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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월말 결산] 2024년 8월에 읽은 책

by Jaime Chung 2024.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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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 결산] 2024년 8월에 읽은 책

 

2024년 8월에 읽은 책들은 총 10권.

⚠️ 아래 목록에서 저자 이름과 책 제목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서적에 대한 서평을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링크가 없는 책은 서평을 따로 쓰지 않은 책입니다. 그 경우, 별점 아래에 있는 간략한 서평을 참고해 주세요.

 

마키부로, <악역 영애 안의 사람 3> ⭐️⭐️
아니… <악역 영애 안의 사람>(소설판)을 저번에 2권까지 재미있게 읽어서 3권도 사 봤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첫 장(章)이 한 120쪽 정도 되는데, 이 부분은 새로운 내용이고 나머지는 1권과 2권에서도 봤던 내용이 많다. 데이비드, 스테판, 클로드가 후회하는 내용은 이미 앞에서 다 다뤘는데 왜 또 보여 주지? 그리고 레밀리아가 앙헬과 자녀를 갖는 이야기도 분명히 내가 앞에서 봤는데 또 나와서 잠시 내 기억을 의심할 뻔했다. 앞의 120쪽 분량 빼고, 책의 나머지 절반은 1, 2권에서 이미 한 얘기를 또 하고 또 한다. 라이트 노벨이라는 게 애초에 언어의 아름다움이라든가 구성의 신선함 같은 걸 기대하고 읽는 게 아닌데, 흥미로운 새 사건들을 계속 보여 주는 게 아니라면 도대체 이걸 뭐하러 읽느냐고요. 언어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번 권은 정말 최악이다. 내가 일본어를 아는 게 아니라서 번역을 논할 처지는 아니지만, 문장이 형편없다는 건 알겠다. 그냥 작가가 원래 이렇게 글을 못 쓰는 거겠지. 게다가 편집자가 오탈자 검수는 안 했는지, ‘마족’을 ‘미족’, ‘사람’을 ‘사림’, ‘돈’을 ‘돌’, ‘마을’을 ‘마들’으로 잘못 쓴 게 그대로 있다. 더 놀라운 건 작가 후기에도 이게 완결이라는 말이 없다는 것. 도대체 3권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서 뭐 또 어떻게 4권을 내겠다는 건지? 더 이상은 안 읽으련다. 그냥 만화나 보는 게 낫겠다.
시라우메 나즈나, <악영 영애 안의 사람 3, 4>⭐️⭐️⭐️
<악역 영애 안의 사람>은 그래도 코믹스가 라노벨보다 낫다. 적어도 이건 시각적으로 볼 재미가 있으니까. 아무래도 소설보다 사건 진행 속도는 느리지만 그래도 착실히 나아가는 중이고 그림체가 예뻐서 좋다. 종종 나오는 코믹한 장면이 귀엽고 웃기니까 OK입니다.
송은주, <드레스는 유니버스> ⭐️⭐️⭐️⭐️
번역가 송은주가 사랑하는 영문학 속 여주인공들을 큐레이션한 에세이. 매력적인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을 찾기 위해 읽어도 좋고, 이 책에서 언급되는 작품들을 읽고 난 후 더 이해하기 위해 읽어도 좋다.
Rufi Thorpe, <Margo’s Got Money Troubles> ⭐️⭐️⭐️
대학생 마고가 자기를 가르치던 유부남 교수 마크의 아이를 가지게 되고, 딱히 남자를 미친듯이 사랑한 건 아니지만 일종의 반항심에 아이를 키우겠다고 선언한다. 마고의 친부이지만 가깝지는 않았던, 현재는 은퇴한 레슬러 징크스는 아이 때문에 돈을 벌러 나갈 수도 없어서 자금 사정이 쪼들리는 딸 마고와 같이 살며 아이를 봐주게 된다. 마고는 성인용 콘텐츠를 업로드해 수익을 내는 플랫폼 온리팬스를 시작하는데…
자극적인 소재로 가득한 것 같지만 정작 읽어 보면 진지하고 절대로 이런 소재를 허투루 쓰지 않았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마고가 아기를 향한 사랑으로 성장하고 변화해 나가는 이야기. JB와의 로맨스도 풋풋하고 설렐 정도로 귀엽다. 애플 TV용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김미리, <아무튼, 집> ⭐️⭐️⭐️
저자의 표현대로, “내가 나를 위해 만든 세계”, “다정하고 안온한 세계, 내가 ‘집’이라고 부르는 세계”에 관한 에세이. 백 명이면 백 명 모두 집에 대해 각각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겠지만 그래도 이 수필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 만하다. 일단 저자도 여러 번 이사했고, 자가로 집을 턱턱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시작되지 않을까… 저자는 자유롭고 편하게 살고 싶어서 시골에도 작은 집을 마련해 5도2촌(5일은 도시, 2일은 촌) 생활을 한다고 한다. 이 점은 또 귀촌이나 <리틀 포레스트>(2018)스러운 삶을 동경하는 이들에게 어필이 될 것 같다. 감동적인 부분도 있고 재미있기도 한 수필.
바바라 스톡, <철학자, 강아지, 결혼> ⭐️⭐️⭐️
고대 희랍에 살았던 여성 철학자 히파르키아의 삶을 다룬 그래픽 노블. 저자가 직접 그리스를 답사하고 여러 가지 자료에서 찾은 정보로 많은 주석을 달아 놓은 것은 좋지만, 결국 히파르키아가 한 남자(원래 히파르키아가 결혼하려고 했던, 잘나가는 남자 칼리오스)에서 다른 남자(철학자 크라테스)로 옮겨갔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남자를 갈아탄 게 잘못이라는 게 아니라, 결국 히파르키아가 철학을 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철학자와 결혼하는 것뿐이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는 얘기다. 당시 여성이 혼자 결혼도 안 하고 철학만 하면서 살 수는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적어도 결혼 이후에 히파르키아가 어떻게 견유학파의 철학을 전파하면서 살았는지를 좀 더 보여 주면 좋았을 것 같다.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여전히 입문자에게는 적당하다.
레이철 호킨스, <기척> ⭐️⭐️⭐️⭐️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현대판 심리 스릴러로 다시 쓴 소설. 기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과 지명 등을 많이 가져왔는데, 성격과 설정 등은 많이 바꾸었다.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을 듯. 다시 쓰기(re-writing)의 훌륭한 예시나 다름없는,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도 추천!
게일 허니먼,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괴짜 엘리너가 같은 회사 IT 부서 직원인 레이먼드를 만나 친구가 되며 성장하는 이야기. 감동적이고 재미있다. 단연코 추천할 만하다.
범유진, <우리는 모두 예쁘다> ⭐️⭐️
내가 왜 리디에서 내는 ‘우주라이크’ 시리즈를 안 읽는지 다시 기억하게 해 준 소설. 간단하게 줄거리를 요약해 보자면 이렇다. 스스로를 ‘못난이’라고 부르며 자신이 못생겼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수영은 연기 천재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연기를 잘한다. 그런 그녀가 계속해서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시고 나서 우연히 외계에서 온 판다에게서 외모를 커스텀할 수 있는 기기 ‘커스텀 포 유’를 얻게 된다. 수영은 이걸 가지고 뭘 할까?
결말까지 다 읽고 나서는 저자가 뭔가 새로운 걸 하려고, 생각거리를 주려고 노력했다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해서 리디 셀렉트의 이 책 페이지에 있는 리뷰처럼 평점 4.9점을 받을 만한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이 나왔을 때 뭔가 이벤트를 했던 거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별 다섯 개짜리 리뷰가 많다. 아니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100쪽도 안 되는 짧은 ‘우주라이크’ 소설이라 ‘그래서 이제 어떻게 된다는 건데?’ 또는 ‘이제 막 재밌어질 것 같은데!’ 하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점 감안하고 보시라.
 
