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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300

[책 감상/책 추천] Natalie Sue, <I Hope This Finds You Well> [책 감상/책 추천] Natalie Sue, 주인공인 졸린 스미스는 슈퍼숍스(Supershops)라는 대기업 마트 프랜차이즈의 한 지점에서 사무직으로 일한다. 그녀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지쳐서, 그들과 주고받는 이메일에 자기가 하고 싶은 솔직한 이야기(대체로 욕)를 쓰고 흰색으로 글자 색을 바꾸어 마치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인 것처럼 보이게 해 놓고 답장을 보내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다. 어느 날, 졸린은 은퇴가 멀지 않은 한 중년 여인 직원인 론다와의 이메일에 답장하다가 실수로 글자 색을 흰색으로 바꾸는 것을 깜빡한다. 이 일이 발각되자 그는 당장 인사과에 불려가 ‘괴롭힘 예방 교육’을 받게 된다. 그런데 졸린의 케이스를 담당한 인사과 직원 클리프가 졸린의 컴퓨터 설정을 만지고 나자, 어.. 2026. 1. 26.
[책 감상/책 추천] 메리 로치, <죽은 몸은 과학이 된다> [책 감상/책 추천] 메리 로치, 새해가 밝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나는 죽음에 관한 책을 소개하려 하는가. 때가 좋지 않은 것처럼 보일 법도 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삶과 죽음은 한몸이고, 우리 모두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다. 살아 있을 때 죽음에 준비해 두는 게 좋다.그렇게 철학적이고 깊은 사유에서 이 책을 읽은 것은 솔직히 아니고, 그냥 덕질의 일부로 읽었다(무슨 덕질인지는 묻지 마시길). 제목에 있듯 ‘죽은 몸’, 시체에 관한 과학적인 에세이인데 저자가 직접 검시관, 장의사, 시신을 가지고 실험하는 과학자, 의사 들을 인터뷰하며 실제로 시체도 참 많이 본다. 이 글에서만 언급되는 시체만 해도 한두 구가 아니다. 으스스한 주제라 꺼려질 수도 있겠지만, 저자의 글솜씨가 무척 뛰어나고 또한 엄청 .. 2026. 1. 19.
[책 감상/책 추천] 클레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 [책 감상/책 추천] 클레어 키건, 무려 132쪽밖에 안 되는 짧은 소설. 나의 사랑스러운 이웃님이 읽으시는 걸 보고 나도 따라서 읽었다. 내가 보기엔 큰 갈등이나 사건 없이 소소한 이야기였는데, 마침 극 중 배경이 크리스마스 즈음이라 아주 시기적절하게 잘 읽었다. 줄거리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1985년 아일랜드의 작은 도시, 빌 펄롱은 아내 아일린과 무려 네 명의 딸과, 부유하지는 않아도 소소하게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크리스마스 즈음 해서 한 수녀원에 석탄을 배달하러 갔다가 창고에 갇혀 있던 한 어린아이를 보게 된다. 어르고 달래서 창고에서 나오게 해 수녀원의 수녀님들에게 아이를 맡겼지만, 한동안 그 아이가 눈에 밟혀 결국엔 그 아이를 다시 찾아서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짧은 소설이.. 2026. 1. 16.
[책 감상/책 추천] 루만 알람, <세상을 뒤로하고> [책 감상/책 추천] 루만 알람, 줄리아 로버츠, 마허샬라 알리, 에단 호크 주연의 영화 원작 소설(영화를 들여오면서 제목은 게으르게 그냥 음차한 거 봐라. 소설은 ‘세상을 뒤로하고’라고 잘 옮겼는데 영화는 왜 이래 놨을까? 소설 원작이랑 구분하기 위해? 그게 목표였다면 그냥 적당히 한국어로 새 제목을 지었어도 됐잖아!). 사실 영화가 흥미로워 보여서, 영화를 보려고 먼저 책부터 읽었다. 책을 끝낸 날 영화를 보기 시작해서 이제 둘 다 아니까, 아예 이 소설 리뷰에 영화 이야기도 해 볼까 한다. 일단 줄거리부터 소개하자면 이렇다. 어맨다와 클레이(영화에서는 각각 줄리아 로버츠와 에단 호크가 맡았다)는 아들 아치와 딸 로즈를 데리고 휴가를 떠난다. 도시에서 떨어진 한적한 곳에 있는 그 호화로운 저택은.. 2026. 1. 12.
[책 감상/책 추천] 심조원, <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책 감상/책 추천] 심조원, 우렁이 각시 이야기를 비롯한 우리나라 설화 및 옛이야기를 여성의 시각으로 다시 생각해 보는 인문 에세이. 한국구비문학대계(gubi.aks.ac.kr)에서 제공하는, 이미 채록된 옛이야기를 부분부분 인용해서 보여 주기 때문에 생생한 입말로 이야기되는 읽는 재미도 있다. 제목의 ‘우렁이 각시’는 한국인이라면 거의 누구나 아는 그 이야기다. 착하게 살면 참하고 예쁜 색시를 얻을 수 있다는, 너무나 남성 중심적인 사고방식의 교훈을 주는 것으로 여겨지는 이 민담을 저자는 이렇게 분석한다. 아이 통쾌해!색시에게 우렁이 껍질은 ‘자기만의 방’이다. ‘때가 되어’ 서로의 어둠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사랑조차 벗어날 수 있는 자기만의 안전한 공간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그러나 총각은.. 2026. 1. 9.
[책 감상/책 추천] 김지원, <메모의 순간> [책 감상/책 추천] 김지원, 흥미로운 ‘해찰’을 제공해서 내가 이 블로그 글에서 소개하기도 한 뉴스레터 를 운영했던(현재는 종료되었다) 기자 김지원의 에세이(김지원 씨는 도 썼다). ‘메모의 순간’이라는 제목을 보고 메모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기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 책은 그러한 방법론을 다루고 있지 않다. 그보다는 메모라는 행위 자체의 즐거움, 그 순간에 머무르는 경험을 살아 볼 것을 권하는 인문 에세이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은 여러 유형이 있을 테지만, 나는 앤 패디먼이 에서 분류했듯이 책과 ‘궁정식 연애(courtly love)’를 하는 유형이다. 말인즉슨, 책은 구입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깨끗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믿기에 책 페이지를 접거나, 구석에 낙서를 하거나 하는 행위를 일절.. 2026.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