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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야기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문화] 시크릿 산타? 크리스 크링글? 래플? 헴퍼? 호주 크리스마스 문화 엿보기

by Jaime Chung 2022.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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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호주 문화] 시크릿 산타? 크리스 크링글? 래플? 헴퍼? 호주 크리스마스 문화 엿보기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고 있으니 오늘은 가볍게 호주에서의 크리스마스 문화를 살짝 살펴볼까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뭘 먹는지는 이미 이야기한 적이 있으므로(아래 포스트를 참고하시라) 오늘은 문화적인 면에서 뭘 하는지를 알아보자.

2018.09.20 - [호주 이야기] -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문화] 스펀지 케이크+초콜렛 소스+코코넛 가루 = 호주의 래밍턴(Lamington)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문화] 스펀지 케이크+초콜렛 소스+코코넛 가루 = 호주의 래밍턴(Lamington)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문화] 스펀지 케이크+초콜렛 소스+코코넛 가루 = 호주의 래밍턴(Lamington)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는 맛있는 게 참 많다. 오늘은 호주의 스펀지 케이크인 래밍턴(Lamington)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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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권 국가답게 호주에서도 크리스마스는 중요한 명절이다. 가족뿐 아니라 연인, 친구, 직장 동료 등이 모두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데, 특히 '시크릿 산타(secret Santa)' 또는 '크리스 크링글(Kris Kringle)'로 잘 알려진 선물 교환을 자주 한다.

 

호주에서 문구류를 파는 (우리나라로 치면 '알파 문구'나 '오피스 디포' 같은)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오피스웍스'에도 크리스 크링글을 위한 섹션이 따로 있다

 

'시크릿 산타'란 이름은 딱 봐도 대충 뭔지 감이 오지만 '크리스 크링글'이란 이름은 아주 낯설 것이다. 이는 '아이 그리스도(Christ child)'를 뜻하는 독일어 'Chstkindl'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현대에는 '크리스 크링글'이라고 하면 크리스마스에 랜덤으로 선물을 교환하는 걸 말한다. 예컨대 직장 동료들의 이름을 적은 쪽지를 뽑아 각자 자신이 뽑은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다. 규칙은 물론 하는 사람들 마음이라 대개 직장에서는 너무 부담되지 않게 몇 달러 이하의 선물로 고르자는 규칙을 세운다. 누구에게 선물을 줄지 쪽지로 정할 수도 있고 (요즘에는 이름을 적어 넣으면 랜덤으로 상대를 매칭해 주는 온라인 크리스 크링글 제너레이터도 있다. 예컨대 이런 웹사이트 같은 곳) 아니면 그냥 선물을 각자 준비해 와서 랜덤으로 순서를 정해 각자 마음에 드는 걸 하나씩 골라 가게 할 수도 있다. 규칙은 정하기 마련. 어딜 가나 통하는 것 같은 불변의 법칙은 이것 하나뿐인 듯하다. "선물을 줄 상대로 자기 자신을 뽑을 순 없다." 

크리스 크링글 선물 아이디어를 몇 가지 꼽자면, 역시 제일 무난한 건 먹는 거다. 페레로 로쉐나 캐드버리 같은 브랜드에서는 잘 포장된 선물용 초콜렛을 이맘때쯤 출시하고, 쿠키나 사탕도 괜찮다. 술을 좋아하는 호주인들답게 칵테일 믹서(mixer)도 자주 선물 목록에 오른다(올해 사내 크리스 크링글에 두 번이나 출현했다). 와인? 이건 호주인들 상대로 언제나 100% 성공하는 선물이다. 또한 여초인 그룹 대상이라면 바디 워시나 핸드 크림 세트도 아주 무난하다. 귀엽거나 웃긴 머그 컵은 스테디 셀러다. 이것저것 생각하기 귀찮다면 콜스(Coles)나 울워스(Woolworths) 같은 마트 기프트 카드도 괜찮다. 여기에서 조금 더 신경 쓴 티를 내고 싶으면 마이어(Myer) 백화점 기프트 카드 정도? 호이츠(Hoyts)나 빌리지 시네마(Village Cinemas) 같은 영화관에서 쓸 수 있는 영화 바우처(voucher)도 좋을 것 같다.

 

크리스마스 헴퍼 예시

이 크리스 크링글 외에도 크리스마스 시즌 즈음 해서 '뽑기(raffle)'를 따로 하는 곳도 있다. 직장에서 할 수도 있고, 지역 커뮤니티(예컨대 로터리 클럽)에서 할 수도 있다. 대개는 각자 쓰지 않지만 쓸 만한 물건들, 또는 정해진 금액대 내에서 좋은 물건을 가져와 크리스마스 헴퍼(hamper; 선물 꾸러미)를 꾸린다. 이 헴퍼가 뽑기에서 뽑힌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 된다. 이 뽑기는 '뽑기 표(raffle ticket)'를 사서 참여할 수 있는데 (예컨대 3달러에 뽑기 표 두 장 하는 식으로), 이 수익금은 크리스마스의 정신을 살려 자선 단체에 기부한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도 이 크리스마스 래플을 했는데 나는 10달러어치 표를 샀지만 여덟 개의 헴퍼 중 하나에도 당첨되지 못했다... 하지만 한 직원이 얼마치를 샀는지 몰라도 세 번이나 당첨되어서 놀랐다(그는 첫 번째 당첨 때에만 헴퍼를 받았고 나머지 두 번은 다른 이를 위해 양보했다). 말도 안 되는 행운! 어쨌거나 내가 다니는 곳에서 이렇게 래플로 모인 수익금은 올해에는 부시파이어(bushfire; 호주에서 자주 나는 산불) 구조대에 기부되었다.

이렇게 래플을 통해 헴퍼를 받을 수도 있지만, 사실 호주인들은 크리스마스에 헴퍼를 선물로 자주 주고받는다. 위의 예시 사진처럼 대개는 먹을 것(크리스마스 푸딩, 쇼트브레드, 초콜렛, 차(茶), 와인 등)으로 채운다. 나도 헴퍼를 처음 받았을 때 '와, 바구니 짱 크다!' 하고 기쁘고 설렜는데 알고 보니 저 밑바닥 부분은 스티로폼 같은 것으로 대서, 아래까지 꽉 찬 건 아니었다. 사기당한 기분.... 하지만 일단 시각적으로 크고 화려해 보이니 크리스마스 느낌이 나긴 한다. 헴퍼는 우리나라로 치면 이마트, 롯데마트 같은 마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내용물을 잘 보고 고르시라. 맛없는 것만 모여 있는 헴퍼를 받으면 실망하그등요.

 

이제 크리스마스가 정말 코앞이다. 호주의 크리스마스 문화도 알아보았으니 이제 두려울 것 없다. 선물로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호주인을 상대로는 무조건 술이 제일 무난하고 ("술이 없으면 크리스마스에 가족을 어떻게 견뎌?"라는 게 내 남친의 어머니 말씀이다) 다소 무신경해 보일지 몰라도 나는 기프트카드, 또는 현금을 반긴다. 솔직히 크리스마스의 정신은 사랑과 호의, 친절인데 선물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랴. 그냥 성의만 잘 보이면 되지. 어쨌든 여기까지 읽어 주신 분들 모두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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