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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파(pha), 하지 않을 일 리스트

by Jaime Chung 2018.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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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파(pha), 하지 않을 일 리스트

 

저자인 파(pha)는 일본의 '니트족(NEET족,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진학이나 취직을 하지 않으면서 직업 훈련도 받지 않는 청년층을 가리키는 말)' 철학자라고 한다.

그는 명문대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했으나 3년을 버티다가 퇴사, 블로그로 쓰며 슬렁슬렁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셰어하우스 '긱하우스(Geek House)'를 만들어 여러 사람들과 만나며 책을 쓰고 있다고 한다.

세상에는 '해야 할 일'이 수없이 많지만 이 책은 정반대로 '하지 않을 일'을 목록으로 만든 것이다.

크게 1장 소유하지 않을 것 리스트, 2장 노력하지 않을 것 리스트, 3장 내 탓으로 하지 않을 것 리스트, 4장 기대하지 않을 것 리스트로 나누어져 있고, 각 장에 8~10가지의 항목이 따라붙는다.

예를 들어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다(1장)', '피로를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2장)',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다(3장)', '마지막까지 참지 않는다(4장)' 등.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렛잇고(Let it go)'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미련과 후회도 모두 다 '놓아 버리자', 뭐 그런 의미로 말이다.

저자도 책에서 비슷한 말을 하지만, 우리는 너무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다.뭐든 노력하면 이룰 수 없는 것은 없다고 믿으면서.

하지만 노력을 해서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다.

비관적이 되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지만, 세상에는 정말로 노력을 해도 안 되는 게 있다. 그건 인정해야지.

예를 들어 내가 당장 창업을 해서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으로 성장시킬 수는 없는 거다.

그렇지만 그게 절대로 부정적인 의미는 아닌 게, 애초에 내가 그걸 원했나? (아니.) 원했다고 하더라도, 정말 그것이 내게 도움이 될 일이라고 확신할 수 있나?

그거야 모르는 거다. 나중에, 말하자면, '아, 개처럼 일해서 이 기업을 세웠는데 그 때문에 우리 집안이 내 재산을 노리고 싸우는구나.' 뭐 이렇게 후회할지 누가 알랴.

 

그리고 노력을 해야지만, 또는 재능이 있어야지만 좋은 일이 생기는 건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싫어하는 사람들의 '운 좋은 성공'을 뭐로 설명하겠는가?

불공평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뒤집어 보면 긍정적인 의미도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저께 내가 저녁을 차리고 있는데 내 룸메이트가 TV를 보며 저녁을 먹으려고 TV를 켰다가 운 좋게도 우리가 보고 싶어 하던 영화가 하는 걸 발견했다.

그래서 거기로 채널을 돌렸더니 마침 또 영화가 시작한 지 몇 분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저녁을 먹으며, 그리고 저녁 먹고 난 후에도 편하게 룸메이트랑 재밌게 영화를 봤다.

어떤가? 이런 일은 내가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내가 모월 모일 모시에 모 영화를 저녁을 먹으며 보고 싶으니 이때 딱 맞춰서 영화를 틀어 주시오!' 하고 그 케이블 채널에 요구라도 한 게 아니잖은가.

나는 그냥 우연히, 정말 우연히 그냥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모든 게 운 좋게 맞아떨어졌던 거고.

'반드시 노력을 해야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런 행운을 뭐로 설명할까?

때로는 노력하지 않아도 그냥 잘될 때가 있게 마련이다. 

같은 의미에서 노력해도 잘 안될 때가 있고 말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삶이 편해진다.

뭐, 어떻게 보면 정신 승리라고 볼 수도 있는데, 나는 이렇게 사는 게 편하고 좋아서 앞으로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 예정이다.

내가 좋아하는 영단어 중 하나는 'happy-go-lucky'인데(같은 제목의, 샐리 호킨스(Sally Hawkins)가 주연을 맡은 사랑스러운 영화도 있다. 혹시 안 보셨다면 꼭 보시라!), 이는 '태평스러운'이라는 뜻이다. 

나도 이 단어처럼 '행복하게 살다 보면 운도 저절로 따라온다'고 믿는다.

 

이 책에 수록된 36개의 '하지 않을 일'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고 현재 제일 잘 실천하는 것은 2장 13번 리스트 '잠을 줄이지 않는다'이다.

솔직히 요즘 잠을 쭉 오랫동안 숙면하지 못하고 새벽에 한두 번씩 깨는데, 그래서 잠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잘 느끼고 있다.

예전에 잠이 쏟아져서 늦잠 자던 시절에는 '아, 많이 자면 시간 아까워.' 하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자고 싶다.

내가 작년에 운동한답시고 아침 5시도 되기 전에 일어나는 타이트한 생활을 했던 터라 올해는 나를 좀 풀어 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 중이다.

젊은 시절 충분히 자야지 나이 들어서도 건강하지,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어쨌거나 여러분도 푹 쉬시는 것 잊지 말고, 좋은 책으로 마음을 다스리며 편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나는 때때로 '될 대로 되라' 하고 말하는데, 그럼 정말로 인생은 어떻게든 되더라.

짐을 내려놓고, 고민도 덜고 삶을 조금 천천히, 덜 힘들게 살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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