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Remarkably Bright Creatures(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2026)

남편과 사별 후, 아들을 잃은 슬픔을 안고 혼자 살아가는 여인 토바(샐리 필드 분). 그는 동네 아쿠아리움에서 청소하는 일을 직업이자 자랑으로 삼고 있다. 어느 날, 그는 아쿠아리움의 문어 ‘마셀러스’가 탈출한 것을 보고 다시 수족관으로 돌려보내 주다가 발목을 다친다. 그래서 토바를 대신해 카메론(루이스 풀먼 분)이라는 청년이 그 청소부 일을 대신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생부 사이먼을 찾으러 이 동네에 왔는데, 사이먼이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추적하는 일도 쉽지 않고, 돈도 없어서 아쿠아리움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청소부 일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진지하게, 성실하게 임하는 토바는 건들건들 대충 일하는 카메론이 눈에 찰 리 없는데…
셸비 반 펠트의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한 넷플릭스 영화. 원작 소설도 국내에 이미 번역돼 나와 있다. 원작이 있다는 사실은 영화를 보고 나서야 알게 됐지만, 소설까지 읽을 일은 없을 듯(종이책 기준 556쪽이라는 긴 분량도 이에 한몫한다). 이런 류의 감성은 영화로 충분하다고요! 책 뒤표지에 박힌, 이 책을 향한 찬사에 ‘행복을 전하는 소설이자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한 이야기. 인상 깊고 따뜻하다’라는 <워싱턴 포스트>의 리뷰가 나는 딱 이 소설과 영화의 분위기를 잘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나는 동물을 (이 경우에는 문어) 이야기의 화자로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문어 마셀러스는 이 영화에서 내레이터 역할을 한다. 그리고 내가 ‘성격이나 스타일 등이 무척 다른 두 사람이 예상치 못하게 친구가 되는 이야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토바가 카메론에게 청소 일을 가르쳐 주는 게 별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토바 같은 성격이라 그런가, 카메론처럼 대충대충 하는 스타일을 못 견딘다고 해야 하나. <톰 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 같은 걸 보면 꼭 나이 든 여자가 규칙이랄지, 교육이랄지 하는 것(그 꼬맹이가 싫어하는 모든 것)의 상징처럼 보이지 않나. 여기에서도 그런 기시감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이 이 영화를 감동적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이 영화를 믿을 수 없이 뻔한 멜로드라마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점은… 영화 마지막에 드러나는 반전이다. 여기까지는 스포일러하지 않겠으나 보시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아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우연이 어디 있어요?
요약하자면, 감동적이고 행복해지고 뭐 어쩌고 그런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보시고, 나처럼 좀 삐딱한 분들은 안 보시는 게 좋겠다. 영화를 못 만든 건 아닌데, 그 우연이 나에겐 너무 어이가 없어서 점수를 다 깎아 먹었다고 할까.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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