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이야기] 호주 수돗물, 마셔도 되나요?
오늘은 오스트레일리아/호주로 여행을 가거나 워킹 홀리데이(Working Holiday), 유학, 또는 이민을 가시는 분들이 궁금하실 만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 드리겠다.
질문은 포스트 제목처럼 "호주 수돗물, 마셔도 되나요?"이고 대답은 "네, 마셔도 됩니다."이다.
여기까지만 쓰면 포스트가 너무 싱겁고 짧아지므로 조금 더 알아보도록 하자.
호주의 대중교통은 '이용하기 편하고 잘 정비되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 전 세계 국가들을 일렬로 세워 놓으면, 한 50위쯤 할 것이다(이는 아래 포스트에서도 다룬 적 있다).
(2018/09/06 - [호주 이야기] -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이야기] 호주의 신호등과 대중교통(길치들 주의!))
그렇지만 이런 호주도 상수도 품질로는 상위권을 차지한다.
호주는 한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서유럽 등을 포함해 '수돗물을 그대로 마셔도 되는 나라'들 중 한 곳이다.
그래서인지 호주 음식점에 가 보면 우리나라처럼 잘 보이는 곳에 정수기를 놓은 곳은 없다(나는 여태껏 한 번도 못 봤다).
생수(bottled water)나 다른 음료를 시키지 않고 그냥 물을 달라고 하면 수돗물을 받아서 준다(나도 여태껏 잘 받아 마셨다).
수돗물로 샤워를 하면서, 또는 이를 닦으면서 물을 조금 마셔도 전혀 상관 없다.
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질병 통제와 예방을 위한 센터)에 따르면 호주는 '음식과 수질 기준은 미국과 비슷하며,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평소에 본국에서 하는 것 이상으로 음식이나 물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라고 되어 있다.
'다만 시골이나 외떨어진 지역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은 규제받지 않은 물 공급원(개인 우물 같은)을 주의해야 한다'라고 덧붙이긴 한다(자세한 내용은 https://wwwnc.cdc.gov/travel/destinations/traveler/none/australia?s_cid=ncezid-dgmq-travel-single-001를 참고하시라).
하지만 멜버른(Melbourne)이나 시드니(Sydney) 등등 도시에서 지낼 분들이라면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
호주는 어느 곳을 가든 '호주 음용수 품질 가이드라인(Australian Drinking Water Guidelines)'에 따라 규제된, 충분히 마실 만한 수준의 수돗물을 공급한다.
특히 위에 언급한 두 도시는 특히나 세계적 품질의 수돗물을 자랑하니 당연히 그냥 마셔도 된다.
뉴 사우스 웨일스(New South Wales) 주의 주 정부 웹사이트에서도 '건강을 위해 물을 마시자'며, '병에 든 생수가 그 지역의 음용수보다 반드시 더 안전한 것은 아니다(Bottled water is not necessarily any safer than your local drinking water).'라고 밝혔다.
(출처: https://www.health.nsw.gov.au/environment/water/Pages/drinking-water-and-public-health.aspx)
그렇다고 해서 호주인들이 수돗물만 마시느냐 하면, 그건 당연히 아니다.
병에 든 생수를 사서 마시는 호주인들도 분명히 있다. 2015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530만 명의 호주인들이 지난 7일간 생수를 마셨다고 한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50세 이하의 젊은 층, 특히 25-34세의 젊은이들이 생수를 마시는 경향이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험자에게 어떤 것인지 병 생수와 수돗물인지 알려 주지 않고 마신 후 맛을 비교하게 한 결과, 대부분 맛을 구분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그럼 이들은 왜 생수를 사 마실까? 시드니에 생수를 공급하는, 주 정부가 운영하는 수도 회사 '시드니 수도(Sydney Water)'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편리함이나 가격, 환경적 영향은 부가적인 요소라고 한다.
진짜 주요 원인은 수질에 대한 인식이란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생수 병 패키지에 그려진, 자연적이고 깨끗한 수원의 이미지가 댐, 파이프, 수도의 이미지보다 훨씬 더 위안이 된다고(reassuring) 대답했다.
일부는 "실제 수질보다는 브랜드의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 또는 "정말로 고품질인 게 아니라면 합법적으로 이 생수를 팔 리가 없다"라고 응답하기도.
(출처: https://www.choice.com.au/food-and-drink/drinks/water/articles/is-bottled-water-safer-than-tap-water)
하지만 2012년자 <데일리 텔레그라프(Daily Telegraph)>나 2016년 자 <시드니 모닝 헤럴드(The Sydney Morning Herald)> 기사를 보면 보통의 평범한 수돗물을 병에 넣어 판 생수 판매업자들도 있다.
예를 들어, '네이처스 베스트(Nature's Best)'라는 브랜드의 생수는 수돗물을 '순수한, 안전한(pure, safe)'이라는 레이블을 붙인 병에 담아 호주 전역에 600ml당 2달러로 팔았는데, 이는 무려 1,720퍼센트의 폭리를 취한 셈이다.
보통 사람들은 생수가 깨끗한 수원에서 그대로 병에 담겨 팔린다고 생각하지만, 물 안에 들어 있는 미생물들이 수질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필터링 같은 인간적인 개입이 전혀 없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그러니 마트에서 생수를 살 때 레이블을 유심히 보시라.
'광천수(mineral water)'나 '샘물(spring water)'이라는 말은 '마운트 프랭클린(Mount Franklin)'이나 '피지 워터(Fiji Water)' 같은 브랜드에서 사용하는데, 진짜 샘물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정제된(purified)'이나 '오가닉(organic)'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생수는 (호주 기준) 1리터당 1센트의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수돗물과 똑같다.
그러니 레이블을 꼼꼼히 확인하시고 괜히 돈을 낭비하지 않도록 하자.
음용수 전문가인 스튜어트 칸(Stuart Khan)에 의하면, 병에 담긴 생수가 수돗물보다 더 깨끗하거나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mistake)'이라고 한다.
(호주에서는) 병 생수와 수돗물이 각각 다른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데, 수돗물이 병 생수보다 더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한다고.
(출처: https://www.choice.com.au/food-and-drink/drinks/water/articles/is-bottled-water-safer-than-tap-water)
정수기 사용은 뭐, 딱히 내가 권하거나 권하지 않을 이유도 없지만, 호주의 수돗물은 마셔도 되는 수준이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수돗물의 맛이 마음에 들지 않아 생수를 사 마신다거나 한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정말 수돗물보다 나은 품질이라고 보장하기는 어려우니 개인의 선호에 따르시라.
다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냥 보통 수돗물을 병에 담아 파는' 그런 장삿속에 속아 넘어가지 않으셨으면 한다.
자, 그럼 오늘 호주 수돗물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 제 글이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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