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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가토 다이조,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 자립과 의존의 심리학>

by Jaime Chung 2018.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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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가토 다이조,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 자립과 의존의 심리학>

 

 

오늘은 읽으면서 뼈를 맞는 듯한 괴로움에 눈물을 흘리며 공감하고 반성도 한 책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저자는 가토 다이조, 책 제목은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 자립과 의존의 심리학>이다. 제목부터 일단 뜨끔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가토 다이조는 일본의 심리학자이다. 저서로는 <열등감을 자신감으로 바꾸는 심리학>,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 <나는 왜 고민하는 게 더 편할까> 등이 있다.

나는 위에 언급한 책들은 모두 읽어 보았고, 그중 제일 팩폭당했던 <내가 이럴 때가 아닌데>를 대표작으로 추천하고 싶다.

이 책에서 그는 에리히 프롬(Erich Fromm), 프리다 프롬 라이히만(Frieda Fromm Reichman) 등 철학자와 심리학자들의 말을 적절히 인용하며 '마음의 지주'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진단하고 적절한 처방을 내린다.

'마음의 지주'가 없는 사람은 현재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미래를 기대하느라 현재를 충실하고 풍요롭게 살지 못한다.

반대로 '마음의 지주'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현재 상태에 집중하는 삶을 산다. 초조해하지도 않는다. 꾸준하게 발전해 나갈 방법을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전자보다 후자의 삶이 훨씬 행복하리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자, 그럼 어떻게 '마음의 지주'를 갖출까? 그 점에 대해서는 잠시 후 이야기하겠다.

일단 저자는 마음의 지주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그러한 원인을 밝힌다. 그들은 대개 우울증 환자나 '어머니다운 어머니'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다.

 

프리다 프롬 라이히만은 우울증 환자를 낳는 가정의 특징에 관하여 이렇게 언급했다.

"우울증에 걸리는 아이는 어린 시절에 가족의 위신을 높이는 데에 중요한 담당자로 선택된다. 그리하여 '너는 누구인가'가 아니라 '너는 무엇을 하는가'를 기준으로 부모의 승인을 얻는다."

다시 말해서 '나는 ○○ 집안의 차남'이라는 것만으로는 그 집안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뿐 아니라 부모의 승인조차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디까지나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지역 사회나 친척들 사이에서 예의 바르게 행동하여 부모의 자랑거리가 되어야 한다.

 

이들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즉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을 느낀다.

자신이 어머니에게 받지 못한 절대적인 사랑을 친구나 연인 등에게서 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 말대로, "문제는 '어머니다운 존재에 대한 바람'이 충족되지 않으면 연애나 우정 등 모든 인간관계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경우 어머니다운 존재를 대신할 수 있는 대상으로 권력이나 명성을 추구하게 된다."

즉, '마음의 지주'를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데서 찾는다는 것이다.

 

자, 이제 여러분이 모두 궁금해할 그 내용이다. '마음의 지주'는 어떻게 세울까?

 

어머니다운 존재를 체험하지 못한 사람이 마음의 지주를 얻으려면 '사랑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동시에 그것을 '나는 혹독한 환경에서 단련되어 온 사람'이라는 긍지로 바꾸어야 한다. 그런 자부심이 마음의 지주가 된다. 혹독한 시련을 견뎌내면서 지금까지 잘 살아왔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아픔이 긍지로 바뀌면 사람도 바뀐다. 그것이 어머니다운 어머니의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 마음의 지주를 얻는 방법이다.

 

어머니에게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다고 해도 그 과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제는 자기가 스스로를 인정해야 한다.

어머니에 대한 분노를 계속해 봤자 과거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럴수록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만 잡아먹을 뿐이다.

따라서 과거는 그냥 과거로 인정하고 대신에 '나는 그래도 살아남았잖아' 하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정말 저자에게 포옹을 받은 것처럼 큰 위로를 받았다.

'어머니다운 존재'의 부재와 사랑받지 못한 현실을 인정하라는 권유는 가토 다이조가 자주 하는 말이니 이에 관련해서 더 지혜를 구하고 용기를 얻고 싶다면 이 저자의 다른 책들도 살펴보시길 바란다.

 

신은 인간을 다른 동물처럼 단순하게 행복해질 수 있는 존재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머니다운 존재를 경험하지 못한 상태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목숨을 잃었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애정이 적은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이 생명력이 없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잘 버티며 살아왔다. 이것은 환경을 이겨낼 수 있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다. 어머니다운 어머니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탄생하는 에너지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 자신이 가진 강인한 에너지를 믿어야 한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본인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즉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정말로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자신을 믿는 것이 마음의 지주를 만들어낸다.

어머니다운 존재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은 자신의 능력을 믿는 것은 어떤 권력이나 명성보다 본질적인 마음의 지주다.

 

이건 책 소개 및 추천 포스트라 딱 요만큼만 옮겨 적은 거고, 저자는 위에서 말한 원칙(과거를 인정하고 자신을 인정한다)을 기반으로 한 다른 포인트도 짚어가며 나아갈 길을 제시해 준다.

그러니 '뭐야, 말은 쉽지. 누가 그걸 몰라서 그래?' 이렇게 생각하시며 이 책을 그냥 넘겨 버리려는 분이 계시다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어차피 삶을 바꾸는 행동은 자신이 하는 것이지만 책을 통해  위안을 받으며 용기를 얻고 삶을 바꿀 의지를 살려 내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런 분에게는 그냥, 내가 제일 좋아하는 TV 트로프(trope, 자주 쓰이는 플롯 장치)가 이런 거라는 점만 말씀드리겠다.

'문제에 봉착한다 - 누군가 어떤 작전/계획/해결법을 제시한다 - 다른 사람이 그건 먹히지 않을 거라며 반대하고 절망한다 - 첫 번째 사람 또는 또 다른 사람이 '그 태도로는 당연히 못 하지!'라며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것을 촉구한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나는 이 책이 정말 눈물 나게 고마웠단 뜻이다.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우울증'을 가진 사람이란 정말 정신과 상담과 약물 치료가 필요한 환자뿐 아니라(혹시 몰라 덧붙이지만 여러분, 정신과는 무서운 곳이 아니고 정신과에 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자신의 삶과 자기 자신에 만족하지 못하는,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개인들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 같다.

책을 읽는 동안 앞에서는 엄청 뼈가 으스러지도록 '사랑의 매'를 마구 맞다가 중반부터 해결 방법을 발견하며 정성스러운 치료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요즘 '힐링'을 위한 책이라면서 별 내용도 없고 듣기 좋은 감상적인 말만 그럴듯하게 하는 책이 많은데 이 책은 다르다.

그렇게 값싼 '힐링'을 권유하지도, 표방하지도 않으고, 팩트 폭력을 날리면서도 필요할 때는 독자의 등을 토닥여 준다.

비유하자면, '사랑의 매'를 때리면서도 칭찬할 점이 있으면 확실히 칭찬해 주는, 아주 엄하지만 믿고 따를 수 있는 선생님 같다.

부모님과의 관계를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본 적이 있는 사람, 또는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 또는 이름에 모음이 단 한 개라도 들어가는 사람, 그러니까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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