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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229

[책 감상/책 추천] 이얼 프레스, <더티 워크> [책 감상/책 추천] 이얼 프레스, 저자는 이 사회가 돌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더러운’ 일들을 ‘더티 워크(dirty work)’라고 명명했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더럽다는 게 아니라, 비윤리적이고 노동자의 정신 건강에 큰 악영향을 끼치는 일을 말한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다.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필수노동 가운데는 ‘도덕적으로 문제 있다’고 여겨져 더욱 은밀한 곳으로 숨어든 노동이 있다. 나는 이를 ‘더티 워크’라고 부른다.” 저자가 살펴보는 ‘더티 워크’는 크게 네 가지이다. 교도소의 간수, 드론 조종사, 도살장 노동자, 그리고 시추선 노동자. 솔직히, 얼마 전에 한국 교도관의 에세이인 김도영의 를 읽었기에 저자가 밝히는, 교도소 내 재소자에 .. 2025. 6. 18.
[책 감상/책 추천] 맥스 디킨스,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 [책 감상/책 추천] 맥스 디킨스, 존 햄버그가 감독하고 폴 러드가 주연한 (2009)이라는 영화에서 피터(폴 러드 분)는 여자 친구 주이(라시다 존스 분)에게 청혼한다. 주이가 이를 승낙하자마자 커플은 결혼식을 계획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피터는 큰 난관에 봉착하는데, 그것은 바로 신랑 들러리를 해 달라고 부탁할 만한 남자 친구가 없다는 것. 성격이 워낙에 다정하고 섬세한 편인지라 동성 친구보다 여자 사람 친구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신랑 들러리를 세울 남자 친구를 찾기 위해 피터는 ‘우정 데이트’에 나서는데… 갑자기 이 영화 이야기를 왜 꺼내느냐면, 이 논픽션의 저자 코미디언 맥스 디킨스도 똑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여자 친구 나오미에게 청혼을 하려고 계획을 세우다 보니 신랑 들러리를 맡아.. 2025. 6. 16.
[책 감상/책 추천] 레이첼 요더, <나이트비치> [책 감상/책 추천] 레이첼 요더, 레이철 요더의 데뷔 소설 는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만한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한 여성은 이름이 없다. 그냥 ‘여자’, ‘엄마’, (그리고 나중에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인 후에는) ‘나이트비치’라고만 호명되는데, 사실 그게 핵심이다. ‘나이트비치’라 함은 ‘밤(night)’과 ‘암캐(bitch)’의 합성어로, 글자 그대로 밤이 되면 개로 변하는 여자를 가리킨다. 잠깐, 이게 말이 되냐고요? 잠시 그런 의문은 내려놓으십시오. 늑대인간(이라고 하지만 거의 99% 남성의 형태로만 묘사되는 상상의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잖아요. 그러니까 밤에 개로 변하는 여자도 있을 수 있죠. 문제가 될까요?사실 이게 가장 큰 호불호 포인트일 것 같다. 애초에 ‘한 여자가 밤에.. 2025. 6. 11.
[책 감상/책 추천] 유즈키 아사코, <미안한데, 널 위한 게 아니야> [책 감상/책 추천] 유즈키 아사코, 내가 이전에 리뷰를 썼던 와 을 쓴 유즈키 아사코의 신작. 이번 단편집의 주제는 ‘연대’인 듯하다. 출판사가 제공한 카드 리뷰에 “억울함은 통쾌하게, 연대는 따뜻하게”라는 홍보 문구가 쓰여 있는데, 연대를 통해 통쾌하게 복수한다는 뜻인 것 같다.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개인적으로 는 다른 작품들과 결이 다르게 느껴져서 이걸 ‘연대’라는 주제로 묶기엔 조금 애매하지 않았나 싶다. 이 부분을 설명하려면 일단 다른 작품들을 간단히 소개해야겠다. 은 좁디좁은 사견으로 라면 평론가를 하는 주제에, 무례하게 한 라멘집 손님이나 직원 등을 무단으로 촬영해 사진을 올리고 제멋대로 평가질을 한 라면 평론가 사하시 라유에게 복수하는 이야기이다. 맑고 담백한 국물로 인기인 중.. 2025. 6. 9.
[책 감상/책 추천] 오 헨리, <오 헨리 단편선> [책 감상/책 추천] 오 헨리, 설명이 필요 없는, 단편소설의 대가 오 헨리의 단편소설집. 초등학생쯤 되면 이미 다들 한 번쯤 읽게 되는 를 비롯해 오 헨리의 작품이 무려 스물여덟 편이나 실려 있다. 보통 앤솔러지나 단편집을 소개할 때는 각각의 작품을 짧게 소개하는데 이건 양이 엄청 많으니 그건 불가능할 듯하고, 대신 내가 제일 좋아했던 작품만 언급할까 한다. 는 이라고도 번역되는 모양인데, 저자가 사랑하는 문학 작품 속 음식 및 음료를 소개하는 김지현 번역가의 에서 언급된 바로 그 작품이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로터스 호텔에 머무는 두 투숙객들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라고 하면 될까. ‘마담 보몽’이라고 불리는 한 여인이 패링턴 씨라는 신사와 이야기할 때 마시는 이 클라레 컵은, 에서 인용하자면, .. 2025. 6. 6.
[책 감상/책 추천] 클레어 데더러, <괴물들> [책 감상/책 추천] 클레어 데더러, 솔직히 엄청 기대했는데 다소 실망했다.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느낌. 일단 책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추악한 범죄를 저지른 예술가들, 즉 ‘괴물들’의 작품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저자의 솔직한 마음을 고백한 에세이다. 내가 보기에 나의 실망은 이 책이 논픽션 중에서도 ‘에세이’라는 점에서 온다. 그러니까, ‘이러이러한 예술가들이 요러조러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끔찍하죠!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하고 고발하는 저널리즘이 아니라, ‘이러이러한 예술가들이 요러조러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이 작품들을 사랑하는걸…’ 하고 말끝을 흐리는 듯한 개인적인 글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일단 아동 성폭행범 로만 폴란스키 감독부터 시작한다. 그는 열세 살짜리 소녀를.. 2025. 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