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을 읽고 나서

[월말 결산] 2024년 6월에 읽은 책

by Jaime Chung 2024. 6. 28.
반응형

[월말 결산] 2024년 6월에 읽은 책

 

2024년 6월에 읽은 책들은 총 11권.

⚠️ 아래 목록에서 저자 이름과 책 제목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서적에 대한 서평을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링크가 없는 책은 서평을 따로 쓰지 않은 책입니다. 그 경우, 별점 아래에 있는 간략한 서평을 참고해 주세요.

 

로라 베이츠, <인셀 테러> ⭐️⭐️⭐️⭐️
점점 더 몸집을 불려 가는 인셀들이 저지르는 폭력을 낱낱이 고발하고 그에 맞설 방법을 강구하는 논픽션. 길게 말할 것 없이 남녀노소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멀리사 모어, <HOLY SHIT: 욕설, 악담, 상소리가 만들어낸 세계> ⭐️⭐️⭐️⭐️
영어의 욕설, 악담, 상소리를 연구하는 논픽션. 여기에 차마 적을 수는 없지만 음란하다고 여겨지는 여러 신체 부위와 그것으로 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표현, 욕, 상스럽다고 여겨지는 표현, 인종 비하어 등등, 다양한 단어들의 역사와 그것이 가진(그리고 가졌던) 의미를 살펴본다. 번역도 꽤 잘되어 있어서 아주 맛깔스러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언어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뿐 아니라 그냥 금지된 것에 흥미를 느끼는 분들도 좋아할 듯.
박서련,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
박서련 작가의 단편소설 일곱 편을 묶은 책. 거의 모든 단편의 소재가 도파민을 불러일으킬 만큼 자극적이다. 취향을 탈 수는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래도 괜찮게 읽었다.
권남희, <스타벅스 일기> ⭐️⭐️⭐️
일본 문학 번역가인 권남희 씨가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일할 때마다 조금씩 쓴 일기를 모은 것. 가볍고 유쾌한 글이라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Jenny Lee, <Anna K: A Love Story> ⭐️⭐️⭐️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미국 10대 버전으로 다시 쓴 것. 주인공인 안나(원작의 안나 카레니나에 해당)와 스티브(원작의 오블론스키에 해당)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설정이 살짝 특이하달까. 원작이 길다 보니까 이 소설도 덩달아 길어졌는데, 그 분량을 이겨낼 수 있다면 읽어 볼 만하다.
클레어 L. 에반스, <세상을 연결한 여성들> ⭐️⭐️⭐️⭐️
기술, 특히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의 선봉장에 서 있던 여성들의 업적을 조명하는 논픽션. 그나마 에이다 러브레이스(최초의 프로그래머)와 그레이스 호퍼(’버그’라는 용어를 만든 프로그래머)는 나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최소한 이름 정도는 들어 봤겠지만, 그 외에도 정말 우리가 상상도 못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여성들이 이 책에 많이 등장한다. 남녀노소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리인허, <이제부터 아주 위험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
다 읽고 나니 속은 기분이 든다. 이 책에서 제일 매력적인 부분은 제목이다. 제목에 끌려서 ‘그래, 중국의 지식인이 이야기하는 성(性)과 여성주의는 어떤 것인지 한번 읽어 보자!’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방점이 ‘여성주의’가 아니라 ‘중국’에 찍혀 있는 것 같았다. 동성애를 옹호하며 그들의 인권을 옹호하자는 주장은 물론 옳은 말이고, 당연히 전 세계에서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런데 “중국은 소수집단과 취약계층의 이익을 보호하는 정책에서 성공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진짜로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같은 말을 하면, 이걸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아, 중국이 소수집단과 취약계층의 이익을 보호하려고 위구르 족 같은 소수 민족들을 핍박하고 동북공정을 내세운 건가? 중국이 중국 했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지식인이라고 하면, 자신의 출신국에 대해 자랑스러움과 애국심을 물론 가질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옳지 않은 일이나 잘못한 점은 확실히 지적하고 비판해야 하지 않나. 이 저자는 그런 게 안 돼 있는데 뭘 믿고 이 책을 내가 읽어야 하지?
