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Crash Pad(2017, 뜻밖의 룸메이트) - 도널 글리슨이 귀여우니 됐어!
감독: 케빈 텐트(Kevin Tent)
영화는 사건의 중심에서 시작한다. 가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별 볼 일 없지만 꿈은 창대한 청년 스텐스랜드(Stensland, 도널 글리슨분)는 모건(Morgan, 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 분)이라는 여자랑 방금 침대에서 즐겁고 섹시한 시간을 보냈으나,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소식인즉슨, 모건이 사실은 유부녀라는 것, 자신(스텐스랜드)과 바람을 피운 것은 유감스럽지만 실수라고 생각한다는 것, 여기에서 이 관계를 정리하고 싶다는 것이다.
스텐스랜드는 처음엔 이게 농담인가 싶었지만 계속 꼬치꼬치 모건에게 캐물어보니 정말 진짜인 듯하다. 이럴 수가. 모건과는 잘되어 가고 있다고, 우리 사이엔 뭐가 있다고, 모건이 여자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고 지난 며칠간 생각해 왔는데!
쓰린 마음을 부여잡고 집으로 돌아오니 룸메이트이자 유일한 친구가 자기는 본인 여자 친구랑 같이 살게 되어서 나간다고, 일주일 내로 새 룸메이트를 구하라고 알려 준다.
하지만 실연의 상처가 너무 커서 룸메이트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그렇게 일주일이 가 버린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다시 모건의 직장에 찾아가 대놓고 "나와 바람을 피운 사실을 당신 남편에게 알리겠다. 싫으면 돈을 내놓든가!" 하고 협박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어? 집에 누가 있네?
모건의 남편 그래디(Grady, 토마스 헤이든 처치 분)다! 심지어 총까지 들고 있다! 그가 나를 죽이러 온 게 틀림없어! 어떡하지?
영화 앞부분 줄거리 요약은 이렇게 써 놨지만, 사실 영화 트레일러만 봐도, 또는 영화 소개 글만 봐도 이 남자 둘, 그러니까 유부녀의 남편과 상간남(이렇게 써 놓으니 사뭇 심각해 보인다)이 그야말로 '뜻밖의 룸메이트'가 되는 얘기라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리고 사실 거기까지 알았으면 그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좀 뻔하지 않나. 스포일러가 될까 봐 말은 안 하겠지만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런 전개가 맞는다.
그렇다면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소감을 느꼈느냐? 음, '도널 글리슨이 참 귀엽네.' 그것뿐이다.
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올 때 도널 글리슨이 춤을 추는 영상이 나오는데, 딱히 이게 영화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귀엽다.
영화 내에서도 도널 글리슨의 찌질미가 빛을 발하는데, 도널 글리슨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귀엽다고 봐줄 수 있겠으나, 도널 글리슨 팬이 아니라면 '도대체 이 영화는 뭐지?' 싶을 것이다.
IMDB 평점을 보면 알겠지만, 2021년 7월 기준 10점 만점에 5.8점이라는, 정말 애매한 점수를 가진 영화다.
도널 글리슨을 좋아한다면 보시라고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이걸 찾아서 봐야 할 필요가 있나 싶다.
나도 넷플릭스에 최근 추가된 작품이라고 올라와서 봤는데 최신 영화도 아니고(2017년작이다), 그렇다고 명작도 아니며(별점이 5.8점이라니까?), 그렇다고 뭐 엄청 막장스러운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보고 난 후 결론은 그냥 도널 글리슨의 귀여움뿐이다. 이렇게 영화 리뷰에 쓸 게 그 배우 이야기밖에 없을 정도로.
참고로 이 영화의 감독과 각본가는 <Ex Machina(2015, 엑스 마키나)>에서 도널 글리슨을 보고 '이 배우를 스텐스랜드 역 시켜도 괜찮겠는데?'라고 생각하며 캐스팅을 제안했다고 한다. 아니, 두 캐릭터의 성격이 너무 다른데요...?
여튼 그렇다는 이야기. 도널 글리슨 팬이라면 보시고, 아니면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