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The Starling(릴리와 찌르레기, 2021) - 슬픔과 찌르레기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감독: 시어도어 멜피(Theodore Melfi)
아이의 방에 벽화를 그리며 아이가 어떻게 자랄까 상상해 보는 한 행복한 부부.
아내는 릴리(Lilly, 멜리사 맥카시 분), 남편은 잭(Jack, 크리스 오다우드 분)으로, 잭은 딸이 잘나가는 발 전문가(podiatrist)가 될 거라고 주장하고, 릴리는 딸이 정육업자가 될 거라고 말한다. 물론 둘 다 농담이다.
딸만 봐도 그저 행복한 이 부부에게 벽화를 그리며 즐거운 시간도 잠시, 1년쯤 지난 후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가 비춘다.
릴리는 슈퍼에서 일하는데 정신을 놓고 있다가 정말 별것 아닌 상품 진열에 갑자기 진심으로 임한다. 보다 못한 슈퍼 점장(티모시 올리펀트 분)이 일에 집중 좀 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그녀는 오늘 가야 할 곳이 있어서 빨리 퇴근해야 한다.
그토록 사랑하던 딸아이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이후로 우울증이 도져 자살 시도까지 했던 남편이 입원해서 지내고 있는 치료 클리닉에 가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 봤자 잭은 딱히 나아지려는 열의도 없지만. 그래서 치료원에 있는 '가족의 날' 시간에 발표를 하려다가 오히려 부부끼리 다투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가려는 릴리를 붙잡은 상담사 레지나(Regina, 킴벌리 퀸 분)는 릴리도 잭과 마찬가지로 슬픔과 분노 같은 감정을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며, 자기가 아는 정신과 의사를 추천한다.
그 말을 들은 릴리는 정말로 자신도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다짐하고, 일단 집 앞에 있는 정원부터 다듬어보려 한다.
그런데 망할 새 한 마리가 정원에서 일하고 있는 릴리의 머리를 공격한다. 새에게 된통 당하고 나서 화가 난 릴리, 이 새를 어떻게든 정원에서 쫓아내겠다고 다짐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멜리사 맥카시가 나온 영화가 넷플릭스에 공개된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부터 너무 기대하고 기다렸던 작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괜찮다. 나쁘지 않다. 다소 빤한 구석이 없지 않아 있지만, IMDB에서 평점 6.0 이상이면 적어도 쓰레기는 아니고 평타는 한다는 뜻이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2019년에 <Can You Ever Forgive Me?>로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멜리사 맥카시가 이걸로 다시 한 번 연기력을 입증해 줘서 고맙다.
(멜리사 맥카시가 절친 올리비아 스펜서와 같이 출연했고 처참한 결과물을 보여 준 <Thunder Force(2021)>까지도 팬심으로 안고 본 게 나다... 크흡...)
오스카를 수상한 경력이 있는 케빈 클라인도 여기에서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다.
원래 각본에서는 릴리와 잭의 역할이 반대였다고 한다. 즉, 아내가 치료원에서 지내고, 남편이 혼자 집에서 찌르레기와 혈투를 벌이는 것으로.
그러다가 지금의 역할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난 이 바꾼 버전이 더 나은 것 같다.
멜리사 맥카시의 좋은 작품을 봤으니 난 이제 그럼 다시 안심하고 평점 낮은 <Superintellingence(2020)>를 보러 가야지... 멜리사...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