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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The Lost City(2022, 로스트 시티) - 로맨스 모험 소설을 쓰던 작가, 로맨틱한 모험을 떠나(게 되)다!

by Jaime Chung 2022.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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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The Lost City(2022, 로스트 시티) - 로맨스 모험 소설을 쓰던 작가,  로맨틱한 모험을 떠나(게 되)다!

 

 

감독: 아론 니(Aaron Nee), 애덤 니(Adam Nee)

 

우리의 주인공 로레타 세이지(Loretta Sage, 산드라 불록 분)는 고고학자인 남편이 죽은 이후 집에 콕 들어박혀 로맨스 소설(근데 이제 19금을 곁들인...)만 쓰는 로맨스 소설 작가이다.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 될 이 소설은, 로레타의 좋은 친구이자 편집자인 베스(Beth, 더바인 조이 랜돌프 분)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바쳐 홍보에 열을 올리지만, 사실 이 로맨스 소설 시리즈의 팬들도 소설 내용이나 과연 이 작품에 후속작이 있을 것인가 하는 것보다 다른 데 더 관심이 있다.

그 다른 것이 무엇이냐 하면, 이 시리즈의 첫 작품부터 남자 주인공 '대시(Dash)' 역으로 표지 모델을 맡아 온 앨런(Alan, 채닝 테이텀 분)이다.

북 투어를 시작했는데 저자와 만나는 자리에서 나오는 질문은 전부 대시에 관한 것. 대시가 셔츠를 벗을 수 있을까요? 뭐 그런 거 말이다.

자신을 믿어 주는 베스에게는 미안하지만, 로레타는 이번 책을 마지막으로 은퇴해서 그냥 조용히 살고 싶다(이건 앨런의 입장도 들어 봐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영화가 진행되지 않을 터. 로레타는 저자와의 만남 자리가 끝난 후 택시인 줄 알고 어떤 차를 잡아탔는데 어머나 웬걸, 그건 사실 택시가 아니었다. 

로레타가 '납치'되어 끌려간 곳에는 웬 멀끔한 양복을 입은, 영국식 억양의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애비게일 페어펙스(Abigail Fairfax, 다니엘 래드클리프 분). 괴짜 백만, 아니 억만장자이다.

그가 로레타를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는, 로레타의 소설에 나온 고대어 번역이 정확하기 때문이다. 당연하지, 로레타의 죽은 남편이 고고학자였고 로레타 본인도 이 분야에 대해 논문을 쓸 정도로 열심히 연구했으니까.

어쨌든 그는 그녀가 그 고대어를 번역하는 능력을 통해 '불의 왕관(Crown of Fire)'이라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보물이 숨겨진 곳을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을 돕지 않겠느냐 제안하지만 그냥 집에 가고 싶을 뿐인 로레타는 단번에 거절한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영화가 진행되지 않을 터2222. 페어팩스는 이에 굴하지 않고 로레타를 클로로포름으로 기절시킨 후 그냥 그 보물이 있다고 여겨지는 대서양의 외딴 섬으로 가는 개인 전용기에 태운다.

한편, 로레타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베스와 앨런은 그녀를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는데...

 

이 영화의 세 주연들. 왼쪽부터 페어팩스, 가운데가 로레타, 맨 오른쪽이 앨런이다.
정말 이게 최선인가요... 의자에 한 팔과 한 다리가 묶인 로레타를 (폭발하는 건물에서) 구해서 데려가는 중인 잭과 앨런
하릴없이 페어팩스에게 잡혀 끌려가는 앨런과 로레타
카메오로 등장한 브래드 피드. 자길 구하러 온 잭(Jack, 브래드 피트 분)을 보고 로레타가 반해서 "당신은 어쩜 잘생겼어요?" 하니까 한다는 말이 "아버지가 일기 예보관이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
로레타의 좋은 친구이자 편집자인 베스. 마음에 드는 캐릭터라 그냥 넣어 봤다 ㅎㅎㅎ

 

1984년 영화 <로맨싱 스톤(Romancing the Stone)>을 적당히, 느슨하게 리메이크한 영화.

참고로 이 작품은 영화 각본 또는 이야기의 구조를 설명하는 책에도 좋은 예로 꼽힐 정도로 완벽한 서사 구조를 가진 영화다.

그렇다고 해서 리메이크된 현대 버전 이 영화가 그만큼 서사적으로 완벽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재미있는 오락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브래드 피트가 카메오로 나오는데(카메오 치고는 분량이 조금 많은 편이다) 정말 웃긴다.

