때, '제이미'일 때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던 모습까지 이야기에 담아낸 것도 좋았다.

결국 제이미는 드랙을 하든 안 하든 자신은 자신이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데, 그거야말로 모든 이들에게 보여 줄 만한 가치가 있는 교훈이니까.

 

뮤지컬이 원래 그렇긴 하지만 게이 감성이라 그런지 가슴 벅차오르고 '넌 특별해 😘' 하는 느낌의, 드라마틱한 노래가 많다.

나는 특히 <Everybody's Talking About Jaime>랑 <And You Don't Even Know It>이 좋았다. 

<Work of Art>는 이 영화에서 거의 케이팝 뮤비 뺨치는 수준으로 기가 막히게 영상화했다.

 

내가 뮤지컬은 못 봤으니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뮤지컬은 아무리 공연장이 크고 화려하다 해도 장소(공연장)의 한계가 있어서 어느 정도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는 제약이 있는데, 영화는 그런 게 없으니 더 화려하게, 더 대담한 볼거리를 보여 줄 수가 있다.

대충 세도 한 서른 명은 족히 넘을 것 같은 앙상블을 학교라는 배경에 풀어놓고 춤을 추는 장면이나, 교실에서 지루해하던 제이미가 상상의 날개를 펼쳐 패션 쇼 모델이 되어 워킹을 뽐내는 장면,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 거의 도로를 다 점령하고 퍼레이드를 하는 장면 등은 진짜 영화라서 가능한 화려한 불거리였다.

 

아래는 <Spotlight> 무대 영상이다. 노래는 대략 6분 30초부터 시작한다.

 

이 모든 뮤지컬/영화의 기반이 되는 제이미 캠벨의 이야기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처음으로 그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린 BBC 채널의 다큐멘터리 <Jamie: Drag Queen at 16(2011)>을 한번 찾아보시라.

다음 링크는 자신의 이야기가 웨스트 엔드 뮤지컬로 제작된 것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제이미 캠벨 본인이 BBC에 기고한 에세이이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읽어 보셔도 좋을 듯. https://www.bbc.co.uk/bbcthree/article/e3ebeab8-a351-4289-8b44-7be088b365d4

 

I was banned from prom for dressing in drag – now my story is a West End musical - BBC Three

 

www.bbc.co.uk

 

코로나 때문에 공연 보기도 힘든데 이렇게나마 <에브리바디스 토킹 어바웃 제이미>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팬데믹이 종식될 때까지 이렇게라도 문화 생활을 영위하며 버텨 보십시다! 영화는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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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Booksmart(2019, 북스마트) - 나도 이런 우정을 원해!

 

 

감독: 올리비아 와일드(Olivia Wilde)

 

에이미(Amy, 케이틀린 디버 분)와 몰리(Molly, 비니 펠드스타인 분)는 단짝이자,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 모범생들이다.

고등학교 졸업 전날, 학생회장인 몰리는 자신이 졸업한 후에도 학생회가 잘 돌아가도록 학생회장의 일을 하려고 하는데, 부회장인 닉(Nick, 메이슨 구딩 분)이나 다른 학생들은 그런 데는 관심이 없고 오직 노는 데만 열심인 것 같다.

더 속상한 일은, 화장실에서 자신을 공부밖에 모르는 범생이자 지루하고 재미없는 애라고 뒷담화한 애들이 자기만큼, 또는 자기보다 더 좋은 대학에 간다는 것이다.

공부나 학교 활동에는 관심도 없고 놀기만 하는 것 같은 애들이! 몰리는 '책에만 코를 박고 있었던, 재미없는 아이'가 되기 싫어서 잘나가는 닉이 여는 파티에 가기로 결심한다.

물론 절친인 에이미도 데리고. 에이미는 몰리만큼 열정적으로 '잘 노는 아이'가 되고 싶어 하지는 않지만, 에이미가 좋아하는 라이언(Ryan, 빅토리아 루에스가 분, 참고로 남자애 이름이지만 중성적인 느낌의 여자애다)이 그 파티에 갈 거라고 해서 그 애도 볼 겸 몰리를 따라가기로 했다.

고등학교 졸업 전, '끝내주게' 한번 놀아보려는 에이미와 몰리, 과연 그 계획은 성공할까?

 

왼쪽이 몰리, 오른쪽이 에이미
끝내주는 밤을 위해 둘이 의상도 맞춰 입었다
신나는 졸업식 날!

 

 

한마디로 하자면 너무 귀엽다! 두 소녀가 주인공인 것도 마음에 들고, 이 영화에 얼마나 소수자들을 자연스럽게 포함하는지도 마음에 든다.

게이 캐릭터가 셋이나 나오고(그중에 주인공인 에이미도 포함인데 모호한 라이언의 성 정체성까지 포함하면 넷이다), 거기에 수치심이나 괴롬힘은 전혀 없다.

페미니즘적인 이야기도 곳곳에 조금씩 삽입돼 있는데, 심각하게 이러이러하다고 천명하기보다는 영화 안에 자연스럽게 잘 녹여내서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편이다.

 

에이미와 몰리의 우정이 어찌나 감동적인지, 보면서 나도 모르게 "나도 저런 우정을 원해!"라고 외쳤다.

나름대로 차려입고 나서 서로를 보면서 "너 때문에 숨이 멎을 것 같아!" "이렇게 예쁜 게 가능한 거야?" 하는 식으로 주접을 부리는데 어찌나 귀여운지 ㅋㅋㅋㅋ

제러드(Jared, 스카일러 거손도 분)도 알고 보니 그저 외롭고 사람들의 애정이 고픈 순한 아이였다는 점도, 다소 정신 나간 것 같은 지지(Gigi, 빌리 로드 분)도 외롭지만 본성은 착해 제러드와 충실한 친구로 지냈다는 점도, '트리플 A'라 불린 애나벨(Annabelle, 몰리 고든 분)도 결국엔 자기 이름을 되찾게 되는 점도, 다 너무 마음이 따뜻해진다.

공부도 잘해야 하고, 놀기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청소년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 같고. 

재미도 있으면서 소녀들의 우정도 잘 보여 주고, 또 게이 같은 소수자들도 포용하는 이런 영화를 청소년들에게 보여 줘야지! 다들 뭐 하는 거야! 

