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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 나누기

[아는 것 나누기] 1만 보를 걸어도 소용없다? - 만보기와 1만 보 걷기의 진실

by Jaime Chung 2023.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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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 나누기] 1만 보를 걸어도 소용없다? - 만보기와 1만 보 걷기의 진실

 

현대인은 바쁘다. 따로 운동을 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많은 현대인에게 권해지는 것, 또는 현대인들이 차선으로 선택하는 것은 ‘걷기’이다. 가능하면 1만 보 이상을 걷기를 목표로 틈틈이 걸으면 나쁜 자세나 늘어난 체중, 저질 체력 등의 건강 문제도 저절로 해결되리라고 믿으면서.

정말 그럴까? 결론부터 까놓고 말하자면 ‘아니오’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걷기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하루에 ‘1만’ 보를 걸으면 건강에 좋다는 믿음에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의사들과 연구자들이 열심히 연구를 해서 낸 결과가 1만 보라는 숫자인 것 같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 구체적인 숫자가 나온 배경은 이러하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이 열렸는데 일본의 ‘야마사’라는 제조 업체에서 걸음 수를 측정해 주는 기기를 개발했다. 야마사는 이 제품에 ‘만보계’라는 이름을 붙이고 하루에 1만 보를 걸으면 건강에 좋다는 마케팅 캠페인을 펼쳤다. 이 캠페인은 대성공이었고, 1만 보라는 숫자는 많은 이들의 기억에 착 달라붙었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2019년에 하버드 의대의 이민 리(I-Min Lee) 교수가 이끈 연구 팀은 70대 여성 1만 6천 명을 대상으로 하루 걸음 수와 사망 가능성의 관계를 연구했다. 모든 여성은 깨어 있는 시간 동안의 움직임을 측정할 기기를 착용하고 일주일을 보냈다. 평균 4년 3개월 이후, 연구 팀은 이 여성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사망했는지, 살아 있다면 건강 상태는 어떤지) 확인했고, 504명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생존자들의 평균 하루 걸음 수는 5천 5백 걸음에 불과했다. 하루에 4천 보 이상 걸은 여성은 2천 7백 보를 걸은 여성보다 생존해 있을 확률이 높았다(논문).

하지만 하루에 7천 5백 보 이상을 넘어가면 그 차이는 별로 없었다. 하루에 7천 5백 보까지는 많이 걸을수록 생존 확률이 높아졌지만, 7천 5백 보에 달하면 별 의미가 없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연구의 맹점은 이미 걸음 수와 질병, 사망의 관계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은 많이 걷고 싶어도 많이 걸을 몸 상태가 아니었을 것이고, 따라서 건강 상태가 좋은 사람들만이 당연히 오래 걸을 수가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1만 보라는 목표는 솔직히 달성하기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5천 보 정도라면 모를까, 1만 보는 확실히 매일매일 하기엔 너무 많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하루에 1만 보 걷기를 시도조차 하지 않을 수 있다. 영국 십 대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13살, 14살 청소년들은 처음엔 목표가 주어진 것에 신나 하고 즐거워했지만, 그 목표를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고 불평했다고 한다(논문). 비슷하게도, 미국의 듀크 대학교 심리학자 조던 엣킨(Jordan Etkin)은 피실험자들에게 하루 동안 만보기를 차게 하고 생활하도록 만들었다. 사람들은 만보기의 덮개가 씌워져 있어서 자신이 걸은 걸음의 수를 알지 못했을 때 걷기를 더 즐겼다. 만보기 숫자를 볼 수 있었던 사람들은 걷기가 ‘일처럼’ 느껴졌다고 대답했다. 아마 만보기를 보면서 ‘이것밖에 안 됐어? 더 걸어야겠네’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논문).

 

결론적으로, 사람이 꼭 하루에 1만 보를 걸어야 건강에 좋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1만 보라는 숫자에 특별한 건 없다. 자신이 걷기를 좋아한다면 걷기를 그만둬야 할 이유는 없지만, 건강과 체력을 위해서라면 걷기보다는 근력 운동이 더욱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다. 한 기자가 스포츠의학센터의 도움을 받아 직접 생체 실험을 해 본 결과, 20분의 근력 운동이 약 2시간이 걸리는 1만 보 걷기보다 더욱 운동 효과가 컸다(기사). 이 기사의 말미는 스포츠의학 전문가인 삼성서울병원 박원하 교수의 말을 인용하는데, “신체 건강이 증진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보면 심폐 기능과 폐활량, 근육량 등이 증가한다는 것”이며 “이 중 심폐 기능과 근육량은 일정 강도 이상의 운동으로 단련 가능하다”라고 했다. 다시 말해, 이런 단련을 하려면 걷기보다 격렬한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모든 게 확실해졌다. 1만 보를 걸으려고 노력하기보다 숨이 찰 정도의 활동을 하는 게 낫다. 걷기를 즐기신다면 1만 보라는 숫자에 얽매이지 마시고 즐기시되, 건강의 여러 면을 증진시키고 싶으시다면 근력 운동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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