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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The Adam Project(2022, 애덤 프로젝트) - 나도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그 애를 미워할까?

by Jaime Chung 2022.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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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The Adam Project(2022, 애덤 프로젝트) - 나도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그 애를 미워할까?

 

 

감독: 숀 레비(Shawn Levy)

 

때는 2050년.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우주선을 타고 싸우고 있는 이 남자는 애덤(Adam, 라이언 레이놀즈 분). 사실 싸우고 있다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는 말하는 게 맞겠다.

그가 이 우주선을 '훔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목적인 시간 여행 기능을 준비하느라 반격할 여유 따윈 없다. 이미 옆구리에 총을 한 방 맞았기에, 얼른 과거로 돌아가 지금 이 적의 공격을 피해야 한다.

급박한 와중에 그 시도는 어찌어찌 성공하고, 영화는 2022년 한 소년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 아이로 말할 것 같으면, 아까 본 그 남자와 똑같은 이름의 애덤(Adam, 워커 스코벨 분)이다. 얘는 12살인데, 지금 자기를 괴롭히는 애들에게 입을 잘못 놀렸다가 맞는 중이다.

사실 딱히 얘가 뭘 잘못한 건 아니지만 얘는 아주 나불나불, 때려 주고 싶은 주둥이의 소유자다. 방금도 자기보다 덩치가 큰 또래 애들한테 주먹으로 얼굴이며 배를 가격당하는 와중에도 자기가 무슨 데드풀이라도 되는 양 나불거려서 또 맞았다.

얘가 학교에서 또 싸웠다는 말을 듣고 학교에 불려온 엄마 엘리(Ellie, 제니퍼 가너 분)는 너무 속상하다. 1년 반쯤 전에 아이의 아버지이자 자기의 남편인 루이스(Louis, 마크 러팔로 분)가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아이가 아직 그 슬픔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다.

엘리는 걱정이 많지만, 어쨌든 오늘은 데이트가 있어서 나가야 한다. 엄마의 걱정도 무색하게, 애덤은 엄마가 외출한 사이, 뒷마당을 보고 짖는 개 호킹(Hawking)을 따라 숲으로 나갔다가 불씨가 남은 잿가루가 떨어지는 광경을 목격한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숲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다. 다시 또 개가 짖어서 그 쪽으로 따라가 보니, 집 뒤에 딸린 작은 헛간에 웬 낯선 남자가 앉아 있다. 우리가 아까 영화 시작할 때 봤던 그 남자다. 뭐야, 누군데 여기가 마치 자기 집인 것처럼 굴어? 이 남자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애덤(왼쪽)과 애덤의 엄마 엘리(오른쪽)
작은 애덤(왼쪽)과 큰 애덤(오른쪽)
큰 애덤의 아내 로라(왼쪽, 조 샐다나 분)와 애덤(오른쪽)
왼쪽부터 순서대로 작은 애덤, 큰 애덤, 그리고 아빠 루이스

 

<프리 가이(Free Guy, 2021)>에 이은, 숀 레비 감독과 라이언 레이놀즈의 합작. 이 둘이 다음에는 <데드풀 3(Deadpool 3, 시기 미정)>로 다시 뭉칠 거라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볼만한 가족 SF 영화다.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도 많이 나왔고.

 

트레일러만 봐도, 아니면 시놉시스만 봐도 대충 알겠지만 라이언 레이놀즈의 '애덤'과 워커 스코벨의 '애덤'은 동일 인물이다.

큰 애덤이 과거로 돌아가 12살 적의 자신을 만나는데 둘은 닮은 점이 분명 있지만, 큰 애덤은 어린 애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점이 내겐 흥미로웠다. 그래도 자기 자신이잖아! 그렇게까지 귀찮다는 듯이 굴 필요 있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같이 영화를 본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자기도 과거의 자신을 만나면 싫어할 거 같단다. "꽤 짜증나는 꼬맹이였거든."이라며 ㅋㅋㅋㅋ

생각해 보니까, 조금은 이해가 된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성장하게 마련이고 후회하는 일이 크든 작든 한두 가지는 있게 마련인데 그 후회가 클수록 '왜 나는 그때 이러이러하게 못 했을까' 하며 자책하는 마음이 들겠지. 그게 자기 혐오로 이어지기도 쉬울 테고.

