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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June Again(준의 계절)>(2020)

by Jaime Chung 2023.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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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June Again(준의 계절)>(2020)

 

 

⚠️ 아래 영화 후기는 <June Again(준의 계절)>(2020)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준(노니 헤이즐허스트 분)은 5년 전에 뇌졸중을 겪은 이후로 실어증을 동반한 치매가 와서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다. 자꾸 예전 젊었을 시절 애인이 떠오르고, 눈앞에 있는 자식들이 말을 해도 집중이 잘 안 된다. 그녀의 치매가 얼마나 심하냐면, 요양원에서 도망치려고 요양원 직원에게 도어락 비밀번호를 물어봐도 그냥 대답해 줄 정도다. 요양원 직원에게 비밀번호를 들은 후 입으로 중얼중얼 외우면서 가도 도어락에 닿을 때쯤엔 이미 다 까먹기 때문에 가르쳐 줘도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준은 정말 기적처럼 멀쩡한 정신이 돌아온다. 준의 담당 의사는 이렇게 명료한 정신이 돌아온 것도 놀랍지만, 이런 시기가 얼마나 지속될지 확신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자식들도 보고 싶지만, 자식에게 넘겨 준 가업도 잘 굴러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게 많다. 준은 요양원에서 도망을 감행하는데…

 

치매라는 소재를 다룬 호주 영화. 노니 헤이즐허스트는 내가 이번 달에 리뷰를 쓴 <Long Story Short(롱 스토리 쇼트)>(2021)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중년 여인으로 나왔더랬다. 그래서 반가웠는데 솔직히 내가 아는 어떤 호주 여성을 닮아서 더 반갑고 무섭고 (그분이 원래 존재감이 장난 아니신 분이라. 좋은 의미로!) 그랬다.

호주 배우들을 데리고 만든 호주 영화라는 점, 노니 헤이즐허스트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난 점은 높이 사지만, 솔직히 이렇게 ‘잔잔한’ 영화는 딱히 내 취향이 아니라서… 아니, 잔잔한 영화라고 하기엔 뭔가 굵직한 설정이 충격적인 부분이 있다. 예컨대 준의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버지는 게이였고, 준은 아이들이 어릴 때 준이 ‘찰리 호스’라는 애칭으로 부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다, 준의 손자인 피어스(오티스 단지 분)는 준의 아들이자 피어스의 아빠인 데본(스티븐 커리 분)이 낸 사고 때문에 아직도 다리를 절고 있다, 같은 것. 와, 이런 설정 너무 과하지 않나요… 그런데 또 영화를 몰입해서 보다 보면 그냥 그러려니, 대단치 않게 여겨진다는 게 이 영화의 놀라운 점이랄까.

‘찰리 호스’라는, 젊은 시절 준의 애인을 찾다가 찾다가 실패했는데, 알고 보니 영화 맨 처음에 나온, 준을 돌봐주던 요양원의 노년 직원이 바로 그 남자였다는 반전은 좀 놀라웠다. 하지만 결국 그 명료한 정신을 잃은 준이 다시 요양원 신세가 되는 건 슬펐다. 이제는 사이가 나빴던 자식들, 그러니까 딸 지니(클로디아 카번 분)와 아들 데본이 다시 화해하고 사이가 좋아진다는 건 긍정적이지만, 결국 준은 점차 죽음을 향해 갈 거잖아요… 치매라는 소재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만큼 밝게, 긍정적으로 그리려고 노력한 건 좋은데 말이죠… 미래의 현실이 너무 눈앞에 빤히 보여서 슬프다고요ㅠㅠ

가족이나 아는 사람 중에 치매를 앓으셨거나 다른 이의 치매 때문에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하신 분이 계시다면 이 영화에 더욱 몰입해서 눈물 콧물 다 쏟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말에 해당 사항이 있으신 분들은 영화 보다 우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시다면 잘 생각해서 이 영화를 볼지 말지 결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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