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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최훈, <왜 얼굴에 혹할까>

by Jaime Chung 2022.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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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최훈, <왜 얼굴에 혹할까>

 

지각 심리학자인 저자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면서 흔히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주제들을 뇌 과학과 심리학을 이용해 설명한다. 저자가 글을 잘 쓰는지, 아니면 편집자 솜씨가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글이 아주 깔끔하니 읽기 쉽고 편하다. 각 꼭지를 시작할 때 나오는 짧은 상황 제시 글도 유머러스하고, 꼭지 마무리는 적당히 시사점을 남기면서도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다. 딱 대중을 위해 잘 만들어진 인문 교양서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얼굴 몰아주기’는 심리학적으로 볼 때 효과적이지 않다. 저자는 이 점을 ‘동화 효과’를 들어 설명한다.

동화 효과는 대비 효과와 정반대로 2개의 자극이 있을 때 그 차이를 축소해석하고 유사성을 확대해석하는 편향이라고 할 수 있다.

동화 효과를 매력에 적용하면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둘의 매력도는 서로 유사해진다. 즉 나보다 매력적인 사람과 함께 있으면 내 매력도가 향상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나보다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다면? 아쉽게도 내 매력도는 낮아진다. 매력의 동화 효과도 역시 실험을 통해 검증되었다.

동화 효과의 측면을 고려하면 외모 몰아주기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어 주변인들의 매력이 낮아진다면, 그중 가장 높을 수밖에 없는 내 매력이 실제보다 더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얼굴 몰아주기를 하느니 그냥 다들 최대한 매력적인 각도 또는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 게 좀 더 효과적이라 하겠다.

아이돌 그룹에 한 명쯤 있게 마련인 ‘비주얼 센터’도 심리학적으로 보면 아주 효과적인 전략이다.

이렇게 집단의 매력이 형성되면, 동시에 맥락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에 영향력이 강해진다. 예를 들면 새롭게 데뷔한 A라는 아이돌 그룹에 대해 ‘매력적인 사람 옆에 매력적인 사람’이 있는 비주얼이 강한 그룹이라는 집단 매력에 대한 판단이 내려지면, A에 속한 각 멤버는 실제보다 더 높은 매력을 지닌 것으로 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이루어진 연구는 집단-매력 효과(Group-attractiveness Effect)라는 현상을 보고했는데, 이는 집단을 구성하는 개인의 개별 매력도를 산술적으로 평균 낸 ‘산술적 평균 매력’에 비해 지각된 집단의 매력이 더 높은 현상이다. 즉 4명(A﹒B﹒C﹒D)으로 이루어진 집단이 있다고 가정하자. 개개인의 매력을 점수화했을 때 각각 70﹒70﹒80﹒100점이었다면, 이 집단 매력의 산술적인 평균은 80점이 된다. 그런데 4명을 동시에 보여주고 이 집단의 매력에 점수를 매겨보라고 하면 85점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집단-매력 효과의 발생 원인으로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의 역할에 주목했다. 집단 내에서 가장 매력적인 얼굴(앞의 예에선 D)에 주의가 더 많이 주어지고, 그 결과 D의 매력이 전체 집단 매력 판단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구자들은 매력도가 낮은 얼굴 자극보다 매력도가 높은 얼굴 자극을 참가자들이 더 잘 기억했고, 눈 운동 추적기(eye tracker)를 통해 집단 내 가장 매력적인 사람에게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문다는 것을 확인했다. 집단-매력 효과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으로 이루어진 집단에서도, 여성과 남성으로 이루어진 집단에서도 발생했다.

‘꽃다발 효과’는 그렇다면 과학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 책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어느 부분에서는 ‘엥, 그렇다니까 그런 줄은 알겠지만, 좀 다르게 볼 여지는 없나요?’ 하고 되묻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예컨대, “페이스북의 프로필 페이지를 통해 사용자의 성격을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연구가 많다고 저자가 언급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성격이란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가령 MBTI를 말하는 건지, 아니면 심리학에서 말하는 주요 ‘Big 5’(5가지 성격 특성 요소; 신경성, 외향성, 친화성, 성실성, 개방성)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사용자의 “실제 성격”이란 또 무엇인가? 나는 개인의 성격이 쉽게 정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여기에서 “성격”을 어떻게 정의했는지 무척 궁금하다. 물론 책 뒤에 참고문헌 목록이 있긴 한데, 내가 도서관에거 빌려 본 버전에서는 참고문헌 번호와 출판가 이메일, 블로그 주소, 인스타그램 주소 등이 모두 먹칠이 되어 있었다. 드래그를 해서 보면 보이긴 하는데 보통 뭐가 궁금하다고 직접 논문까지 찾아보진 않으니까…. 일단은 먹칠을 해서 드래그를 해야만 보이게 되어 있는 이북 뷰어의 잘못이다! (라고 우기고 싶다)

