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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Saltburn(솔트번)>(2023)

by Jaime Chung 2023.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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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Saltburn(솔트번)>(2023)

 

 

⚠️ 아래 영화 후기는 <Saltburn(솔트번)>(2023)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올리버(배리 키오건 분)는 옥스퍼드 대학에 첫 발을 딛는다. 워낙에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불우한 집안에서 자란 그는 친구라고 부를 만한 존재가 없다. 그에게 말을 걸어 주는 건 괴짜 같고 성격이 이상한 것 같은 ‘수학 영재’ 마이클(이완 미첼)뿐. 올리버와 같은 수업을 듣는 팔리(아치 매더퀴)는 올리버와 달리 유명 인사를 어머니로 둬서, 심지어 교수님까지 관심을 보인다. 그래서인지 팔리는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에세이를 공들여 쓰지 않아도 자신감이 넘치고, 거들먹거리며 재수가 없다. 괜히 그 옆에서 쭈굴쭈굴해지는 올리버. 어쨌든 그러던 어느 날, 올리버는 같은 단과 대학에 다니는 ‘인기남’ 펠릭스(제이콥 엘로디 분)를 만난다. 펠릭스의 자전거 바퀴가 펑크가 나서 수업에 늦은 채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을 우연히 발견한 올리버가 자신의 자전거를 내어주며 이걸 타고 수업에 가라고 하자 펠릭스는 고마워한다. 그걸 계기로 친해진 두 사람. 펠릭스는 올리버가 불우한 가정에서 자랐으며, 현재도 약물 중독을 앓고 있는 아버지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여름 방학 동안 올리버를 자신의 가문이 소유한 저택, ‘솔트번(Saltburn)’으로 초대하는데…

배리 키오건이 연기 잘하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소름 끼치게 연기를 잘하고 미친 반전까지 살려낼 수도 있구나 느끼게 해 준 영화. 이 영화 리뷰를 준비하다 보니 어떤 블로그는 이 영화를 ‘반전이 대박인 영화’라고 소개해 놨던데, 아니 그건 사실이지만 애초에 처음부터 반전이 있다고 말을 하면 오히려 ‘반전이 뭘까’만 골똘히 기대하게 되어서 더 실망할 수 있잖아요… 이러는 나도 반전 이야기를 초장부터 하고 있으니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영화는 초반부터 ‘청어(red herring)’, 즉 독자/관객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릴 만한 소재를 이곳저곳에 배치해 둔다. 현재의 모습인 것 같은 올리버가 자신의 대학 시절 친구였던 펠릭스에 대한 추억을 털어놓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 올리버가 펠릭스를 바라보는 눈길 등, ‘과연 이게 호모섹슈얼한 사랑일까, 아니면 그냥 자기에게 잘 대해 준 친구에 대한 고마움과 우정일까?’를 저울질하게 만든다. 게다가 펠릭스가 올리버를 대하는 시혜적인 태도나, 펠릭스가 좋다고 따라붙는 여자들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펠릭스가 올리버를 대하는 건 그냥 새로운 장난감이 생겨서 신났다, 재미있다 하는 감정일 뿐이고, 사실 펠릭스는 올리버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올리버는 펠릭스를 위해 무엇이든 하려고 한다’ 같은 낭만적인 망상을 하게 만든다. 영화 끝에 밝혀지는 진실은 그게 아닌데! (구체적으로 그 진실이 어떤지는 굳이 스포일러 하지 않겠다.) 관객을 속이는 솜씨가 아주 뛰어나다. 이런 건 속으면서 봐도, 아니 속으면서 봐야 나중에 반전을 알게 된 후 충격이 커서 즐겁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두 가지 있다면, 첫 번째, 펠릭스 역의 제이콥 엘로디가 절대 못생긴 얼굴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에선 그 외모를 잘 살리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배우 본판이 잘생겼는데 왜 이 영화에선 그렇게 매력적으로 안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만인이 좋아하는 인기남’ 캐릭터라면 좀 더 꽃미남스럽게 스타일링하는 게 더 잘 어울렸을 텐데. 반면에 배리 키오건은… 찌질함과 (반전을 다 알게 되고 나면) 소름 끼치는 음험함까지 얼굴에 다 가지고 있어서 캐릭터와 어울렸다.

그리고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조금 더 영화 자체와 관련한 것인데, 극 중에 쓰이는 음악이 다 너무 직설적이라는 것. 가사를 보면 극 중 상황과 어떻게든 연관이 되어서, 너무 직접적으로 전조(foreshadow)를 보여 주는 게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펠릭스와 올리버가 느긋한 시간을 보낼 때 나오는 노래는 MGMT의 <Time to Pretend>인데 대략 이런 가사가 나온다. “Yeah, it's overwhelming, but what else can we do? / Get jobs in offices and wake up for the morning commute?” 너무나 부유해서 굳이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만한 ‘금수저’ 펠릭스의 처지와 그걸 노리는 올리버에게 어울리는 가사라 하겠다. 조금 더 직접적인 건, 팔리가 선곡해서 올리버에게 부르게 하는 노래, 펫 숍 보이즈(Pet Shop Boys)의 <Rent>다. “You dress me up, I'm your puppet / You buy me things, I love it / You bring me food, I need it / You give me love, I feed it” 이런 가사인데, 팔리가 이걸로 올리버에게 ‘네 처지가 이렇다니까, 가난뱅이야!’ 하고 한 방 먹이는 데 사용된다. 그래도 이건 팔리가 올리버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거니까 직접적이어도 OK. 하지만 영화 맨 마지막에 모든 게 다 밝혀지고 나서 나오는, 소피 엘리스-백스터(Sophie Ellis-Bextor)의 <Murder on the Dancefloor>는 정말이지… 소름 끼치도록 모든 걸 다 계획해서 한 명 한 명 차례차례 다 죽여 온 올리버에게 어울리는 선곡이지만, 솔직히 이 노래가 나온다는 걸 알기만 해도 스포일러가 될 정도 아닌가. 너무 상황을 정직하게 표현해서 오히려 살짝 유치한 느낌이었다. <Rent>만 빼고, 영화 내 브금으로 쓰인 나머지 노래들은 좀 덜 직접적이고 덜 정직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요며칠 틱톡에 <솔트번>을 보고 경악한 사람들 영상이 눈에 뜨이던데, 그것도 나름대로 입소문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이 리뷰에서 결말을 되도록이면 스포일러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되도록이면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그냥 보기를 권한다. 배리 키오건 못 믿습니까 여러분!? 약간 호모섹슈얼한 느낌의 스릴러도 괜찮다면 이 영화를 강력 추천한다! 아마존 프라임에서 스트리밍이 가능하니 아마존 프라임 있으신 분들은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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