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The Personal History of David Copperfield(2019, 더 퍼스널 히스토리 오브 데이빗 코퍼필드) - 1천 쪽이 넘는 원작을 읽는 대신에 2시간으로 후루룩 끝냅시다
감독: 아만도 이아누치(Armando Iannucci)
장성한 데이비드 코퍼필드(David Copperfield, 데브 파텔 분)은 큰 극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읽는 것으로 영화를 시작한다.
데이비드 코퍼필드는 '루커리(The Rookery, 까마귀숲)'라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이름 지은 집에서 태어났다(그의 이름도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데이비드 코퍼필드가 되었다).
그의 어머니 클라라(Clara, 모르피드 클락 분)가 그를 낳기 직전이었을 때, 미스 벳시 또는 미스 트롯우드(Miss Betsey Twotwood, 틸다 스윈튼 분)라고 불리는 데이빗의 대고모가 집에 쳐들어와 클라라를 심문하듯 질문을 쏟아낸다.
클라라가 데이비드를 낳았을 때, 미스 벳시는 여자애가 아니라고 실망하지만, 그래도 데이비드를 자기 조카로 삼고 후에 그가 그녀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그를 도와준다.
어쨌거나, 클라라는 머드스톤 씨(Mr. Murdstone, 대런 보이드 분)와 재혼하는데, 그는 성정이 차갑고 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자였다.
데이비드는 집안의 하녀 페거티(Peggotty, 데이지 메이 쿠퍼 분)와 그녀의 조카 햄(Ham Peggotty, 앤소니 웰시 분), 그의 약혼녀인 거나 마찬가지인 에밀리(Emily, 에이미 켈리 분) 등과 어울려 놀던, 뒤집힌 배 형상의 집 등을 그리고, 각 인상적인 인물들이 가진 어록을 정리하기 좋아한다.
이런 데이비드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머드스톤은 그를 런던으로 보내 버리는데, 거기에서 그는 병 공장에서 병에 코르크를 막는 일 따위를 하며 가난하게 성장한다.
그리고 미코버 씨(Mr. Micawber, 피터 카팔디 분)와 나중에 그의 친구가 되는 스티어포스(Mr. Steerforth, 아뉴린 바나드 분) 등을 만난다.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
이 소설은 워낙에 (당시에도) 인기 있었고 지금도 클래식이라 TV 드라마나 영화 등으로 많이 영상화된 작품이다.
이 영화가 그런 다른 영상 작품들과 제일 다른 점을 꼽자면, '전통적인' 캐스팅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겠다.
다시 말해, 눈부실 정도로 백인 천지인 게 아니라, 흑인과 아시아인 등 다양한 인종이 나온다는 뜻이다. 일단 주인공인 데이빗 코퍼필드가 인도계 배우인 데브 파텔이니까 말해 뭐해.
<닥터 스트레인지(Dr. Strange)>를 포함한 마블 시리즈에서 보셨을 '웡(Wong)'을 연기한 베네딕트 웡(Benedict Wong)이 윅필드 씨(Mr. Wickfield) 역을 맡았다.
그 외에 흑인 배우가 여럿인데, 일단 조연 중에서는 후에 데이빗과 이어지는 아그네스(Agnes, 로잘린드 엘레자르 분)도, 스티어포스의 어머니(Mrs. Steerforth, 니키 아무카-버드 분)도 흑인이다.
찰스 디킨스 시대 영국이라고 온전히 눈부실 정도로 백인만 100%였던 건 아니겠지 싶어서 나는 이런 '비전통적인' 캐스팅도 상관없다.
그 당시에도 무역이며 다른 지역과의 상호 작용이 많았을 텐데 흑인이나 동양인이 조금도 없었을 리가 없지.
다만 이게 불편하신 분들이라면 그냥 패스하시라. 어차피 데이빗 코퍼필드에 대한 드라마나 영화는 많으니까(각각 휴 댄시와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데이빗 코퍼필드 역을 맡은 드라마 버전이 있다고 하니 나도 찾아볼 생각이다).
사실 나도 이 영화의 개봉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이걸 보려고 생각은 했는데, 원작을 먼저 끝내고 봐야 한다는 압박감이 강해서 미뤄 두고 있었다.
하지만 (내 이북 뷰어 기준) 1천 쪽이 넘는 소설을 읽기엔 약 3년도 부족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읽으려고 사서 다운로드 받아 놨는데 한 6쪽 읽고 멈추어진 걸 어제 영화 다 보고 나서 이북 확인하다가 발견했다... ㅋ...ㅋ...ㅋㅋ...
영화를 먼저 봤으니 대략 이렇게 일이 진행되겠구나 하는 걸 머리에 넣고 나머지를 읽어 나가야겠다.
다만, 영상으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꼭 원작과 똑같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점은 유의하시라. 예컨대 영화에서는 아그네스가 유라이아 힙(Uriah Heep, 벤 휘쇼 분)의 횡령 사실을 밝히지만, 원작에서는 미코버 씨가 그 역할을 맡는다.
그러니 이걸 보고서 원작을 완벽히 이해했다고 말하면 곤란하다. 혹시나 과제 때문에 책을 읽어야 한다면 이 영화는 그냥 참고만 하시고, 100% 받아들이시면 안 된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답게 다소 이상하지만 흥미로운 인물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게 또 이 영화의 매력이다.
페거티, 미스 벳시, 머드스톤 씨, 미코버 씨, 스티어포스, 유라이아 힙, 도라(Dora Spenlow, 클라라 역의 모르피드 클락 분이 1인 2역을 맡았다) 등등.
아, 그중 딕 씨(Mr. Dick, 휴 로리 분)가 가장 이상한 것 같다. 소설 속 시대에서도 이미 죽은 지 한참인 찰스 왕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는데, 그 생각을 적어 내려간 메모지를 데이빗의 제안으로 연에 붙여 날리며 그 생각에서 자유로워짐을 느낀다.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다면 그냥 영화를 보시면 이해가 될 것이다.
어쨌거나, <데이빗 코퍼필드>가 당시 신문에 연재된 소설이라서 흥미로운 사건을 계속 만들어 내야 하니까 이런 인물들이 계속 등장한 게 아닐까.
휴 로리의 캐릭터 외에 벤 휘쇼의 캐릭터도 참 기이한데, 뭔가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 2018)>에 나온 에즈라 밀러(Ezra Miller)의 캐릭터, 크리던스(Credence) 비슷한 머리 스타일과 옷에 초반에는 비굴하게 굴다가 나중에는 돌변하는 게 확실히 인상에 남긴 한다.
전반적으로 이야기가 휘몰아쳐서 지루하지 않은 속도로 진행되니까 원작 소설에 굳이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다양한 인물들 덕분에 영화는 무난히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마존 프라임에서 감상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