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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The Polka King(더 폴카 킹)>(2017)

by Jaime Chung 2024.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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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The Polka King(더 폴카 킹)>(2017)

 

 

⚠️ 본 영화 리뷰는 영화 <The Polka King(폴카 킹)>(2017)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기회의 땅에서 성공하겠다는 꿈을 품고 폴란드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폴카 가수 잰 르반(잭 블랙 분)은 아직 엄청 인기 있는 가수는 아니지만 공연을 다니고, ‘미스 펜실베이니아’ 출신의 아내 말라(제니 슬레이트 분)와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며 열심히 산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생계 유지는 쉽지 않다. 오랜 친구이자 자신을 위해 음악을 연주해 주는 밴드의 일원인 미키(제이슨 슈왈츠먼 분)가 생활이 어렵다며 밴드 일을 그만두고 전자제품 전문점에 재취업해야 하나 생각할 정도로. 미키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잰은 고민 후, 개인 투자자들을 모으기로 한다. 무려 12퍼센트라는 높은 이자(비교를 위해 덧붙이자면, 당시 같은 금액을 은행에 맡기면 받는 이자는 고작 3퍼센트였다)를 주겠다고 약속한 후, 에드와 아니카라는 노부부에게 5만 달러를 투자받은 잰은 또 다른 투자자에게 돈을 받아 구멍을 메우는 ‘폰지 사기’, 즉 일명 피라미드 사기를 시작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실화, 정확히는 폴란드 출신 폴카 가수인 잰 르반의 삶을 다룬 <The Man Who Would Be Polka King>이라는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했다. 잰 르반은 한 사람에게 투자금을 받아 다른 사람에게 이자를 주는 식으로 폰지 사기를 쳤다. 피해자는 대체로 노인들이었다. 영화에서 보여 주는 사건은 대체로 사실인데, 당시 교황이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직접 일대일로 만나게 해 주겠다고 허풍을 쳐서 패키지 투어를 비싸게 팔았는데 진짜 뭔 수를 썼는지 요한 바오로 2세를 만나게 해 준 일(영화에서는 잰 르반이 이를 위해 뇌물을 바친 걸로 나온다), 그래미의 ‘최고 폴카 앨범’ 카테고리에 후보로 오른 일, ‘미스 펜실베이니아’ 출신인 아내(실존 인물 이름은 영화 속 제니 슬레이트의 캐릭터의 이름인 ‘말라’가 아니라) 론다가 ‘미세스 펜실베이니아’에 우승했는데 역시나 심사위원들이 매수되었다는 논란이 있었던 일, 잰 르반이 결국엔 사기 혐의로 체포되어 5년형을 받은 일, 교도소에서 다른 재소자에게 목을 찔린 일까지. 아, 영화가 끝날 때 잰 르반 역의 잭 블랙이 부르는 ‘폴카 랩’도 실제 잰 르반의 노래다. 미키와 잰의 시어머니인 바브(재키 위버 분)가 불륜 관계였다는 설정은 아마 영화적 재미를 위해 집어넣은 픽션이겠지만.

‘세상에 이런 일이’ 소리가 나올 만한 실화를 기반으로 영화를 만들었고, 잭 블랙이나 제니 슬레이트(그녀를 좋아한다면 <I Want You Back(아이 원트 유 백)>(2022)도 추천한다), 제이슨 슈왈츠먼 등 주조연이 연기도 잘했는데, 문제는 결과가 그렇게 엄청 재미있거나 흥미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거다. 도대체 부족한 게 뭘까?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잰 르반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인 것 같다. ‘Larger-than-life(요란한, 허풍을 떠는)’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이 인물은, 삶도 분명 드라마틱한 일로 가득한데, 어째서 영화 속에서는 그다지 매력이 없을까? 이 사람이 왜 이런 일을 해야만 했는지 설명이 부족해서? 하지만 그런 식으로 치면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2002)은 뭐, 주인공이 왜 그런 허언을 해야 하는지 이유를 보여 줘서 재미가 있었나? 그런 거 몰라도 과연 프랭크가 잡힐까 말까, 심장 쫄깃하게 지켜보는 맛이 있었지. 그렇다면 이 영화는 도대체 문제가 뭘까… 조금 더 재미있을 수 있는데, 뭔가 2%만 더 잘했다면 진짜 더 좋은 작품이 나왔을 텐데. 내가 이미 <버니(Bernie)>(2011)를 너무 감명 깊게 봐서 더 아쉬운 것 같다. 그 영화도 역시 실화에 기반했고, 잭 블랙(을 비롯한 주조연)의 연기가 대단했으며, 보고 난 후에는 관객으로 하여금 과연 버니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생각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이렇게 잘할 수 있는 배우인데! 각본이 조금 부족해서 그런 것이겠거니, 하고 아쉬워할 수밖에. 잭 블랙을 좋아한다면, 또는 실화 기반의 흥미로운 영화를 찾는다면 이 영화보다는 <버니>를 더욱더 추천한다.

➕ 잰 르반의 실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이 기사도 한번 읽어 보시라. 영화와 실화가 얼마나 비슷한지를 비교한 기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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