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오늘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귀여운 크리스마스 전통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이름하여 ‘선반 위 엘프(The Elf on the Shelf)’. 우리나라에선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랄지 캐릭터는 대체로 산타 클로스와 루돌프 정도일 것이다(물론 아기 예수님과 그 주변 인물도 있겠지만). 하지만 서구권에서는 산타 클로스 곁에 꼭 엘프가 있다. 엘프는 대략 이렇게 생긴 존재로, 산타 클로스를 도와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만든다고 여겨진다. 윌 페럴 주연의 <Elf(엘프)>(2003)를 생각하시면 된다.
(이미지 출처)
이런 엘프가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각 집안을 장식하는 존재가 된다. 캐롤 에버솔드(Carol Aebersold)가 쓴 동명의 책 <선반 위 엘프>에서 유래한, 비교적 최근에 생긴 전통인데,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스카우트(scout), 그러니까 정찰병 엘프가 해 떠 있을 때는 얌전히 숨어 있다가 다들 잠든 시간이 되면 북극으로 가서 산타에게 그날 있었던 일(누가 착한 아이이고 누가 나쁜 아이인지, 누가 뭘 했는지 등등)을 보고한다. 그러고 나서 다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기 전, 엘프는 북극에서 다시 사람들의 집으로 돌아가 새로운 곳에 숨는다. 일종의 숨바꼭질 놀이인 셈이다. 그리고 이 정찰병 엘프는 아이가 이름을 정해 주고 사랑해 주면 마법의 힘을 얻는다고 한다.
저자 캐롤 애버솔드에게는 쌍둥이 두 딸, 찬다 벨(Chanda Bell)과 크리스타 피츠(Christa Pitts)가 있었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엘프 인형을 가리켜 이 엘프가 너희들을 지켜보고 있으며 만약 나쁜 짓을 하면 산타에게 가서 말할 거라고 딸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매일 밤 엘프 인형을 다른 곳으로 옮겨 두는 건 덤. 그렇게 두 딸들은 재밌고 귀여운 ‘전통’을 즐기면서 컸는데, 2003년에 찬다가 엄마네 집에 들렀을 때, 어릴 적 그 추억이 가득한 엘프 인형을 보고 영감을 얻었단다. 그래서 엄마에게 ‘우리 집안 전통을 담은 이야기를 써야 해요’라고 엄마에게 제안했다고(출처).
그리고 정말로 찬다와 엄마 캐롤은 합심하여 정찰병 엘프 이야기가 담긴 동화책 <선반 위 엘프>를 쓰기 시작했고, 2005년에 이를 출판한다. 이 동화책은 큰 인기를 끌었고, 많은 이들이 저자네 집안의 ‘전통’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받아들인 이 전통(아니 ‘유행’이라 해야 하나?)에는 크게 두 가지 규칙이 있다.
첫째, 엘프를 만지면 안 된다. 누군가 엘프를 만지면 그 엘프는 마법의 힘을 잃는다.
둘째, 아이들이 잠든 사이에 엘프는 북극으로 날아가 산타에게 그날 아이가 무엇을 했는지, 착한 아이인지 나쁜 아이인지를 보고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깨어나기 전 다시 집으로 돌아와 새로운 곳에 자리잡는다.
물론, 그 ‘새로운 곳’에 자리잡는다는 건 엄마나 아빠 등, 아이의 보호자가 (아이가 잠든 사이에) 하는 일이므로, 딱히 첫 번째 규칙을 깨는 건 아니다. 그 인형을 새로운 곳에 숨기는 사람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만 안 만지면 되는 듯(여담이지만 내 남친은 이 놀이를 몰랐다고 한다. 그래서 남친네 직장 동료가 사무실 한쪽에 갖다 놓은 엘프 인형을 보고 ‘이게 뭐야?’ 하고 만졌다가 직장 동료에게 한소리를 들었다고). 때로는 여기에 세 번째 규칙, ‘아이가 엘프에게 이름을 지어 주어야 한다’를 끼워넣는 이들도 있긴 하다.
