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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Jay and Silent Bob Reboot(제이 앤 사일런트 밥 리부트, 2019) - 팬들을 위한 메타 종합 선물 세트!

by Jaime Chung 2020.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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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Jay and Silent Bob Reboot(제이 앤 사일런트 밥 리부트, 2019) - 팬들을 위한 메타 종합 선물 세트!

 

 

감독: 케빈 스미스(Kevin Smith)

 

제이(Jay, 제이슨 미웨스 분)와 사일런트 밥(Silent Bob, 케빈 스미스 분)이 샌드위치 가게로 위장해 운영하고 있던 대마초 판매점 '콕 스모커(Cock Smoker)'가 경찰에게 포위되고, 두 주범은 체포되는 일이 일어난다.

그들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저스틴 롱 분)는 자기만 믿으라며 이 문서에 사인하라고 한다. 사일런트 밥이 문서를 읽어 보려 하자 '그런 걸 왜 읽어 보냐'라며 면박을 주는 제이. 그리고 둘은 아무 생각 없이 문서에 사인한다.

이윽고 열린 재판에서 그들은 대마초를 키우고 판매했다는 혐의를 벗어나나 했더니, 곧바로 열린 두 번째 재판에서 '영화사가 당신들(제이와 사일런트 밥)의 이름에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니 앞으로는 그 이름을 사용하지 말라'라는 판결을 받는다.

조금 전에 두 사람이 사인했던 그 문서가 자신들의 발목을 잡게 된 것. 이에 분통 터진 제이와 사일런트 밥은 이 영화사에 복수하기로 한다.

그런데 어떻게? 곧 인기 영화 <블런트맨 V 크로니클(Bluntman V Chronicle)>의 리부트 버전을 이 시리즈의 팬들을 위한 코믹콘('크로니콘'이라고 불린다)에서 일부 촬영할 예정인데, 이 장면이 너무너무 중요해서 이거 없이는 개봉을 못할 정도란다.

그러니까 이 장면을 촬영하는 걸 저지해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망치는 리부트도 막고, 영화사에 복수도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리하여 다시 한 번 할리우드를 향해 떠나게 된 제이와 사일런트 밥. 그들의 복수는 과연 성공할 것인가?

 

팬들을 위한 리부트답게 '아스큐 유니버스'에서 열연하셨던 제이슨 리 배우를 여기에서도 볼 수 있다! 너무 반가워서 짤 첨부 ㅋㅋㅋㅋ
자신들을 크로니콘이 열리는 할리우드에 데려다주지 않겠다면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밀리(왼쪽)와 소파피야(오른쪽)
두 소녀들에게 협박받아 놀란 사일런트 밥(왼쪽)과 제이(오른쪽)

 

오랜만에'아스큐 유니버스(Askew Universe, 케빈 스미스 감독 영화들 중 제이와 사일런트 밥이 출연하는 영화 시리즈를 가리키는 말)'를 잇는 영화가 나왔다! 제목부터 무려 <제이 앤 사일런트 밥 리부트>!

이건 요즘 할리우드에 부는 '리메이크(리부트, 속편)' 바람을 비꼬는 동시에 한동안 뜸했던 '아스큐 유니버스'를 이어가는 작품이다.

일단 간단히 한 줄 평을 남기자면, "팬들을 위한 메타 종합 선물 세트!"라 하겠다. 

왜냐하면 이 영화엔 메타가 너무 많아서 이 '아스큐 유니버스'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이 봤다간 '도대체 이게 뭔 개소리야?' 할 것이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

'아스큐 유니버스'에 속하는 영화들에 대한 언급(예를 들어, '신(God)'이 놀랄 만큼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을 닮았다는 언급이라든지; 케빈 스미스 감독의 전작 <Dogma(도그마, 1999>에 앨라니스 모리셋이 '신' 역할로 등장했던 것을 가리킴)이라든지, 배우들에 대한 언급이라든지(케빈 스미스 감독의 딸이자 이 영화에서 '제이' 캐릭터의 딸을 연기한 할리 퀸 스미스가 "케빈 스미스 완전 싫어!"라고 패륜 드립을 날리는 거라든지), 배우들이 출연한 다른 영화에 대한 언급(맷 데이먼이 대사에 교묘하게 '본 아이덴티티' 같은, 자신이 등장한 다른 영화 제목을 끼워 넣는 거라든지) 등등. 

이건 팬이 아니면, 그리고 현재 영화계도 어느 정도 알지 못하면 한 귀로 들어가서 한 귀로 빠져나올 허무한 드립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애초에 팬이 아니면 이 영화를 보는 걸 권해 드리지 않으련다. 차라리 위에서 언급한 <도그마>나 <Chasing Amy(체이싱 에이미, 1997)>, <Jersy Girl(저지 걸, 2004)> 같은 건 다른 작품과의 연관성을 무시하고 그냥 그 작품만 놓고 봐도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등등 완결성이 있는데, 이 <리부트>는 전혀 그렇지 않다.

