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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48

[책 감상/책 추천] 어맨다 몬텔, <합리적 망상의 시대> [책 감상/책 추천] 어맨다 몬텔, 과 를 쓴, 내가 사랑하는 언어학자 어맨다 몬텔의 신작. 그는 현재를 ‘합리적 망상의 시대’라고 진단한다. 원제는 ‘The Age of Magical Overthinking’인데, ‘overthinking’은 말 그대로 생각을 과도하게 많이 하는 것이고, ‘magical thinking’은 ‘마음속 생각이 외부의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 그러니까 스러운 주술적 사고를 말한다. 이 두 단어를 적절히 섞어서 말장난처럼 만든 게 바로 이 책의 제목이다.후광 효과에 관한 첫 번째 장(章)은 유명인과 팬의 관계를 다룬다. 요즘은 그냥 ‘팬’보다 더 나아가 열성 팬을 ‘스탠’이라고 부르는데, 다들 아시듯이 그 유명한 (2000년에 발매된) 에미넴의 노래 ‘Sta.. 2026. 3. 6.
[책 감상/책 추천] 매트 프레드, <포르노 판타지> [책 감상/책 추천] 매트 프레드, 포르노에 대한 통념 및 낭설을 타파하는 논픽션. 저자의 요지는 한마디로 ‘포르노가 무해한 취미생활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것이다. 포르노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 본인에게, 그의 파트너에게, 여성 전반에게 유해하다는 사실을 저자는 밝히고자 한다. 가장 널리 퍼진 통념 중 하나는 ‘포르노를 반대하는 건 섹스를 반대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나는 저자가 이를 얼마나 쉽고 명쾌하게 표현하는지, 이 부분이 무척 마음에 든다.성적 억압의 대항마로 포르노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거식증의 치료법으로 폭식을 제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포르노가 섹스를 찬양하는 것은 폭식증 환자가 음식을 찬양하는 것과 같다. 두 경우 모두 찬양받아 마땅한 것들은 찬양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2026. 2. 9.
[책 감상/책 추천] 메리 로치, <죽은 몸은 과학이 된다> [책 감상/책 추천] 메리 로치, 새해가 밝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나는 죽음에 관한 책을 소개하려 하는가. 때가 좋지 않은 것처럼 보일 법도 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삶과 죽음은 한몸이고, 우리 모두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다. 살아 있을 때 죽음에 준비해 두는 게 좋다.그렇게 철학적이고 깊은 사유에서 이 책을 읽은 것은 솔직히 아니고, 그냥 덕질의 일부로 읽었다(무슨 덕질인지는 묻지 마시길). 제목에 있듯 ‘죽은 몸’, 시체에 관한 과학적인 에세이인데 저자가 직접 검시관, 장의사, 시신을 가지고 실험하는 과학자, 의사 들을 인터뷰하며 실제로 시체도 참 많이 본다. 이 글에서만 언급되는 시체만 해도 한두 구가 아니다. 으스스한 주제라 꺼려질 수도 있겠지만, 저자의 글솜씨가 무척 뛰어나고 또한 엄청 .. 2026. 1. 19.
[책 감상/책 추천] 마라 비슨달, <남성 과잉 사회> [책 감상/책 추천] 마라 비슨달, 심각한 ‘남초’ 사회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리는 논픽션. 얼마 전에 인터넷을 하다가 이런 글을 보고 이 책을 알게 되었는데, 마침 밀리의 서재에 있길래 나도 읽어 보았다. 위 인터넷 글은 남성 인구가 자연스러운 성비를 넘어서 과하게 많아지면 여성과 짝을 짓지 못하는 잉여 남성들이 생기기 때문에 폭력성을 보일 수 있음을 경고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점은 100%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그 부분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이야기는 2부에 있고, 1부는 성비 연구와 남아를 낳기 위해 여아를 낙태한 역사, 이에 사용된 기술(대체로 초음파)의 발전 및 역사도 다룬다.새로운 성 감별 기술을 둘러싼 열광이 한창일 때, 외로운 자제의 목소리가 등장했다. .. 2025. 12. 12.
[책 감상/책 추천] 김도미,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책 감상/책 추천] 김도미, 암 경험자인 저자의 ‘질병 서사’ 에세이 모음. 반(反)성폭력 운동을 하던 저자는 어느 날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는다. 저항 정신이 투철한 그는 ‘지 쪼대로’ 아플 자유를 주장한다. 암 환자든 다른 중병 환자든, ‘환자는 다 이래야 한다’라는 사회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이상하다는 눈초리를 받게 마련이다. 그는 이것을 타파하고자 한다. 그 일례가 ‘맥주 한 잔의 자유’이다. 저자가 쉬던 중에 암 경험자인 친구가 놀러와서 ‘무알코올 맥주가 없었으면 어떻게 버텼겠냐’ 하는 이야기를 하던 와중에 그 친구는 분통을 터뜨렸다. 맥주 한모금이 뭐 대수라고, 통제가 너무 심하지 않냐고.암 경험자에게도 그런 순간은 필요하다. 맥주 한 모금이 목구멍을 찌르르 넘어가는 순간, 퇴근 후 .. 2025. 10. 15.
[책 감상/책 추천] 누누 칼러, <물욕의 세계> [책 감상/책 추천] 누누 칼러, 내가 이번 달에 읽고 후기를 썼던 의 작가 누누 칼러의 최근작. 이번에도 그는 과소비를 부추기는 현대 산업을 비판한다. 단순히 의류 산업뿐 아니라 불안이라든지 공포 또는 쾌감 등 강렬한 감정을 불어넣어 소비를 촉진하는 현대 산업 전반을! 그런 산업 중 하나가 바로 화장품 산업과 다이어트 산업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여성은 ‘아름다워야 한다’라는 사회적 기대와 압박을 받으며 자란다. 패션뿐 아니라 다이어트, 화장품 산업은 이런 세뇌에 가까운 ‘프로그래밍’ 없이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바로 이것이 화장품 산업의 술책이다. 백 년 가까이 불안의 원칙으로 성공을 거둔 산업은 이 분야를 제외하곤 어디에도 없다. 친애하는 여성이여, 당신은 시각적으로 뭔가 부족합니다! 성공하려면 .. 2025.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