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Don't Look Up(2021, 돈 룩 업) - 내일 지구의 멸망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감독: 아담 맥케이(Adam McKay)
천문학과 박사 과정(PhD)을 밟고 있는 학생 케이트 디비아스키(Kate Dibiasky, 제니퍼 로렌스 분)는 지도 교수 랜달 민디(Randall Mindy,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와 천체를 관찰하던 중, 한 혜성을 발견한다.
새로운 혜성을 발견했다는 기쁨도 잠시, 지도 교수님과 궤도를 계산해 보니 이것참... 이 혜성이 약 여섯 달 후면 지구와 충돌할 예정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 한두 나라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인간을 비롯한 지구의 모든 종이 끔살이다.
이 충격적인 발견에 정신을 수습할 새도 없이 일단 나사 관계자들에게 전화로 이 소식을 알렸는데 눈 깜박할 사이에 다른 천문학 전문가 '테디' 오글솝(Teddy Oglethorpe, 롭 모건 분) 박사를 만나 백악관에서 오를리안 대통령(President Orlean, 메릴 스트립 분)에게 브리핑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대통령과 그녀의 아들 참모장 제이슨(Jason, 조나 힐 분)이 이 일을 전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섯 달 후면 모든 인류가 다 죽게 생겼는데 아무도 우리 말을 진지하게 들어먹지를 않네! 이를 어쩐다?
넷플릭스에서 어마어마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신작 영화를 선보였길래 나도 바로 봤다.
위에 시놉시스에 적은 유명 배우들 외에도 케이트 블란쳇('브리(Brie)'라는 TV 쇼 진행자 역), 티모시 샬라메('율(Yule)'이라는 동네 청년 역), 아리아나 그란데('라일리 비나(Riley Bina)'라는 팝스타 역), 그리고 키드 커디('DJ 첼로(Chello)'라는 팝스타 역)까지.
아리아나 그란데의 캐릭터는 극 중에서 비중은 작지만, 콘서트에서 다가오는 헤성에 대한 노래를 부르는데 이게 또 쓸데없이 좋다. 재능 낭비란 이런 것인가.
키드 커디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캐릭터와 연일 이슈를 몰고 다니는 셀럽 커플의 상대 역을 맡았다. 이런 조합이라니, 상상해 본 적도 없는데.
스포일러를 할 생각은 없으니 간단하게만 평을 하자면, 웃긴데 안 웃긴 블랙 코미디이다.
당장 지구 멸망이 코앞인데 '그 가능성이 100%냐 아니냐'를 따지고 앉아 있는(과학은 절대 100%라고 말하지 않는대도 그러네!) 답답한 정치인이나, 이 중대한 사안에도 어떻게든 자기네들 이익을 극대화할 방법을 찾으려고 골몰하는 (아무래도 자폐 스펙트럼 상에 있는 것이 분명한) 사업가나, 트럼프 지지자들 못지 않게 단순하고 '애초에 혜성 따위는 없었던 건 아니냐' 음모론까지 제기하는 우매한 대중(모든 대중이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런 대중도 있다는 뜻이다)까지.
현실을 너무 잘 반영해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블랙 코미디라는 뜻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케이트 블란쳇의 캐릭터 '브리'가 흥미로웠다. 깊이도 없이 얄팍한 거 같고 양심도 없고 (특히 성적인) 모럴도 없는 TV 쇼 진행자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배운 여자에 어둠도, 고민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아름답다. 하긴, 배우가 케이트 블란쳇인데 어떻게 아름답지 않을 수가 있을까. 여신님...❤️
조나 힐이 맡은 캐릭터는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참모장 자리에 올라 안하무인 격으로 행동하는 반푼이이다.
그가 등장하는 많은 장면에서 웃음을 준다. 단연코 조나 힐은 좋은 코미디 배우다.
이 영화 리뷰의 부제를 '나는...' 하고 말줄임표로 끝낸 건, 이 문장을 완성하면 스포일러가 될까 봐서 그렇다.
영화를 다 보시고 나면 아마 여러분들도 내가 이 문장을 어떻게 끝맺으려 했는지 유추하실 수 있을 듯하다.
어쨌거나 나는 이 영화의 결말이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딱 이거 외에 다른 적절한 결말은 없을 것 같다. <세상의 끝까지 21일(Seeking a Friend for the End of the World, 2021)> 같은 느낌도 들고(앗, 이건 너무 스포일러인가?).
여튼 2시간 18분 러닝 타임 동안 재미는 보장되어 있으니 츄라이 츄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