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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박진영, <여전히 휘둘리는 당신에게>

by Jaime Chung 2021.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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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박진영, <여전히 휘둘리는 당신에게>

 

 

이 책은 2013년 출간된 <눈치 보는 나, 착각하는 너>의 내용을 수정 및 보완한 전면개정판이다.

내가 이전에 리뷰를 쓴 적이 있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서 리디셀렉트에서 다운 받아 봤다.

2019/12/09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박진영, <나는 나를 돌봅니다>

 

[책 감상/책 추천] 박진영, <나는 나를 돌봅니다>

[책 감상/책 추천] 박진영, <나는 나를 돌봅니다> 책표지에 "십 대를 위한 자기 자비 연습"이라고 쓰여 있는데, 나는 이 책이 내가 좋아하는 박진영 님(<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이 쓴 책

eatsleepandread.xyz

 

이 책의 매력은 마치 '겁먹지 마세요(Don't Panic)'라는 문구가 책 전체에 워터마크로 쓰여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거다.

무슨 말인가 하면, 저자가 사회적 동물인 우리 인간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든 결론은 '원래 사람들은 다 그렇답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안심하세요.'라는 느낌으로 끝난다는 거다.

심리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굉장히 다정한 위로를 받는 기분이라고 할까.

 

'시작하며'에 저자는 이렇게 썼다.

우리는 혼자서는 한순간도 잘 버티지 못하며, 사랑받고 싶어 하는 동시에 상처 받을까 두려워서 스스로 고립되기도 하고, 외로우면서 솔직하게 외롭다고 말하지 못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타인으로부터 이해받고 싶다고 하면서도, 정작 나는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거부하고 배척하기도 한다. 무리 안에 있으면 구성원들로부터 인정받고 싶다며 치사량에 가까운 술을 받아 마시는 등, 혼자라면 하지 않았을 비이성적인 행동도 서슴없이 저지른다. (...)

이 책 <여전히 휘둘리는 당신에게>의 첫 번째 목적은 하드코어한 사회적 동물이 우리 인간의 이상하고 신기한 속성을 이해하고, 나도 잘 모르던 나와 너의 모습을 아는 것이다. 두 번째 목적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외부의 환경이나 상황이 변해도 흔들리지 않는 '나다운 모습'을 설계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관을 바탕으로 저자는 '여전히 휘둘리는' 우리에게 위로를 건넨다.

 

나는 이러한 저자의 태도가 가장 잘 드러낸 게 '마치며'에 있는 이 세 문단들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관계나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뭐 이런 걸로 힘들어 하냐'고 생각하며 나 자신을 미워하거나, 내가 느끼는 외로움을 부정하고 회피하거나, 또는 인간관계 자체에 회의적이 태도를 갖기보다는 사회적 생존을 도와주는 내 마음 장치들이 지금 나의 상태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 가만히 들어 보도록 하자.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누구나 상처받기 쉬운 쿠크다스이며 소심하고 멍청한 실수를 저지른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나 또한 그런 평범한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모든 인간이 외롭고 두렵고 상처받는다면 내가 그런 경험을 하는 것 또한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한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냐며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닌 것이다.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자존감이 떨어졌다면 이 또한 모두가 이따금씩 겪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자존감은 그저 나의 관계적 상태를 보여 주는 계기판일 뿐이라는 점도 기억하자. 본문에서 언급했지만 계기판을 보고 좌절한다고 해서 연료가 다시 차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자동차 연료가 떨어지면 크게 충격받지 않고 주유소에 가듯, 인간관계 상태가 좋지 않다(연료 수치가 낮다)면 누구에게, 어떤 부분에서 받아들여지고 싶은지 생각해 보고, 내 주변에 정말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없는지 살펴보자.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 보자(연료를 어디서 구할지 생각해 보고 채운다는 의미다). 이렇게 담담하게 나아갈 수 있으면 된다.

아, 얼마나 다정한지!

본문에도 이런 저자의 배려가 잘 드러나 있다. 몇 개만 보여 드리자면,

우리 뇌는 '사회적 뇌'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인간과 관련된 정보를 알아내는 데 매우 발달되어 있어 사람의 시선이나 얼궆 표정 등의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매우 민감하게 알아차린다는 점 또한 기억하자. 사람들의 '시선'을 알아채는 데 특화된 영역, 얼굴을 기억하고 알아보는 데 특화된 영역, 심지어 사람들의 행동이나 감정 상태를 보고 내 행동과 감정인 것처럼 복사해서 표상하는 뉴런들도 존재한다. 남이 내 눈을 슬쩍 피한다든가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든가 하는 아주 작은 정보만으로도 쉽게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 사소한 일에 소외감을 느끼는 일이 생기면, '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 하고 자신을 탓하지 말자. 우리는 애초에 그렇게 느끼도록 만들어졌다.
결국 우리는 하드코어한 사회적 동물인 탓에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소외되기도, 소외시키기도 매우 쉬운 존재다. 우리는 누구나 사회적 충격에 쉽게 부서지고 마는 '쿠크다스'들이다. 주변의 누군가가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면 세심한 위로와 따듯함을 보여야 하는 이유다. 물론 여기에 나도 해당된다. 내가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 때 이렇게 소심해서 얻다 써먹냐고 욕하지 말고, '내가 지금 상심이 크구나. 외롭구나. 사랑이 필요하구나'라고 (나라도) 내 마음을 이해해 줘야 하는 것이다.
앞의 공놀이 실험에는 뒷이야기가 있다. 공놀이에서 소외당해서 의기소침해진 사람에게 복수에 나설 기회를 준다. 예컨대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게임을 하게 하는데, 이긴 사람이 진 사람에게 벌칙을 줄 수 있다. 그러면 이전에 소외당했던 사람들은 소외당하지 않았던 사람들에 비해, 기회가 생기면 매운 걸 싫어한다는 사람의 음식에 핫소스를 들이붓거나 자신이 게임에서 이겼을 때 진 사람에게 심한 벌칙을 준다. 어디서 뺨 맞고 어디서 화풀이한다고, 소외당한 분노를 애꿏은 낯선 이에게 푸는 것이다. 이런 행동이 지속되면 비뚤어지고 사람들로부터 다시 거부당할 확률이 점점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하지만 앞서 타이레놀 실험에서 등장한 심리학자 디월은 이렇게 다수가 외면하는 상황에서 단 한 명이라도 공을 던져 주거나 나랑 같이 일하자고 하는 등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면 공격성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 명에게만 받아들여져도 두 명, 세 명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낮은' 공격성이 나타났다. 여러 사람일 필요도 없이,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받아들여 주는 사람이 존재하는지의 여부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단 한 명, 나를 진심으로 이해해 주고 아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살아갈 수 있는 게 인간이라고들 한다. 꼭 인간일 필요도 없고 강아지, 고양이에 의지하며 삶을 지탱해 가는 독거노인들의 이야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작은 따스함의 존재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따듯한 시선을 가진 작가의 책을 어떻게 편안한 마음으로 읽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인간관게에 휘둘려서 괴롭거나 그런 나를 미워하는 마음이 있으신 분이라면 강력히 추천한다. 이 책을 통해 위로도 받으시고 마음도 치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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