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He's All That(2021, 히즈 올 댓) - 그것이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이니까(끄덕)
감독: 마크 워터스(Mark Waters)
패짓 소이어(Padgett Sawyer, 애디슨 레이 분)는 고등학생이지만 인기 있는 뷰티 분야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그녀는 역시나 인플루언서이자 가수인 조던 밴 드래넌(Jordan Van Draanen, 페이튼 마이어 분)과 사귀고 있는데, 어느 날 그의 뮤직 비디오 촬영장에 갔다가 그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아니, 단순히 목격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에게 화가 나서 물건을 집어던지고, 화장이 번질 정도로 울고, 콧물이 벌렁벌렁하는 모습을 팔로어들에게 생중계하게 된다.
너무나 놀라고 충격받았던 탓인지 촬영을 도와주던 친구 알든(Alden, 매디슨 페티스 분)이 촬영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망신살 뻗치는 장면이 인터넷에 퍼지자 스폰서인 화장품 브랜드에게서도 지원이 끊길 위기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이불 속에만 있을 순 없다. 당장 스폰서에게 지원이 끊기면 대학 등록금을 어떻게 낸단 말인가?
알든은 못난이인 남자애 하나를 골라 조던을 메이크오버(makeover)시켰던 것처럼 흙 털고 멋지게 만들어 보이라고 내기를 제안한다.
패짓은 자신 있어한다. 조던도 자기가 때 빼고 광 내서 지금처럼 만들어 준 거니까. 한 번 더 하는 거야 어렵지 않지!
그런데 알든은 그 못난이로 학교에서 존재감도 없고, 비사교적이며, 혼자 사진만 찍어 대는 카메론 퀠러(Cameron Kweller, 태너 뷰캐넌 분)를 지정한다.
머리도 덥수룩하고 딱히 잘생겨 보이지도 않는 이 남자애를 패짓은 왕자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까?
유명한 로맨틱 코미디 <She's All That(1999, 쉬즈 올 댓)>의 성별 반전 리메이크라고 해서 사실 조금은 기대했다.
그런데 보고 난 후 내 감상은, 이 리뷰 제목처럼, "그것이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이니까(끄덕)"이다.
남성이 여성을 '메이크오버'해 준다는 건, 피그말리온 설화랄지, '남자들 취향에 맞는 여자를 만들어 내는' (비단 이 사회만의 이야기만이 아닌) 세태를 풍자한다거나 답습한다는 비판이랄지 등등 생각해 볼 거리가 있지 않나.
하지만 여성이 남성을 '메이크오버'해 주는 것, 그러니까 때 빼고 광 내고 꾸며 주는 건 딱히 기댈 만한 설화도 없다.
왜냐하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성이 늘 해 온 일이니까. 아, 딱 하나 비슷한 거 있다. 평강 공주와 온달 이야기 정도.
그거 말고는, 여자가 남자들 얼굴에 묻은 흙 털고 좀 단정하게 꾸며서 멀끔하게 보이게 만들어 주는 건 이미 아내가 남편에게 너무나 일상적으로 하는 거라 더 비교할 일도 없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정말 나는 이 영화에 뭘 기대한 걸까 싶다. 그런 세태에 대한 통렬한 비판? ㅎㅎ...
어쨌거나 이 영화에서 사회학적이거나 여성학적이거나 철학적이거나 한 의미를 찾아내기는 어렵다.
애초에 그런 걸 의도하고 만든 영화가 아니라서 그런 거겠지만. 그러니까 그냥 어떤 깊은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 대신에 적당히 감상만 써 보겠다.
패짓 역의 애디슨 레이는 자기 캐릭터처럼 틱톡(TikTok)으로 빵 뜬 인플루언서 출신인데, 이 영화가 첫 영화 데뷔작이다.
패짓의 엄마 역할을 맡은 레이첼 리 쿡(Rachel Leigh Cook)과 교장 선생님 역의 매튜 릴라드(Matthew Lillard)는 원작 <쉬즈 올 댓>에도 등장했던 배우들이다(각각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구여친이 바람피운 상대로).
IMDB에 가 보면 원작에도 출연했던 이 두 배우 빼고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는 평이 즐비하다.
솔직히 외국어로 하는 연기라 이런 면엔 둔감한 나도 코트니 카다시안(Kourtney Kardashian)이 하는 연기는 정말 처참하더라(극 중 패짓을 후원하는 뷰티 브랜드의 CEO라는 설정이다).
매디슨 레이가 개인적으로 코트니 카다시안과 친하다고 하니까 그래서 출연한 걸 수도 있겠다.
여튼, 어떤 사람은 이 영화에서 말(馬, '백마 탄 왕자' 느낌을 내고 싶었던 모양인지 카메론이 말을 탄다는 설정이 있다)이 제일 연기를 잘한다고도 써 놨더라.
연기를 비롯해 줄거리나 대사 등, 그 어떤 것에도 딱히 기대를 갖지 말고, 깊은 의미를 따지지 말고 보시는 게 좋을 것이다...
아, 그리고 조던이 부르는 노래는 쓸데없이 중독적인 데다가 조던이라는 캐릭터성(패짓 잘 만나 얼굴에 흙 털고 좀 봐줄 만해짐+뺀질뺀질+바람피우고도 죄책감 없음+툭하면 셔츠 벗어던짐)이 너무 짜증 나서 킹받는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아마 "랄랄랄랄랄랄라~" 하는 조던 노래만 기억에 남을 것이다. 더 킹받는 건 넷플릭스에서 이 뮤직 비디오(약 2분 남짓)를 유튜브에 올려 줬다는 거... 어떻게 알았냐고요? 노래가 너무 중독적이어서 검색해 본 건 안 비밀...
어쨌거나 뇌를 잠시 내려놓고 요즘 미국애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틱톡 갬성'이 뭔지 알아보고 싶은 분만 도전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