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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강호걸, <레토르트 심리학>

by Jaime Chung 2022.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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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강호걸, <레토르트 심리학>

 

 

내가 저번에 리뷰한 <어쩌다 과학>처럼 교육적인 만화인데 이번에는 과학이 아니라 심리학이다.

근데 우리가 흔히 아는 대중적인 심리학이 아니고 좀 더 본격적인, 전공 수준에 가까운 심리학이다.

그래서 심리학을 다루는 대중적인 교양 서적에서 보지 못했을 새로운 개념들이 소개된다(아무대로 저자가 이걸 그릴 때 석사 과정을 마칠 시점의 대학원생이었기에 그런 듯하다). 난 그래서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들어 보지 못한 심리학 개념들을 접할 수 있는 데다가 그것들을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또, 재미있는 만화 형태로 전달하니까 부담스러울 게 없다(물론, 이걸 전공으로 배우지 않아서 더욱더 부담이 덜한 것도 큰 요인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사랑은 모두 똑같은 모양일까?>라는 꼭지에서 스텐버그의 '사랑의 세 가지 요소, 사랑의 삼각형 이론'을 제시하며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 준 것이 참 흥미로웠다.

친밀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뜻하며 따뜻함, 이해, 신회, 정서적 지지가 이에 속한다.

열정은 주로 성적인 몰입이나 욕구 등을 뜻하고, 헌신은 사랑하는 관계를 유지시키는 노력을 뜻한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요소가 어떻게 결합되는가에 따라 총 7가지의 사랑의 종류가 나타난다.

세 가지 요소 중 친밀만 있는 경우는 좋아함(Liking), 열정만 있는 것은 도취성 사랑, 헌신만 있는 것은 공허한 사랑이다.

(세 요소가 모두 없는 것은 그냥 사랑이 아니다.)

(...) 친밀과 열정만이 결합하면 낭만적 사랑이 되는데, 한때의 불같은 사랑이 이 종류에 속한다.

다음으로 친밀과 헌신이 결합하면 동반자적 사랑이 된다. 이는 육체적 관계가 없는 오래된 노부부의 사랑의 모습과 같다.

(...) 다음은 열정과 헌신이 결합한 얼빠진 사랑이다. 이는 서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열심히 만나는 이상한 사랑이다.

대망의 마지막 사랑의 형태는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잘 결합한 성숙한 사랑이다.

성숙한 사랑은 슬픔과 기쁨을 공유하고, 서로 공감한다. 이는 상대방을 완전히 이해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사랑이다.

 

저자는 <왜 루돌프는 순순히 산타 할아버지를 따라갔을까?>라는 꼭지에서는 '사회적 배척(social exclusion)'이라는 개념을 루돌프와 연결하는 기발한 발상을 보여 주기도 한다.

루돌프는 다들 알다시피 일반적인 순록과 달리 빨갛다. 그래서 다른 순록들에게 왕따를 당했고, 산타 할아버지가 루돌프를 데려와 무급으로 중노동을 시킨다는 것이 저자의 추측이자 만화적 상상력이다.

"이렇게 고통스러운 사회적 배척에 허덕이던 루돌프에게 산타 할아버지가 소속감을 주었기에 순순히 복종하고 있는 것이다."라는데, 물론 믿거나 말거나.

 

<덕업일치를 이루면 무조건 행복할까?>에서는 '좋아하는 취미가 밥 벌어먹는 일이 되면 흥미가 떨어지고 재미가 없어질 수 있다'라는 경험적 사실을 '과잉정당화(overjustification)'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과잉정당화 효과는 원래 재미있어 하던 일에 불필요한 보상이 주어지면 오히려 가지고 있던 흥미가 떨어진다는 이론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 등을 토대로 자기가 가진 태도를 추론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추론 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과잉정당화 효과이다.

헌혈 기념품이 그 좋은 예이다. 헌혈 기념품은 헌혈을 하려는 자발적인 동기를 떨어뜨린다.

원래 헌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상품권, 기념품 등의 보상이 주어지게 되면 외적인 보상 때문에 헌혈을 하게 된다고 생각하게 되고, 보상이 없으면 자발적으로 행동하지 않게 된다. 

만약에 일을 하고, 보상을 제대로 못 받으면 원래 가지고 있던 흥미가 사라졌기 때문에 그 일을 하는 게 부담과 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덕업일치를 함에 있어서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

내 생각에는 덕업일치를 하는 주체자, 그러니까 예컨대 어떤 가수/아이돌을 좋아해서 팬질을 하다가 소속사에 스카우트되어 팬 매니저 일을 하게 되는 경우의 팬 매니저 같은 주체보다는 그런 '덕업일치'를 이루려는 사람들을 '열정페이'로 써먹으려는 쪽이 더 각별한 유의를 기울여야 하지 않나 싶다.

사람들을 그렇게 갈아넣으면 절대 사람들이 남아남지를 않고, 그런 일이 다반사가 된다면 사회 문화 전반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이에 대해서는 내가 이전에 리뷰를 쓴, 앤 헬렌 피터슨의 <요즘 애들>을 참고하시라. 그 저자가 정밀 기가 막히게 표현했다)

2021.11.22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앤 헬렌 피터슨, <요즘 애들>

 

[책 감상/책 추천] 앤 헬렌 피터슨, <요즘 애들>

세상에, 정말 놀랍다.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를 관찰해서 (저자 본인이 밀레니얼 중 나이 든 편에 속한다) 그들이 왜 그런 삶을 살 수밖에 없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읽으면서 내내 공감했다. 미국

eatsleepandread.xyz

 

솔직히 리디셀렉트에서(요즘 리디셀렉트에 올라온 책을 많이 접하고 있다) 이 책을 보았을 때만 해도 '레토르트 심리학? 제목이 뭐가 이래. 너무 겉핥기식으로 깊이가 없는 거 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 읽어 보니 "막상 심리학을 공부하려니 부담스러운 분들을 위해 잘 다듬어 골라내고 이해하기 쉽게 조리해서 바로 즐길 수 있게 담아냈"다는 저자의 소개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알라딘이나 예스24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 카드 뉴스를 볼 수 있고, 그보다 조금 더 맛보기를 보고 싶다면 저자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나 네이버 블로그도 확인해 봄직하다.

https://www.facebook.com/KNAGHG/

 

레토르트 심리학

레토르트 심리학. 좋아하는 사람 22명. 쉽게 즐길 수 있는 레토르트 음식 같은 심리학을 추구합니다! 간편하게 만화로 즐기지만 아직 맛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www.facebook.com

저자가 고려대 출신이라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고파스'에도 만화가 올라왔던 것 같은데, 나는 고려대생이 아니라서 검색이 안 되어 잘은 모르겠다(고려대 출신이신 분들은 확인해 보시라).

 

재미있게 잘 봤는데 여태까지 그린 내용의 거의 대부분이 이 '레토르트 심리학'으로 출간이 되고, 그 이후 몇 편을 새로 올리시긴 하였으나 공식 페이스북에 '직장 생활에 적응하면' 후속작을 그려 보겠다고 하셨다. 아니 저 벌써부터 기다린단 말이에요 작가님!

어쨌거나 '힐링'이나 '위로', 또는 가벼운 수박 겉핥기식 내용이 아닌, 진짜 심리학적인 내용이 가득한 심리학 서적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시라. 만화로 되어 있어서 내용이 탄탄함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다.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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