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Ladies in Black(레이디스 인 블랙, 2018) - 1959년 시드니, 백화점 여성복 코너 여인들 이야기

by Jaime Chung 2018. 9. 21.
반응형

[영화 감상/영화 추천] Ladies in Black(레이디스 인 블랙, 2018) - 1959년 시드니, 백화점 여성복 코너 여인들 이야기

 

 

감독: 브루스 베레스포드(Bruce Beresford)

 

1959년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시드니(Sydney)의 굿즈(Goode's) 백화점 칵테일 드레스 층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패티(Patty Williams, 앨리슨 맥기르 분)는 붉은 머리가 고혹적인 여성으로, 남편 프랭크(Frank, 루크 페글러 분)와 아이를 갖고 싶어 한다.

혹시 자신이 난임인가 싶어 병원에 가 보았지만 신체적 문제는 없단다. 다만 남편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면 애초에 아이를 기대할 수 없을 거라고.

그래서 그녀는 남편의 눈길을 끌기 위해 예쁜 슬립을 (직원 할인가로) 산다.

반면 패티의 친구, 금발의 페이(Fay, 레이첼 테일러 역)는 싱글로, 친구가 소개해 주는 남자도 만나 봤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녀는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숙녀의 손등에 키스를 해 주는 예의를 갖추는, 멋진 남자를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또한 오늘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해 일손을 도와줄 임시 아르바이트생이 들어오는 날이다.

카트라이트 부인(Miss Cartwright, 노니 해즐허스트 분)은 16살짜리 어리숙한 소녀 레슬리 마일스(Leslie Miles, 앵거리 라이스 분)를 데려와 직원들에게 소개시킨다. 레슬리는 남자애 이름 같은 자기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고 자기 이름이 '리사(Lisa)'라고 말해 버린다.

자기 멋대로 개명을 한 이 초짜 아르바이생은 고급 칵테일 드레스 부띠끄인 '모델 가운(Model Gown)'을 운영하는, 슬로베니아 출신 호주 이민자인 마그다(Magda, 줄리아 오몬드 분)의 손에 이끌려 그녀 일을 돕게 된다.

마그다는 고급 취향을 가진 비즈니스우먼이지만, 그녀의 가게에서 일하지 않는 다른 직원들은 그녀를 '거만하고 콧대가 높다'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말단 아르바이트생이라 이런 걸 따질 여력이 없는 리사는 마그다의 밑에서 일하면서 그곳에 전시된 아름다운 드레스와 사랑에 빠진다. 물론 자신이 감히 꿈꿔 볼 수도 없는 비싼 가격이지만.

마그다는 리사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고, 그녀를 자기 집에 점심식사 하러 오라고 초대하기도 한다.

영화는 백화점의 크리스마스~새해 시즌이 끝날 때까지의 패티, 페이, 리사, 마그다, 이 네 여인들의 이야기를 보여 준다.

 

세련된 감각의 소유자 마그다(사진 왼쪽 검은 원피스 입은 여성)

 

왼쪽부터 패티, 가운데 안경 쓴 소녀가 리사(=레슬리), 오른쪽 금발이 페이

 

조명이 아래에서 비쳐서 무슨 음모를 꾸미는 것처럼 나왔는데 사실 그런 건 아니고 새 아르바이트생 리사가 들어와서 거들떠 보는 장면이다. 오해 마시라.

 

1993년 출간된 매들린 세인트 존(Madeleine St John)의 소설 <The Women in Black>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이 책은 2015년에 <Ladies in Black>이라는 제목의 뮤지컬로 제작되기도 했다(원래 이야기의 배경이 칵테일 드레스를 파는 백화점 2층이기도 해서 의상도 꽤 신경 쓴 거 같다. 이 뮤지컬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시거나 예쁜 옷이 보고 싶으시면 이 링크를 따라가 보시라. http://www.prodijee.com/theyre-back-in-black/)

국내에 이 소설은 아직 번역 및 출간되지 않았다. 아쉽다. 원작 소설도 재밌을 것 같은데.

위에서 간략히 소개한 네 여인들의 이야기를 돌아가며 보여 주는데, 소소하게 재미있고 잔잔하게 볼만한 드라마라고 평할 수 있겠다.

감독은 우리나라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Driving Miss Daisy, 1989)>의 브루스 베레스포드.

 

패티는 남편과의 '친밀감'이 고민이고, 페이는 멋진 남자를 만나고 싶어 하며, 리사는 아버지에게 시드니 대학교 입학을 위한 장학금 신청서를 어떻게 아버지 기분 좋으실 때 내밀어 사인을 받아 낼까가 걱정이다.

마그다는 딱히 삶에 불만이랄 것이 없지만 자신과 남편 스테판(Stefan, 뱅상 뻬레 분)의 친구인 루디(남편처럼 헝가리 출신 이민자이다, Rudi, 라이언 코르 분)가 여자 친구로 사귈 만한 '건강하고 예쁜 호주인 여자'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자 고민에 휩싸인다.