농담이 아니고 진심이다. 난 정말 이 영화를 청소년 권장 영화로 지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발이 너무해(Legally Blonde, 2001)>만큼이나 여성들에게 영감을 주니까! 정말 강력 추천한다. 굿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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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He's All That(2021, 히즈 올 댓) - 그것이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이니까(끄덕)

 

 

감독: 마크 워터스(Mark Waters)

 

패짓 소이어(Padgett Sawyer, 애디슨 레이 분)는 고등학생이지만 인기 있는 뷰티 분야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그녀는 역시나 인플루언서이자 가수인 조던 밴 드래넌(Jordan Van Draanen, 페이튼 마이어 분)과 사귀고 있는데, 어느 날 그의 뮤직 비디오 촬영장에 갔다가 그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아니, 단순히 목격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에게 화가 나서 물건을 집어던지고, 화장이 번질 정도로 울고, 콧물이 벌렁벌렁하는 모습을 팔로어들에게 생중계하게 된다.

너무나 놀라고 충격받았던 탓인지 촬영을 도와주던 친구 알든(Alden, 매디슨 페티스 분)이 촬영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망신살 뻗치는 장면이 인터넷에 퍼지자 스폰서인 화장품 브랜드에게서도 지원이 끊길 위기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이불 속에만 있을 순 없다. 당장 스폰서에게 지원이 끊기면 대학 등록금을 어떻게 낸단 말인가?

알든은 못난이인 남자애 하나를 골라 조던을 메이크오버(makeover)시켰던 것처럼 흙 털고 멋지게 만들어 보이라고 내기를 제안한다.

패짓은 자신 있어한다. 조던도 자기가 때 빼고 광 내서 지금처럼 만들어 준 거니까. 한 번 더 하는 거야 어렵지 않지!

그런데 알든은 그 못난이로 학교에서 존재감도 없고, 비사교적이며, 혼자 사진만 찍어 대는 카메론 퀠러(Cameron Kweller, 태너 뷰캐넌 분)를 지정한다.

머리도 덥수룩하고 딱히 잘생겨 보이지도 않는 이 남자애를 패짓은 왕자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까?

 

왼쪽부터 알든, 가운데가 퀸, 오른쪽이 패짓
패짓의 구남친 조던
메이크오버 이전의 카메론

 

유명한 로맨틱 코미디 <She's All That(1999, 쉬즈 올 댓)>의 성별 반전 리메이크라고 해서 사실 조금은 기대했다.

그런데 보고 난 후 내 감상은, 이 리뷰 제목처럼, "그것이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이니까(끄덕)"이다.

남성이 여성을 '메이크오버'해 준다는 건, 피그말리온 설화랄지, '남자들 취향에 맞는 여자를 만들어 내는' (비단 이 사회만의 이야기만이 아닌) 세태를 풍자한다거나 답습한다는 비판이랄지 등등 생각해 볼 거리가 있지 않나.

하지만 여성이 남성을 '메이크오버'해 주는 것, 그러니까 때 빼고 광 내고 꾸며 주는 건 딱히 기댈 만한 설화도 없다.

왜냐하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성이 늘 해 온 일이니까. 아, 딱 하나 비슷한 거 있다. 평강 공주와 온달 이야기 정도.

그거 말고는, 여자가 남자들 얼굴에 묻은 흙 털고 좀 단정하게 꾸며서 멀끔하게 보이게 만들어 주는 건 이미 아내가 남편에게 너무나 일상적으로 하는 거라 더 비교할 일도 없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정말 나는 이 영화에 뭘 기대한 걸까 싶다. 그런 세태에 대한 통렬한 비판? ㅎㅎ...

 

어쨌거나 이 영화에서 사회학적이거나 여성학적이거나 철학적이거나 한 의미를 찾아내기는 어렵다.

애초에 그런 걸 의도하고 만든 영화가 아니라서 그런 거겠지만. 그러니까 그냥 어떤 깊은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 대신에 적당히 감상만 써 보겠다.

패짓 역의 애디슨 레이는 자기 캐릭터처럼 틱톡(TikTok)으로 빵 뜬 인플루언서 출신인데, 이 영화가 첫 영화 데뷔작이다.

패짓의 엄마 역할을 맡은 레이첼 리 쿡(Rachel Leigh Cook)과 교장 선생님 역의 매튜 릴라드(Matthew Lillard)는 원작 <쉬즈 올 댓>에도 등장했던 배우들이다(각각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구여친이 바람피운 상대로).

IMDB에 가 보면 원작에도 출연했던 이 두 배우 빼고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는 평이 즐비하다.

솔직히 외국어로 하는 연기라 이런 면엔 둔감한 나도 코트니 카다시안(Kourtney Kardashian)이 하는 연기는 정말 처참하더라(극 중 패짓을 후원하는 뷰티 브랜드의 CEO라는 설정이다).

매디슨 레이가 개인적으로 코트니 카다시안과 친하다고 하니까 그래서 출연한 걸 수도 있겠다.

여튼, 어떤 사람은 이 영화에서 말(馬, '백마 탄 왕자' 느낌을 내고 싶었던 모양인지 카메론이 말을 탄다는 설정이 있다)이 제일 연기를 잘한다고도 써 놨더라.

연기를 비롯해 줄거리나 대사 등, 그 어떤 것에도 딱히 기대를 갖지 말고, 깊은 의미를 따지지 말고 보시는 게 좋을 것이다...

아, 그리고 조던이 부르는 노래는 쓸데없이 중독적인 데다가 조던이라는 캐릭터성(패짓 잘 만나 얼굴에 흙 털고 좀 봐줄 만해짐+뺀질뺀질+바람피우고도 죄책감 없음+툭하면 셔츠 벗어던짐)이 너무 짜증 나서 킹받는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아마 "랄랄랄랄랄랄라~" 하는 조던 노래만 기억에 남을 것이다. 더 킹받는 건 넷플릭스에서 이 뮤직 비디오(약 2분 남짓)를 유튜브에 올려 줬다는 거... 어떻게 알았냐고요? 노래가 너무 중독적이어서 검색해 본 건 안 비밀...

어쨌거나 뇌를 잠시 내려놓고 요즘 미국애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틱톡 갬성'이 뭔지 알아보고 싶은 분만 도전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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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Happiest Season(2021, 크리스마스에는 행복이) - 동성 커플에게도 크리스마스의 행복을 허하라!

 

 

감독: 클리어 듀발(Clea DuVall)

 

애비(Abby, 크리스틴 스튜어트 분)와 하퍼(Harper, 맥켄지 데이비스 분)는 알콩달콩 잘 사귀고 있는 동성 커플이다.

