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 결산] 2023년 9월에 본 영화들
2023년 9월에 본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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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 리치가 감독한 스파이 영화. 제이슨 스타뎀과 휴 그랜트, 오브리 플라자 같은 빛나는 스타들을 기용했으나 가이 리치라는 감독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전반적으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영화가 나왔다. 굳이 시놉시스를 정리할 필요도 못 느끼겠어서 안 썼다. 가이 리치의 훌륭한 영화들을 기억하고 기대하며 이 영화를 봤다가는 크게 실망할 것이다.
신비스러운 한 여인의 축복인지 저주인지 알 수 없는 힘으로 앞으로 올 10년을 한 번에 1년씩 뛰어넘어 경험하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삶은 유한하니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잘 살자는 교훈이 담겨 있지만 백인 중산층 남자의 사랑에 올인하는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시아계 네 여인들의 섹스 코미디. 남성들이 주연하는 섹스 코미디와 다르게 여성 위주여서 불쾌함도 없고 오히려 유쾌하다. 약간 중국산 동북공정의 마수를 스멀스멀 끼치는 것인가 하는 의심이 들게 만드는 장면도 있지만, 뒤로 갈수록 코미디에서 감동으로 중점을 옮기는 스타일은 한국 영화와 닮았다. 약 1시간 반 정도 웃으면서 볼 수 있는, 괜찮은 오락 영화다.
- <Empire of Light(엠파이어 오브 라이트)>(2022) 감독: 샘 멘데스 ⭐️⭐️⭐️
<American Beauty(아메리칸 뷰티)>(1999)와 <Skyfall(스카이폴)>(2012) 같은 영화를 감독한 샘 멘데스 감독의 최신작. 주연을 맡은 올리비아 콜먼은 원래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서 믿고 봤는데, 음… 영화라는 매체와 인종 차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건 알겠지만 그래서 올리비아 콜먼이 맡은 여주인공 캐릭터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것도 역시 대런 아로노프스키라는 감독의 명성과 내가 좋아하는 배우 브렌든 프레이저의 이름만 믿고 봤다. 사무엘 D. 헌터의 동명 연극을 영화화했는데, 제목의 ‘고래’는 주인공 찰리(브렌든 프레이저 분)와 찰리의 딸 엘리(세이디 싱크 분)가 쓰는 에세이의 주제인,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 속 모비 딕을 동시에 가리킨다. 결말이 우울한 것은 이해할 수 있으니 찰리 또한 불쌍한 피해자만은 아니고 또한 무엇보다 엘리가 변하지 않는다는 게 내게는 너무나 큰 ‘고구마’였다. 이 영화가 공개된 베니스 영화제에서 6분이나 기립 박수를 받을 정도로 멋지고, 영광스럽게 복귀한 브렌든 프레이저에게는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싶고, 내가 너무 좋아하는 배우가 복귀해서 나도 무척이나 기쁘지만, 이 영화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 <June Again(준의 계절)>(2020) 감독: JJ 윈러브 ⭐️⭐️⭐️
실어증을 앓고 있던 치매 환자 준(노니 헤이즐허스트 분)은 요양원에서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정신이 맑아지는 일을 경험한다. 뇌졸중 이후로 5년 만에 되찾은 멀쩡한 정신.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준은 보고 싶은 가족들을 보러 요양원 탈출을 감행하는데… 치매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가능한 한 밝고 재미있는 분위기로 만든 듯. 크게 빵 터지는 재미는 없지만, 말하자면 ‘가늘고 긴’(러닝 타임을 말하는 게 아니다) 영화를 찾는다면 딱 이런 게 아닐까.
2023년 9월에 본 영화들 통계
야호! 한 달에 6편이면 그래도 준수한 편이다. 잘했다, 나! ㅎㅎ 어쩌다 보니 이번 달에는 전부 개봉한 지 1-3년밖에 되지 않은 최신 영화들만 봤다. 나쁘지 않았다. <더 웨일>은 안 그래도 보고 싶었는데 마침 인천-시드니 비행기에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 있길래 볼 수 있었다(<엠파이어 오브 라이트>는 시드니-인천 비행기 안에서 봤다). 그게 아니었다면 아마 내내 미루다가 아예 안 봤을 수도. <조이 라이드> 역시 개봉 전부터 보고 싶었는데 잊고 있다가 이번 달에 봤다.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미루지 않고 봐야겠다는 교훈을 준 한 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