그리고 리사와 이야기를 나눠 본 뒤, 페이를 루디에게 소개해 주기로 한다.

새해 전야 파티에 둘을 초대해(사실 그때까지 페이는 마그다와 서먹한 사이였다) 만나게 해 준 후로는 '바람둥이인 루디가 페이를 가지고 놀거나 하면 어떡하냐, 중매쟁이 노릇도 못해 먹겠다'라며 남편에게 투덜거리자 남편은 '그거야 그 둘이 알아서 할 일이지'라며 일축해 버린다.

뭐 이런 식으로 딱 봐도 '로맨틱 코미디'인 드라마 영화라고 소개하면 적절할 듯하다.

 

사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선 다소 낯선,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모르는 호주의 문화를 잘 보여 준다.

나중에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다시 포스팅할 것 같긴 하지만, 여기에도 간략히 써 보겠다.

호주를 비롯한 영국, 아일랜드, 뉴질랜드, 캐나다 같은 영연방(Commonwealth) 국가들의 문화이기도 한 '크리스마스 크래커(Christmas cracker)'를 아시는지? '봉봉(bon-bons)'이라고도 한다.

이건 가운데 부분은 도화지로 만들어진 원통형이고, 그 옆은 화려하고 밝은 색의 포장지로 포장돼 있다. 커다란 사탕 모양이라고 보면 된다(크다고 해서 엄청 큰 건 아니고 대략 500ml 물병 정도 크기이다).

 

 

이렇게 생겼다.

이걸 두 사람이 각각 양끝을 한 손으로 잡고 당긴다.

 

 

그러면 작은 폭죽 소리, '뻥' 소리가 나면서 한쪽이 더 크게 찢어진다.

안에는 초콜렛이나 사탕 따위와 함께 종이 왕관, 농담이 쓰인 종이가 들어 있다.

 

 

과자는 먹으면 되고, (위에 사진만 봐도 대충 느낌이 오겠지만) 대개 아주 얇은 불투명 색지로 된 종이 왕관은 아래 사진처럼 머리에 쓰면 된다.

 

크리스마스 종이 왕관을 쓴 일반인들 사진을 퍼 올까 하다가 그건 초상권 침해인 것 같아 <닥터 후(Doctor Who)>에 나온 데이빗 테넌트(David Tennant) 짤로 대체ㅎㅎ

 

농담은 파티에 모인 사람들을 위해 한번 크게 읽어 주시라(웃기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에는 흔히 래밍턴(lamington)을 먹는다. 이건 초콜렛 소스를 흡수시키고 코코넛 가루를 뿌린 스펀지 케이크인데, 자세한 내용은 바로 어제 포스팅한 이 글을 참조하시라.

 

 

(2018/09/20 - [호주 이야기] -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문화] 스펀지 케이크+초콜렛 소스+코코넛 가루 = 호주의 래밍턴(Lamington))

또한 리사의 대학교 합격 여부를 알기 위해 옛날 우리나라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해당 대학교 앞 게시판으로 찾아가는 장면도 나온다.

거기 게시판에서 손으로 자기 이름이 있나 짚어 가며 찾는 것이다. 1959년에는 호주도 이런 식으로 합격자 발표를 했구나 싶어서 무척 신기했다.

 

영화는 뒷부분 결말이 어차피 해피 엔딩으로 끝날 거 다 아는데 그걸 좀 스피디하게 보여 주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의 페이스 그대로 진행해 나가는 감이 없잖아 있긴 하다.

요즘은 영화 끝나기 한 15~20분 전까지 '와, 이거 어떻게 끝을 내려고 이렇게 일이 자꾸 악화되지?' 싶을 정도로 긴장감을 끝까지 최대한 끌었다가 재빠르게 마무리를 하는 경향이 (특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있는데, 이건 그런 느낌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뭐야, 다들 이미 행복해졌잖아. 근데 왜 아직 안 끝나?'라는 느낌에 가까우면 가깝지. 나처럼 성격 급한 분들은 마음을 편히 먹고 보시라ㅎㅎㅎ

 

<Ladies in Black>의 원작 소설 <The Women in Black>의 겉표지

 

이 영화는 호주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싶으신 분들이 보면 좋을 것 같다. 위에서 말한 크리스마스 풍습뿐 아니라 1950년대의 트램(tram) 모습도 나온다.

그냥 소소한 로맨틱 드라마를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도 추천한다.

아, 참고로 영화 제목이 <Ladies in Black>인 건, 포스터를 보고 이미 감을 잡으셨을지도 모르지만, 영화 속 여인들이 굿즈 백화점에서 검은색 원피스 유니폼을 입고 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은 옷을 입은 여인들'인 것. 제목만 보면 공포 영화라고 착각할 수도 있을 듯.

그리고 또 뻘한 말이지만 '리사' 역의 앵거리 라이스라는 배우가 심은경 씨를 조금 닮아 보였다. 극 중 역할도 심은경 씨가 맡는 캐릭터처럼 사랑스러운 느낌이기도 하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