애비는 크리스마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하퍼는 크리스마스를 무척 좋아한다는 차이점은 있어도, 애비가 하퍼에게 청혼을 생각할 정도로 서로 아주 사랑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풀풀 풍기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집들을 구경하다가 거의 충동적으로 하퍼는 애비에게 크리스마스 때 자기 집에 가자고, 그래서 부모님을 만나자고 한다.

애비는 내키지 않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애인의 청이니까 들어주기로 한다.

그런데 그렇게 얘기를 하고 난 다음 날, 하퍼는 은근히 애비가 하퍼네 집에 가지 않을 이유를 찾기를 바라는 눈치다.

웬일인가 하니, 사실 하퍼는 부모님이나 자매들에게 커밍 아웃을 아직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하퍼네 집에 머물려면 그동안 애비는 하퍼의 (이성애자) 룸메이트인 척해야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하퍼네 집에 거의 다 왔고, 하퍼도 이번 크리스마스 휴일만 끝나면 바로 가족에게 커밍 아웃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딱 닷새만 참으면 된다. 닷새 동안만 내가 하퍼의 애인이 아닌 척하고, 내가 레즈비언이 아닌 척하면 된다. 쉽지 않겠어?

과연, 애비와 하퍼는 큰 비밀을 숨기고 크리스마스를 잘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

 

자신의 게이 친구 존(왼쪽)에게 '하퍼에게 청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애비(오른쪽)
왼쪽 금발이 애비, 오른쪽 갈색 머리가 하퍼
크리스마스에 빼놓을 수 없는 가족 사진 한 컷. 왼쪽 맨 오른쪽부터 에릭, 에릭의 아내이자 하퍼의 큰언니 슬로운(<커뮤니티(Community)>에서 '애니' 역을 했던 앨리슨 브리 맞다!), 애비, 하퍼, 하퍼네 막내 제인(다소 맹하지만 제일 착한 듯), 하퍼네 아버지 테드와 하퍼의 어머니 티퍼. 에릭과 슬로운 앞에 있는 아이들은 에릭과 슬로운의 아이인 마틸다와 매그너스.
이건 내가 좋아하는 오브리 플라자가 나와서 넣은 장면. 오브리 플라자(왼쪽)가 하퍼의 전 애인, 라일리로 나온다.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이를 겨냥한 가족 영화 또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쏟아져 나온다.

큰 줄거리는 대략 비슷하다. 가족 영화라면 그다지 잘 협동하지 않고 심적으로 가깝지도 않은 가족 일원들이 크리스마스 동안 얼굴 맞대고 지내며 우당탕탕 싸우다가 결국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내용이 될 것이고,

로맨틱 코미디라면 모종의 이유로 애인(또는 애인인 척하는 상대)의 부모님을 만나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사랑의 콩깍지가 벗겨질 뻔하다가 결국 서로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았다는 내용이 될 것이다(벌써 영화를 두 편은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참 놀랍게도, 이런 전형적인 크리스마스 영화에서 성 소수자들은 이야기의 중심에 서지 못했다. 기껏해야 조연 정도일까.

아무래도 이런 대목을 노리고 만드는 영화는 일반적인 '대중'을 겨냥해서 각 나라의 가장 전통적인 가치를 강조하기 때문인 것 같다.

성 소수자들은 그렇게까지 '대중'적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던 것이 틀림없다.

 

적어도 이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는. 위에 적은 시놉시스를 보면, 또는 트레일러만 봐도 알겠지만, 여성 동성애자 커플이 주연이다.

그리고 그들이, 주연의 성 정체성 빼고는 다소 클리셰적인 줄거리를 따라가며 결국엔 해피 엔딩으로 끝맺는 구조를 답습한다.

빤해 보일지라도 사실 이건 큰 의미가 있다. 인디 영화가 아니라 이름이 잘 알려진 스튜디오에서 '크리스마스'와 '대중'을 노리고 만든 아주 상업적인 영화의 주인공이 성 소수자라는 건, 이 사회가 그만큼 그들을 받아들일 만큼 성숙해졌고 (아니면 최소한 성 소수자이 미디어에 등장하는 것이 흔하고 자연스러워졌고) 또 성 소수자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어도 대략 손익 분기점은 넘기겠다 싶을 만큼 더 이상 '마이너'하지 않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영화에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양성애자), 댄 레비(동성애자), 빅터 가버(동성애자), 그리고 오브리 플라자(양성애자)를 포함한 LGBTQ+ 배우들이 주조연으로 참여했으니 이 또한 뜻깊다 하겠다. 뭐, 감독 본인부터 동성애자이니까 말 다 한 거 아닌가.

 

참고로 감독인 클리어 듀발은 이 영화를 일종의 자서전으로 썼다고 한는데, 실제로 일어난 일에 기반했다는 뜻은 아닌 것 같고, 자신이 등장인물들에게 이입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한 말 같다(출처: https://www.thewrap.com/clea-duvall-director-happiest-season-lgtb-christmas-movie/).

자기가 살면서 둘 다(그러니까 애비와 하퍼)의 입장에 처해 봤다고 덧붙인 걸 보니까.

비밀을 숨기고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가족들과 부대껴야 한다는 줄거리 자체가 LGBTQ+ 성소수자들에게는 그다지 특별하거나 놀랍지 않은, 많이 해 본 경험일 수도 있기에, 감독도 그걸 코미디로 풀어 내면서 치유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궁예해 본다.

어쨌거나 미디어에 성 소수자들이 많이 등장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드러내고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 참 기쁘고 이를 축하하고 싶다.

조금 색다른 크리스마스 로맨틱 코미디를 원한다면 이 영화도 괜찮을 듯하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의 잘생쁨이 폭발하니 팬이라면 꼭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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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Another Round(2020, 어나더 라운드) - 혈중 알코올 농도 실험? 해석은 여러분 마음대로!

 

 

감독: 토마스 빈터베르그(Thomas Vinterberg)

 

덴마크의 고등학교 학교 선생님인 네 친구, 즉 마틴(Martin, 매즈 미켈슨 분), 토미(Tommy,  토머스 보 라센 분), 니콜라이(Nikolaj, 마그누스 밀랑 분), 피터(Peter, 라르스 란데 분)은 니콜라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다.