<선반 위 엘프> 동화책은 엘프 인형까지 포함해 팔리는데, 아예 책의 이름을 본딴 웹사이트도 있고,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또는 애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들도 많이 판다(아래 스크린샷은 모두 그 웹사이트에서 가져온 것이다). 솔직히 크리스마스가 과하게 상업적이 되었다는 느낌을 지우기는 어렵다. 인형 하나로 오래오래 우려먹을 수 있다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나도 올해에서야 이 ‘전통’을 알게 되었는데, 이전에는 내 친구들이라든지 내가 일하는 곳 사람들이랄지, 여튼 내 주변에는 이걸 굳이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걸 알게 된 건, 내가 현재 일하는 부서에 애 엄마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 한 명이 자기네 집에서 엘프를 매일 밤 어떻게 숨기는지 이야기하면서 사진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주운 사진들을 예시로 보여 드리자면, 대체로 이런 것들이다(아래 사진 네 장 모두 출처는 모두 이 레딧 글이다).
창가 블라인드에 매달린 엘프.
앙증맞은 아이 신발 속에 자리잡은 엘프.
크리스마스트리에 매달린 엘프.
화장실 변기 위에 자리잡은 엘프. 참고로 엘프 옆에 있는 ‘골드피시’ 과자는 ‘고래밥’ 과자의 원조격이다.
내 직장 동료가 시도해 보겠다고 보여 준 ‘선반 위 엘프’ 아이디어는 이거였다. 엘프 인형을 물과 같이 얼린 후, (컵이든 락앤락이든) 틀에서 꺼낸다. 그리고 엘사 인형 옆에 놓은 후 “도와주세요! 엘사가 날 얼렸어요!” 같은 글귀를 쓴 종이를 곁들인다(아래 사진의 출처는 여기).
이외에 <컨트리 리빙(Country Living)> 같은 잡지에서도 ‘선반 위 엘프’ 아이디어들을 공유하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번 살펴보시라. 사실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규칙만 지킨다면 딱히 엘프가 숨을 곳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원한다면 짓궃게 (=야하거나 더럽게) 놀든 상관없다. 나는 일부러 클-린한 버전만 보여 드렸지만 ‘elf on the shelf ideas’ 같은 키워드로 검색하면 정말 기상천외한 것들도 많다.
이 엘프 숨기기 놀이는 대체적으로 11월 24일(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12월 1일 사이에 엘프가 (사람의 집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크리스마스이브, 즉 12월 24일에 산타에게 마지막 보고를 하러 ‘떠남'으로써 끝이 난다. 대략 한 달 정도 이어지는 이 놀이가 재밌어 보인다면 내년 크리스마스에 시도해 보면 어떨까. 그럼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호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이야기] 앗, 과속 딱지가 대중교통 무임승차 벌금보다 싸다? - 멜버른에서 대중교통 탈 때 교통 카드를 꼭 찍어야 하는 이유 (0) | 2023.05.28 |
---|---|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이야기] 호주 485 Post-Study Stream 비자 직접 신청하기 - 몇 가지 팁! (0) | 2023.03.14 |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문화] 시크릿 산타? 크리스 크링글? 래플? 헴퍼? 호주 크리스마스 문화 엿보기 (0) | 2022.12.06 |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문화] 웨이터/웨이트리스/바 스태프 알바 찾기 전에 이 자격증부터 따자! 호주의 RSA 자격증 (0) | 2022.01.07 |
[호주/오스트레일리아 문화] 세상에 이렇게 고오급스러운 자외선 차단제가!? (Feat. 메카 코스메티카) (0) | 2021.12.29 |
[호주/오스트레일리아 문화] 호주 자외선 차단제 추천 하나 더! (Feat. 4시간 워터 리지스턴스) (0) | 2021.12.22 |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문화] 선물용으로 딱인 차(茶) 추천 (0) | 2021.12.17 |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문화] 백탁 없고 편한 자외선 차단제 추천 - 해밀턴 에브리데이 페이스 (0) | 2021.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