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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To The Bone(투 더 본)>(2017)

by Jaime Chung 2024.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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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To The Bone(투 더 본)>(2017)

 

 

엘렌(릴리 콜린스 분)은 거식증을 앓고 있는 스무 살 여성이다. 엘렌의 새엄마 수잔(캐리 프레스턴 분)은 엘렌을 ‘독특한’ 치료법을 가졌다는 베컴 박사(키아누 리브스 분)를 만나게 한다. 베컴 박사는 엘렌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그녀의 등에 있는 멍자국을 보고 심각한 거식증임을 단번에 알아본다. 먹은 것도 거의 없는데 그나마도 운동으로 칼로리를 태우고 싶어서 과도할 정도로 윗몸일으키기를 하느라 등뼈가 멍이 든 것이다. 베컴 박사는 ‘네가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널 치료할 생각이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할 정도로 거식증 환자들을 돕는 데에 진심이다. 엘렌은 어쨌든 그를 한번 믿어 보기로 하고 그녀와 비슷한 거식증 환자들이 모여 지내며 베컴 박사에게 치료를 받는 곳에 입원하는데…

 

제목 그대로 ‘뼈까지’ 드러나 버린 거식증 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이 영화는 릴리 콜린스의 열연 없이는 설명하거나 소개할 수가 없다. 릴리 콜린스는 (감독인 마티 녹손과 마찬가지로) 과거에 거식증을 앓았고, 그래서 이 질병의 진실을 대중에게 더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이 영화를 선택했던 것 같다.

나는 식이 장애는 없지만 이 시대를 사는 대부분의 여성이 그렇듯이 음식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음식은 내게 기쁨과 죄책감을 동시에 가져오는 존재다. 영화 속 엘렌이 그렇듯 뭘 좀 먹었다 치면 반드시 운동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그게 다 지방이 되어 버릴 거라는 두려움이 있다. 식사 후 조금만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있어도 허벅지가 굵어질 거라고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얼른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든 무엇을 하든, 이 음식을 빨리 태워 버려야 한다는 조급증이 인다. 그래서 엘렌이 하는 이 대사에 크게 공감했다.

“When the exercise and rituals kick in, and the cyclical thoughts about weight take over, everything else goes away. And starving yourself can make you feel euphoric.... It’s not about thin enough…What you crave is the numbing of the thing that you don’t want to feel.” ”운동과 의식(儀式)의 효과가 나타나면, 체중에 관한 주기적인 생각이 중요해지고 나머지는 사라져버려요. 스스로를 굶주리게 하는 일이 기분을 좋아지게 할 수도 있고요…. ‘충분히 말랐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당신이 갈망하는 건, 자신이 느끼고 싶지 않은 것들을 멍하게 만드는 거죠.”

 

이 영화의 로맨스 부분은 약간 어설픈데, 로맨스를 드러내는 연출이나 극본이 어설프다, 잘못 썼다는 게 아니고 그렇게 만들어 낸 로맨스 이야기 자체가 어설프다는 얘기다. 뭐, 스무 살이면 어설플 나이 맞지, 뭐. 나는 루크(알렉스 샤프 분)가 게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나의 편견…. 죄송합니다….

릴리와 같이 지내는 다른 소녀들도 거식증을 앓고 있는데, 나는 그중에 임신을 해서 아기를 위해서라도 거식증을 나아 보려고 노력하는 메건(레슬리 빕 분)이 제일 짠했다. 거식증인 사람들도 머리로는 이게 잘못됐고, 먹어야만 산다는 걸 알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으로 음식을 거부하고 낫기를 거부한다는 게 참 슬펐다.

영화는 볼만하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보시라. 나는 안 그래도 해들리 프리먼의 <먹지 못하는 여자들>을 보관함에 담아 두었는데 곧 읽어야겠다. 거식증에 관해 더 알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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