다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이야기하는 도중, 마틴이 다소 우울한 낯빛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에서는 수업이 재미없다는 평가를 학생들에게 듣는가 하면, 아내 아니카(Anika, 마리아 보네비 분)와는 딱히 깊은 대화가 없어진 지도 오래, 부부간의 따뜻한 애정이나 에로스적인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친구들 중 한 명이 이렇게 말한다. 한 철학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0.5% 낮게 태어난다고, 알코올이야말로 우리의 정신을 외부 세계를 향해 활짝 열게 해 주는 존재라고.

그날 밤, 이 친구들은 술에 취해 젊었던 시절처럼 몸싸움도 하고, 춤도 추고, 달리기도 하면서 논다. 다시 살아난 것 같은 기분이랄까?

마틴은 그렇게 느낀 적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거리낌 없고 자유롭고 유쾌한 상태라면 수업도 더 잘되지 않을까?

그래서 이 네 친구들은 실험을 해 보기로 한다. 일하는 시간 동안만 술을 마시고, 그게 일(이들은 직업이 교사니까 가르치는 일)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기록하기로.

 

수업 중인 마틴
이분이 토미

 

흠, 내 생각을 대놓고 말하자면 감독이 뭘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일하는 시간에만 술을 마신다 하더라도, 매일매일 마시면 그게 알코올 중독인데, 이 '실험'을 하기 전에 그 점에 대해 생각해 본 사람이 없나? 고등학교 교사씩이나 되어서?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교수법이 드라마틱하게, 아주 재미있고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변한 건 좋은데, 언제까지고 술을 마시고 수업할 수는 없다는 걸 몰랐나?

 

(아래 문단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말을 피하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매즈 미켈슨 사진 밑 마지막 문단으로 곧바로 가시면 됩니다.)

토미가 술에 절어서 예전에 늘 하던 대로 안전 수칙을 지켜 구명 조끼를 입지 않고 물에 나갔다가 빠져 죽었는데, 그 친구를 그렇게 보내고 나서도 술을 마실 생각이 드나?

그리고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매달려서 아내랑 겨우 잘될 뻔하게 생겼는데 아내의 문자를 씹고서 졸업생들과 그냥 술에 취해 춤을 추다니.

매즈 미켈슨 같은 미중년 배우가 추니까 그 정도지, 진짜 보통의 중년 남성이 똑같은 결정을 내렸다면 정말 추할 것 같다.

내가 술을 안 마셔서 그런가, 도대체 왜 그렇게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감독이 뭘 말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술독에 빠져서 정신을 놓으면 이렇게 된다? 아니면 무슨 일이 있어도 삶을 긍정하고 현재를 즐겨야 한다?

 

매즈 미켌슨은 정말 잘생겼다...

 

아무래도 마지막 장면의 해석은 관객의 마음에 달려 있는 듯하다.

물론 나라면 '덮어 놓고 마시면 이런 꼴 난다'라고 보겠지만(참고로 나는 <안나 카레니나>의 마지막에 안나가 기차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걸 꼴 좋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영화든 책에서든 일종의 교훈을 찾는 사람이란 뜻이다).

매즈 미켈슨을 비롯한 주연 배우들의 연기는 무척 좋지만, 이 영화에서 어떤 메시지를 읽을지는 관객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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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Miss Juneteenth(2020, 미스 주네테) - 동화 같지는 않아도 아름다운 이야기

 

 

감독: 채닝 갓프리 피플즈(Channing Godfrey Peoples)

 

2004년 '미스 준틴스'(아래 설명 참고) 출신인 터코이스(Turquoise, 니콜 비헤리 분)는 웨이먼(Wayman, 마커스 M. 몰딘 분)의 식당에서 뼈 빠지게 일한다.

그녀의 14살짜리 딸 카이(Kai, 알렉시스 치카에즈 분)에게 자기보다 나은 삶을 선물해 주고 싶어서.

그래서 그녀는 카이를 데리고 '미스 준틴스'에 등록시킨다. 하지만 본인이 별로 내켜 하지도 않는 데다가, 의욕이 없으니 에티켓 수업에서도 옆 학생을 따라 하기에 바쁘다. 

터코이스는 카이가 최선을 다해 '미스 준틴스'에 임해 우승하고 흑인 대학을 갈 수 있는 장학금을 받기를 바란다.

정작 카이의 최대 관심사는 춤. 학교 댄스 팀에 들어가고 싶어서 늘 춤 연습을 하지만 터코이스는 그에 들어갈 돈도 걱정이 되어 허락하지 않는다.

딸이 자기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서 투잡, 쓰리잡을 뛰며 뒷바라지를 하는 엄마와 구식 미인 대회 따위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는 딸. 이 모녀의 이야기다.

 

왼쪽이 터코이스, 오른쪽이 카이. 카이가 입은 노란색 드레스는 터코이스가 왕년에 '미스 준틴스'에서 우승했을 때 입었던 바로 그 옷이다.
역시나 왼쪽이 터코이스, 오른쪽이 카이.

 

'미스 준틴스'는 실제로 존재하는 미인 대회이다.

'준틴스(Juneteenth)'는 6월 19일을 가리키는데, 링컨 대통령의 노예 해방령이 텍사스 주 갤버스턴(Galveston)에 (2년이 지나) 마침내 전해진 날이다.

이때부터 미국의 흑인들은 자유를 얻은 '준틴스'를 축하하고 기념해 왔다.

'미스 준틴스'는 그런 '준틴스'를 기리기 위한 미인 대회로, 이 영화의 감독 채닝 갓프리 피플즈는 포트 워스(Fort Worth)에서 자라며 실제로 본 이 미인 대회를 영화에도 그려 냈다.

 

아무래도 미인 대회가 영화의 주요 소재로 나오다 보니까 역시 미인 대회가 주요 소재인 <Dumplin'(2018, 덤플링)>이 떠올랐다.

