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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At Middleton(미들턴)>(2013)

by Jaime Chung 2024.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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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At Middleton(미들턴)>(2013)

 

 

⚠️ 본 영화 리뷰는 영화 <At Middleton(미들턴)>(2013)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디스(베라 파미가 분)는 딸 오드리(타이사 파미가 분)를 데리고 오드리가 가고 싶어 하는 ‘미들턴’ 대학교의 캠퍼스 투어에 간다. 가는 와중에 이미 이디스는 ‘내 딸이 다 자라서 대학 갈 때가 됐구나’ 싶어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렇게 도착한 미들턴 대학교. 주차하고 모임 장소로 가려는데, 웬 성격 답답하고 꽉 막히게 생긴 중년의 남자 조지(앤디 가르시아 분)가 ‘그 자리는 내가 주차하려던 곳이다’라며 항변한다. 주차장에 빈 자리 많은데 굳이 꼭 이 자리에 주차해야 해? 워낙에 자유분방하고 쾌활한 이디스는 ‘자리도 많은데 다른 데에 대라’고 대꾸하고 캠퍼스 투어 가이드를 만나러 가 버린다. 그런데 웬걸, 집합 장소에 도착하니 아까 그 꽉 막힌 남자가 아들 콘라드(스펜서 로코 로프랭코 분)를 데리고 같은 투어에 온 것이다. 이 두 성인 남녀는 애들보다 유치하게 서로 얽히며 말다툼을 시작하는데…

중년이지만 매력이 넘치는 두 배우를 주연으로 하는 로맨틱 코미디. 이디스와 조지가 미들턴 대학 캠퍼스 투어에서 하루 동안 얽히며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하루에 일어나는 일들을 쭉 따라가는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하루 안에 그만큼 많은 일이 일어나는 게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간적 배경을 하루에 국한하니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코미디라면 우당탕탕 사건이 계속 일어나는 게 ‘웃긴다’라는 목표를 성취하는 데 효과적이겠지만, 로맨스는 감정선도 중요한 건데 하루 만에 사랑에 빠지면, 글쎄, 그게 얼마나 진실하고 오래갈까? 하루만에 빠지는 건 사랑이 아니라 열병(infatuation)일 것 같은데.

이디스 역의 베라 파미가와 조지 역의 앤디 가르시아 사이의 케미는 좋다. 이디스는 자유롭고 걱정이 없는, 거칠 게 없는 성격인 데 반해 조지는 조금 원칙주의자인 거 같고 생각도 많다. 조지는 이디스에게 휘둘리는 듯하면서도 그녀에게 빠지기 시작한다. 둘 다 각자의 자녀는 버려 두고 자기들끼리 캠퍼스를 돌아다니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문제는 각자 결혼한 상대가 있다는 거다. 캠퍼스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참여하게 된 연극 수업에서 부부인 척 연기하는 장면에서 둘이 각자의 배우자와 가진 문제가 살짝 드러난다. 아마 이디스는 자기 남편을 떠나고 싶어 하고, 조지 역시 자기 아내가 자신을 사랑하길 그만둔 지 오래된 듯하다고 느끼는 듯하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개인적으로 제일 참을 수 없는 건, 두 사람이 결국 키스를 했다는 거다. 아니, 지금까지 불행한 결혼 생활을 어떻게든 지켜 왔는데, 그 와중에 뭔가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해 주는 상대를 만날 수는 있지. 그런데 그러면 현재의 배우자와는 헤어지고 나서 그 새 사람을 만나면 안 되나. 자기네들도 불륜남녀라고 욕먹기는 싫을 것 아닌가. 키스 같은, 빼도 박도 못하는 신체적 외도 행위를 하지 않으면 적어도 우린 싱글일 때 본격적으로 만났다고 주장할 수나 있지, 왜 굳이 순간의 열정을 못 참아서 자기네들을 불륜남녀로 낙인 찍는 짓을 하는 걸까. 내가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Lost In Translation(사랑도 통역이 되나요?)>(2004)을 보고 실망했던 이유가 바로 그거다. 빌 머레이와 스칼릿 조핸슨의 캐릭터가 키스만 안 했어도, 입술만 안 부볐어도 ‘아름다운 우정’으로 보고 좋아했을 수 있는데! 왜 추잡스럽게 자기들을 불륜남녀로 만드는 짓을 할까? 서로에 대한 감정이 있으면 제발 원래 배우자랑은 헤어지고 만나세요!

조금 속상해서 불륜남녀의 꼴사나운 짓에 대해 열변을 토했는데 양해해 주시길. 나는 영화에서까지 불륜남녀들을 보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둘이 그냥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난 후, 아쉬워하며 헤어지기만 했어도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거기에서 그냥 입술 박치기를 해서 스스로를 불륜남녀로 만든 주인공들의 행위가 너무 마음에 안 든다. 영화 끝에 조지는 아들에게 일부러 집까지 오래 걸리는 루트를 택해서 가자고 하고, 이디스는 생각에 깊이 잠긴 얼굴로 오드리에게 ‘우린 괜찮을 거야’라고 말한다. 둘 다 이 한나절의 열정 때문에 현재의 결혼 생활을 깰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럴 거면 키스는 왜 했냐고요… 불륜을 다룬 모든 소설/영화가 <안나 카레니나>처럼 불륜(남)녀의 죽음으로 끝나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애초에 담백하게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정서적 교류를 즐기면 안 되나요? 굳이 거기에서 키스를 안 했어도 됐잖아!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이디스와 조지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꽤 유쾌하고 재미있다. 둘의 티키타카도 꽤 귀엽다. 각본을 쓸 때 애초에 자연스럽게 잘 쓰고 또 배우들이 잘 살린 것 같다. 나처럼 불륜남녀를 극혐하며 그런 자들이 나오는 건 절대 못 보겠다 하는 게 아닌 이상 그럭저럭 귀엽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다.

➕ 트리비아 하나: 영화에서 베라 파미가와 타이사 파미가는 엄마-딸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언니-동생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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