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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May December(메이 디셈버)>(2023)

by Jaime Chung 2024.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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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May December(메이 디셈버)>(2023)

 

 

그레이시(줄리안 무어 분)는 남편 조(찰스 멜튼 분)와 행복하게 사는 평범한 부부 같아 보인다. 그들에게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레이시가 36살일 때, 7학년(12살)이던 조를 만나 관계를 가졌고,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것. 그레이시는 법적 미성년자와 관계한 혐의로 형을 살았으나, 출소 이후 조와 결혼했다. 그레이시와 조 사이엔 아이가 셋 있는데, 큰아이는 벌써 대학에 갔고, 쌍둥이인 남매 찰리(가브리엘 청 분)와 메리(엘리자베스 유 분)는 올해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엘리자베스 베리(나탈리 포트만 분)는 그레이시와 조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서 그레이시 역을 맡아 연기할 예정이다. 그녀는 부부의 동의를 얻어 한동안 어울리며 그들의 캐릭터를 연구하고 통찰을 얻으려 한다. 엘리자베스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녀는 이 부부 사이의 비밀을 발견하게 되는데…

솔직히 말하겠다. 내가 토드 헤인즈라는 감독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캐롤>(2015)을 잘 보긴 했지만), 이 영화는 별로 내 취향이 아니었다. 단순히 주제가 유쾌하지 않은, 법적 미성년자와의 성 관계를 다뤄서가 아니다. 보면서 내가 제일 어이가 없었던 건 영화 내의 피아노 소리였다. 종종 뜬금없이 드라마틱하고 뭔가 무서운 일, 충격적인 일이 일어날 것 같은 피아노 소리를 감독이 배경 음악으로 넣는데, 그렇다고 해서 진짜로 뭔가 일어나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영화 극초반에 이런 피아노 소리가 나는데, 그것도 그레이시가 냉장고 문을 뙇 열고 “(사람들이 바비큐 파티에 오는데) 핫도그가 부족할 것 같아.” 뭐 이런 대사를 치고 끝이다. 그다음에 일어나는 일은 전혀 충격적이지 않은, 그냥 조가 핫도그용 소시지를 굽고 사람들이 파티에 오고 그런 내용이다. 이런 식으로 정말 쓸데없이 드라마틱한 피아노 연주를 남용하는데 신경 거슬려서 짜증이 났다(레딧을 보니 나처럼 영화 음악이 거슬렸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더라). 설마 이거 개그하는 건가? 그렇다면 이 개그는 망했다.

그레이시와 조의 관계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행복하거나 완벽하지 않다는 건 알겠다. 애초에 제정신 박힌 성인이라면 미성년자와 사귀거나 관계를 맺지 않으니까. 그래서 그런 점에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스 캐릭터가 너무 꼴보기 싫었다. 배우가 캐릭터 연구를 위해 실제 인물과 만나 이것저것 물어본다든가, 그들의 말투나 몸짓 등을 연구한다는 건 나도 안다. 근데 엘리자베스는 뭔가 께름칙한 게, 조에게 꼬리를 친다고 할까, 여지를 주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 같았다. 이 구역의 미친 ㄴ은 그레이시 하나로 충분하지 않냐며…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그 심연 또한 나를 들여다본다’ 뭐 그런 건가? 그레이시를 연기하려고, 잘 따라 하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조에게 끌렸어? 자기도 모르게 그레이시와 똑같은 포식자가 됐다는 건가? 아마 이게 감독이 의도한 바가 맞는 거 같다. 엘리자베스가 ‘너는 젊으니까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같은 말을 하면서 조에게 키스하는데 너무 불편했다. 따지고 보면 그레이시와의 관계에서 조가 피해자인데(12살짜리가 뭘 안다고 어른과 관계를 했겠어), 엘리자베스 역시 조를 괴롭히는 거 아닌가? 그레이시 캐릭터를 연구한다고 예전에 그레이시가 조와 관계를 했던 애완동물 가게 창고에서 상대방을 상상하며 관계하는 연기까지 혼자 해 보는 게 정상인이 할 짓은 아니잖아… 아무리 배우더라도, 아무리 역할에 심취했더라도 그런 짓은 그냥 역겨운 짓이지. 그렇다고 엘리자베스가 진심으로 조에게 ‘그때의 너는 어렸으며 혼란스러웠어. 네 잘못이 아니란다’ 이러면서 조를 위로해 주고 상담해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어른들끼리 원나잇 하듯이 조랑 한번 하고 마는데 그게 더 오싹했다. 어떤 이들은 나탈리 포트만이 <레옹(Leon)>(1995) 때문에 아주 어린 나이부터 성적 대상화가 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같은 인물들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다고 추측하기도 하더라(나탈리 포트만이 먼저 이 영화 각본을 발견했고, 토드 헤인즈 감독에게 보여 줬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감독이 줄리앤 무어에게 나탈리 포트만의 상대역을 제안했다고). 그렇다면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하는 엘리자베스)은 자기를 성적 대상화한 그 인간들에게 그들이 뭔 짓을 했는지를 미러링으로 보여 주는 거라고 해석할 수 있다.

법적 미성년자와의 관계를 단순히 흥미만을 가지고 관음적으로 훑어보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 분명히 풍자하는 게 있고 주려는 메시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내 취향은 아니라서 별은 세 개. 하지만 이런 영화를 좋아한다면 별 네 개도 줄 법한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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