2020.07.10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줄리 머피, <덤플링>

 

[책 감상/책 추천] 줄리 머피, <덤플링>

[책 감상/책 추천] 줄리 머피, <덤플링> '만두(dumpling)'라는 애칭을 가진 뚱뚱한 소녀가 괴짜들과 같이 미인 대회에 출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어덜트 소설이다. 뚱뚱한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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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7 - [영화를 보고 나서] - [영화 감상/영화 추천] Dumplin'(덤플링, 2018) - 뚱뚱한 소녀도 연애를 하고, 미인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답니다

 

[영화 감상/영화 추천] Dumplin'(덤플링, 2018) - 뚱뚱한 소녀도 연애를 하고, 미인 대회에 참가할 수

[영화 감상/영화 추천] Dumplin'(덤플링, 2018) - 뚱뚱한 소녀도 연애를 하고, 미인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답니다 감독: 앤 플레쳐(Anne Fletcher) 엄마에게 '덤플링(dumpling, '만두'라는 뜻)'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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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준틴스>나 <덤플링> 둘 다 딸을 미인 대회에 내보내고 싶어 하는 엄마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리고 딸 캐릭터들도 처음엔 이를 거부하다가 나중에는 마음을 바꿔 진지하게 미인 대회에 임하게 된다.

하지만 엄마가 딸에게 원하는 이유와 딸이 미인 대회에 임하는 이유는 다르다.

 

<덤플링> 속 엄마는 미인 대회의 전통을 중요시해서 자신의 딸도 자기만큼 미인 대회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미스 준틴스>의 경우에는, 엄마가 딸이 더 나은 삶을 바라서 미인 대회에 참가시킨다. 

<덤플링> 속 딸은 전통적인 미인 대회가 상징하는 것, 즉 아주 경직되고 한정된 미의 기준에 반항하기 위해 미인 대회에 진지하게 임한다.

<미스 준틴스>의 딸은 엄마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알아차리고 이에 감명받아 엄마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미인 대회 연습을 열심히 한다.

 

<덤플링>은 미인 대회가 주요한 배경이기 때문에 영화 후반부에 미인 대회 장면도 많이 나오고, 화려하게 볼거리도 많다.

<미스 준틴스>에서는 그만큼 화려한 드레스 쇼나 장기 자랑은 없다. 미인 대회가 열리는 대회장은 터코이스와 카이의 집, 터코이스가 일하는 식당 등 다른 배경들보다 압도적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

 

스포일러를 할 생각은 없으니 결말은 말하지 않겠지만, 이 포스트의 부제로 요약할 수 있겠다. '동화 같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모녀가 갈등을 겪다가도 결국엔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나름대로 현실적인 해피 엔딩이라 할 수 있겠다.

텍사스의 햇빛처럼 약간 누런 기가 화면에 서려 있는데, 모녀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느낌이었다. 좋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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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Hot Girls Wanted(2015, 핫 걸 원티드) - 너무나 평범한 얼굴을 한 아마추어 포르노

 

 

감독: 질 바우어(Jill Bauer), 로나 그레이더스(Ronna Gradus)

 

이 다큐멘터리는 포르노 배우 일을 이제 막 시작한 트레사(Tressa, 포르노 배우 예명은 '스텔라 메이(Stella May)')라는 19살 소녀를 따라가며 포르노 업계의 한 단면을 보여 준다.

그녀는 '허시 모델(Hussie Models)'이라는 모델 에이전시(라고 겉으로는 보이지만 실제로는 포르노 배우들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라일리(Riley)라는 남자가 운영하는 숙소에서 지내며 일을 하게 되는데, 거기에는 트레사처럼 포르노 업계에 이제 막 발을 담근(3~6개월 정도) 다른 소녀들이 있다.

제이드(Jade, 포르노 배우 예명은 '에이바 켈리(Ava Kelly)')는 활달한 라틴계 여성이고, 레이첼(Rachel, 포르노 배우 예명은 '에이바 테일러(Ava Taylor)')은 안경을 쓴, 옆집 소녀처럼 평범한 18살 소녀다.

이들은 라일리가 태워 주는 차를 타고 '촬영장'과 숙소를 왔다 갔다 하는데, 숙소에서 소녀들끼리 지내는 모습만 보면 여느 평범한 소녀들과 다를 바가 없다. 신기하게 서로 친하게, 사이도 좋게 잘 지낸다. 

 

라일리는 '아마추어', 그러니까 프로가 아니라 이제 막 포르노 업계에 발을 담가서 '작품'이 몇 편 없는, 아직 일반인에 가까운 포르노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한다.

그가 아마추어 포르노 배우들을 섭외하는 방법은 너무나 쉽다. 크레이그리스트(Craiglist)라고, 말하자면 미국의 중고나라 같은 웹사이트에 글을 올리면 12시간 내에 연락이 다섯 건은 온단다.

그리고 그가 봤을 때, 이런 아마추어 포르노 배우들의 수명은 길어야 1년이다. 아주 운이 좋고 (이런 표현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재능이 있다면 그렇다는 거다.

그렇지 않다면 대개는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그리고 그들은 다시 일반인으로 돌아간다. 평생 지우거나 씻을 수 없는 과거를 만들고서.

 

트레사의 경우, 어머니가 먼저 당신의 딸이 포르노 배우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녀는 아버지에게도 이야기를 해야 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그 이야기를 꺼내려던 크리스마스 연휴에 그녀는 차마 입을 열지 못한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너는 언제나 내 자랑이야'라고 말하는데, 그게 너무 가슴에 사무쳐서.

그래서 아버지에게는 당분간 이 사실을 비밀로 하고 포르노 배우 활동을 계속한다. 

트레사의 어머니는 '내가 눈을 떠서 아침에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도 너고, 저녁에 잠들기 전에 가장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것도 너다'라며 딸을 무척 사랑하시는데, 트레사도 부모님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애초에 포르노 배우가 될 생각을 했는지는, 참 나도 모르겠다.

트레사는 학교 생활도 잘한 거 같고, 치어리딩 팀의 주장이기도 했는데. 대학교도 갈 예정이지 않았나?

아마 많은 10대들이 그러듯, 쉽게 돈을 벌고 싶고, 여행도 하고 싶고, 부모님의 품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겠지.

아무리 섹스를 좋아한다고 해도, 또는 섹스가 자기에게 별거 아니라고 해도, 실제로, 정말로, 포르노 배우를 하고 싶다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진짜로 자신이 뭘 원하는지, 뭘 할 수 있는지 모르니까 그렇게 호도된 결정을 내리는 거겠지. 트레사의 어머니와 트레사가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면서 참 마음이 아팠다(이걸 보는 나를 보던 내 룸메이트도, '너 되게 슬퍼 보인다'라고 하더라).