게다가 저자는 스페인 정부에서 트랜스젠더가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아도 본인이 선택한 성별로 신분을 획득할 수 있도록 법제화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를 “이 나라의 문명 수준을 충분히 보여 준다”라고 평한다. 아니, MTF가 되려면 당연히 남성 성기는 제거해야지. 그래야 인정해 주지, 안 그러면 자기가 여성이라고 주장하면서 여성 화장실이나 여성들만의 공간을 멋대로 사용해서 생물학적 여성들에게 불편을 주거나 그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밖에 더 되나? 책 맨 끝에 있는 ‘옮긴이의 글’을 보니 리인허 본인이 “17년간 의학적 성별 조정을 받지 않은 FtM 트랜스젠더와 동거했으며, 자신은 동성애자가 아님을 강변”했다고. 아, 그걸 읽으니 이해가 쏙 됐다. 그래서 그쪽 편을 들었구나… 그렇구나… 나는 한 번 읽은 것도 너무 억울하고 시간이 아까운 책이었다. 끝.
Mia P. Manansala, <Arsenic And Adobo> ⭐️⭐️⭐️
’비소와 아도보(필리핀의 찜 또는 조림 요리)’라는 제목처럼, 음식과 살인 사건 미스터리를 결합한 추리 소설. 나도 큰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지만, 기대만큼 음식과 살인 사건이 잘 어우러지지 않아 아쉬웠다. 게다가 주인공이 여기저기 쏘다니며 사람들과 이야기하긴 하는데 추리다운 추리는 별로 안 한달까… 애초에 주인공이 형사도 뭐도 아닌, 그냥 요리사라서 그럴까. 그것도 그렇지만 범인이 밝혀졌을 때 범인이 ‘사실은 이래서 이랬다’ 하고 줄줄 부는 게 내게는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시리즈로 쭉 있던데 나는 1권 읽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꼈다. 더 읽지는 않을 듯.
헤더 라드케, <엉덩이즘> ⭐️⭐️⭐️⭐️
엉덩이를 진화학﹒사회﹒문화적인 면에서 다양하게 살펴보는 논픽션. 엉덩이의 (아마도 섹스) 어필을 이해하지 못했던 나도 이 책을 읽고 조금 이해가 됐다. ‘데스티니스 차일드’나 제니퍼 로페즈, 마일리 사일러스 등 (주로 미국의) 대중 문화를 잘 안다면 더욱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론 파워스,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
저자와 아내 사이에는 아들이 둘 있었는데, 둘 다 조현병이 발현되었다. 작은아들은 스물한 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다행히 큰아들은 좋은 의사를 만나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아 현재 잘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 논픽션은 사랑하는 아들들에 대한 회고록이자 조련병을 비롯한 많은 ‘미친 사람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의료 체계를 비판하는 글이다. 역사적으로 광인들은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여러 뜻 있는 사람들이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기관을 설립했으나 어떻게 현실적인 문제(즉, 재정적 어려움과 대중의 무지)로 인해 그 목표를 이루기 어려웠는지를 살펴보기도 한다. 회고록과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 질환)의 역사에 대한 연구가 적절히 버무려진 훌륭한 논픽션이다. 이 책으로 인해 한 명이라도 더 ‘미친 사람들’(모 보좌관이 ”미친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경 안 쓴다”라고 말한 일을 저자가 지적하며 쓴 표현대로)에 대해 신경을 쓰면 좋겠다. 추천!
김현정, <아무튼, 실험실> ⭐️⭐️
벼를 연구했던 저자의 실험실 에세이. 좋은 부분도 있고 별로인 부분도 있고. 딱히 이렇다 할 감상이 없는 그런 책이다.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누가 읽는다고 하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나는 그냥 그랬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