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추천] Life of the Party(라이프 오브 더 파티, 2018) - 마야 루돌프, 빛나는 신 스틸러
전남편의 짐을 다 불태워 버리려는 디애나
1980년대풍 파티에 참석한 디애나와 매디,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
디애나에게 빠진 잭(약간 로버트 패틴슨 닮게 나온 듯?)
감독: 벤 팰콘(Ben Falcone)
대학생 딸을 개강에 맞춰 캠퍼스에 데려다주던 디애나(Deanna, 멜리카 맥카시 분)는 캠퍼스를 벗어나기도 전에 남편 마이크(Mike, 스티븐 루트 분)에게서 이혼하자는 말을 듣는다.
충격을 받은 디애나는 집 안에 있는 그의 물건을 모조리 정리하며 우연히 자신의 대학 시절 사진을 보게 되고, 대학을 끝마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후회도 잠시, 그녀는 대학에 등록해 마지막 학기를 완수하고 졸업장을 따내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과연 같은 학교를 다니는 딸과도 잘 지낼 수 있을까? 아줌마라고, 늙었다고 비웃음 당하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무사히 졸업할 수 있을 것인가?
국내에서도 <스파이(Spy, 2015)>, <더 히트(The Heat, 2013)> 등으로 이름을 알린 코미디언 멜리사 맥카시의 영화.
<태미(Tammy, 2014)>와 <더 보스(The Boss, 2016>에 이어 자신의 남편인 벤 팰콘과 같이 각본을 작업하고 주연을 맡았다.
그렇지만 놀랍게도 이 영화에서 빛이 나고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주연이 아닌 조연, 마야 루돌프(Maya Rudolph)이다.
(마야 이야기는 잠시 후에 본격적으로 하기로 하고, 일단 전반적인 이 영화의 평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멜리사 맥카시의 코믹 연기는 좋으나, 장면의 유기적 흐름이라든지 등장인물의 행동에 있어 개연성 등이 빈약하다는 점 때문에 주연의 노력이 빛이 바랜다.
예를 들어, 디애나가 프랫의 여자애들에게 롤 모델처럼 영감을 주는 말을 해 주고, 애들도 다 감명을 받았는데, 갑자기 누군가 파티를 하러 가자고 하는 식이다.
앞뒤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지 못하고, 그 사이를 대충 땜질했다는 느낌? 이야기의 흐름이 너무나 부자연스럽다.
메이크오버나 워크오브셰임(원 나잇 후 상대방의 침실이나 집에서 몰래 빠져나오는 것), 파티, 그리고 대마초가 든 음식을 먹고 예상치 못해 취해 난장판을 만드는 사건 등, 대학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한 번쯤 나올 법한 이벤트들은 모두 집어 넣은 탓일까.
마치 '대학물 영화라면 당연히 이런 게 있어야지!' 하는 안일한 사고를 가지고 각본을 쓴 결과물처럼 느껴진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디애나의 학비 마련을 위한 파티(영화 제목인 'Life of the party'는 '파티의 분위기를 살리는 사람, 파티에서 잘 노는 사람'을 가리킨다)가 특히 그러하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가 카메오로 출연해 노래를 부르는데도 관객은 '그런데 이 파티를 도대체 왜 해야 해?' 싶은 것이다. (이 팝 스타를 이 파티에 불러들일 수 있었던 '반전' 이유조차 또한 억지스럽다.)
또한 인물들도 어딘가 인위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미드 <커뮤니티(Community)>에서 브리타(Britta) 역을 맡았던 질리안 제이콥스(Gillian Jacobs)가 이 영화에서는 8년간 코마에 빠져 있었던 '코마 걸'로 등장하는데 각본상 그녀에게 너무 많은 개성을 부여한 나머지 어색하기 짝이 없다.
마치 '난 4차원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 거야!' 하고 작정한 듯, 온갖 쿼크(quirk)를 부여하다가 너무 과해져 버린 것이다.
이렇게 대놓고 이상한 캐릭터는 이미 디애나의 룸메이트인, '고스(goth)' 리오노어(Leonor, 하이디 가드너 분)가 있는데 말이다.