이랑, <오늘은 화해하지 않을 여자들> ⭐️⭐️
‘금강산 프로덕션’을 운영하는 금강의 여자 친구 보민과, 금강 밑의 직원들 두 명의 애인인 하람, 서로. 이 세 여자가 만나 ‘뭔가 한번 해 보겠다’며 뭉치는데… 말끝을 이렇게 흐리는 건 보통 어떤 작품의 줄거리를 요약할 때 자주 하는 일이지만 이 소설에 대해서라면 그런 용법을 뛰어넘어 정말 ‘그러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라는 의미가 되어 버린다. 100쪽도 안 되는 ‘우주라이크’ 소설이 대체로 그렇긴 하지만 이건 정말 그래서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이야기가 중간에 뚝 끊겨 버린 느낌인데, 게다가 이걸 여성 서사로 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더는 말하지 않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이렇게 불쾌하게 읽고서도 이걸 다 읽었다고 표시해야 하는지 싶고, 차라리 안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영화 극본 같은 서술 방식의 새로움은 좋지만 그것 외에 이야기적인 면에서 도대체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내 기분을 요약하자면 ‘오늘은 호평하지 않을 독자’라고 할까. 이제 리디 셀렉트 페이지에 있는 평점은, 특히 ‘우주라이크’ 시리즈의 평점은 믿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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