 

 

제이드는 자기의 첫 데뷔작이었던 포르노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는 그래도 '연기'를 할 뿐이었고, 저 밖에 있는 누군가는, 실제로 존재하는 여성에게 그걸 시도하는 대신 그걸 보면서 욕구를 해소할 테니 차라리 그게 낫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게 그냥 연기일 뿐이었다고 말하는 그녀의 말투도 씁쓸하지만(그녀도 그게 연기였다고 해서 그게 안 아팠다거나 굴욕적이지 않았다고 부인하지는 않았다), 정말로 그게 그냥 연기고, 연출된 것이어서 괜찮은 걸까? 자신의 집이나 안락한 곳에 있는 누군가는 그걸 보는 것으로 욕구를 해소하고, 정말 다른 누구에게 그걸 시도하지 않을까?

오히려 그걸 보면서 '아,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 또는 '여자들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하고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이고 나중에 누군가에게 그걸 시도하려고 하지 않을까?

 

그리고 트레사였나, 레이첼이었나, 여튼 포르노 배우들 중 한 명이 힘든 촬영을 하고 나서 얼마 후에 이전에 같이 작업했던 (남자) 배우를 만났는데, '그때 아팠니? 괜찮아? 걱정했었어!' 했다며, 그 소녀들이 입을 모아 그가 '스윗(sweet)'하다고 말한다.

이것도 기분이 묘한 장면들 중 하나였다. 아니, 같이 일하는 동료끼리 서로 신경 써 주는 건 참 좋은데, 애초에 진짜 '스윗'하고 좋은 사람은 남녀를 불문하고 포르노 배우를 하지 않아요...

그것 이상의 인간다운 배려와 존중을 받을 수 있는데 굳이 그걸 자기가 포기하고서, 이렇게 사소한 행동에 감동을 받고 좋다고 칭찬하는 이 소녀들을 보자니 참 속상했다.

그리고 포르노는 만드는 것뿐 아니라, 보는 것도 불법이어야 하는데 왜 그렇지 않은지 어안이 벙벙해졌다. 

 

물론 이 다큐가 보여 주는 것이 포르노 업계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이 외에도 우리가 (또는 적어도 나는) 알고 싶지 않은 더러운 진실들이 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다큐가 보여 주는 것이 가짜는 아니다. 다만 이 세상에 길을 잃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모르며, 그저 부모님의 품(과 그들이 구속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소녀와 젊은 여성이 얼마나 많은지를 너무나 잘 보여 줄 뿐이다.

충격적이고, 보고 나면 근심이 가득해지겠지만, 그럼에도 볼만한 다큐멘터리이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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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Love Sarah(2020,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 - 세 여자들이 힘을 합쳐 대신 이루어 준 꿈의 빵집

 

 

감독: 엘리자 슈뢰더(Eliza Schroeder)

 

기쁜 얼굴을 하고 자전거를 몰며 어디론가 향하는 한 여성. 그 여성의 이름은 사라(Sarah, 캔디스 브라운 분). 그녀는 자신의 절친 이사벨라(Isabella, 셀리 콘 분)와 함께 빵집을 열 생각으로 들떠서 달리는 중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신나는 마음으로 자전거를 몰던 중 불의의 사고로 그녀는 세상을 떠나게 되고, 이제 세상에 남은 것은 그녀의 절친 이사벨라, 그녀의 딸 클라리사(Clarissa, 섀넌 타벳 분),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 미미(Mimi, 셀리아 아임리 분).

클라리사는 엄마와의 사이는 나쁘지 않았던 듯하지만, 남친과 헤어져 갈 곳이 없어 길에 나앉을 처지다. 그래서 엄마가 빵집을 열려던 그 가게 자리(마침 비어 있었다)에서 잠을 청하고, 다음 날 엄마의 절친 이사벨라를 만난다.

이사벨라는 자신이 사라만큼 좋은 제빵사가 아니라 생각해서 그녀 없이는 빵집을 열 수 없다 판단하고, 이미 세를 얻은 점포를 내놓고 예전에 자신이 일하던 회사에 말 그대로 '구걸을 해서' 되돌아간다.

하지만 클라리사는 댄서가 되고 싶은 자신의 꿈을 잠시 미루더라도 엄마의 꿈을 꼭 이뤄 주고 싶다. 그래서 이사벨라에게 우리끼리라도 빵집을 열자고 한다.

하지만 누가 빵집 오픈에 필요한 자금을 댈 수 있겠는가? 믿을 구석은 사라의 어머니이자 클라리사의 할머니, 그리고 사라에게는 제2의 어머니와도 같은 미미뿐.

미미와 클라리사는 사실 본 지가 오래되어 어색하고 서먹한 사이지만, 클라리사가 갈 곳이 없어 최근 미미와 같이 살기 시작했다. 그러니 이 빵집 오픈 계획에 미미가 힘을 보태어 준다면, 사라 주위의 세 여자들이 힘을 합쳐 사라의 꿈을 대신 이루어 주는 셈이다.

세 여자는 의견 차이도 있고 싸울 때도 있지만 마침내 빵집을 열고, 사라를 기리는 의미에서 '러브 사라'라고 이름 짓는다. 그러나 오픈의 기쁨도 잠시. 손님 하나 없는 이곳을 어떻게 이어 나가야 할까?

 

클라리사의 할머니, 미미(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셀리아 아임리 여사가 연기했다.
미미(왼쪽), 클라리사(가운데), 그리고 이사벨라(오른쪽)
이사벨라와 사라의 친구이자 같이 파리에서 공부했던 매튜(아래 설명 참고)

 

'벡델 테스트' 정도는 시작 5분 만에 간단하게 통과해 버리는 여성 영화다. 대놓고 페미니즘을 선전하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영화 핵심 주인공 셋이 여성이다. 남성과의 로맨스도 물론 있긴 하지만 그 로맨스의 주체인 여성이 이 남성의 마음에 어떻게 들까 하는 고민 따위는 전혀 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볼만한 영화를 찾으면서 여러 영화를 대충 살펴봤는데, 그중 한 편은 앞에 한 10분쯤 보다가 꺼 버렸다.

남성, 그것도 백인 남성이 주인공인데 하버드가 목표일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하고 그만큼 집안도 받쳐 주는 젊은 청년이었다. 그런 주제에 자기 삶이 얼마나 힘들고 어쩌다 망했는지에 대해 불평하는 걸 듣고 있자니 도저히 공감이 안 되고 재미도 없어서 그냥 꺼 버렸다.