 

하지만 팬이라면 정말 기쁘게, 재미있게 이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조이 로렌 아담스(Joey Lauren Adams), 벤 애플렉(Ben Affleck), 제이슨 빅스(Jason Biggs), 제이슨 리(Jason Lee) 등등, '아스큐 유니버스'에 속하는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과 케빈 스미스 감독의 TV 시리즈인 <코믹 북 맨(Comic Book Man)> 패널들의 최근 얼굴을 볼 수 있으니 이거야말로 팬들에게는 좋은 기회 아니겠는가!

나는 <체이싱 에이미>를 너무너무 좋아했던 터라, 조이 로렌 아담스를 여기서나마 짧게 본 게 너무너무 반가웠다 ㅎㅎㅎ

 

이 영화는 처음에 '리메이크/리부트/속편은 내가 그걸 보러 갈 만큼의 원작의 이름과 요소를 적당히 가져다가 '젊음(youth)'과 '다양성(diversity)'을 끼얹어서 망쳐 놓는 것'이라는 대사로 이 '리메이크' 광풍을 까는가, 그리고 동시에 그에 무임승차 하려는 듯한 이 영화의 모양새를 자조적으로 비웃나 싶더니, 이제는 '아빠'가 된, <체이싱 에이미>의 벤 애플렉의 캐릭터(홀든 맥닐)의 입을 통해 새로운 정의를 제시한다.

'우리 자녀들이야말로 우리의 리메이크/리부트이고, 우리 원작보다 훨씬 더 나은 버전이다'라고.

이 말은 꽤 울림을 주는데, 영화 속에서 제이가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자기의 딸(<Jay and Silent Bob Strikes Back(제이 앤 사일런트 밥, 2001)>에서 만난 '저스티스(Justice, 섀넌 엘리자베스 분)'의 사이에서 난 딸)을 만나 그녀를 조금씩 알아가는 게 이 이야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금 언급했듯, '젊음'과 '다양성'도 물론 여기에 끼얹어져 있는데, '밀레니엄 팔콘'이라는 스타 워즈 팬스러운 이름의 딸(역시 앞에서 언급했듯, 케빈 스미스 감독의 딸인 할리 퀸 스미스가 연기했다)이라든지, 흑인인 데다가 청각 장애가 있어 수화로 의사소통하는 '소파피야(Sopapilla, 트레셸 에드먼드 분), '지하드('성전(聖戰)'이라는 뜻)라는 이름을 가진, 히잡을 쓴 이슬람계 소녀(아파르나 브리엘 분), 그리고 중국에서 온 샨유(Shan Yu, 앨리스 웬 분)까지, 정말 '젊고' '다양'하다.

이쯤 되면 띨띨한(...) 두 백인 남성을 전면에 세운 영화에 이런 캐릭터들을 넣고 싶었는데 리부트를 핑계 삼아 마음껏 넣은 게 아닌가 싶다.

나야 뭐, 이 다양성을 담당하는 소녀들이 개성도 있고 또 나름대로 이야기에 재미를 부여해서 괜찮게 봤다.

 

영화 내에서도 살짝 농담하듯이, 케빈 스미스 감독은 심장 마비가 와서 거의 죽을 뻔한 때에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한다. 

<요가 호저스(Yoga Hosers, 2016)>가 자신의 마지막 영화가 되기를 바라지 않았던 데다가(이 영화는 현재 imdb에서 4.3점이라는 극악의 별점을 기록하고 있다), '제이' 캐릭터 역의 배우 제이슨 미웨스(네이버 영화 정보에 이렇게 쓰여 있는데 '뮤위스' 정도가 더 가까운 발음 아닌가 싶긴 하다)와 즐겁게 작업하고 싶어 했단다(원체 그 배우가 알코올과 마약 문제로 같이 작업하기 어려웠던 터라).

그래서 이 영화는 스미스 감독이 심장 마비를 경험한 지 1년 되는 날에 촬영에 들어갔다고.

아, 원래는 스탠 리(Stan Lee) 옹을 모셔다가 스탠 리 옹 위주로 영화를 만들려고 기획했는데, 안타깝게도 스탠 리 옹이 돌아가셔서 현재 영화대로 스미스 감독 본인이 '감독' 역으로 출연했다.

 

영화 끝난 후에도 스탠 리 옹과의 짧은 클립에다가 영화 B컷이 크레디트 올라가는 동안 계속 나오니까 꼭 끝까지 보시라!

어차피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상영할 일은 없을 것 같고(극마이너의 슬픔...) 기껏해야 IPTV 같은 데서 다운로드 받아 보거나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보실 테니 크레디트까지 보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닐 테지만.

어쨌거나, 제이와 사일런트 밥 팬들이라면 꼭 보시라!! 그 미친 메타의 홍수에 빠져 보시기를 ㅎㅎㅎ

 

P.S.: 위 짤처럼 크리스 헴스워스(Christ Hemsworth)가 크로니콘의 홀로그램 역으로 등장하는데 이것도 너무 웃기고 귀엽다 ㅋㅋㅋㅋ

제발 자기 홀로그램에 대고 엄한 짓 좀 하지 말라고 함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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