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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Extra Ordinary(운전 강사의 특이한 비밀, 2019) - 유령이라는 메타포

by Jaime Chung 2020.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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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Extra Ordinary(운전 강사의 특이한 비밀, 2019) - 유령이라는 메타포

 

감독: 마이크 아헌(Mike Ahern), 엔다 러프먼(Enda Loughman)

 

로즈 둘리(Rose Dooley, 매이브 히긴스 분)는 현재 운전 강사로 일하며 지내고 있지만 실은 유령을 연구했던 아버지인 영능력자 빈센트 둘리(Vincent Dooley, 리스테아드 쿠퍼 분)를 닮아 유령들에게 말을 할 수 있는 재능이 있다.

다소 무료하고 평범하다못해 지루하게 삶을 살던 어느 날, 마틴 마틴(Martin Martin, 배리 워드 분)이라는 남자에게 운전 강습을 하게 된다.

근데 이 남자, 강습 받으러 온 거 치고는 운전을 너무 잘하는데? 알고 보니 사실 마틴은 지난 6년간 죽은 아내의 유령에 시달리고 있었고(아침에 일어나면 무슨 셔츠를 입을지 아내의 유령이 미리 골라서 침대에 올려놓고, 싫다 하면 옷장 문에 이마를 찧게 만드는 식), 이 유령을 소탕해 달라고 로즈에게 부탁하러 온 것이었다.

과거에 일어난 모종의 일로 '그런' 일은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며 거절했지만, 어쩐지 이 남자가 너무 귀엽고 자기한테 마음도 쪼끔 있는 거 같아서 흔들린 로즈.

그럼 조금 도와줘 볼까? 예전처럼 그런 일이 또 일어나진 않겠지?

 

우리의 주인공 로즈(왼쪽). 오른쪽에 붕 떠 있는 소녀는 마틴의 딸 사라.
마틴(왼쪽)과 로즈가 접신 준비 중.
마틴의 하나뿐인 딸인 사라는 희생된 것이다...! 그래서 저렇게 공중에 떠 있다. 이 상태에서 억지로 깨우면 온 몸이 찢어져서 죽는다고.
왼쪽 콧수염 남자가 사악한 가수(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알게 된다)이자 마틴의 딸을 사탄에게 희생물로 바치려는 크리스찬 윈터(윌 포트 분)이다.

 

나는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에서 봤는데 찾아보니 제23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상영됐다고 한다.

나는 좋은 영화를 보면 충전된 기분이 드는데, 이게 딱 그런 영화였다. 

유령이라는 소재가 쓰였지만 무섭지 않고, 재미있으며, 사랑스럽기까지 한 영화인데 어떻게 소개를 해야 다른 분들이 이걸 보고 싶어지려나?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본격적인 호러 영화가 아니라 코미디 영화에 유령이라는 소재가 쓰이면 그것은 대개 외로운 사람, 평범한 사람을 가리키는 메타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자신은 거기에 있는데, 아무도 자신을 봐 주지 않는다. 로즈가 마틴을 만나기 전까지 느꼈던 것처럼.

(이것도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령과 접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인기가 없고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자주 그려진다.

매력적인 외양에 인기가 많다면 '평범'하다거나 '외롭다'고 느낄 일이 적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너무나 자주 그냥 지나치게 되는 (그 정도로 평범하고 따분하고 재미없는) 이들을 알아차리고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로즈는, 세상 그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스포일러가 되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영화 후반부는 정말 웃기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했던, '근데 왜 사탄 의식 때 처녀를 바치는 거지? 처녀가 처녀가 아니면 어떻게 되는데?' 이런 의문을 재밌게 표현했다고만 해 두겠다.

 

아, 로즈가 마틴과 사랑에 빠져서 일상의 모든 것들, 그러니까 자신에게 손을 흔드는 귀신 들린 나뭇가지 같은 사소한 것들에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기뻐할 때, 그 표정이 참 사랑스럽더라. 외모가 잘나고 못나고를 떠나서 사랑에 빠진 사람의 그 행복한 얼굴은 참 보기 좋다.

 

또한 영화 제목도 마음에 든다. 원래 한 단어인 'extraordinary'는 '기이한, 놀라운, 보기 드문, 비범한, 대단한'이라는 뜻인데, 극 중 로즈는 이걸 두 단어인 줄 알고 띄어서 썼다.

그런데 그 덕분에 'extra(더욱) ordinary(평범한)'이라는 뜻이 되어 '유령 = 평범함'이라는 메타포를 잘 살리게 됐다.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욱 평범한, 그래서 어찌 보면 놀랄 정도로 비범한 유령들이라는 뜻이 되니까. 진짜 이건 신의 한 수다.

 

극 중후반부에 일어나는 일을 스포일러 하지 않으면서 영화를 소개하려다 보니 내 감상 위주로만 쓰게 됐는데, 다 알고 보면 재미없으니까 일부러 그런 거라고 생각해 주시길.

유령을 소재로 했어도 하나도 안 무섭고, 오히려 귀엽고 재밌고 사랑스러운 영화다. 정말 강력 추천한다!! 이걸 볼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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