그리고 다른 괜찮은 영화를 찾다가 마침내 여기에 정착했다. 여자들이 셋이나 나와서 영차영차 힘을 합쳐 빵집을 차린다고? 그래, 이거야!

여성들이 주인공이고,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를 많이 봤더니, 이제 특권을 가진 남자들이 내가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영화는 도저히 흥미롭게 볼 수가 없겠더라.

그러던 차에 이 영화를 만나니, 위가 쓰리던 차에 담백하고 깔끔한 죽으로 속을 달래는 듯한 편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이 영화의 이야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평을 늘어놓을 생각은 없다. 세 주인공, 그리고 사라와 이사벨라와 같이 파리에서 제빵을 공부했던 남사친, 매튜(Matthew, 루퍼트 펜리 존스 분)가 빵집을 운영하긴 하지만, 식욕을 폭발시킬 만한 '푸드 포르노' 장면은 별로 없다.

요리를 하는 장면이 안 나온다는 게 아니고, '이거 봐, 엄청 맛있겠지? 배고프냐? 배고프냐?' 하고 묻는 듯 음식을 탐욕스럽게 클로즈업하는 장면이 없다는 뜻이다. 

주인공들이 만든 빵, 디저트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 빵들을 또 다른 배우 또는 캐릭터로 보기에는 비중이 크지 않다.

그보다는 주인공들이 빵을 만들어 어떻게 주위 사람들과 연결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미미, 이사벨라, 클라리사는 빵집을 열고 운영하며 각자 자신에게 소중했던 존재인 사라를 기리게 되고, 클라리사는 이 빵집을 통해 클라리사의 아버지일 수도 있는, 사라의 친구 매튜를 만나게 되며, 이사벨라는 매튜와 다시 가까워지게 되고, 미미는 황혼의 로맨스를 다시 시작한다.

그뿐만 아니라, '러브 사라'는 그냥 흔한 빵집이 아니라, 영국 런던이 온 세상 사람들이 모이는 국제적인 도시라는 점에 착안해, 이민자들이 그리워하는 고향의 빵/디저트를 만들어 주어 그 '타자'들과 연결된다.

사실 나는 '뭐야, 아무리 프로라고 해도 자기도 맛 한 번 못 본 이국의 음식을 설명만 듣고 만든다고? 레시피야 요즘 인터넷으로 다 검색해서 찾을 수 있다 쳐도, 뭘 먹어 봐야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는 거 아냐?'라는 다소 비딱한 생각을 했지만, 주인공들이 알아서 '조사' 과정에 실제로 다른 이들이 만든 그 이국의 음식을 맛봤을 거라고 믿자.

어쨌거나, 마지막에 '러브 사라'가 나름대로 대박을 치는 빵집이 된 것도, 빵을 통해 그렇게 타인과 이어졌기 때문이다.

 

'위꼴사'할 만한 장면은 거의 없지만, 잔잔하고 소소한 재미와 감동이 있는 영화라고 해 두겠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고소한 빵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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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Emo The Musical(2016, 이모 더 뮤지컬) - 이모와 독실한 하느님의 어린 양,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 주세요!

 

 

감독: 닐 트리페트(Neil Triffett)

 

에단(Ethan, 벤슨 잭 앤서니 분)은 이모(Emo)파다. 이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잣살 소동을 일으켰다가 퇴학을 당했다.

새로 온 학교에는 크게 두 파가 있는데, 이모 밴드인 '더 워스트 데이(The Worst Day)', 그리고 기독교 청소년 모임임 '더 호프 그룹(The Hope Group)'이 있다.

둘은 서로를 엄청 싫어하는데, 둘 다 주(州) 록 음악 경연에 출전하고 싶어서 경쟁이 심하다.

새 학교에서 멋진 이들, 다시 말해, 이모 밴드의 멤버인 브래들리(Bradley, 라하트 아담스 분)와 로즈(Roz, 루시 바렛 분), 그리고 제이(Jay, 벤 베넷 분)과 어울리고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한 에단은 그들 마음에 들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운명의 농간인지, 에단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더 호프 그룹에 속한 청순 여주, 트리니티(Trinity, 조던 헤어 분)이다.

'나와 같이 교회에 가자' 운운하는 노래를 부르는데 그 목소리가 어찌나 낭랑하고 청아하고 아름다운지, 에단은 첫눈에 반해 버렸다.

트리니티도 그에게 끌리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이모와 독실한 하느님의 어린 양이라니, 이 둘이 과연 어울리기나 하는 걸까?

 

우리의 주인공 에단. 이런 스타일이 바로 이모다.
가운데 금발 소녀가 여주 트리니티다. 맨 왼쪽 기타를 든 건 아이삭, 오른쪽에서 두 번째, 파란색 기타를 든 게 피터(아래 설명 참조), 그리고 맨 오른쪽이 자말리(역시나 아래 설명 참조)

 

일단 이모(emo)라는 개념은 할리우드 영화만 봐도 (이 영화는 호주 영화이다만) 종종 등장해서, 영화나 미드/영드 좀 보셨다 하는 분들은 이미 대략 어떤 느낌인지 아실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간략히 설명하자면, 이모는 '감정적인'이라는 뜻의 'emotional'의 줄임말에서 유래한 단어로, 우울함이나 죽음 같은 어둡고 '감성'적인 종류의 록 음악과 그런 음악과 관련된 스타일, 또는 그런 스타일을 한 사람을 가리킨다.

스타일로 말하자면, 소위 남녀를 불문하고 '깻잎 앞머리'를 하고(대개 검은색 또는 백금발), 역시나 남녀를 불문하고 검은 아이라이너로 다크한 느낌을 강조하며, 검은색이나 회색, 줄무늬등 무채색 옷을 입는 게 특징이다.

이런 '이모' 스타일에 익숙하지 않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 '도대체 이게 뭐야? 얘네는 왜 이래?' 하실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익숙하다 할지라도, 딱히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오글거림에 손발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사실 이모에 익숙한 나도 이걸 보면서 트리니티가 "Would Jesus?"를 부를 때 (가사가 무려 "예수님도 이모가 아니었을까?(Would Jesus have been an emo?)"다!) 정말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나서 빨리 이 노래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제발... 얘들아... 그거 아니야... 제발...

