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Emo The Musical(2016, 이모 더 뮤지컬) - 이모와 독실한 하느님의 어린 양,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 주세요!
감독: 닐 트리페트(Neil Triffett)
에단(Ethan, 벤슨 잭 앤서니 분)은 이모(Emo)파다. 이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잣살 소동을 일으켰다가 퇴학을 당했다.
새로 온 학교에는 크게 두 파가 있는데, 이모 밴드인 '더 워스트 데이(The Worst Day)', 그리고 기독교 청소년 모임임 '더 호프 그룹(The Hope Group)'이 있다.
둘은 서로를 엄청 싫어하는데, 둘 다 주(州) 록 음악 경연에 출전하고 싶어서 경쟁이 심하다.
새 학교에서 멋진 이들, 다시 말해, 이모 밴드의 멤버인 브래들리(Bradley, 라하트 아담스 분)와 로즈(Roz, 루시 바렛 분), 그리고 제이(Jay, 벤 베넷 분)과 어울리고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한 에단은 그들 마음에 들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운명의 농간인지, 에단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더 호프 그룹에 속한 청순 여주, 트리니티(Trinity, 조던 헤어 분)이다.
'나와 같이 교회에 가자' 운운하는 노래를 부르는데 그 목소리가 어찌나 낭랑하고 청아하고 아름다운지, 에단은 첫눈에 반해 버렸다.
트리니티도 그에게 끌리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이모와 독실한 하느님의 어린 양이라니, 이 둘이 과연 어울리기나 하는 걸까?
일단 이모(emo)라는 개념은 할리우드 영화만 봐도 (이 영화는 호주 영화이다만) 종종 등장해서, 영화나 미드/영드 좀 보셨다 하는 분들은 이미 대략 어떤 느낌인지 아실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간략히 설명하자면, 이모는 '감정적인'이라는 뜻의 'emotional'의 줄임말에서 유래한 단어로, 우울함이나 죽음 같은 어둡고 '감성'적인 종류의 록 음악과 그런 음악과 관련된 스타일, 또는 그런 스타일을 한 사람을 가리킨다.
스타일로 말하자면, 소위 남녀를 불문하고 '깻잎 앞머리'를 하고(대개 검은색 또는 백금발), 역시나 남녀를 불문하고 검은 아이라이너로 다크한 느낌을 강조하며, 검은색이나 회색, 줄무늬등 무채색 옷을 입는 게 특징이다.
이런 '이모' 스타일에 익숙하지 않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 '도대체 이게 뭐야? 얘네는 왜 이래?' 하실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익숙하다 할지라도, 딱히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오글거림에 손발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사실 이모에 익숙한 나도 이걸 보면서 트리니티가 "Would Jesus?"를 부를 때 (가사가 무려 "예수님도 이모가 아니었을까?(Would Jesus have been an emo?)"다!) 정말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나서 빨리 이 노래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제발... 얘들아... 그거 아니야... 제발...
혼자 보기 아까워서 올리는 그 "Would Jesus?" 클립
하지만 감독이 말했듯이, 주인공 에단과 그 무리들이 이모인지 아닌지는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모가 아니라 책벌레라든가 왕따라든가 하는 다른 어떤 그룹이었어도 핵심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요한 건 서로 다르다고 여겨지는 사회적 무리들이 어떻게 서로 배척하고 결국엔 화해를 하는가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에단의 성장기인 이 뮤지컬도 나름대로의 교훈이 있다. 그 오글거림을 참을 수 있다면...
앞에서 언급한 브래들리뿐 아니라 더 호프 그룹의 리더인 아이삭(Isaac, 존 프라시다 분)처럼 강렬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은 장점이라 하겠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내가 좋아하는 TV 쇼인 <Miracle Workers(미라클 워커)>에서 본 제럴딘 비스와나탄(Geraldine Viswanathan)이 자말리(Jamali)로 등장해서 반가웠다.
아, 기독교적 가치를 굳건히 고수하려는 학교가 배경이기 때문에 (이럴 때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는) 게이 크리스천 이야기도 나온다.
피터(Peter, 크레이그 하이드-스미스 분)는 더 호프 그룹의 백업 기타리스트인데, 누가 봐도 조시(Josh, 케빈 클레이옛 분)라는 소년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룹의 리더인 아이삭이나 학교 선생님인 수녀님 들이 '동성애는 죄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터라 피터는 그런 자신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래서 조시를 마주칠 때마다, 또는 (동)성애적 욕망을 느낄 때마다 스스로에게 전기 충격을 주는 식으로 그 마음을 부정하려 한다.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지만 이와 비슷하게 동성애와 기독교의 충돌에 대해서는 <Saved!(2004, 세이브드)>에서도 잘 표현돼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 영화도 한번 거들떠보시라.
결론적으로, '이모'가 독실한 하느님의 어린 양을 만나면, 그래서 사랑에 빠지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실 수 있지만, 모든 분들이 이 오글거림을 참을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이모에 면역이 있으신 분들에게만 관람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