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The Woman in Cabin 10(우먼 인 캐빈 10)>(2025)

루스 웨어의 동명 소설 <우먼 인 캐빈 10>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 그런데 신기하게 영화 시작할 때 ‘루스 웨어의 소설에 기반함’이라는 알림 이전에 ‘엠마 프로스트의 각색에 기반함’이라는 안내가 먼저 나온다. 엥? 원작 소설의 각색까지 챙겨 준다고? 엠마 프로스트란 사람이 각색을 했고 또 거기에 기반해서 각본을 썼다는 게 신기했다. 보통 그 두 가지는 같이 가지 않나. 왜 따로 알려 주는 거야?
루스 웨어, <우먼 인 캐빈 10>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 <The Woman in Cabin 10(우먼 인 캐빈 10)>(2025)의 원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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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원작과 조금 많이 다르다. 그 점은 조금 후에 따로 짚어 보기로 하고 일단 이 영화의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가디언’지의 기자인 로(키이라 나이틀리 분)는 잠시 휴식을 겸해 편할 거라 여겨지는 크루즈선 취재에 나선다. 리처드 불머(가이 피어스 분)라는 백만장자가 암으로 투병 중인 자신의 아내 앤(리사 로벤 콩슬리 분)과 같이 운영하는 재단에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일종의 자선 활동으로 이 크루즈선을 운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곳에 가 보니 마침 자신의 전 남자 친구인 벤(데이비드 아잘라 분)이 사진 작가로 초대되어 있었다. 어색한 재회 이후, 크루즈선에서의 첫날 밤, 앤은 로를 따로 불러 노르웨이에 도착하면 갈라에서 자신이 할 연설문을 봐 달라고 부탁한다. 연설문의 내용은 자신의 모든 재산(앤은 사실 부유한 가문 출신이라 남편 리처드보다 소유한 재산이 많았다)을 남편이 아니라 재단에게 넘긴다는 것. 로는 놀랐지만 어쨌든 좋은 의도니까 연설문과 관련해 자신이 도울 일이 있다면 기꺼이 돕겠다고 한다. 그렇게 앤을 만난 이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로는 옆 선실에서 사람들이 싸우는 것 같은 소리를 듣고, 잠시 후 누군가가 물에 빠지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
<벨로시티>라는 여행 잡지의 기자였던 원작과 달리 영화에서는 로가 이미 저널리스트로 쌓아 온 커리어와 명성이 있는 것으로 설정됐다. 원작에 있던 남친 주다 루이스도 영화에서는 삭제됐다. 내가 원작 소설 리뷰에서도 썼듯이, 로가 크루즈선 오로라 보레알리스 호에 탑승하기 전 대판 싸우고 연락이 두절돼야 긴장감이 더하기 때문인지 소설 초반에 로가 주다와 다투는 게 뭔가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었는데 여기엔 그런 일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로의 캐릭터가 겪은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원작에서 로는 크루즈선 취재 일을 맡기 며칠 전, 집에 강도가 들어 이에 큰 트라우마를 얻어 잠도 자지 못할 정도가 되어 술에 의존하게 된다. 또한 그 때문에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인 ‘(크루즈선 직원들 말대로라면) 빈방이라고 하는 옆 선실에서 어떤 여자를 봤고, 그 여자가 물에 빠져 죽었다’ 하는 일을 목격한 데 대한 신빙성을 의심받는다. 영화에서 로는 그런 일은 없고, 다만 이 크루즈선에 오르기 전에 취재했던 사건 (무언가 폭발했던 사건?) 때문에 충격을 받은 게 아니냐, 하는 말을 들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로를 아주 진지한 저널리스트로 만든 것은 괜찮은 각색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원작에서처럼 집에 타인이 침입하는 사건을 여전히 영화에도 넣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로가 술을 마시고, 본인이나 남들이 한 번쯤 ‘근데 저 말을 믿어도 되나?’ 할 테니까. 스릴러라는 건 그런 심장 쫄깃한 맛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참고로, 이에 관해 사이몬 스톤 감독은 ‘남자들은 자신의 진실성(integrity)을 그렇게 입증할 필요는 없어요’라며, 이런 상황의 여성이 받을 ’그래서 저 여자, 믿을 만한 거야? 제정신이야?’ 하는 의심을 지우고 싶었다고. 그런 의도라면 이해합니다. 하지만 여자들이 그런 의심을 받는 것도 사실이고, 이쪽이 더 스릴러에 적합한 설정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감독이 뭘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는 알겠으니 인정.
깊이 다루지는 않겠지만 줄거리도, 결정적인 범인의 모티브나 행동도 영화에서는 많이 달라졌다. 원작에서는 로가 ‘그래서 범인은 누구누구일 거야’ 하고 추리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을 많이 취했다는 느낌은 안 드는데, 영화에서는 그래도 로가 많이 행동한다. (누구인지 스포일러 하지는 않겠으나) 중요한 캐릭터도 영화에서는 조금 더 관객들이 호감을 가질 만한 인물로 바뀐 것 같다. 어떤 이들은 그 인물이 좀 더 인간적으로 그려졌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크루즈선에 탑승한 인물들이 많이 바뀌었다. 예를 들어, 록스타인 대니(폴 케이 분)이나 인플루언서인 그레이스(카야 스코델라리오 분) 캐릭터는 소설에 없었다.
이런 변화들 때문에 두 작품은 느낌이 상당히 다르다. 뭐가 더 좋으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난 그냥 둘 다 그렇다고 말하련다. 전반적으로 나쁘진 않은데 좋지도 않고, 처음 시작은 좋았으나 마무리가 ‘애걔?’ 싶다는 점에서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영화는 2시간 내로 끝냈기에 고통이 덜했다. 원작 소설은 400쪽이 넘어서 ‘이렇게 열심히 읽었는데 이런 결말이라니?’ 하는 배신감이 들었다. 이 리뷰를 쓰려고 찾아보니 루스 웨어가 로를 주인공으로 이 후속작이라고 할 만한 <The Woman in Suite 11>을 냈더라. 로 블랙록 시리즈로 가려는 듯.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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