덧붙여 언제나 "Can I say something?" 하고 말을 시작하는, 어색한 여자애(IMDB에도 배역 이름이 안 나온다. 배우 이름은 제시 에니스)는 답답한 걸 캐릭터로 잡았는지 몰라도, 벌써 디애나 주변에 이상한 인물들이 너무 많다.
정말 과유불급이다. 각 캐릭터들의 개성이 포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매력적인 인물이 없다.
차라리 펑퍼짐한 아줌마 디애나에게 뿅간 훈남 청년 '잭'(Jack, 루크 벤워드 분)은 개성이랄 게 없는 단순한 인물이라 오히려 이쪽이 더 매력적이다.
디애나의 딸 매디(Maddie, 몰리 고든 분)조차 엄마랑 같이 학교에 다니는 게 좋았다, 싫었다, 너무 쉽게 마음이 휙휙 바뀌어서 각본의 질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게 아니면 편집 실력이 형편없든 것이든가.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나오기만 하면 빵빵 웃음을 터뜨리는 배우가 있었으니, 그게 (드디어!) 마야 루돌프이다.
마야의 캐릭터 크리스틴(Christine)는 단순하다. 디애나의 절친이고, 섹스를 좋아하는 아줌마. 이게 끝이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이 나오는 모든 장면의 멱살을 잡고 이끌어나간다.
라켓볼장에서 디애나의 신세 한탄을 들어 주던 중에 디애나가 친 공에 소중이를 맞고 나서 "내 버자이너에게 사과해."라고 한다든지,
마이크와의 이혼 절차 중 중재(mediation) 시간에 디애나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당신이 크리스틴을 데려왔다니 믿을 수가 없네." 하고 말하는 마이크에게 "나야말로 네가 잡년이랑 놀아났다는 걸 믿을 수가 없거든." 한다든지,
디애나와 헤어진 후 다른 여자를 만나며 젊은 척을 하려고 해리슨 포드처럼 한쪽 귀에 귀걸이를 하고 나타난 마이크를 보고 "해리슨 포드는 은하계를 해방시키기 위해 데스 스타(Death Star, <스타 워즈(Star Wars)>에 나오는 제국군의 우주선 이름)를 폭파시켰지. 너는 뭘 했는데?" 한다든지.
아, 그리고 진짜 웃긴 장면이 있는데 이걸 말하면 반전이 들통 나서 차마 못 적겠다.
이 장면이 정말 대박이니 여기에서 마야를 주목하시라!
하지만 확실한 건, 마야는 나올 때마다 웃기다는 것이다.
멜리카 맥카시는 주연이니 스크린 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또 이 (디애나의 말에서 인용하자면) "shitshow"의 각본을 쓰기도 했으니 이 영화가 낮은 평을 받게 한 데 일부 책임이 있지만, 마야 루돌프는 매번 웃김으로써 조연으로서, 그리고 신 스틸러로서의 책임을 모두 다했다.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이라는 말은 이 영화의 마야 루돌프를 위한 표현이다. 마야!
'영화를 보고 나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감상/영화 추천] The Breaker Uppers(브레이커 어퍼스, 2018) - 대신 헤어져 드립니다 (0) | 2018.07.30 |
---|---|
[영화 감상/영화 추천] Blockers(블로커스, 2018) - 섹스하려는 아이들, 말리려는 부모들 (0) | 2018.07.23 |
[영화 감상/영화 추천] Paper Planes(종이 비행기, 2014) (0) | 2018.07.16 |
[영화 감상/영화 추천] Battle of the Sexes(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2017) (0) | 2018.07.09 |
[영화 감상/추천] Ideal Home(아이디얼 홈, 2018) - 환장의 게이 커플, 얼떨결에 손자를 떠맡다!? (0) | 2018.06.28 |
[영화 감상/추천] Isle of Dogs(개들의 섬, 2018) - 웨스 앤더슨이 들려주는 동화 같은 이야기 (0) | 2018.06.07 |
[영화 감상/추천] Swinging Safari(스윙잉 사파리, 2018) - 1970년대 오스트레일리아의 콩가루 집안 이야기 (0) | 2018.06.05 |
[영화 감상/추천] The Dressmaker(드레스메이커, 2015) - 화려한 패션과 그보다 더욱 눈부신 복수 (0) | 2018.06.04 |