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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마크 트웨인, <아담과 이브의 낙원 일기>

by Jaime Chung 2018.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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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마크 트웨인, <아담과 이브의 낙원 일기>

 

성경 속 최초의 인류 아담(Adam)과 이브(Eve)의 이야기의 입을 빌려 남녀의 차이를 코믹하게, 유쾌하게 풀어 낸 단편 소설이다.

말하자면 이런 짤들의 원조.

대개 여자는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그가 다른 여자를 생각하는 건 아닐까 불안해하는데

남자는 알고 보니 아무 생각이 없고 완전히 딴 생각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밈(meme)

 

일기체로 되어 있는데, 아담과 이브가 얼마나 다른지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를 들면 이런 것.

 

아담의 일기:

긴 머리의 피조물은 내가 어디를 가나 거치적댄다. 그것은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거나 내 뒤를 따라다닌다. 그러는 게 나는 싫다. 나는 누구와 사귀는 일에 익숙지 않다. 그것이 좀 더 다른 동물들 곁에 머물러줬으면 좋겠다.

오늘은 구름이 끼고, 동쪽에서 바람이 분다. 아마도 우리는 비를 맞을지 모르겠다. 우리라니? 대체 이런 말을 내가 어떻게 알게 되었지?

아, 이제야 기억난다. 그 새로운 피조물이 항상 그런 말을 썼었지.

 

이브의 일기:

한 주일 내내 그의 뒤를 쫓아다녔다. 그리고 그와 친해지려고 애썼다. 그가 수줍어해서 말은 주로 내 쪽에서 해야만 했지만, 나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도 내가 자기 주위에 있어서 좋아하는 것 같았다. 되도록 나는 붙임성 있게 우리라는 말을 자주 썼다. 그가 어딘가 소속감을 느끼게 되면 좋아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가 '수줍어해서'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거나 그도 자신이 곁에 있어서 좋아하는 것 같았다는 아전인수격 해석 보소 ㅋㅋㅋㅋㅋ

아담의 일기를 읽으면 굉장히 비사회적이고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운,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인상을 받는다. 뭐, 태어나서 다른 사람을 만나 사귀어 본 적이 없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는 되는데, 이게 그냥 '사회'라는 걸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라고 하기엔 조금 뭐하다.

이브는 태어날 때부터 붙임성 있고 상냥하고 다정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동물들에게도 말을 걸고 새로운 꽃을 보면 기뻐하며 뽀뽀를 해 준단다('꽃 한 송이를 발견할 때마다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어루만지고 애무하며, 입맞추고 냄새 맡으며, 꽃한테 말을 붙이고 사랑스러운 이름을 지어주기도 한다'고 아담이 관찰해서 일기에 썼다).

아담이 말하길 이브는 '매사에 감흥을 느끼고, 열정적이며 쾌활함으로 가득 차' 있다고. 세상에...

아무리 봐도 이브는 핵인싸, 아담은 핵아싸... ㅠㅠㅠ 아니 둘 다 최초의 인류라 자신 이전에 다른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성격이 이렇게 다를까... 이건 정말 그냥 타고난 성격 차이인 거 같다.

굳이 남성은 다 이렇다, 여성은 다 이렇다, 하고 주장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왜냐하면 여자라고 다 이브 같은 건 아니니까... ㅜㅜ (덧붙여 사실 여자라고 해서 다 '이브 같아야 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같은 일도 얼마나 다르게 해석하는지 보여 주는 다른 예가 있다. 이것도 웃기다.

 

아담의 일기:

새 피조물은 쉬지 않고 수다를 떤다. 그것은 무엇보다 만물에 이름을 짓느라 정신없다. 이 땅에서 가장 굉장한 폭포수를 나이아가라 폭포라고 부른다. 왜 그렇게 부르는지 나는 모르겠다. 그 폭포가 나이아가라 폭포로 불러야만 할 것같이 보일 뿐이란다. 그건 이유가 안 된다. 단지 제멋대로인 바보 같은 소리에 불과하다.

나는 사물에 스스로 이름을 지을 기회가 사라지고 말았다. 내가 미처 다른 의견을 말하기도 전에 그 새 피조물은 마주치는 것이 무엇이든 모조리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늘 똑같은 이유를 댄다. 그것이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다.

이브의 일기:

이제 우리는 많이 친해졌고 점점 더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그는 더 이상 나를 피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이것은 좋은 지조이며 나와 함께 있는 걸 좋아한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이런 사실은 나를 기쁘게 한다. 그에게 호감을 주기 위해서 나는 할 수 있는 한 쓸모 있게 행동하려고 노력 중이다.

엊그제부터 어제 동안 나는 그의 수고를 덜어 주기 위해 사물에 이름 짓는 일을 떠맡았다.

이 일로 그는 많이 안도했음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그는 이런 일에는 재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틀림없이 나에게 무척 고마워하겠지.

그는 알맞은 이름을 생각해낼 줄 모른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수고를 덜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그의 결점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그가 알지 못하도록 조심하고 있다. 이를테면, 새로운 피조물이 지나갈 떄마다 그가 어색한 침묵의 표정을 보이기 전에 내가 먼저 이름을 짓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나는 그를 숱한 곤혹스러움으로부터 도와주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그런 결점이 나에게는 없다. 나는 동물을 보자마자 첫눈에 그 이름이 생각난다.

아래 조금 더 이어지지만 이 정도로 하겠다. 아담은 이브가 먼저 동물의 이름을 지으며 '그냥 그렇게 보여서'라고 이유를 대는 걸 짜증스러워하는데 이브는 자랑스럽게도 그냥 자기는 그런 능력이 있다며 그걸로 아담을 '곤혹스러운 일을 피하게 도와준다'고 생각한다. 관점 차이 굉장하네.

이브가 조금 눈치가 없는데(ㅋㅋㅋ) 그러니까 아담이 자기에게 상냥하게 굴지 않아도 개의치 않고 그를 좋아하는 거겠지 싶다.

끝에 가면 아담도 자신이 이브에 대해 잘못 생각했으며 '그녀 없이 낙원 안에 살기보다는, 차라리 낙원 밖에서 그녀와 함께 사는 편이 더 좋다'고 말한다. 이브도 사랑에 대해 생각하며 자신이 그를 사랑하는 건 그가 똑똑하거나 자기에게 잘 대해 줘서가 아니라 그냥 그가 '자신의 것'이고 '남성이기 때문에' 사랑한다고 자신만의 결론을 내린다. 훈-훈.

 

전체적으로 길이도 짧고 삽화가 절반이라 마음만 먹으면 1시간 이내로 끝낼 수 있는 책이다.

'남녀는 이렇게 다르다! 남자/여자는 원래 이래!' 하고 내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그냥 성별이 다르고 성격이 다른 두 사람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한마디로 그냥 드립성으로 웃고 넘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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