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Another Round(2020, 어나더 라운드) - 혈중 알코올 농도 실험? 해석은 여러분 마음대로!
감독: 토마스 빈터베르그(Thomas Vinterberg)
덴마크의 고등학교 학교 선생님인 네 친구, 즉 마틴(Martin, 매즈 미켈슨 분), 토미(Tommy, 토머스 보 라센 분), 니콜라이(Nikolaj, 마그누스 밀랑 분), 피터(Peter, 라르스 란데 분)은 니콜라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다.
다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이야기하는 도중, 마틴이 다소 우울한 낯빛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에서는 수업이 재미없다는 평가를 학생들에게 듣는가 하면, 아내 아니카(Anika, 마리아 보네비 분)와는 딱히 깊은 대화가 없어진 지도 오래, 부부간의 따뜻한 애정이나 에로스적인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친구들 중 한 명이 이렇게 말한다. 한 철학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0.5% 낮게 태어난다고, 알코올이야말로 우리의 정신을 외부 세계를 향해 활짝 열게 해 주는 존재라고.
그날 밤, 이 친구들은 술에 취해 젊었던 시절처럼 몸싸움도 하고, 춤도 추고, 달리기도 하면서 논다. 다시 살아난 것 같은 기분이랄까?
마틴은 그렇게 느낀 적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거리낌 없고 자유롭고 유쾌한 상태라면 수업도 더 잘되지 않을까?
그래서 이 네 친구들은 실험을 해 보기로 한다. 일하는 시간 동안만 술을 마시고, 그게 일(이들은 직업이 교사니까 가르치는 일)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기록하기로.
흠, 내 생각을 대놓고 말하자면 감독이 뭘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일하는 시간에만 술을 마신다 하더라도, 매일매일 마시면 그게 알코올 중독인데, 이 '실험'을 하기 전에 그 점에 대해 생각해 본 사람이 없나? 고등학교 교사씩이나 되어서?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교수법이 드라마틱하게, 아주 재미있고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변한 건 좋은데, 언제까지고 술을 마시고 수업할 수는 없다는 걸 몰랐나?
(아래 문단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말을 피하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매즈 미켈슨 사진 밑 마지막 문단으로 곧바로 가시면 됩니다.)
토미가 술에 절어서 예전에 늘 하던 대로 안전 수칙을 지켜 구명 조끼를 입지 않고 물에 나갔다가 빠져 죽었는데, 그 친구를 그렇게 보내고 나서도 술을 마실 생각이 드나?
그리고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매달려서 아내랑 겨우 잘될 뻔하게 생겼는데 아내의 문자를 씹고서 졸업생들과 그냥 술에 취해 춤을 추다니.
매즈 미켈슨 같은 미중년 배우가 추니까 그 정도지, 진짜 보통의 중년 남성이 똑같은 결정을 내렸다면 정말 추할 것 같다.
내가 술을 안 마셔서 그런가, 도대체 왜 그렇게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감독이 뭘 말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술독에 빠져서 정신을 놓으면 이렇게 된다? 아니면 무슨 일이 있어도 삶을 긍정하고 현재를 즐겨야 한다?
아무래도 마지막 장면의 해석은 관객의 마음에 달려 있는 듯하다.
물론 나라면 '덮어 놓고 마시면 이런 꼴 난다'라고 보겠지만(참고로 나는 <안나 카레니나>의 마지막에 안나가 기차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걸 꼴 좋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영화든 책에서든 일종의 교훈을 찾는 사람이란 뜻이다).
매즈 미켈슨을 비롯한 주연 배우들의 연기는 무척 좋지만, 이 영화에서 어떤 메시지를 읽을지는 관객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