위험하고 비밀스럽고 남자다운 상남자 캐릭터인데(무려 네이비 씰 출신 전 CIA 요원이라는 설정), 로레타가 잭(Jack, 브래드 피트 분)에게 반하는 거 같으니까 앨런이 안절부절못하는 게 너무 귀여움ㅋㅋㅋㅋ 

앨런은 분명 로레타에게 마음이 있는 순정파인데(아마 영화가 시작하는 시점 이전부터 로레타를 좋아해 왔던 듯하다) 그 덩치에 맞지 않게 약간 맹하다고 해야 하나, 어리바리한 게 반전 매력이다.

예컨대, 로레타가 페어팩스의 수하들에게 납치되기 전 로레타와 앨런이 말싸움을 할 때 앨런이 로레타에게 (밖으로 안 나가고 집에만 있고 싶어 하다니) 생기 없이 말라비틀어졌다는 의미로 'You're human mummy(완전히 인간 미이라잖아요)!"라고 한다.

그러자 그냥 거기에서 제 일을 하고 있던 요리사가(둘이 이야기하던 곳이 레스토랑 부엌이어서) "미이라는 인간 맞는데요." 대꾸하는 게ㅋㅋㅋㅋㅋ 정말 몰랐냐고 앨런...

 

이 영화는 호주에서는 M 등급이고 한국에서는 12세 이상 이용가라고 되어 있는데, 사실 직접적으로 야한 장면은 없다. 채닝 테이텀 엉덩이가 나오긴 하지만.

다만 섹드립이 종종 나오니 참고하시라. 개인적으로 이 정도 재미와 오락성이면 데이트용 영화로도 썩 괜찮다고 보는데, 물론 약간의 섹드립이 나와도 어색해지지 않을 사이라는 전제하에 그렇다.

일례로, 로레타가 쓴 소설 제목이 "The Lost City of D"인데, 영어권 사람 또는 영어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여기에 담긴 성적 함의를 당장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로레타는 (지금은 이름이 생각 안 나지만) 그 보물을 숨긴 고대 그리스 왕의 이름이 D로 시작하는데 독자들은 그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할 테니 쉽게 D로 줄여서 쓴 거라고 말하지만, 그 '독자들'은 이걸 다 'dick(남성 성기를 뜻하는 속어)'의 준말이라고 생각할 거다.

'대시' 역에 빠진 앨런은 그 'D'가 '대시'의 머릿글자라고 생각하지만.

여튼 한국어 자막은 안 봐서 모르겠지만 아마 이 부분은 '대시'랑 운율이 맞게 '대물' 정도로 옮기지 않을까 추측만 하고 있다.

 

또 하나 섹드립 기억나는 건, 페어팩스가 이 대서양의 외딴 섬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하는데 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이때도 성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고, 혹시나 관객이 '내가 음란마귀가 씌였나?' 하고 착각할까 봐 아예 한 번 더 빼도 박도 못할 힌트를 준다. 

페어팩스의 입을 통해 "오직 'tip' 부분만 올라왔다"고 덧붙인 것이다 ㅋㅋㅋㅋ 이렇게 써 놓고 보니까 안 웃긴 거 같은데 여기서 'tip'이란 남성 성기의 끝부분(소위 '귀두컷'이라고 할 때 그 귀두....)을 가리키는 걸로 알아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 섹드립을 하나하나 설명하려고 하니 구차한 느낌... 그냥 영화관에서 보고 즐기시라ㅋㅋㅋㅋㅋ 번역하시는 분이 섹드립을 잘 옮기셨기를 바라는 수밖에.

여튼 섹드립이 많으니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주 빵빵 터지실 듯. 나도 영화관에서 봤는데 섹드립 나오는 부분마다 관객들이 킥킥대는 소리가 들렸다.

 

로레타가 남편의 죽음 이후 집 안에만 머물려고 하다가 본의 아니게 이 모험에 빠지게 되고, 이를 통해 그 두려움과 과거에서 벗어나는 모습도 잘 그려냈다. 적어도 이 모험 이전과 이후 로레타의 모습이 확 대비되는 게, 이 캐릭터의 성장을 보여 주고 싶었음이 확실하다.

앨런이 남자 주인공이긴 하지만 딱히 앨런이 로레타를 일방적으로 구해 준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굳이 따진다면 로레타를 구하는 건 베스지(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김을 둘렀습니다. 원하시는 분만 긁어 보세요!).

로레타가 'damsel in distress(백마 탄 왕자가 구해 주어야 하는, 곤경에 빠진 여자를 가리키는 말)'가 아니라는 것도 좋고, 앨런의 입으로 'damsel in distress'는 오히려 자기라고 말하게 하는 것도 좋았다. 앨런 진짜 귀요미 ㅋㅋㅋㅋ

 

위에서 말했듯이 서사적으로 완벽하지는 않아도, 썩 괜찮은 오락 영화이고 데이트용 영화라 하겠다.

내 친구가 '이거 보러 갈 건데 어때?'라고 묻는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보러 가라고 할 듯.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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