그러고 보니 나도 이 영화에서처럼 12살의 나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뭔가 '아이구야 좋을 때다... 하지만 네가 뭘 알겠니 ㅎㅎ' 하면서 약간 애 취급 할 거 같다. 그리고 남들은 모르더라도 (결국 그 애는 나니까) 내 단점들이 더 잘 보일 거고, 그래서 더 미워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시간 여행 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시간을 돌아가 내가 그때의 (어린) 내가 되는 경우는 많은데, 직접 내가 그때의 나를 타인처럼 아예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하고 같이 모험을 할 수 있는 경우는 그만큼 많지 않나? 그래서 내겐 신선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크면서 배우는 게 있다면, 잊어버리는 것도 있는 법. 시간이 오래 지날수록 더욱 그러하다.

큰 애덤이 잊고 있었던 순수한 마음이 어린 애덤에게는 있다(구체적으로 말하려다가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 그냥 두리뭉술하게 적기로 했다). 

그래서 이건 자기 성찰에 대한 이야기로도 볼 수 있겠다 싶었다.

 

참고로 마크 러팔로는 애덤의 아빠 '루이스' 역이지만 영화 시작하고 한 시간 정도 지나야 나온다.

마크 러팔로는 이번에도 시간 여행을 하는 과학자 역으로 등장하는데,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13 Going On 30, 2004)>가 첫 번째였고(여기에도 제니퍼 가너가 나온다), 두 번째는 <어벤져스: 엔드게임(Avengers: Endgame, 2019)>에서 헐크/브루스 배너 박사였다. 과학자 상이라 그런가...

 

극 중 악역인 마야 소리안(Maya Sorian, 캐서린 키너 분)가 본격적으로 '나 악역이네', 그리고 '나 SF 영화야'를 동시에 외치는 복장을 한 게 웃기다.

이분이 젊을 시절 마야(Maya)도 1인 2역으로 연기한 거 같은데, 캐릭터에 상관없이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뭔가 콕 집어서 말하기는 어려운데 혼자 붕 떠 있는 느낌?

그리고 큰 애덤과 작은 애덤이 동일 인물이라고 머리로는 알겠는데, 별로 그렇게 안 느껴진다.

정확히 말하자면, 또래 동급생보다 체구도 작고 앳된 얼굴의 어린 애덤이 큰 애덤처럼 입만 살아서 나불나불하는 대사를 하는 게 별로 안 어울린다.

작은 애덤이 감탄하는 것처럼, 큰 애덤처럼 몸 좋아지는 거야 뭐, 2차 성징 지나고 나서 운동 열심히 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하면 이해가 되는데, 작은 애덤 쟤는 얼굴에 장난기라든가 반항기가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라이언 레이놀즈가 주로 연기하는 캐릭터들처럼 나불나불, 능글능글하게 구는 거지? 진짜 안 어울린다, 그 생각이 영화 내내 들었다.

좀 더 능글맞게 생긴 배우라면 어울렸을까? 흠...

그리고 큰 애덤이 모는 우주선이 그의 DNA로 연결돼 있어서 그가 부상당하면 우주선을 불러낼 수가 없게 되어 작은 애덤의 도움(동일인이니까 DNA도 같다)을 받아야 한다는 설정인데, 이것도 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내가 어디를 심하게 다치거나 피를 흘린다고, 병에 걸렸다고 내 DNA가 바뀌는 건 아니지 않나? 흠...

 

어쨌거나 약 1시간 45분 동안 큰 걱정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가족용 SF 영화이다. 큰 애덤과 작은 애덤이 나불나불대는 것도 웃기고.

시간 여행의 패러독스 등이 헷갈리거나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런 거에 구애받지 말고 그냥 즐기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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