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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42

[책 감상/책 추천] 김경일, 류한욱, <적절한 좌절> [책 감상/책 추천] 김경일, 류한욱, 저자 김경일은 인지심리학자, 류한욱은 소아정신과 의사다. 둘이 합심하여 ‘이 시대 심리적 미성숙’에 관해 책을 썼다. 거의 전 세계적으로 요즘 젊은 세대들은 ‘나약하다’고들 하는데 애비게일 슈라이어의 이 미국 버전의 이야기라면, 이것은 한국 버전이다. 좋은 대학교에 가서 돈을 많이 버는 ‘좋은 직업’을 갖는 것이 인생 최대의 목표이자 성취가 된 젊은 세대는 부모에게 많은 것을 의지하며 진정한 의미의 개인으로서, 성인으로서 ‘독립하지’ 못했다는 평들이 많다. 두 저자는 특히 이러한 한국의 젊은 세대를 키우는 부모와 젊은 세대, 그러니까 성인이 되었으나 아직 충분히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조언을 제공한다.저자들은, 아이가 태어나서 성인이 되어 .. 2025. 9. 8.
[책 감상/책 추천] 에밀리 부틀, <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 [책 감상/책 추천] 에밀리 부틀, ‘진정성’, 이처럼 상투적이고 깊은 생각 없이 쓰이는 말이 있을까. 사람들은 연예인이 ‘진실(authentic)’하지 않다고, 가식적이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나는 이 단어에 대한, 정확히는 이 단어가 가리키는 바에 대한 믿음을 잃은 지 오래다. 아마 10년쯤 전, 내가 조지프 히스와 앤드류 포터의 를 읽었을 때쯤이었던 것 같다. 어떤 연예인이 한 말이 (예컨대 “팬 여러분 사랑해요!”)가 진심인지, 미디어에서 비추어지는 모습이 실제 그 자신의 모습과 같은지 아닌지 우리가 어떻게 알까. 연예인은 다 이미지 장사인데. 그 연예인이 유난히 솔직한 사람이라고 해도, 애초에 우리가 다른 사람의 (연예인이든 아니든) 진심을 알 수가 있나? 너무 회의적이라고? 글쎄. 어쨌든 나.. 2025. 9. 5.
[책 감상/책 추천] 김관욱, <사람입니다, 고객님> [책 감상/책 추천] 김관욱, 콜센터 상담원들을 현장 연구한 저자의 민족지(ethnography). 저자는 의사 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덕에, 그토록 연구하고 싶던 콜센터 직원들을 금연 상담 의사 신분으로 만나 많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좋은 학력이 어디에서 뭘 하든 도움이 될 거라며, “네가 나가서 노래를 부른들 박사학위가 쓸모없을 것 같냐”라는 닥터 베르의 지도 교수님 말씀이 떠오른다). 그 덕분에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다. 1970, 1980년대에 소위 ‘공순이’로 불리던 여공의 삶이 2010, 2020년대에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콜순이’라 불리는 콜센터 상담원으로 반복된다. 이 여성들은 저임금 고강도 노동을 하지만 인정받지 못한다는 큰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그 공통점에 하나를 더 추가하.. 2025. 9. 3.
[책 감상/책 추천] 마이클 이스터, <가짜 결핍> [책 감상/책 추천] 마이클 이스터, 풍족한 시대에 왜 현대인은 여전히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가. 인류가 문명을 발전시켜 오는 동안 뇌는 여전히 결핍에 집중하도록 프로그램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우리는 왜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는지 답을 찾아낸다.내가 이 책을 다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몇 군데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짚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흔히 옛날을 떠올릴 때, 그러니까 산업이 덜 발전했을 시절에 인간은 적게 가진 상태로 안분지족했다는 식으로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것은 환상이다. 물건을 소유하는 것은 생존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인간은 가능한 한 많이 가지려 했다.물론 과거 인류가 오늘날 우리만큼 소유물을 많.. 2025. 7. 21.
[책 감상/책 추천] 김성우,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책 감상/책 추천] 김성우, 요즘 흔히들 쓰는 챗GPT, 클로드, 구글 제미나이 같은 인공지능이 우리의 읽기와 쓰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고찰한 글. 솔직히 내가 이 책을 읽을 때 내 마음가짐이…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이걸로 리뷰를 써도 되나 싶긴 하다. 그렇다고 이 책을 소개를 안 하고 넘어가자니, 소개받을 가치가 있는 책을 무시하는 것 같고… 그래서 내 깜냥으로 할 수 있는 만큼, 내가 이해한 만큼이라도 써 보기로 했다. 글이 다소 파편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그것은 전적으로 내가 이 책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책은 잘못이 없어! ‘들어가기’에 이미 저자는 인공지능의 한계를 명백하게 밝혔다. 인공지능이 학습한 텍스트 자체가 대부분은 원어민이 쓴 것일 테고, 또 그 저자들.. 2025. 7. 16.
[책 감상/책 추천] 이얼 프레스, <더티 워크> [책 감상/책 추천] 이얼 프레스, 저자는 이 사회가 돌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더러운’ 일들을 ‘더티 워크(dirty work)’라고 명명했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더럽다는 게 아니라, 비윤리적이고 노동자의 정신 건강에 큰 악영향을 끼치는 일을 말한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다.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필수노동 가운데는 ‘도덕적으로 문제 있다’고 여겨져 더욱 은밀한 곳으로 숨어든 노동이 있다. 나는 이를 ‘더티 워크’라고 부른다.” 저자가 살펴보는 ‘더티 워크’는 크게 네 가지이다. 교도소의 간수, 드론 조종사, 도살장 노동자, 그리고 시추선 노동자. 솔직히, 얼마 전에 한국 교도관의 에세이인 김도영의 를 읽었기에 저자가 밝히는, 교도소 내 재소자에 .. 2025.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