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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46

[책 감상/책 추천] 메리 로치, <죽은 몸은 과학이 된다> [책 감상/책 추천] 메리 로치, 새해가 밝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나는 죽음에 관한 책을 소개하려 하는가. 때가 좋지 않은 것처럼 보일 법도 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삶과 죽음은 한몸이고, 우리 모두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다. 살아 있을 때 죽음에 준비해 두는 게 좋다.그렇게 철학적이고 깊은 사유에서 이 책을 읽은 것은 솔직히 아니고, 그냥 덕질의 일부로 읽었다(무슨 덕질인지는 묻지 마시길). 제목에 있듯 ‘죽은 몸’, 시체에 관한 과학적인 에세이인데 저자가 직접 검시관, 장의사, 시신을 가지고 실험하는 과학자, 의사 들을 인터뷰하며 실제로 시체도 참 많이 본다. 이 글에서만 언급되는 시체만 해도 한두 구가 아니다. 으스스한 주제라 꺼려질 수도 있겠지만, 저자의 글솜씨가 무척 뛰어나고 또한 엄청 .. 2026. 1. 19.
[책 감상/책 추천] 마라 비슨달, <남성 과잉 사회> [책 감상/책 추천] 마라 비슨달, 심각한 ‘남초’ 사회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리는 논픽션. 얼마 전에 인터넷을 하다가 이런 글을 보고 이 책을 알게 되었는데, 마침 밀리의 서재에 있길래 나도 읽어 보았다. 위 인터넷 글은 남성 인구가 자연스러운 성비를 넘어서 과하게 많아지면 여성과 짝을 짓지 못하는 잉여 남성들이 생기기 때문에 폭력성을 보일 수 있음을 경고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점은 100%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그 부분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이야기는 2부에 있고, 1부는 성비 연구와 남아를 낳기 위해 여아를 낙태한 역사, 이에 사용된 기술(대체로 초음파)의 발전 및 역사도 다룬다.새로운 성 감별 기술을 둘러싼 열광이 한창일 때, 외로운 자제의 목소리가 등장했다. .. 2025. 12. 12.
[책 감상/책 추천] 김도미,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책 감상/책 추천] 김도미, 암 경험자인 저자의 ‘질병 서사’ 에세이 모음. 반(反)성폭력 운동을 하던 저자는 어느 날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는다. 저항 정신이 투철한 그는 ‘지 쪼대로’ 아플 자유를 주장한다. 암 환자든 다른 중병 환자든, ‘환자는 다 이래야 한다’라는 사회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이상하다는 눈초리를 받게 마련이다. 그는 이것을 타파하고자 한다. 그 일례가 ‘맥주 한 잔의 자유’이다. 저자가 쉬던 중에 암 경험자인 친구가 놀러와서 ‘무알코올 맥주가 없었으면 어떻게 버텼겠냐’ 하는 이야기를 하던 와중에 그 친구는 분통을 터뜨렸다. 맥주 한모금이 뭐 대수라고, 통제가 너무 심하지 않냐고.암 경험자에게도 그런 순간은 필요하다. 맥주 한 모금이 목구멍을 찌르르 넘어가는 순간, 퇴근 후 .. 2025. 10. 15.
[책 감상/책 추천] 누누 칼러, <물욕의 세계> [책 감상/책 추천] 누누 칼러, 내가 이번 달에 읽고 후기를 썼던 의 작가 누누 칼러의 최근작. 이번에도 그는 과소비를 부추기는 현대 산업을 비판한다. 단순히 의류 산업뿐 아니라 불안이라든지 공포 또는 쾌감 등 강렬한 감정을 불어넣어 소비를 촉진하는 현대 산업 전반을! 그런 산업 중 하나가 바로 화장품 산업과 다이어트 산업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여성은 ‘아름다워야 한다’라는 사회적 기대와 압박을 받으며 자란다. 패션뿐 아니라 다이어트, 화장품 산업은 이런 세뇌에 가까운 ‘프로그래밍’ 없이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바로 이것이 화장품 산업의 술책이다. 백 년 가까이 불안의 원칙으로 성공을 거둔 산업은 이 분야를 제외하곤 어디에도 없다. 친애하는 여성이여, 당신은 시각적으로 뭔가 부족합니다! 성공하려면 .. 2025. 10. 6.
[책 감상/책 추천] 김경일, 류한욱, <적절한 좌절> [책 감상/책 추천] 김경일, 류한욱, 저자 김경일은 인지심리학자, 류한욱은 소아정신과 의사다. 둘이 합심하여 ‘이 시대 심리적 미성숙’에 관해 책을 썼다. 거의 전 세계적으로 요즘 젊은 세대들은 ‘나약하다’고들 하는데 애비게일 슈라이어의 이 미국 버전의 이야기라면, 이것은 한국 버전이다. 좋은 대학교에 가서 돈을 많이 버는 ‘좋은 직업’을 갖는 것이 인생 최대의 목표이자 성취가 된 젊은 세대는 부모에게 많은 것을 의지하며 진정한 의미의 개인으로서, 성인으로서 ‘독립하지’ 못했다는 평들이 많다. 두 저자는 특히 이러한 한국의 젊은 세대를 키우는 부모와 젊은 세대, 그러니까 성인이 되었으나 아직 충분히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조언을 제공한다.저자들은, 아이가 태어나서 성인이 되어 .. 2025. 9. 8.
[책 감상/책 추천] 에밀리 부틀, <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 [책 감상/책 추천] 에밀리 부틀, ‘진정성’, 이처럼 상투적이고 깊은 생각 없이 쓰이는 말이 있을까. 사람들은 연예인이 ‘진실(authentic)’하지 않다고, 가식적이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나는 이 단어에 대한, 정확히는 이 단어가 가리키는 바에 대한 믿음을 잃은 지 오래다. 아마 10년쯤 전, 내가 조지프 히스와 앤드류 포터의 를 읽었을 때쯤이었던 것 같다. 어떤 연예인이 한 말이 (예컨대 “팬 여러분 사랑해요!”)가 진심인지, 미디어에서 비추어지는 모습이 실제 그 자신의 모습과 같은지 아닌지 우리가 어떻게 알까. 연예인은 다 이미지 장사인데. 그 연예인이 유난히 솔직한 사람이라고 해도, 애초에 우리가 다른 사람의 (연예인이든 아니든) 진심을 알 수가 있나? 너무 회의적이라고? 글쎄. 어쨌든 나.. 2025. 9.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