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 결산] 2023년 12월에 읽은 책들
2023년 12월에 읽은 책들
2023년 12월에 읽은 책들은 총 8권.
실제로 맘카페를 운영해 온 저자가 밝힌 맘카페라는 세계. 그곳은 별천지도 아니고, 마녀들의 소굴도 아니다. 흥미롭긴 했지만 저자 본인이 ‘모성(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금 아쉬운 책.
5년간 새 옷을 사지 않은 저자는 ‘패스트 패션’, 아니 ‘패션’ 산업 전체 뒤에 숨겨진 환경 오염과 인권 유린의 진실을 밝히며 독자로 하여금 끝없는 소비를 멈추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줄이기를 호소한다. 새 옷을 사는 일을 줄이기 위해 실제로 적용 가능한 팁들도 책 후반에 공유되므로 한번 읽어 보고 실천하면 참 좋을 듯.
남성 페미니스트가 말하는,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는 이유. 남자라서 같은 남자들의 마음이라고 할까, 습성이라고 할까, 그런 것을 잘 알기에 더 날카롭게 직접적으로 남성을 비판할 수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여자들이 하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같은 말들을 안 들을 거면, 이 저자 같은 남자들이 하는 말이라도 좀 듣고 좀 배웠으면 한다.
- 전홍진,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
이 책을 알게 됐을 때부터 기대했는데 실제로 읽어 보니 ‘엩…’ 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결론적으로 그래서 매우 예민한 사람들이 뭘 어떡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기대한 건, 예를 들자면 ‘오감이 예민한 사람은 쉽게 피곤해질 수 있으므로 출퇴근길에 헤드폰으로 좋아하는 음악 또는 릴랙싱이 되는 음악을 들으며 긴장을 낮추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같은 팁이었다. 아니면 ‘예민한 사람들은 상대방의 얼굴에서 나를 싫어하는 기색이 있는지를 찾으며 눈치를 보므로 자신의 생각을 너무 믿지 않도록 합니다. 누가 나를 봤는데도 인사하지 않았다고 해도, 사실 그가 나를 보지 못하고 지나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현상(그 사람이 나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에서 제멋대로 해석(그 사람은 나를 싫어한다)으로 재빨리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라든가. 그런데 실제로 책은 일상에서 자주 처하는 상황과는 거리가 있는 상황에 대한 교과서적인 조언이 많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나처럼 매우 예민한 사람은 실질적으로 일상을 살아내는 데 구체적인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느꼈다. 무척 아쉬웠다.
여성 혐오가 팽배한 한국 개신교 교회의 문제점을 짚으면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책. 이 책을 통해 ‘여성주의 신학’이란 게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여성주의적 시각을 가진 여성 신자들이 모인 그룹 ‘믿는 페미’의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많이 담겨 있다(저자가 그 일원인 건 아니고, 그 구성원들을 많이 인터뷰한 듯). 신을 찬양하는 게 목표가 아니고, 신의 뜻을 따라야 할 신자들이 신의 말씀과 다르게 여성 혐오를 하는 현대 한국 개신교를 비판하는 것이 주이기에 비신자가 읽어도 불편한 점은 없을 듯하다(아마 여성 혐오를 하면서도 자신이 그렇게 사는지 모르는 신자들이야말로 불편하겠지). 추천할 만하다.
실제로 게임을 개발해 본 경험이 있는 작가들이 게임을 주제로 쓴 단편소설 다섯 편을 모았다. 개인적으로 맨 첫 번째로 실린, 김보영 작가의 <저예산 프로젝트>는 좋았지만 나머지는 어딘가 최소 2% 아쉽다는 느낌이었다. 게임을 좋아하고 여러 가지 종류의 게임(예컨대 판타지풍 RPG나 TRPG 등)의 형식에 익숙한 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
‘비밀’, 즉 미스터리가 많은 콘텐츠가 인기 있는 이유를 설명한 논픽션. 창작자의 필독서라고 책 표지에 쓰여 있다. 이걸 읽고 나면 왜 인간이 미스터리에 끌릴 수밖에 없는지 완전히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미스터리가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해!’ 하고 아는 것하고 실제로 그런 걸 만드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지요… 어떻게 미스터리가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드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건 본인이 알아서 구상해야 한다. ‘그럼 ㅅㄱ’ 하고 마무리한다는 느낌이랄까. 창작을 할 게 아니라면 ‘아 이래서 미스터리가 많은 콘텐츠가 재미있었구나~’ 하고 콘텐츠를 즐기는 입장에서 마음 편히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추천할 만하다.
‘불쉿 잡(bullshit jobs)’이라 함은 무의미한 일자리를 말한다. 단순히 3D인 일자리가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지 않으며, 그걸 수행하는 사람이 어떤 가치나 효용을 느끼지 못하는 일자리이다. 예컨대 사장이 중요한 사람임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비서라든지, 서류를 양산하기 위해 존재하는 서류 작성 직원처럼. 저자는 ‘불쉿 잡’의 정의를 단순하게 시작해 점점 구체적으로 만들어가는 식으로 논리를 전개해 나가는데, 그 과정이 꽤나 흥미로울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제시되는 많은 이들의 예시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책 후반에는 ‘그래서 정책 결정자들에게 어떤 제안을 할 수 있는가’에 관한 답으로 보편적 기본 소득을 제안한다. 이렇게만 보면 ‘그게 도대체 ‘불쉿 잡’과 무슨 상관이야?’ 할지 모르지만,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며 읽다 보면 결국 이해하게 된다. 무척 흥미롭고 공감할 수 있는 책. 추천한다!!
2023년 12월 읽은 책들 통계
이번 달은 영화를 조금 더 봤고, 12월 후반에 두꺼운 책(=<불쉿 잡>)을 읽느라 책을 많이 못 읽었다. 그래도 마지막에 스퍼트를 내서 총 8권은 읽었다.
2023년 독서 통계
이제 2023년을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12월에 읽은 책들 랭킹보다는 2023년 전체 독서 통계를 보여 드리고 싶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나는 철저한 문과의 두뇌를 가진 사람… 전혀 (자연) 과학적이지 않고 역사 의식이 없는 사람ㅋㅋㅋㅋ 아니, 자연 과학과 역사 분류의 책을 1년에 한 권도 안 읽는 게 가능한가?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내년엔 딱 한 권씩이라도 읽어야겠다.
밀리의 서재, 리디 셀렉트, 크레마 클럽을 이용하면서, 거기에 없는 책들만 한 달에 몇 권씩 사다 보니까 1년 기준으로 봐도 확실히 정액 구독권을 이용하는 게 이득이다. 이 세 플랫폼 모두 때때로 끊었던 시기도 있는데, 세 곳을 전부 다 1년 내내 이용한다 쳐도 나는 책을 많이 보니까 이득일 것 같다. 만족. 그래서 내가 올해 읽은 책의 92%를 이북으로 읽는 기적이 나왔다. 아무래도 해외에서는 한국 책을 종이책으로 구하기 쉽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는 것도 있지만.
2023년 한 해에 총 3만 8천 2백 쪽이나 읽었다니 정말 너무 신기하다. 내년엔 아예 목표를 100권으로 잡아도 될 듯. 어차피 100권은 무사히 넘기겠지 ㅎㅎㅎ 2024년에 블로그 글과 독서 및 영화 감상을 모두 트래킹할 노션 페이지도 벌써 만들어 뒀다. 두근두근. 2024년에도 여러분 모두 즐거운 독서 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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