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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35

[책 감상/책 추천] 레베카 터식, <시팅 프리티> [책 감상/책 추천] 레베카 터식,   이 책은 휠체어 사용자인 저자의 에세이이다. 제목에 쓰인 ‘시팅 프리티(sitting pretty)’는 역자 주대로,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sitting pretty는 말 그대로 해석하면 ‘예쁘게 앉아 있다’는 의미이지만, ‘안락하고 좋은 상황에 놓여있다’는 관용적 의미도 있다.” 저자는 어린 나이에 암을 앓았고, 영구적 마비를 진단받았다. 따라서 이 표현은 휠체어를 쓰기에 ‘(휠체어에) 예쁘게 앉아 있다’라는 표면적 의미와 ‘안락한 상황(대체로 돈이 많아서)에 처해 있다’(케임브릿지 사전)는 관용적인 의미를 동시에 가진다. 저자는 자신이 “휠체어로도 잘 돌아다니고, 잘 지낸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 표현을 사용자명으로 정했다고 밝혔다(그의 트위터 아이디는.. 2025. 2. 14.
[책 감상/책 추천] 김성연(우디), <GEN Z 인문학> [책 감상/책 추천] 김성연(우디),   제목부터 ‘GEN Z’들을 겨냥한 인문학 서적. 적어도 목표는 그러하다. 개인적으로 청소년을 타깃으로 해서 그들이 알고 싶어 할, 또는 알아야 할 디지털, 또는 IT 관련 인문학을 소개한다는 취지는 참 좋았으나,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 조금 아쉬웠다. 아무래도 요즘 세대는 어려서부터 스마트폰과 같이 자라서 기성 세대보다 디지털에 더욱 익숙하나, 그것 없이 살아 본 적이 없으므로 오히려 그에 대한 비판적 사고는 부족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청소년들은 디지털 문해 교육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걸 제공해 줘야 했다. 그런데 그게 조금 잘 안 됐달까. 애초에 얇은 책이고, 청소년을 위해 쓰였으니 이 분야의 석학들이 토론할 만한 깊디깊은 내용은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청.. 2025. 1. 22.
[책 감상/책 추천] 조너선 갓셜, <이야기를 횡단하는 호모 픽투스의 모험> [책 감상/책 추천] 조너선 갓셜,   에 이어 이야기를 사랑하는 인간의 본능을 다룬 조너선 갓셜의 논픽션. 전작에서 저자가 ‘인간은 왜 그토록 이야기를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으며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다양한 이득을 살펴보았다면, 이번 책에서는 그 이야기가 얼마나 중독적이고 위험한지를 설명한다. 이야기가 위험하다니?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그것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과도 관련이 있다. 저자가 ‘이야기’라고 할 때, 그것은 TV 드라마나 영화, 소설 속 ‘이야기’뿐 아니라 개인이 삶을 보는 태도와 관점, 그리고 삶 속 이야기를 포함한다. 예를 들어서 나는 정치적으로 A 당을 지지하니까 정의롭고 선한 사람이고 우리 당을 지지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은 악한 사람이라고 보는 시야도 저자가 말하.. 2024. 9. 27.
[책 감상/책 추천] 올리비아 얄롭, <인플루언서 탐구> [책 감상/책 추천] 올리비아 얄롭,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유튜브 등의 ‘인플루언서’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 위치에 오르게 된 걸까? 그들이 실제로 재능이 있어서? 아니면 단순히 운일까? 그들이 정말 그 물질적 성공과 명성을 누릴 자격이 있을까? 인플루언서들을 보며 그렇게 생각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원래 광고 업계에서 일하다가 ‘인플루언서’들의 등장 및 성장으로 인해 이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일해야 하는 자리에 오게 되었다. 저자는 스스로도 (성공한) 인플루언서가 되려고 노력해 보면서 이 책을 썼다. 제목대로 인플루언서들에 대한 탐구이다.나는 솔직히 다소 보수적인 성격이라서 그런지 인플루언서에 대한 동경이나 부러움은 없다. 아니, 내가 내향적이라 남들 앞에 나서기 싫어해서 그런 건가? .. 2024. 9. 16.
[책 감상/책 추천] 박정연, <나, 블루칼라 여자> [책 감상/책 추천] 박정연,   화물 노동, 플랜트 용접, 먹매김, 형틀 목수 등 남초 직군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인터뷰해 모은 책.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건설 현장 같은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많은 곳에서도 각각 맡은 일이 다를진대, 솔직히 나는 그 많은 직종들을 다 구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블루칼라 (여성) 노동자를 만나며 많이 배웠다. 물론 내가 제일 좋았던 건, “여자가 여자를 돕는다”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였다. 먹매김 전문가 김혜숙 씨는 “그래서 여자들이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자신의 노하우를 다른 여성 노동자들에게 기꺼이 알려준다고 말했다. “안 그러면 욕 얻어먹으니까. 제가 설움을 당했으니까 그 설움.. 2024. 9. 11.
[책 감상/책 추천] 레이첼 E. 그로스, <버자이너> [책 감상/책 추천] 레이첼 E. 그로스,   이 책의 저자는 세균성 질염으로 고생하다가, 딱히 치료 방법이 없다는 말에 정말 마지막 수단으로 (의사의 말을 빌리자면) “엄밀히 말하면 쥐약”인 붕산을 질정으로 삽입했다. 열흘간 꼬박꼬박 처방을 따르던 어느 날, 새벽 3시에 일어나 반쯤 덜 깬 채로 화장실에 가서 질에 넣어야 할 붕산을 아무 생각 없이 입에 넣어 버렸다! 다행히 위세척까지는 할 필요가 없었고 저자는 무사했다. 이 일은 저자로 하여금 “내 생식기에 관해 내가 아는 게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계기였고, 이는 또한 “이 책이 탄생한 순간”이었다.책 제목으로 쓰인 ‘버자이너(vagina)’는 여성 생식기나 질을 뜻한다. 당연히 책의 초점도 여성 생식기에 맞추어져 있다. 남성의 생식기에 .. 2024. 9.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