그건 그렇다 쳐도 내 안의 반골 기질이 솟아오르려 하는 부분은 또 따로 있다. 저자가 사회학자가 아니라 심리학자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해도 사회﹒문화적 영향을 취사선택적으로 인정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바로 안경이 매력도에 끼치는 영향을 다루는 부분이 그렇다.

안경을 쓰면 전반적으로 더 지적으로 보이고,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것으로 느껴졌으며, 더 능력 있어 보인다. 반면 안경을 쓰면 매력은 떨어지는 것으로 느껴지는데, 특히 이 효과는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강하게 적용된다.

이런 결과는 국내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여성의 경우 안경을 착용했을 내 능력과 관련된 요소에서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으나, 온화한 정도라든가 이타성 등 성격을 나타내는 성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고, 매력도 더 낮게 평가받았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다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실이다. 그다음 문단이 문제적이다.

이와 같은 안경 효과에 대해 사회적 인식의 영향을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간주한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눈이 나빠져 안경을 쓸 확률이 높고, 그런 사람이 일반적으로 유능한 경향이 있다’는 편견이나 ‘안경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얼굴을 가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라는 선입견이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왜 이런 선입견이 굳이 여성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치는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정말 몰라서인지, 아니면 모르는 척하며 슬쩍 논란이 될 수도 있는 점을 무마하며 넘어가고 싶어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저자야 사회학자가 아니니까 왜 ‘유능하게 여겨지는 여성이 (외모적) 매력도가 낮게 여겨지는지’를 설명하거나 이제는 성차별적인 이중 잣대를 놓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잖아요, 왜 안경 쓴 (=똑똑할 것으로 여겨지는) 여성이 매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지는지. 그거야 가부장적, 여성혐오적 사회에서 여성에게 지적 능력은 큰 매력 포인트가 아니고 그저 외적으로 어리고 예쁜 게 지적 능력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니까죠. 심지어 서양에는 금발 여자가 멍청하다는 편견도 있을 정도로 여성에게 지성과 외적 매력은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보는 그 시선 자체가 여성 혐오인 거라고요!! 이걸 저자가 굳이 길게 설명하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저렇게 말하고 바로 그다음 문단에서 “하지만 이런 사회적 인식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아도”라고 말하며 사회적 인식의 영향을 충분히 인정하지 않으려는 게 킹받는 포인트다.

게다가 분명 여기에서는 이렇게 사회적 요인은 무시하면서 뒤에 가서는 피부색과 매력의 관계를 확인하면서는 사회적 영향이 없었나 살펴본다! “하지만 이런 연구는 대부분 백인이 주도적인 사회나 서구 백인 문화에 친숙한 지역에서 주로 진행되었다.”라고 언급하는 것이다. 또한 그 뒤에 나오는 어떤 장에서는 외국에 비해 한국인이 표정 짓기에 인색한 것을 “사회/문화적으로 설녕하기도 한다.”라고 덧붙인다. 사회 문화적 요인을 왜 어떤 때는 인정하고 어떤 때는 슬쩍 넘어가나요? 제발 하나만 해 주었으면. 그냥 안경이 여성의 매력도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이는 여성에 대한 사회﹒문화적 시선에 기인한다.” 정도로 간단히만 언급했어도 내가 이렇게까지 어이 없지는 거다.

서평을 요약하자면, 이 책의 제목에 이렇게 대답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그것이 인간이니까(끄덕).’ 얼굴에 혹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물론 외모 지상주의가 용납된다는 뜻은 절대 아니며, 각 지역 또는 국가의 문화 또는 사회적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 정도 상식만 탑재하고 있다면 누구나 가볍게 읽어 보기에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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