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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색채의 말 ― 모든 색에는 이름이 있다> / 에바 헬러, <색의 유혹 ― 재미있는 열세 가지 색깔 이야기>

by Jaime Chung 2018.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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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컬러의 말 ― 모든 색에는 이름이 있다> / 에바 헬러, <색의 유혹 ― 재미있는 열세 가지 색깔 이야기>

 

 

18세기 여성 복식사와 무도회를 전공한 저자가 <엘르 데코레이션>에 정기적으로 연재한 색상에 관한 칼럼을 묶은 책.

책 초반에는 색각(色覺), 팔레트의 구성, 옛 물감 차트, 색상 애호/혐오, 언어의 색에 관한 일반론을 펴고, 그다음부터는 하양, 노랑, 오렌지 계열 등등의 색 중 가장 유명하고 대표적인 색들을 대략 5~8가지 정도 꼽아 그 색의 역사(대개는 그 염료를 발견한 사람, 그 염료가 당시 사회에 끼친 영향 등)를 대략적으로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하양 계열에서는 리드 화이트(lead white), 아이보리(ivory), 실버(silver), 화이트워시(whitewash), 이사벨린(Isabelline), 초크,(chalk), 베이지(beige)를 살펴보는 식이다.

개별적인 색으로 들어가기 전에 그 색에 대한(예를 들어 파랑 계열) 전반적 이야기를 개괄적으로 정리해 준다.

색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색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처음 듣는 색 이름도 더러 있었다.

색을 소개할 때마다 색 이름 옆에 색상환에서 잘라 온 것 같은 작은 원으로 그 색을 보여 주는데 이것이 썩 유용하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예전에 읽은 에바 헬러의 <색의 유혹>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책 모두 녹색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폴레옹과 비소 중독, 압생트의 녹색을 묘사하고 파랑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울트라마린이 얼마나 '고귀한' 색이었는지를 살펴보며, 갈색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이집트산 미라로 갈색을 냈다는 점을 언급하는 등, 공통적인 내용이 있다(아무렴 저자가 다르다고 해서 역사적 사실이 뿅 변하는 게 아니니까).

그렇지만 <색의 유혹>은 각 색의 개별적인 이름을 하나하나 떼어서 설명하기보다는 그 색 전체에 관한 역사와 그 색이 쓰인 대표적인 예술 작품, 색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 등에 조금 더 집중한다.

이 책은 색 이름의 어원도 짚고 넘어간다. 이와 관련해 색과 관련된 이름(예를 들어 '멜라니(Melanie)'는 '검다'라는 뜻의 단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도 나열한다.

<색의 유혹> 서론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감성은 개인적이지만 이해는 일반적'이므로, 에바 헬러는 각 시대에 색의 일반적인 의미(예를 들어 빨강은 정열, 피, 증오)가 어떠했는지, 각 색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도 보여 준다.

참고로 금색을 노랑 계열의 일부로, 은색을 하양 계열의 일부로 본 <컬러의 말>과 달리, <색의 유혹>에서는 금색과 은색도 각기 개별적인 색으로 다루었다.

 

<컬러의 말> 과 <색채의 유혹> 둘 다 좋은 책이지만, 나는 후자를 이미 읽어서 이미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추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색의 유혹>에 비해) <컬러의 말>이 다소 아쉬운 점을 이야기해 보자면, 여기엔 그림 자료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사실, <컬러의 말> 뒤에는 이 책에서 설명한 색 이름 외에 '다른 흥미로운 색'이라고 해서 기타 색들을 색상환과 함께 간략히 소개하며, 각주에 인용한 문헌을 정리한 내용만 (내 eBook 뷰어 기준으로) 약 50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다.

하지만 각 색을 보여 주는 조그만 원 외에 다른 시각 자료는 전무하다.

<색의 유혹>에서는 엉덩이에도 얼굴이 달린, 중세인들이 상상한 악마의 모습이나 뒤에 본문에서 설명하는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등 그림 자료가 풍부하게 실려 있다.

이 <컬러의 말>도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뿐 아니라 구스타프 클림트의 1907년 작,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 부인의 초상' 같은 그림을 언급하는데(참고로 이 그림은 영화 <Woman in Gold(우먼 인 골드, 2015)>의 주인공인 바로 그 그림이다) 이런 그림은 책 안에 시각 자료로 포함해 줘도 좋았을 것이다.

색채, 그리고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색의 의미에 관심이 있으신 독자라면 <컬러의 말>을 읽으신 후 에바 헬러의<색의 유혹>도 꼭 읽어 보시기를 권한다.

안타깝게도 <색의 유혹>은 현재 절판이지만 도서관이나 중고 서점을 통해서라도 구해 볼 가치가 있다(1, 2권 각 권이 나누어진 판본, 또는 합본 양장본이 존재한다는 점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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