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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오리 집사, <오리 집에 왜 왔니>

 

 

어떤 책들은 트위터에서 시작된다. 트위터에서 취미처럼 끄적이던 글 또는 만화가 세간의 눈을 끌어 정식으로 연재될 플랫폼을 찾거나 출간되는 일이 종종 있다. 이 책도 그중 하나다. 작년인가 트위터에서 오리를 키우는 만화를 본 기억이 있는데 그게 어느새 책으로 나왔더라. 와,이게 소셜 미디어의 순기능인가. 취미에서 정식으로 발표되(고 돈도 받)는 작업물이 되다니, 이건 마치 내 꿈!? 

어쨌거나 깜찍한 그림체의 이 그림 에세이는 저자가 우연히 길가에서 다친 오리 새끼를 구조한 후 키워 나가는 이야기이다. 이때 저자의 후배도 같이 오리 새끼를 한 마리 구조해서 처음엔 두 마리였는데 후배의 오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고, 저자의 오리 '오린이'만 남았다. 어린 오리라서 '오린이'인데, 어릴 때는 개나리처럼 노란색이지만 성조가 되어서는 털이 하얗게 변했다. 책 표지에 있는 하얀 오리가 바로 이때의 오린이이다.

나는 사실 이 책을 보기 전에 추리 소설을 읽고 있었는데 (그 책도 다 읽으면 여기에 후기를 쓸 일이 있겠지) 어째서인지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뭔가 머리를 식히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책이 없을까 리디셀렉트를 살펴보았고, 최근 업데이트에서 이걸 발견했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나는 이런 책을, 내가 좋아하는 북튜버 말마따나, 입가심용 책(palate cleanser)이라고 부른다. 가볍고, 귀엽고, 재미있고, 크게 머리 쓸 일이 없어서 기나긴 하루의 끄트머리에도 부담 없다. 게다가 이 책은 짧은 데다가 만화로 되어 있으니 길어야 한두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다. 이처럼 이상적인 입가심용 책이 또 있을까? ㅎㅎ 귀여운 오리를 보며 힐링 할 수 있는데!

저자의 본가가 강원도에 있는 데다가 그곳엔 마당도 있어서 오리를 위한 우리까지 지어 줄 수 있었으니 정말 오린이가 주인을 참 잘 만났다. 저자의 동생,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저자의 옆집 친구까지 다 오린이를 사랑하고 아껴 주니 보는 나까지 다 흐뭇하다. 애초에 오리라는 동물이 대개 가축용으로 길러지고 애완동물로는 보기 힘든데, 그래서 더 이 책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이 책이 아니라면 오리가 사회적인 동물이라 혼자 있으면 불안해한다는 사실을 어디서 배울 수 있겠는가. 맹세코 난 몰랐다. 어미나 동족을 찾으려고 하는 불안해하는 오리를 달래 주기 위해 거울, 손과 얼굴이 달린 큰 인형, 연기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또 어떻고?

오린이 하나만으로도 너무너무 귀여운데 옆집 친구가 기르는 시바견 '푸들'(다시 말하지만 종은 시바견이다)과 나중에 오린이에게 오리 문화를 가르치기 위해 모셔온 '오리 선생님'까지 등장해서 귀여움이 곱절이 된다. 귀여운 거 ✖️ 귀여운 거 🟰 더 귀여운 거! 귀여움이 우리를 구원할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내 호주인 친구에게도 이 책을 보여 주니 아주 귀엽단다. 특히 오린이의 'X'자 항문을 좋아했다. 얘 아직 항문기인가...

책이 길지 않은데 (종이책 기준 236쪽) 책 후반쯤 되면 오린이의 사계절도 나오고 오린이가 가족이 된 지 1년이 지났다는 말도 나와서 혹시나 하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는데, 다행히오린이는 저자와 저자의 가족, 그리고 친구와 잘 살고 있다는 것으로 끝이 난다. 휴. 해피 엔딩이라서 이렇게 다행일 수가. 다행히 기쁜 마음으로 여러분에게 이 책을 추천할 수 있게 됐다. 표지의 오린이를 보시라. 그리고 믿으시라, 이 귀여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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