 

혼자 보기 아까워서 올리는 그 "Would Jesus?" 클립

 

하지만 감독이 말했듯이, 주인공 에단과 그 무리들이 이모인지 아닌지는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모가 아니라 책벌레라든가 왕따라든가 하는 다른 어떤 그룹이었어도 핵심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요한 건 서로 다르다고 여겨지는 사회적 무리들이 어떻게 서로 배척하고 결국엔 화해를 하는가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에단의 성장기인 이 뮤지컬도 나름대로의 교훈이 있다. 그 오글거림을 참을 수 있다면...

 

앞에서 언급한 브래들리뿐 아니라 더 호프 그룹의 리더인 아이삭(Isaac, 존 프라시다 분)처럼 강렬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은 장점이라 하겠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내가 좋아하는 TV 쇼인 <Miracle Workers(미라클 워커)>에서 본 제럴딘 비스와나탄(Geraldine Viswanathan)이 자말리(Jamali)로 등장해서 반가웠다.

아, 기독교적 가치를 굳건히 고수하려는 학교가 배경이기 때문에 (이럴 때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는) 게이 크리스천 이야기도 나온다.

피터(Peter, 크레이그 하이드-스미스 분)는 더 호프 그룹의 백업 기타리스트인데, 누가 봐도 조시(Josh, 케빈 클레이옛 분)라는 소년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룹의 리더인 아이삭이나 학교 선생님인 수녀님 들이 '동성애는 죄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터라 피터는 그런 자신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래서 조시를 마주칠 때마다, 또는 (동)성애적 욕망을 느낄 때마다 스스로에게 전기 충격을 주는 식으로 그 마음을 부정하려 한다.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지만 이와 비슷하게 동성애와 기독교의 충돌에 대해서는 <Saved!(2004, 세이브드)>에서도 잘 표현돼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 영화도 한번 거들떠보시라.

 

왼쪽이 피터, 오른쪽이 조시

 

결론적으로, '이모'가 독실한 하느님의 어린 양을 만나면, 그래서 사랑에 빠지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실 수 있지만, 모든 분들이 이 오글거림을 참을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이모에 면역이 있으신 분들에게만 관람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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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Crash Pad(2017, 뜻밖의 룸메이트) - 도널 글리슨이 귀여우니 됐어!

 

 

감독: 케빈 텐트(Kevin Tent)

 

영화는 사건의 중심에서 시작한다. 가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별 볼 일 없지만 꿈은 창대한 청년 스텐스랜드(Stensland, 도널 글리슨분)는 모건(Morgan, 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 분)이라는 여자랑 방금 침대에서 즐겁고 섹시한 시간을 보냈으나,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소식인즉슨, 모건이 사실은 유부녀라는 것, 자신(스텐스랜드)과 바람을 피운 것은 유감스럽지만 실수라고 생각한다는 것, 여기에서 이 관계를 정리하고 싶다는 것이다.

스텐스랜드는 처음엔 이게 농담인가 싶었지만 계속 꼬치꼬치 모건에게 캐물어보니 정말 진짜인 듯하다. 이럴 수가. 모건과는 잘되어 가고 있다고, 우리 사이엔 뭐가 있다고, 모건이 여자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고 지난 며칠간 생각해 왔는데!

쓰린 마음을 부여잡고 집으로 돌아오니 룸메이트이자 유일한 친구가 자기는 본인 여자 친구랑 같이 살게 되어서 나간다고, 일주일 내로 새 룸메이트를 구하라고 알려 준다.

하지만 실연의 상처가 너무 커서 룸메이트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그렇게 일주일이 가 버린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다시 모건의 직장에 찾아가 대놓고 "나와 바람을 피운 사실을 당신 남편에게 알리겠다. 싫으면 돈을 내놓든가!" 하고 협박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어? 집에 누가 있네? 

모건의 남편 그래디(Grady, 토마스 헤이든 처치 분)다! 심지어 총까지 들고 있다! 그가 나를 죽이러 온 게 틀림없어! 어떡하지?

 

뜻밖의 룸메이트가 된 그래디(왼쪽)와 스텐스랜드(오른쪽)
이 꼬라지를 하고서 모건의 직장에 찾아간 스텐스랜드(가운데). 맨 오른쪽 등이 보이는 여자가 모건이고 맨 왼쪽 문가에 서 있는 게 모건의 비서인 해나(Hannah, 니나 도브레드 분)이다.

 

영화 앞부분 줄거리 요약은 이렇게 써 놨지만, 사실 영화 트레일러만 봐도, 또는 영화 소개 글만 봐도 이 남자 둘, 그러니까 유부녀의 남편과 상간남(이렇게 써 놓으니 사뭇 심각해 보인다)이 그야말로 '뜻밖의 룸메이트'가 되는 얘기라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리고 사실 거기까지 알았으면 그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좀 뻔하지 않나. 스포일러가 될까 봐 말은 안 하겠지만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런 전개가 맞는다.

그렇다면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소감을 느꼈느냐? 음, '도널 글리슨이 참 귀엽네.' 그것뿐이다.

 

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올 때 도널 글리슨이 춤을 추는 영상이 나오는데, 딱히 이게 영화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귀엽다.

영화 내에서도 도널 글리슨의 찌질미가 빛을 발하는데, 도널 글리슨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귀엽다고 봐줄 수 있겠으나, 도널 글리슨 팬이 아니라면 '도대체 이 영화는 뭐지?' 싶을 것이다.

IMDB 평점을 보면 알겠지만, 2021년 7월 기준 10점 만점에 5.8점이라는, 정말 애매한 점수를 가진 영화다.

도널 글리슨을 좋아한다면 보시라고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이걸 찾아서 봐야 할 필요가 있나 싶다.

나도 넷플릭스에 최근 추가된 작품이라고 올라와서 봤는데 최신 영화도 아니고(2017년작이다), 그렇다고 명작도 아니며(별점이 5.8점이라니까?), 그렇다고 뭐 엄청 막장스러운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보고 난 후 결론은 그냥 도널 글리슨의 귀여움뿐이다. 이렇게 영화 리뷰에 쓸 게 그 배우 이야기밖에 없을 정도로.

참고로 이 영화의 감독과 각본가는 <Ex Machina(2015, 엑스 마키나)>에서 도널 글리슨을 보고 '이 배우를 스텐스랜드 역 시켜도 괜찮겠는데?'라고 생각하며 캐스팅을 제안했다고 한다. 아니, 두 캐릭터의 성격이 너무 다른데요...?

여튼 그렇다는 이야기. 도널 글리슨 팬이라면 보시고, 아니면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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